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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전투(BATTLE) Part1


전투는 산발적인 순간으로 이루어진다. 각각은 나름대로 중추적이다. 침묵이 무너지면 승패의 거대한 모자이크 속에서 그들의 위치가 결정된다.


아쿠디 페인(Arcudi Fein)

군인의 삶(A Soldier’s Life)


카산도라는 눈앞의 광장에서 전투가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남쪽의 포좌들은 나무와 돌로 된 높은 방벽으로, 땅에 고정된 채 가까운 건물들에 묶여 있었고 보행로와 비계가 그 뒤로 뻗어 나와 임시 보루를 형성하고 있었다. 아이언웰드 기술자들은 통로 위에서 대포를 옮기며 위치를 잡았다. 위쪽 성곽 아래, 두 번째 통로에서는 갈로우즈맨의 소총수들과 두 코호트의 쥬디케이터들이 방벽을 공격하는 적에게 연사를 퍼부었다. 공기는 화약 연기와 뿌연 돌가루로 뒤덮여 있었다.


‘보고하게, 갈리아(Gallia).’ 그녀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쥬디케이터 프라임을 슬쩍 보며 말했다.


‘적들을 붙들고 있습니다, 레이디.’ 갈리아는 북쪽에 있는 방벽를 지휘했다. 카산도라가 서 있는 방벽만큼 높지는 않았지만, 더 강력하게 방어되고 있었다. 쥬디케이터 코호트들이 리버레이터와 황금 그리폰단 병사들의 지원을 받으며 성벽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적들이 공성무기를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그녀가 덧붙였다.


카산도라가 눈을 깜박거렸다. ‘공성무기? 확실한가?’


‘쇠사슬을 두른 기둥이나 조각상 따위의 급조한 물건입니다, 레이디. 아직 가까이 다가오진 못했지만 포기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저 아래에서도 똑같은 걸 하고 있습니다.’ 그림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로드 카스텔런트는 할버드에 기댄 채 가까이 서 있었다. ‘보십시오.’


카산도라가 몸을 돌렸다. 아래쪽에서는, 연기와 먼지에도 불구하고 혼돈의 전사들이 조각상을 주추위에서 끌어 내리고 도끼로 기둥을 난도질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짓을 했다. 그림은 쿵쿵거리며 포좌에 할버드를 부딪쳤다. 아래쪽에 있던 쥬디케이터들이 조준을 하고 활시위를 풀었다.


‘그들에게 대포가 없다는 것을 기뻐해야겠군.’ 그림이 말했다. 그는 눈 위에 그늘을 만들며 동쪽을 응시했다. ‘당신도 알다시피… 이번 전투가 마지막 쉬운 싸움이 될 수도 있겠군요.’


‘쉬워?’


‘무슨 뜻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림은 고개를 저었다. ‘멍청이들과 광인들, 그리고 배우지 못하는 이들은… 이제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더 위험합니다. 좀 더 교활하지요. 유능한 지도자가 이 정도 규모의 군대를 가지고 뭘 할 수 있었는지 상상해 보십시오. 아니면 좀 더 주의 깊게 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카산도라는 몸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알고 있네. 우리는 운이 좋았지.’


그림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속에는 아무런 웃음기도 없었다. ‘하지만 그 운이 얼마나 지속될까요?’ 그는 허리띠에서 투구를 빼 머리에 썼다. ‘전 갈리아와 함께 북쪽 방어선을 점검하러 가겠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지그마가 함께 하시길, 자매여. 그리고 죽지 않도록 노력하십시오. 그 상황을 가르두스에게 설명해기는 싫습니다.’


카산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건 싫네.’ 그림과 쥬디케이터 프라임이 성큼성큼 걸어가자, 그림의 그리프 하운드가 종종걸음으로 그 뒤를 따라갔다. 그녀는 몸을 돌렸다.


제롭은 포좌 한참 아래쪽에 서서 털이 많은 팔을 교차시킨 채 얼굴을 찡그렸다. 그 전투마법사는 역습을 지원하기 위해 자원했다. 아홈과 일레샤는 망자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지하무덤에 남아 있었다. 카산도라는 그의 얼굴에 나타난 눈살을 관찰하면서, 그가 지하무덤으로부터 끌려나오는 것에 더 화가 났는지, 아니면 전선에 투입되는 것에 더 화가 났는지 궁금했다. 어쩌면 그저 단순히 참을성이 없는 것일지도.


그녀는 로커스를 힐끗 쳐다보았다. 젊은 총사령관은 손에 작은 망원경을 들고 어느 정도 멀리 서 있었다. 그의 총참모부는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필멸자들은 더 뒤쪽의 통로에서 요새와 같은 갑옷을 두른 채 대기하고 있는 거대한 레트리뷰터들로부터 겁먹은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었다. 세 개의 챔버에서 선출되어 온 망치를 휘두르는 여덟 명의 전사들은 침착하게 그녀의 지휘를 기다렸다.


