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어떤가 오그린"


차갑고 딱딱한 시술대 위에서 막 눈 뜬 뇌그뉴기우스한테 처음 들려온 소리는 커미사르 헌트의 물음 이었다.


뇌그뉴기우스는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곰곰히 생각하다가 곧 자신이 대장이 되는 수술을 받았다는 걸 기억해냈다. 그리곤 자신의 머리 한쪽을 천천히 더듬었다.


자신이 누워있는 수술대만큼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느껴졌다.


"시언해요."


굵고 짧은 오그린의 말을 들은 커미사르는 싱긋 웃고는 그에게 따라오라고 지시했다. 가까스로 큰 덩치를 일으켜 커미사르를 따라가던 뇌그뉴기우스는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유리에 비친 오그린의 얼굴에는 굉장히 멋있어보이는 기계가 달려있었다. 유리에 비친 오그린이 자신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양팔을 붕붕 휘두르며 유리를 응시하던 뇌그뉴기우스는 자신에게 끝내주는 기계가 달린것을 확신하고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 유리 넘어의 한 가드맨이 덩치큰 오그린이 자신에게 미소를 지우며 팔을 붕붕휘두르는 걸 보고 공포에 질렸다는 건 아무도 몰랐다.


커미사르 헌트는 뇌그뉴기우스를 무기고로 데려갔다.


둔탁하고 웅장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철문이 열렸고 그곳에는 끝내주게 멋있는 무기들이 즐비해있었다.


헌트는 넋이 빠진 그에게 리퍼건과 좀 더 튼튼한 새 무구를 건네주었고 새로운 꽝꽝이가 생겼다는 사실에 뇌그뉴기우스는 전에 없던 최고의 행복을 느꼈다. 그에게 오늘은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내일 전투가 있을 예정이니 네가 다른 오그린들을 이끌고 싸워야 함을 명심하도록!"


"넵 알아써요"


뇌그뉴기우스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 이미 그의 머리속에는 온통 멋진 기계만 가득 차 있었다.


'다가오는 전투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도리어 웃다니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뇌그뉴기우스를 본 헌트는 그의 웃음이 멋진 기계를 받은 것에서 나오는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뇌그뉴기우스를 막사로 돌려보낸 커미사르 헌트는 내일 있을 전투에 대해 생각했다.


엘다들은 막다른 곳에 몰렸다. 수적으로 보나 전황으로 보나 제국군이 훨씬 우위에 있었고 내일의 공격은 이 행성에서 치루는 엘다와의 마지막 전투가 될것이었다. 그들의 무기는 망가졌고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다.


반면에 제국군은 건재했다. 비록 스페이스 마린이 있는건 아니었지만 강력한 리만러스 전차가 있었고 수많은 고기방..아니 가드맨들과 듬직한 오그린들이 있었다.


수천번 생각해도 내일 전쟁은 영광스런 승리의 전투였고 황제폐하의 위엄을 널리 전할 기회였다.


그러나 커미사르 헌트는 뭔가 불안함을 느꼈다. 그 불안함은 엘다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뭔가 알수없는 불안감이 커미사르 헌트의 마음을 흔들었지만 일단은 다가오는 전투에 집중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다음날 아침 영광스런 폐하의 위엄같은 태양빛이 평원을 밝게 비추었다. 그 아래에는 수많은 제국군들이 커미사르 헌트의 명령을 기다리며 서있었다.


"제군들! 오늘 전투는 제군들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영광스러운 전투가 될겄이다.! 황제폐하를 위하여 돌격!!"


헌트의 호령이 떨어지자 마자 제국군들은 함성을 지르며 엘다의 진영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꽝꽝이를 들고 돌진하는 뇌그뉴기우스와 그의 뒤를 따르는 오그린들이 있었다.


제국군들의 우렁찬 함성 속에서 커미사르 헌트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엘다쪽에서 그 어떠한 반격도 하지 않는것이었다. 제국군들은 엘다진영과 충분히 가까워졌고 사정거리안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공격도 가해지지 않았다.


'도망친건가? 그 자존심 강한 제노새끼들이?'


찝찝하긴 했지만 이제와서 멈출수도 없었기에 그는 자신이 탄 리만러스 전차의 포병에게 엘다의 방벽을 박살내라고 지시했다.


고막을 울리는 파열음과 함께 급조한듯한 엘다의 방벽은 산산조각 났고 제국군들은 그 구멍을 통해 방벽안으로 쏟아지다 시피 들어왔다.


그얼게 돌진한 용맹한 제국군들의 시야에 처음 들어온 장면은 엘다의 피로 피칠갑이 되어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엘다의 진영과 피격되어 박살난 전투기계들, 그리고 잔인하게 죽임당한 엘다들의 시체들이었다.


뭔가 잘못된것 같았던 헌트의 직감이 명중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