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건 말도 안됐다. 레드스놋은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침입자는 자신의 코트로 손을 뻗고 한 쌍의 인간 해골이 장식된 지팡이를 꺼냈다. 오크 무기라기엔 작고 폼나지도 않았지만, 모든 그롯들은 지팡이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알았다. 혁명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이건 불가능했다. 그는 실존하지 않았다. 그저 멍청한 좆만이들이 특출나게 고약했던 발차기를 맞은 날 기분이 나아지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의 옆에 미기즈의 머리통이 파이프에서 튀어올랐다. 미기즈의 귀끝에는 불이 살짝 타오르는 중이었지만, 그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그의 시선은 붉은 인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저 자는,'
미기즈가 속삭였다.
'우릴 구하기 위해 온 거야'
'다 레드 고보라고!'
'그래서, 너희들은 각자 만족하고 계신가?'
다 레드 고보가 고보를 한명한명 살펴보며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대부분은 그의 응시에 움츠려 들었다. 허나 미기즈는 마치 스퀴그-똥개라도 되는 것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직 깃짓과 레드스놋이 응시를 버텨냈지만, 그들조차도 처음엔 눈을 피해야만 했다. 이게 전부 멋진 고글 때문이었다. 고글 때문에 레드 고보가 정확히 어디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각각의 그롯들은 고글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너희들에겐 정말 좋은 기회가 있었단 말이지'
다 고보가 지팡이로 교회를 훑으며 말했다.
'제대로 말이야. 함정으로 만들 수도 있었어. 하지만 아니지. 너희들은 마치 좆만이인 것처럼 행동했어. 보스가 너흴 채찍질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게지'
그는 극적인 태도로 주위를 살폈다.
'너희 보스는 어딨지?'
다 고보가 물었다.
'죽었어'
깃짓이 대답했다.
'아쉽군. 돌연변이 괴물의 짓이냐?'
'아니. 머리에 총 맞아서 죽었어'
'그리고 보스가 없으니 너흰 와해됐고'
'우린 할만큼 했거든'
깃짓이 얼굴을 구긴 채 말했다.
'그러셔?'
다 고보가 물었다.
'내가 보기엔 저 문에 구멍을 냈고, 머리 없어진 스퀴그라도 된 것처럼 도망치다가 이곳에 불을 지른 것에 가까워 보이는데. 내가 놓친 거라도 있나?'
그롯들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어'
다 고보가 씨익 웃었다.
'하나 말하자면, 난 놓치는 법이 없어. 너희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아쉽지. 난 총알들이 여러 번 발사된 걸 볼 수 있거든. 어떤 건 너희 서로를 향해. 어떤 건 잉간들을 향해. 어쩌면 몇몇은 자기 자신에게 쐈을 지도 모르지. 낭비된 탄환들을 생각해 봐. 너희에게 뭐가 남았는지 알려줄래?'
고개를 올리는 그롯 하나 없었다. 레드스놋은 탄환 몇 발 밖에 없었지만, 이를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
'너희들이 왜 이렇게 난장판인지 알아?'
레드 고보가 말을 이어갔다.
'왜냐하면 너흴 위협할 보스가 없으면 제대로 생각을 하지 못해서야. 좋은 소식은, 나의 작은 좆만이 친구들이여, 밖에는 이 장소를 빼앗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죽이려는 더러운 돌연변이 인간들이 있다는 거야. 오크들로부터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면, 꿈 깨. 오크들은 도망쳤어. 오크들은 도망친 게 아니라 다른 걸 쫓고 있었다거나, 도망친 것도 나중에 다시 돌아와 싸울 생각이었기 때문이라 주장할 테지만. 하지만 그건 오크들이 멍청해서야. 우리 그롯들은 도망친 다는 게 뭔지 알잖아?'
그롯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롯이 도망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빠르게 도망치는 것은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능력이었다. 지위가 높아진 그롯 대부분이 아직 죽지 않는다는 것으로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
'결국 일이 이렇게 되고 말았단 말이지'
다 레드 고보가 그롯을 한명씩 훑어보며 말했다.