때가 되면 옥타리온이 고안한, 여러 길이의 목재가 함께 묶여 작동되는 도르래 시스템에 의해 외부 포좌에 설치된 도개교가 내려져, 레트리뷰터들이 광장으로 내려갈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들은 남아있는 뱅가드 랩터들의 조심스러운 감시 아래, 그리고 뱅가드 헌터들의 호위를 받으며 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그 신속한 전사들은 팔라딘 콘클라베가 원래 의도한 공격을 확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갈로우즈맨들은 제2의 전선을 구축하며 그들 뒤로 진격할 것이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그들은 아이언웰드가 만든 복도를 따라 전진하고, 그들 앞의 적을 몰아붙일 것이다. 그것은 적의 중심부를 향한 단 한 번의 확실한 타격이 될 것이다. 카산도라는 경험을 통해 적의 지도자들이 있을 곳을 알고 있었다. 코르네이트들은 전선에 이끌렸지만, 슬라네시(Slaaneshi)는 그보다는 더 현명했다. 그들은 피냄새를 맡을 만큼 가까이 있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들의 갑옷에 묻은 피냄새를 맡을 만큼 가까이 있지는 않았다.


‘다르군요.’ 로커스가 중얼거렸다. 그의 손가락이 칼의 자루를 두드렸다. 그는 얼굴을 찡그린 채 망원경을 내렸다. ‘다릅니다.’


카산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집중해서 보게. 이번 적의 공격은 다른 이가 맡고 있어.’


‘그게 문제가 될까요?’


‘그걸 지금 걱정하기에는 너무 늦었네.’ 그녀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내 생각엔 라무스가 우리에게 호의를 베푼 것 같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누가 책임자였든 그를 쫒아간 것 같군. 그리고 지금은 그의 부하들이 지휘하고 있는 것 같네. 우리는 그들이 혼란스러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해. 누가 고삐를 잡았든 통제력을 얻지 못하게 해야 하지.’


‘그리고 제가 들어가는 곳이 바로 그 곳이지요?’ 존 크루소가 비계 아래로 들어서며 그들을 향해 느긋하게 걸어왔다. 그는 씩씩하게 절을 했다. ‘레이디, 주군. 노드라시 적흑단은 불과 강철로 적을 쓰러뜨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나?’ 카산도라가 물었다. 크루소는 윗사람의 계획을 따르기보다 스스로 계획을 짜는 버릇이 있었다.


그는 히죽 웃으며 콧수염을 빙빙 돌렸다. ‘쉬운 일이지요, 레이디. 그만둘 때가 될 때까지 마구 베고 또 쏘아라.’


‘좋아. 지그마가 함께하길.’


크루소는 경례를 하고 쾌활하게 휘파람을 불며 그가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갔다. 로커스는 그가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로는 충분하지 않을 겁니다.’


‘그럴 필요 없네.’ 카산도라가 말했다. ‘그게 우리가 여기 온 이유이니. 로커스 총사령관, 갈로우즈맨을 집합시키게. 이제 자네의 도시를 쟁취할 시간이니.’



에티우스 실드본은 조정자 아홈과 다른 전투마법사들이 그들의 구호를 중얼거리며 유령처럼 빛나는 인장들로 지하묘지의 공기를 가득 채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인장들은 어둠 속에서 촛불처럼 깜박거리다가 사라져 버렸다. 그는 빛나는 티끌들을 바라보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 했다. 아홈의 표정을 보니, 그것은 아무해도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왜 우리가 여기 있는 거죠, 실드본?’ 라비우스(Ravius)가 중얼거렸다. 방 전체에 배치된 대여섯 리버레이터 중 한 명이 지하무덤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는 나무 비계탑을 힐끗 올려다보았다. 아이언웰드 대포의 메아리에 주위의 돌멩이들이 떨렸다. 라비우스는 그의 전쟁검의 검집을 툭 쳤다. ‘적들과 마주하기 위해, 저희는 최전방에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적은.’ 에티우스가 말했다. 그는 매장된 금고의 밀봉된 입구를 가리켰다. ‘산 자와 마찬가지로 죽은 자 또한 우리의 적이다. 그리고 그들은 힘을 모으고 있지. 들어보게.’


