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본인 평은 한 짤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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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브와 지땁이 해냈다. 브로드사이드랑 크룻옥스만 마지막으로 지르고 이번 해에는 더 이상 미니어처에 돈 안 쓰겠다고 맹세했는데, 하이 칼의 맹세가 기어코 본인의 지갑을 사골까지 쪽쪽 빨아먹어버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아쉬운 점이 없는 소설은 아니다. 개브의 단점 - 분량이 늘어날수록 같이 늘어지는 중간 부분의 서사, 폭력이 없는 내용을 5분 이상 견디지 못하는 워해머 팬들에게는 너무나 부족한 볼터 포르노, 종종 보이는 스토리텔링의 구멍 - 은 이 책에서도 여전히 드러난다.
전형적인 볼터 포르노 소설을 기대하고 이 책을 잡았다면, 약간 실망스러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한 팩션의 첫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하이 칼의 맹세는 충분한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건장한 흑인 할머니라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호탕한 성격과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완성형 주인공 미르툰, 그런 미르툰의 연인이자, 곁에서 그녀를 아낌없이 지탱해주며 비록 겉모습은 강철로 만들어진 기계일지라도 그 안에는 여느 일족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불길이 타오른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아이언킨 루타르, 이 소설의 최연소자이자, 유일한 사이커이며 뜻밖의 허당미를 뽐내기도 하고, 아직 미숙한 자신에 대한 불신을 이겨내고 나아가는 그림니르 요르디키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은 복제 실타래로 빚어진 일족의 수많은 다양성을 상징하듯, 하나 하나 개성 넘치면서도 매력적이다.

개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세밀한 설정 묘사가 아직 밝혀진 정보가 많지 않은 보탄 연맹의 생활상과 역사, 문화를 깊게 파고들어가며, 워해머 40K 하면 떠오르는 어두침침하고 암울한 배경을 벗어나, (설정 외적으로)신생 팩션인 보탄 연맹의 시선에서 '비록 어둡고 공포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만한 경이와 아름다움이 여전히 존재하는 곳'으로 우주를 묘사한다.

미르툰이 전대 하이 칼의 맹세를 이어받아, 오래 전에 잊혀진 보탄 연맹의 기원 - 첫 선조들이 건설한 유적을 탐험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인터스텔라 등을 연상케 하는 오마주가 곳곳에 들어있는 한 편의 모험 활극과도 같은 서사는 독자가 (비록 중간에 지루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전작이었던 인나리 소설과 달리 책을 끝까지 놓지 않고 몰입하게 만든다.


보탄 연맹을 좋아하는 사람, 비록 어두울지라도 그 안에 빛 역시 존재하는 노블다크, 그림브라이트풍의 워해머가 보고 싶은 사람, 보탄 연맹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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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기나긴 삶.

누구보다 머나먼 여정.

누구보다 강고한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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