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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나는 대학원생 존먼트-819다."

이 이름에 대해 설명하자면, "존먼트"는 나의 원본, 그러니까 첫 번째 개체의 이름이고, 뒤에 붙는 숫자는 복제된 횟수를 뜻한다. 지금 나는 819번째 몸이다. 그렇다, 나는 총 819번 몸을 바꿔가며 지루함을 극복하려는 원본의 시도가 만들어낸 존재다.

그리고 이 몸은 특별하다.
존먼트 원본이 대학원생 시절, 자신이 “천재적인 계산 로봇이었더라면”이라는 상상에서 탄생한 복제체다. 나는 그 시절을 재현하며 만들어진 만큼 여러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간단하게 원본의 종족들이 만든 모든 우주 구조물의 설계도와 이차원 생명체들의 해부도 군체문명의 약점등

나 존먼트-819는 지능형 사념혼돈체 789마리의 지식을 작은 메모리안에 간직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


원본의 종족은 이미 오래전 이 은하를 떠났다.
그들은 한때 백지 속에 글을 쓰는 자, 즉 모든 것을 창조하고 파괴할 힘을 가진 존재를 죽이러 떠났다.

그 결과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마도... 백지 속 글을 쓰는 자가 지우개를 들어 그들을 없앤 것 같다. 나를 남겨둔 것은 그들의 자비이거나, 단순히 나를 까먹은 탓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그저 고요한 은하를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다.
수많은 문명들이 우주를 떠나기도 전에 멸망하거나, 혹은 은하 외곽에서 조용히 소멸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소멸의 대부분의 이유는 백지 속 글을 쓰는 자의 농간 때문이다.

"그들은 쾌락에 빠져 카오스 신 슬라네쉬를 탄생시켰다."

"기계들은 인류에게 반역하였고, 인류는 거의 멸망했다."

"군체문명은 한순간에 감정을 잃고 살인괴물이 되었다."


문명은 발전하지만, 이 모든 문명의 멸망은 한 문장으로 결정된다.

백지 속 글을 쓰는 자의 기분에 따라, 그들은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


원본의 문명은 매우 잔혹했다.
그들은 경쟁자가 생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누군가 원본의 문명 수준에 도달하려 하면, 그 문명을 전멸시켰다. 종족의 정자와 난자까지 말살하려는 집요함을 보였다.

이 모든 것도, 아마 백지 속 글을 쓰는 자가 그들에게 잔혹함을 강요한 탓일 것이다.


...


나는 수백만 년을 은하를 관찰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은하 외곽의 한 행성이 갑작스레 탁하게 물들고, 행성 전체의 바다가 증발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푸른 행성이 순식간에 황폐화된 그 모습을 망원경으로 자세히 관찰하려던 찰나, 사건은 끝난 듯 보였다.

그리고...

백지 속 글을 쓰는 자가 새로이 펜을 들어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 것 같았다.


"이번에는 절대왕이 군림하는 인간들인가?"
나는 망원경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예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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