에티우스가 그의 코호트를 지하무덤으로 배치하라는 명령을 받은 이후 그 긁는 소리는 더욱 커졌었다. 그 소리는 위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의 시끄러운 소리 밑에 숨은 채, 끊임없이 퍼지고 있었다. 마치 죽은 자의 군대가 그들을 향해 천천히 파고드는 것처럼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또 다른 리버레이터인 세레나가 중얼거렸다.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에티우스를 바라보았다. ‘만약 그들이 자유로워지면…’


‘그럼 우리는 전투마법사들과 그 조수들을 지면까지 호위한 뒤 지지대를 따라 늘어선 화약 점화기를 작동시킬 걸세.’ 아이언웰드는 가드두스의 명령에 따라, 아홈과 그의 동료 마법사들이 망자들을 금고에 가둬놓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화약을 심었었다.


에티우스는 먼지투성이의 공기 속에서 마법의 밀고 당김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홈은 쉰 목으로 언어와 신체의 복잡한 의식을 치루고 있었다. 그 옆에는 일레샤가 거대 소(auroch)에서 채취한 피에 성스러운 보라색 소금을 섞은 뒤 벽에 보호 문양을 그렸다. 견습생들은 아홈의 말에 그들의 목소리를 더했다. 에티우스는 거품이 막 터지려는 것 같은 이상한 압력을 느꼈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나자, 그들은 모두 그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무엇인가가 말을 한 것 같았다. 허공에 부딪쳐 모든 생각을 산산조각 낸 단 하나의 검은 곡조. 한 순간과 다음 순간 사이의 공간을 메아리치는 한 마디.


‘깨어났다.’


에티우스는 골수에서부터 그것을 느꼈다. 그는 전에 그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지그마의 은총에 의해 영혼이 아지르로 끌려가기 바로 전, 그를 부르던 목소리였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의 전사들이 비슷한 영향을 받은 것을 보았다. 세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뭐야, 그게 뭐였죠?’ 그녀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


‘조용히.’ 에티우스는 으르렁거렸다. ‘잘 듣게.’


망자들은 침묵에 빠져 있었다.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벽에 걸린 신비로운 인장들이 죽어가는 별처럼 훨훨 타오르더니,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아홈은 횃불 불빛 아래 창백한 얼굴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 돼.’ 점성술사가 속삭였다. 그는 고개를 움켜쥐고 잿빛으로 변한 채 두려움에 빠진 일레샤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나도 들었어. 깊은 곳에서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처럼. 난 그 목소리를 알아. 자수정 바람이 반응하고, 개가 주인의 부름을 받듯…’


돌들이 옮겨지고 긁히고 떨어지며, 고대의 박격포가 가루가 되고, 꺾인 아치길이 산산조각 났다. 캐도우의 몰락 이전부터 봉인되어 있던 입구가 다시 한 번 열렸다. 에티우스는 뼈에서 반사된 빛을 보았고, 썩은 칼집에서 들어 올린 무기의 마찰음이 메아리치는 소리를 들었다. ‘방패 – 앞으로.’ 그가 외쳤다. ‘방벽 진형!’


라비우스와 세레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방패를 들어 올리고 무기를 준비하면서 대열을 구성했다. 에티우스는 아홈과 일레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조정자. 넌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이제 가야만 해.’


‘아니, 난 딸각거리는 뼈들에 쫓기지 않을 것이오.’ 아홈이 말했다. 그의 주름진 주먹에서 짙은 청록색의 에너지가 소용돌이쳤다. ‘나는 조정자요. 이 장소, 그 비밀, 그것들은 아지르의 것이 될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고, 어둠 속의 무언가가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첫 번째 망자가 등불 빛 속으로 돌진했다. 누더기와 낯선 모양의 장갑에 쌓인 살점이 없는 몸뚱이가 기다란 축의 도끼를 휘둘렀다. 그것이 무너진 벽에서 튀어나오자 아홈은 손을 불쑥 내밀며 한 마디를 뱉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푸른 번개가 터져 그것이 차고 있던 낡은 흉갑을 강타했다. 번개가 해골 전사를 뚫고 나갔고, 그 전사는 자신이 나타난 어둠 속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희미해지는 푸른 빛 속에서 에티우스는 수십, 수백의 망자들이 영원히 뻗어나갈 것 같은 돌 상여를 배회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벽을 따라 세워진 거대한 벽감들 속에서 살점이 없는 병사들이 휘적휘적 녹슨 방패와 창을 들어올렸다. 빈 눈구멍에서 자수정빛 마녀 불이 밝혀지고, 수세기 동안 움직이지 않던 칼날들이 빛을 발했다. 캐도우 왕족의 망자들이 마침내 깨어났다. 한때 그들의 것이었던 것을 되찾을 준비가 된 군대로써.


에티우스는 아홈의 예복을 붙들어 거리로 통하는 나무계단 쪽으로 밀어 넣었다. ‘가라-모두들, 가라! 후퇴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