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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하이 칼 오르퇴나르는 외침과 동시에 피 섞인 기침을 거칠게 토해냈다. 회색 수염은 말라붙어가는 적홍으로 뒤덮였고, 왼쪽 눈은 부어올라 거의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새롭게 흘러나온 핏방울이 얼굴을 가로질러 난 자잘한 생체기들로부터 떨어졌고, 주황빛 심우주 장갑복의 목깃-결합부 너머로 고통에 찡그린 표정이 보였다. 최상급의 바스티움 합금으로 제련된 판갑으로 만들어진 그 전투복은 착용자보다 더 많은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하이 칼이 그의 정교하게 세공된 플라즈마 도끼를 고쳐 잡자, 갑주는 덜덜 떨리며 삐걱이는 소리를 내었다. 콤비 볼터는 전투 도중에 잃어버린 채였다.

'그렇게는 못 합니다.'

도리 휠트반, 영원한 별빛 대장간 일족의 대전사는, 한 발짝도 걸음을 뗄 수 없었다. 목숨을 잃을까 두려운 것이 아니라, 단순한 자기 보존 본능보다 더 깊고 고통스러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실패에 대한 공포.

그는 주군의 너머로 시선을 돌려 거대한 기둥이 받치는 전당을, 불길이 드리우는 그림자 사이로 오크들이 다시 공격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포성이 드문드문 밝히는 거대한 전당의 어둠 속에서 오크들이 돌진하며, 그들의 전쟁 포효와 야성적인 울부짖음이 드높은 천장과 멀리 떨어진 벽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거대한 전쟁 기계들이 으르렁대는 녹색 피부의 물결 뒤에서 다가왔고, 기이한 에너지로 빛나는 무장들과 조잡한 전자 장치에서 튀기는 불꽃이 수십 개의 굴뚝에서 새어나오는 기름진 연기를 밝혔다. 곰팡내 섞인 그 악취는 피와 죽음의 냄새조차 덮어버리고 있었다.

오르퇴나르는 장갑 낀 손으로 그의 도끼를 들어올렸다. 하이 칼의 검지에서 커다란 루비가 박힌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그의 다른 쪽 손으로 그는 반지를 벗겨내 대전사의 손에 밀어넣었다.

'내 맹세를 완수해다오. 그것이 나의 유언이다.' 오르퇴나르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에 몸을 움찔했지만, 그의 대전사는 그 말 뒤에 담긴 뜻에 더욱 고통스러워하는 듯 했다.

저항의 외침이 일족의 에인히르, 도리의 병사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외계인들의 푸주칼과 일족이 제작한 망치가 격돌하는 소리가 절박한 전쟁의 소음에 더해졌다.

투사는 지금의 돌격을 이끄는 거대한 짐승과 같은 형체를 목격했다: 오크들의 전쟁군주였다. 오르퇴나르의 근위대는 전열을 좁혀 놈의 전진을 어떻게든 막으려 시도했다. 그의 시선을 다시 하이 칼에게로 돌리며, 도리는 침을 삼켰다. 강산이 그의 목구멍 뒤로 넘어가는 것만 같았다.

'저는 주군의 대전사이며, 근위대의 최선임입니다. 제가 있어야 할 장소는 주군의 곁이란 말입니다.'

'이 고집불통 녀석아, 네가 있어야 할 장소는 내가 가라고 지시하는 곳이란 말이다,'

하이 칼이 쏘아붙였다. 그는 남은 힘을 짜내 도리의 갑주를 붙잡고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의 푸른 눈은 충혈되었지만 형형했고, 한 쌍의 아머라이트 드릴처럼 대전사의 영혼을 파고드는 듯 했다.

'내 맹세를 일족에게 다시 되돌려디오.'

'다른 이를 보내십시오,' 대전사가 애원하며 그의 손을 주군의 팔 위에 올려놓았다. '제게 아이언헬름이란 이름을 주셨잖습니까. 죽을 때까지 주군을 섬기겠다는 맹세를 행했습니다. 주군이 죽었는데 제가 살아있을 수 없습니다. 제발, 다른 이를 보내주십시오.'

오르퇴나르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입 안에 고인 피를 뱉으려 얼굴을 돌렸지만, 일말의 누그러짐도 없이 다시 그의 대전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내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겠다는 맹세는 잊어버린 게냐. 지금 가거라. 이걸 믿고 맡길 수 있는 건 너 뿐이란 말이다.'

목소리가 통신 채널로 지직거리며, 오크들이 방어선을 돌파하기 직전이란 소식을 전했다.

'너는 이제부터 내 맹세수호자다, 아이언헬름,' 오르퇴나르가 말을 이어갔다. '네가 죽거나, 다른 이가 그것을 이어받을 때까지 나의 맹세가 곧 너의 짐이 되리라. 만약 오크들이 지금 우리 방어선을 돌파한다면, 함선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 지금 가거라. 이것이 내가 내리는 최후의 명령이다.'

그의 주군이 전당의 거대한 문 앞에 모여든, 그러나 그 숫자가 극히 줄어든 방어선으로 합류하기 위해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언헬름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에인히르의 두 번째 전열  - 아이언헬름이 인생의 절반을 이끌어온 근위대 - 위로 마그나 코일이 공명하며 어둠을 그 광채로 밝혔다.

의무의 무게가 아이언헬름의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가 실패한다면, 이 전사들은 이곳에서 영멸하여 그들의 지식은 허무하게 낭비되고 그들의 기억은 보탄의 위대한 지혜 속에 더해지지 못하리라. 그는 단순히 하이 칼의 맹세를 가지고 귀환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반평생을 함께해온 전우들이 존재했다는 사실, 그 총체를 짊어지고 있었다.

저 멀리서 포성이 들리며 대전사의 몸이 순간 굳었다. 다행스럽게도 외계인 사수의 조준은 한참 빗나갔고, 고대의 도시를 떠받치고 있는 수백개의 기둥 중 하나에 명중했다. 그가 보는 곳마다 일족과 오크들이 전쟁에 뒤엉켜 있었다. 그의 눈을 억지로 전장에서 떼어내어, 아이언헬름은 몸을 돌리고 착륙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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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희를 기억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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