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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달포드가 끼어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제복을 말끔히 입은 모습이었다. 사실 그는 여러 벌의 제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입은 것은 금색 견장을 단 화려한 붉은 제복에 금색 술을 땋아 견장 밑으로 늘어뜨렸다.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검은 가죽 부츠가 하얀 바지를 덮었고, 가슴에 달린 3개의 훈장으로 그 격식 높고 거만한 외형을 마무리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의 가슴에 달린 훈장들은 안니카를 모시기 전에 소속되어 있었던 임페리얼 가드 연대에서 얻은 무공훈장인 것 같았다. 나는 모디안 아이언 가드 연대의 트로피나 훈장이 어떤 절차와 기준에 따라 수여되는지 잘 모르지만 내가 맞다면 저 훈장들은 그가 명사수임을 인증하는 훈장들이었다.

"추운 곳이겠군."

그가 턱 끝으로 점점 더 멀어지는 엔켈라두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그가 농담하고 있는 것을 알았지만 웃긴 점을 찾지 못했다. 그의 유머는 종종 내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미묘했다.

"그렇소. 엔켈라두스의 표면은-"

"이런 젠장할, 말도 꺼내지 마시오."

달포드는 멋드러지게 정리한 그의 콧수염을 엄지와 검지로 쓸어 내렸다.
 
"당신은 말카디엘 만큼이나 유머 감각이 형편없소. 가끔은 내가 사람한테 이야기 하는지 빌어먹을 코지테이터한테 말하는지 헷갈릴 정도라니까."

나는 그를 말없이 몇 초간 내려다보자 달포드가 친분의 표시로 내 아머를 툭 쳤다. 내가 어떻게 반응할 지 알고 있던 바실라가 살짝 고개를 저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눈치 없게도 그가 유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소?"

"내 갑옷을 만지면 어떻게 되는지 지난 번에 설명한 것 같은데."

내 경고에 달포드가 피식 웃었다.

"언제나 매력이 넘치는군. 지난 11일 간의 폐관 수련이 사교성 강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소."

짜증이 치솟았지만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삼류나 할 행동이었다. 비록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나는 천천히 짜증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 동안 뭔가 바뀐 것은 아니오. 클로본 그 씹새끼는 여전히 카드 게임을 할 때 반칙을 쓰지. 우리의 아름다운 여주인께서는 굶주린 늑대마냥 갑판 이곳 저곳을 순찰하시고. 다들 똑같소."

말을 잠시 끊은 달포드는 바실라의 어깨를 둘렀다.

"그리고, 겔라 필드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믿는 이 작은 성녀께서는 매일 빼놓지 않고 열심히 기도를 드리고 있소."

어린 소로리타스 수녀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인간의 얼굴은 감정을 풀어놓는 팔레트와 같고, 미소 만큼 많은 것을 드러내는 표현도 없었다. 황제폐하의 은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지만, 반면에 그와 같은 감정 표현을 앗아갔다. 어쩌면 능력을 개화하면서 너무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하도록 훈련한 것이 독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로 인해 우리는 사소한 감정이라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바실라의 미소는 다른 이들보다도 더 풍부하게 감정을 나타냈다. 지금 그녀는 달포드가 자꾸만 아이 취급하는 것에 지쳐있었다. 마치 오빠들의 장난에 휘둘리는 여동생의 모습 같았다.

확실히 나는 사람의 표정을 읽는 것에는 재주가 없었다. 하지만 그레이 나이트의 일원이 되면서 얻은 능력 덕분에 나는 그녀의 생각 표면을 훑는 것으로 내 공백을 매울 수 있었다. 나는 문득 우리 같은 싸이킥 능력이 없는 다른 아스타르테스의 전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하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의 생각이 어떤지 아는 것과는 달랐다. 나는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달포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다시 한 번 내 갑옷에 손을 댄다면 그대를 죽일 수 밖에 없소."

"물론 그러시겠지. 그 협박은 전에도 수백 번은 넘게 들은 것 같은데."

"너."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우리 옆을 지나가던 서비터 하나를 불러세웠다.

"내게 잠깐 오거라."

그러자 시술로 강화된 노예가 느릿느릿 걸어왔다. 한쪽 다리는 흑철 의족으로 교체되었고 인공 근육 다발들이 안을 가득 채웠다. 그것의 두개골 역시 강화처리 되었는데, 얼굴의 왼쪽은 광이 나는 청동으로 대체 되었다.

그것의 감정 없는 눈동자가 나를 지나치고, 훑어보고,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것의 단순해진 마음을 읽는 것은 역으로 그렇기에 더욱 힘들었다. 안에 무엇인가 차 있어야 훔쳐볼 수 있는 법. 그것의 마음 속에는 최소한의 무언가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그것의 마음을 읽기는커녕 감각을 엿볼 수도 없었다.

+부르셨습니까. 자비로운 주인님이시여?+

사이보그 특유의 거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그것의 입가에 침이 고이고 갈라진 입술 너머로 검게 변색된 이빨이 보였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전두엽 절제술은 자비였다. 지금 저것처럼 잇몸이 썩고 병균이 치아의 뿌리부터 좀먹는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달포드를 돌아보았다. 그는 약간 입꼬리를 비튼 채 감정이 삭제된 노예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비터는 내 앞에 멈춘 그대로 서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침이 꼬리를 물고 점점 늘어졌다. 마침내 달포드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랑 대화 수준이 맞는 상대를 골랐다는 말을 하려는 게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이 자는 당신 이전에 내 갑옷을 건드린 마지막 사람이오. 수술을 받은 뒤에 그는 덜 짜증나는 방식으로 인류에 봉사할 수 있게 됐지."

달포드는 눈을 두어번 꿈뻑 거리더니 거의 속삭이듯 부드럽게 말했다.

"황제폐하의 성혈이여, 방금 농담한 거요? 그 은색 깡통 안에 감정이 있는 인간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게 맞소?"

그가 내 갑옷을 다시 만졌다. 이번에는 툭 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 끝을 살짝 대보는 정도였다. 필시 저 행동은 내가 말한 것이 진짜인지 시험해보는 것이리라. 나의 감각이 빠져나와 그의 마음 속에 침투하는데 걸린 시간은 그가 잠깐 손끝을 닿았다 떼는 시간보다도 더 빨랐다. 여기 혈관은 조금 꼬집고, 저쪽 근육 섬유는 조금 때려주고...

달포드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더니 콧대를 잡았다.

"이런 씨발놈의 두통 같으니."

코피가 입술을 타고 흘렀다. 그는 살짝 코를 먹은 뒤 바로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았다. 피가 제복에 떨어지면 어쩌나 어지간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당신이 한 짓인 거 다 알고 있소."

그가 여전히 코를 틀어 막으며 말했다. 바실라는 고개를 돌려 웃음을 감췄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소."

"애새끼 같군. 하지만 유치해도 나쁘지 않았소."

달포드가 웅얼거렸다.







히페리온: 하지 마라 하지 마라 말로만 하니께, 우리가 친구로 보이오? 사이즈가 다르잖아.

여 꼬집고, 여 때리고.

우리 달포드 이제 코피 한번 흘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