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학교 전공을 철학으로 골라서 4년 동안 배웠고, 현재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임. 지난 번에 황제와 타노스에 대한 비교글을 올렸었는데, 그 이후로도 생각할 게 많아서 한 번 내 나름대로 아는 황제와 카오스 신에 대한 '인상'만을 가지고서 한 번 비교해 가며 정리해보고 싶었음. 물론 '인상' 비평인 만큼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틀린 부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비판과 지적은 언제나 환영임. ㅎ
일단 지난 번에 타노스와 황제에 대해서 비교하는 글을 올렸었는데, 거기에 여러 답변들도 많이 받았고 그래서 나름 많이 생각을 해봤었음. 그리고 나는 황제라는 인간이 개인적으로 초인적인 힘과 지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도저히 '인류의 완벽하고 영원한 인도자'라거나 '인간으로서의 정점을 찍은, 가장 완벽한 인간상'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가 없음.
우선 가장 논란이 많을 , 카오스신과 대비되는 "절대궁극적인 이성의 화신" 같은 해석부터가 나는 의심스러움. 내가 봤을 때 황제는 카오스 신에 비교당하는 것도 아까움. 황제는 카오스 신 보다는 지향점이 하이브 마인드에 가까워보임. 왜냐? 둘 다 행동원리는 똑같거든. 생존.
하이브 마인드나 황제나 도구적 이성, 즉 '주관적 이성'이라는, 대상을 분류하고 계산하고 논리적 관계를 따지는 이성의 능력만 비대하게 큼. 주관적 이성이 관심을 갖는 목적이 있다면 오직 주체의 ‘자기 이익’ 뿐이라고. 그래서 서양의 제국주의적 근대사에서 이뤄진 이성 비판 중 제일 커다란 비판은, 이 '도구적 이성' 비판임. 이성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지 않아. 이성은 무엇인가를 추론하는 도구이지. 그 목적은 문제 해결이고, 문제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보통은 생존과 이익의 문제로서의 도구적 이성이 있고, 자신의 행위나 당위, 가치에 대한 반성을 위한 반성적인 이성인 객관적 이성이 있음. 나치가 유대인들을 가스실에 쳐넣는데는, 목표를 위한 도구적 이성만이 사용되었고, 목적에 대한 반성의 능력으로서의 이성은 완전히 사장됐던 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임. 도구적 이성만 거대하고 비대하게 있는 존재는 자신의 목적이 어떤 당위성이나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고찰을 전혀 안 함. 만약 주변에 이런 사람 있다면 누구건 내칠 것임. 사람 취급도 안 할 거고.
황제는 인간의 필수조건으로서, 바람직한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할 객관적인 이성이 없음. 무엇이 잘못되었나?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과연 옳은 행동인가? 하면서 묻는, 이성의 반성적인 측면을 황제가 지금껏 단 한 번이라도 보여준 적 있나? 그러니까 황제가 지금까지 자신이 벌이는 행위의 당위나 도덕성, 아니면 윤리적인 측면에서 무엇인가가 잘못된 행동인가? 하고서 물은 적이 있나? 없지?
그런 점에서 하이브 마인드랑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거임. 하이브 마인드도 냉철한 이성만 있는, 고도의 이성적인 존재임. 문제는 그 이성이 도구적, 주관적 이성이라 허기를 채우면서 생존한다는 목적에만 봉사할 뿐, 자신의 목적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지. 그리고 휘하 타이라니드 개체가 죽건 말건 신경도 안 써. 어차피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나 적당한 신체 기관 같은 것들일 뿐이거든. 외려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개체가 있거나 비효율적인 개체가 있다면 그건 암덩이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제거하려 들겠지.
잠깐, 오로지 '생존' 하나만을 보고서 그걸 위해선 뭐든지 실행하고, 그걸 위해서 무엇이 희생되건 개미눈꼽 만큼도 신경 안 쓸 존재?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개체가 있거나 반하는 개체가 있다면 그걸 암덩이 취급하고 반드시 척결할 존재? 이거 어디서 본 적 있는 모습인데? 황제 아닌가?
