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폐하시여, 황제 폐하시여, 당신의 아들이 죽어갑니다. 당신의 군대가 절멸합니다. 저 끝없이 펼쳐진 우주 세계에서 번쩍이는 인류의 이성은 피어오르는 광기의 불꽃 아래 타들어갑니다. 말해주소서, 이 끝에는 정녕 평화가 있습니까? 이 끝에는 정녕 희망이 있습니까? 보이는 것은 오롯이 어두운 인류의 미래, 우리의 파멸뿐입니다."
콘라드 커즈는 제 눈 앞의 형제를 마주했다. 그는 영예로운 3군단의 프라이마크이자, 황제에게 하사받은 엠퍼러스 칠드런의 군주였다. 그는 자랑스러운 형제였으며, 찬란하게 빛나는 우주 세계 속에서 가장 으뜸이었던 완벽한 이였다.
그런 그가 타락의 잿더미 속에서 몸을 일으켜 뱀처럼 날름거리는 혀로 입가를 핥으며, 양 어깨 죽지 사이에서 새로이 돋아난 4개의 팔로 검과 검을 쥐고 거대한 육신을 일으켰다. 콘라드 커즈는 완벽함을 추종하며,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헌신했던 형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펄그림, 자랑스럽고, 아름다우며, 위대한 이상을 품었던 형제였다.
그는 콘라드 커즈에게 노스트라모 이외의 것을 보여주었다. 도난의 걱정 없이 천진난만한 미소를 그리는 아이들을 보여주었다. 가난의 걱정 없이 아름다운 화단을 가꾸는 노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콘라드 커즈가 빛이 들지 않는 노스트라모의 어둠 속에서 간절하게 꿈꾸던 이상향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콘라드 커즈는 이미 그 자신의 저주받을 예지를 통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제 손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끔찍한 악마의 육신으로 강림한 괴물은 불타오르는 광기의 눈으로 콘라드 커즈를 응시했다. 그 눈은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불꽃과도 같았다. 콘라드 커즈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완벽함으로서 만들려 했던 풍요도, 그 헌신 속에서 빚어졌던 평화도 모두 사라졌다. 콘라드 커즈는 뛰어들면서도 그 스스로가 깊은 심연의 밑바닥으로 질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펄그림의 4개의 팔 중 하나가 콘라드 커즈의 머리 위를 갈랐다. 콘라드 커즈는 몸을 낮춰 펄그림의 코브라처럼 치솟은 상체 아래의 사각을 노렸다. 그의 양쪽 손에 장착된 라이트닝 클로는 번뜩였고, 허리라고 예상되는 뱀과 인간의 연결 부분을 꿰뚫고 들어가, 그대로 뜯어냈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으나, 펄그림은 오히려 광소를 터뜨리며 제 몸을 꿈틀거렸다. 그의 웃음은 함선 안에서 메아리쳤으며 듣는 것 만으로도 괴로워지는 괴성이었다. 노스트라모의 그 어떤 사악한 범죄도 펄그림의 모습을 쫒을수는 없었다. 콘라드 커즈는 스페이스 마린조차 쫒을 수 없는 속도로 검을 휘두르는 펄그림의 공세를 쳐내며 물러섰다.
생각 이상으로 상처가 얕았는지, 펄그림의 찢겨진 육신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아, 나의 형제, 어둡고, 음침하고, 음습하기까지 한 우리 시커멓게 물든 콘라드 커즈..."
펄그림의 말은 뱀이 쉭쉭거리는 것과 같았다. 인간의 본능의 말초를 자극하는 그 목소리는 커즈의 혐오감을 강하게 불러 일으켰다. 펄그림의 뱀 육신은 그 거대한 육신을 더더욱 거대하게 부풀리는 것 같았다. 거대한 거인, 그는 콘라드 커즈라는 존재를 내려다 보았다. 고통과 쾌락 속에서 펄그림은 더 강해지고, 더 거대해지며 자신의 육체로 발현되는 권능을 탐닉하는 악마적인 대공이였다.
"너는 너가 아직도 정의를 수호한다고 생각하나? 너가 이 광기 속에서 길을 찾아낼 수 있을거라고 믿나?"