'배고픈 스퀴그처럼 아무렇게나 도망쳐도 좋아. 잉간들에게 죽기 전까지 서로 앞길을 막고 가진 걸 낭비해도 좋지. 또는, 함께 힘을 합치는 방법도 있어. 그롯 한 마리는 약해. 하지만 그롯 열 마리는? 천 마리? 그롯 한 마리의 힘이 천 배로 늘어나는 걸 상상해봐'
그롯들 사이로 헉 하는 소리들이 퍼져나갔다. 단순히 다 레드 고보가 아무렇지도 않게 곱셉을 해보였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오크와 약간 닮았으나, 오크의 호통이나 포효는 없었다. 대신 그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정교하고, 품위가 담겨 있었다. 어쩌면 희망이라고 할만한, 어쩌면 지금까지 속에 담아두고 있던 분함을 배출하는 밸브라고 할만한 목소리였다.
그들 모두 느꼈다. 사제를 제외하고.
'네...네놈들 래틀링이 아니군! 도대체 네놈들 정체가 무엇이냐?'
사제는 어떻게든 입을 열고야 말았다. 그롯들은 혼란 속에서 사제에 대해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들은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레드스놋은 그들 중 누구도 잉간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닥쳐!'
레드스놋이 다른 그롯들을 향해 미소짓기 전에 소리쳤다.
'저놈은 신경쓰지 마. 그냥 목숨구걸 중이야'
'그래?'
다 레드 고보가 말했다.
'그래'
'재밌구만'
다 레드 고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놈은 네 노예 같은 거군?'
'내가 붙잡았지. 내가 쓰러뜨렸다고'
'반쯤 눈먼 늙은 인간을 말이지? 대단하군'
'이놈은 아는 게 있어. 비밀들 말이야. 쓸모가 있다고. 지도자야'
'아. 그러니까 이놈이 네 새로운 지도자란 말이지?'
그롯들 사이로 경악에 찬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깃짓은 불쾌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 그롯들이 아첨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거짓이나 배신도 삶의 필수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잉간을 보스로 모신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며 그롯으로서 모든 걸 배신하는 행동이었다.
'내가 놈의 보스인 거라고'
레드스놋이 사제를 향해 손가락질 하며 소리쳤다.
'그래?'
다 레드 고보가 노인을 흘깃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실례합니다, 성하?'
다 고보는 결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잉간어로 말했다.
'어느 누구의 시종이신지에 대해 여쭙고자 합니다만?'
사제는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연히 이 몸은 신-황제의 충직한 아들이자 블러드 앤젤의 프라이마크이신 대천사 생귀니우스님의 시종이니라!'
'그러시군요'
다 레드 고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레드스놋의 시종이 아닌 건가요?'
'뭐라?'
'레드스놋의 시종이 아닌가요?'
다 레드 고보는 그롯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은 레드스놋의 총을 손질하나요? 기생충을 뽑아주나요? 대신 음식을 씹어주나요? 그런 일들 말이죠?'
'미쳤느냐? 난 그 따위 일들과 상관 없는 사제이다. 도대체 넌 누군데 그러느냐?'
'사제라고요?'
다 레드 고보가 나머지 무리들을 향해 고개를 틀며 말했다.
'너희들 중 사제가 뭔지 아는 사람?'
여럿 고개가 흔들리거나 귀가 후벼졌다.
'뭐, 보스 비슷한 거긴 해'
다 레드 고보가 말했다.
'그리고 난 보스 따윈 별 신경 안 써'
그가 몸을 돌렸다. 코트가 활짝 열렸고, 그의 손엔 신기하게 접혀진 총이 들려 있었다. 그는 조준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총을 쐈다. 사격은 사제의 가슴팍에 명중했고, 뒤의 벽을 피로 물들였다. 반동에 다 고보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는 고통에 움찔한 듯 했으나 재빨리 회복하고 미소를 지었다.
'보스는 존재하지 않아'
다 레드 고보가 그롯들 쪽으로 몸을 돌리기 전에 말했다.
'자, 이제 이 장소를 봉쇄하고 불을 끄자고. 할 수 있겠지?'
'네 보스!'
미기즈가 말했다. 다 레드 고보가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방금 날 뭐라고 부른 거야?'
미기즈는 귀를 축 늘인 채 말을 주저했다.
'어...보스라고 불렀죠?'
'난 네 보스가 아니야'
다 고보가 말했다.
'혁명이 도래하면 좆만이도 보스도 존재하지 않을 거야. 오직 목표에 봉사하는 종만이 있을 뿐. 동지들 말이야. 알겠지?'
미기즈는 목이 부러질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혁명적인 오가닉 번역, 스고이데스
아이에에 레볼루션?! 레볼루션 왜?!
그래도 사제 곱게 갔네 ㅋㅋ
잃을것은 사슬뿐이오
얻을 것은 온 세상이라 - dc App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