이런 점에서 황제의 진의조차 의심해볼 수도 있음. 물론 자신을 희생하가면서 황금옥좌를 밝히고 인류를 위해서 봉사했다는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와 신념을 증명하고 있긴 하지만, 문제는 황제는 모든 개체를 도구로서만 대할 뿐임. 심지어 자신마저도 일종의 도구로 대하고 있는 것 보니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하긴 하지. 그러나 황제 앞에선 도구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음. 당장 누군가가 자신을 이용해먹을 뿐이고, 그걸 위해선 뭐든지 할 거라는 전제가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가 그걸 알아챈다면, 그 인간을 신뢰하고 따를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황제도 이 점을 잘 알 거임. 그러니까 자신에 반하는 세력은 모조리 밟았겠지. 그리고 이 황제의 독선과 오만함이 결국 호루스 헤러시를 일으킨 것 아닐까? 결국 황제는, 지금껏 자신 스스로를 못 믿을 인간으로 만들어 놓고 자신을 따르라고 윽박잘렀던 거라고.
결국 황제의 치하 아래에선 개체란 없어. 그저 목적에 따른 도구가 있고, 그 도구의 중요성에 따라 차등을 준 것 뿐이지. 이런 생존말고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황제가 옳은 이유는, 이 워해머 유니버스가 당장 생존하기도 벅찬 끔찍한 공간이기에 정당성을 획득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라는 것임.
반대로 놀랍게도, 황제가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던, 이성적 황제의 대척점에 있는 카오스를 보자면, 카오스는 개체의 독립성이 분명함. 물론 카오스 신에게 자신의 추종자나 데몬들은 황제와 같은 도구말, 장기말이라는 점은 같음. 그러나 카오스 신은 감정에 가득 찬 존재들이라서, '총애한다', '분노한다'라는 나름의 감정을 투사하는 행위를 추종자나 휘하 데몬들에게 분명히 한다고.
데몬들에게서 흥미로운 점은, 각각 '진명'이란 개념이 있단 거임. 본디 이름이란 자신을 다른 것과 구분하도록 해주는 것인데, 데몬들은 이 '자신과 타자를 구분하는 것'에 따라서 힘이 강해지기도, 약해지기도 한다는 것임. 이런 이름, 즉 자신이 남들과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것에 따라서 힘을 얻고 잃을 정도로 이름은 중요한 존재인거지, 데몬들에겐. 또한 반대로 자신의 클론을 만들어서 번호로 부르던 황제와는 대척점에 있고 말이야.
그리고 그 개성에 따라서, 그리고 자신에게 부여된 존재의 의미에 따라서 행동해. 코른은 죽이고, 젠취는 농락하고, 너글은 오염시키고, 슬라네쉬는 미친듯이 달려나가지. 모든 추종자들에겐 자신의 욕망을 실현한다는, 각자의 삶의 의미가 있는 것임. 그게 아주 뒤틀린 종류의 것이긴 하지만.
또한 그 삶의 의미에 따라서 얻은 공적에 따라, 카오스는 보상을 해주고, 아껴주고, 벌을 주고, 총애해줘. 그것마저 뒤틀렸다는 것이 카오스 역시 좋지 못 하게 만들지만. 분명 삶의 목적과 욕망을 스스로 세우고, 채우고, 그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늘 자신을 가다듬고, 연구하고, 정진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놀랍게도 카오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데다 바람직한 인간상에 나름 부합한다고. 물론 그게 엄청 뒤틀린 방식이긴 해도 말이야. 그게 카오스의 분명한 장점인 듯 싶음. 황제는 아무리 적들을 베어넘겨도 "어쩌라고." 한 마디로 일관하지만, 카오스의 경우에는 분명한 보상을 해 줌. 그게 어떤 식으로건. 물론 그게 카오스라서 별 의미가 없게 만들지만. 자신의 고유한 존재 가치가 인정받고,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는 곳이 바로 카오스라는 것임. 이렇기에 카오스는 자발적인 충성을 불러일으킴. 이게 워해머의 기묘한 묘미가 아닌가 싶음. 우리가 생각하던 전통적 인간상이 만약 인류라는 전체를 해치는 것이었다면? 이라는 역발상 말이지.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다른 의견 개진도 얼마든지 환영임. ㅎㅎ 햄붕이들도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길 바래.
그럴시간에 존 위쿠스 형제는 35마리의 이단을 죽인다네 형제여 - dc App
그자의 이름은 존이 아니라 요하네스요
타이라니드가 황금옥좌에서 나오는 사이킥 불빛에 이끌린다는 설정이 있었는데 이거 읽어보니까 묘하게 느껴지네
자신도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면 당연히 안따를걸 알기 때문에, 살아오면서 가진 엄청난 지식을 기반으로 고도의 '연기'를 함. 나는 너의 아버지고 너를 사랑하며, 같이 슬퍼해줄 수 있다... 이렇게 말이야. 황제가 자신의 본의를 비스무리한걸 들어낸 애들은 대부분 황제도 언젠가 팽해버릴 대상들을 상대로 그렇게 했음. 에당초 호루스 헤러시마저도 황제가 스마들을 적당하게 숙청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의도해서 이르킨거임. 다만 카오스가 도중에 개입해서 이걸 황제의 생각 이상으로 크게 키워버린거 뿐이지.
드러낸 일으킨
1. 황제의 목적은 인류의 생존이 아님. 탈 워프를 통한 인류 구원이지.
님이 언급하신 단어인 생존과 구원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 결국 탈 워프 안하면 끝내 인류멸망인데.
ㅇㅇ 카오스에 패배하면 인류가 멸종하는 게 아니라 전원이 아니라 워프의 노예가 되는 거임. 그걸 노리고 인류 전멸 시키려던 놈들도 작중에 나옴.
흥미롭네.. - dc App
확실히 예전부터 황제 같은 존재는 인류가 일반적으로 추구해야 할 인간미,인간성 같은 특성이 거의 거세된 존재여서 이질적이고 공감하기 힘든, 두려운 존재고, 반대로 카오스는 그런 특성이 뇌절 수준으로 지나쳐서 폭주하는 게 본질이기에 해로운 존재들이란 게 대비된다고 느꼈었음.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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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일리 있는 말이고 이 글에서 놓친 부분이 맞음. 결국 '황제화'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니 받아들이고 따라야 한다. 유년시절을 벗어나서 너의 전능한 힘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고서 행동해라. 그러나 그런 분명한 인류의 구원과 인류애를 의심하게 되고 설득력을 잃는 이유는, 인류를 양화한단 것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서 대하고.
일단 됬충은 사형이야
당장 황제의 태도를 명제로 적자면 "나는 너희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너희들은 전부 내 계획의 도구고 내가 의도하는 바대로 움직여야 해."라는 명제가 되는데, 이 말을 듣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발할 것이라 생각함. 사랑이란 건 그 대상을 목적으로 여기지 수단으로 여기는 게 아니기도 하고.
결국 이 "인간의 구원을 위해(목적), 인간을 희생시킨다(수단)"라는 모순점이 황제를 움직이게 만든다는 점에서, 황제가 신적이며 동시에 아이러니 하고 다가가기 힘들게 만든다고 생각함.
노스카 댓글부대라니! 농담입니다. 이런 고찰도 있을 수 있군요.
확실히, 대체로 인간이 이성과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통 말하는데 그 이성 또 감성을 따로 떼어놓고 극단까지 몰아서 반목하는 두 세력으로 만든 느낌이라 참 재밌어. 양쪽 모두 우리의 특성을 일부분 가지고있지만 반대로 다른 일부가 결여되어 있고, 또 극단적으로 가다보니 부정적인 면이 터져나온단말이지.
그래도 그중 이성을 대변하는 황제쪽이 글에도 나와있듯 세상 자체가 지성체에 적대적이라는 참작의 여지가 있어 긍정적으로 비치긴 하지만, 어찌보면 그건 사실 우리가 인간이고 생명체이기에 야 그래도 우리 생존을 도모해준다는데? 황제라도 없으면 저 팍팍하고 암울한 세상에서 우리 동족들이 어찌 살아가겠냐? 하는 생각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말야.
소설은 전부 다 읽고 쓰는거지 친구야?
마오맨 번역 뜨문뜨문 된 것, 해외 위키, 그리고 나뮈키 등등에서 얻은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 얻은 인상을 비평한 것임. 그래서 첨부터 끝까지 놓친 부분을 지적해달라고 부탁한 것이고...
놓쳤다기 보다는 가진 정보가 너무 단편적이라 내놓은 인상도 단편적임; 카오스신 부분만 봐도 슬투닥만 읽고 와도 싹 다 달라질 듯
https://m.dcinside.com/board/miniaturegame/28759
이거 참고하면 좋을 듯
https://m.dcinside.com/board/warhammer/1564664
근데 황제가 아니면 인류 ㅈ망인것도 팩트라.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