펄그림의 팔들이 길어지며 콘라드 커즈를 붙잡았다. 그 팔들 하나하나가 드레드노트가 짓밣는것만 같은 힘을 내었다. 거대한 핵융합 발전소를 집어삼킨 것만 같은 힘은 콘라드 커즈를 흔들고, 땅에 처박아, 다시금 함선의 합금 벽면에 처박았다. 흔들리는 시선과 고통의 격류 속에서 콘라드 커즈는 제 부러진 이빨을 내뱉었다. 뛰어난 결투사였던 펄그림은 타락 이후로 더욱 강대한 힘 그 자체의 화신이 된 것만 같았다.
콘라드 커즈는 예지를 보았다. 그가 펄그림의 검에 꿰뚫리는 광경이었다. 호루스 루퍼갈의 군대가 워프의 가호를 받으며 인류 제국을 가로질러 거대한 참격과도 같은 워프의 잔상을 남겼을 때, 길리먼의 군세는 데스 가드와 아이언 워리어가 발목을 붙잡았고 생귀니우스와 라이온은 워프의 균열 속으로 휘말리고 말았다. 콘라드 커즈는 생귀니우스와의 통신을 떠올렸다.
대천사는 자신의 운명을 황제의 곁에서 찾았다. 밤의 군주는 제 자신의 종언을 마주하러 갔다. 대천사는 그가 지을 수 있는 가장 슬픈 표정을 지었다. 콘라드 커즈는 비웃음 담긴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운명, 피할 수 없는 운명은 그가 황제를 보았던 바로 그 순간에 경험한 바 있었다.
그는 가장 추악한 미래를 보았다. 그 자신의 죽음따윈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릴 인류의 쇠망이었다.
광기가 모든 것을 사로잡아 혼돈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세계.
그렇지만 동시에 커즈는 인류의 저항을 보았다. 죽어가는 황제의 육신을 숭배하는 광신도들의 사이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끝없이 고통과 번민, 전쟁과 학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병사들. 콘라드 커즈는 설령 정해진 결말이라 할 지라도 그 결말을 최후까지 지연시키기 위해 투쟁하는 모든 이들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부터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가 찾는 게 아니지."
콘라드 커즈의 눈에서 이채가 번뜩였다. 그의 제트팩이 점화되며 프라이마크의 육신을 밀어냈다. 펄그림이 휘두르는 검들의 궤적은 가장 완벽한 대공망을 구성하는 것 같았다. 노스트라모의 어둠 속에서 채득한 변칙적이고 반칙이 난무하는 싸움 속에서 커즈는 이런 잡기술을 경험해보았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콘라드 커즈의 발치 아래 무릎 꿇려졌다.
그는 라이트닝 클로로 각각 펄그림의 칼을 잡았다. 역장과 금속이 충돌하는 굉음을 내며 두 개의 비수를 막아내자, 남은 두자루의 검은 커즈의 급소를 피해 그를 베었다. 커즈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펄그림이 무언가 해보기도 전에, 커즈는 제 이마로 펄그림의 인중을 때려박았다. 망치로 힘껏 내리찍은 것처럼 펄그림의 안와가 으스러졌다. 코가 부러지고 이빨이 나가며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시커멓게 죽은 피가 커즈의 이마를 타고 흘러 내렸다. 커즈는 킬킬거렸다.
"난 비열하고, 음침하고, 음습하지. 언젠 아니었나?"
그가 한 번 더 펄그림의 얼굴을 이마로 내려찍으려는 찰나에 펄그림은 커즈를 붙잡아 내던졌다. 펄그림은 수치를 겪은 사람처럼 반응했다. 분노하고, 콘라드 커즈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독사처럼 쉭쉭거리는 펄그림은 자신이 당한 수모를 그대로 되갚아 주겠노라 이를 갈았다. 펄그림의 검에 베인 부분에서 출혈이 일어나며 콘라드 커즈의 몸을 붉게 물들어갔다.
두 초인이 일격마다 치명적인 비수를 담았지만, 결정적인 한 수를 내지는 못했다. 그러자 불리해지는 것은 커즈였다. 초인의 육체로도 카오스의 세례부음을 받은 펄그림을 쫒아가지는 못했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펄그림은 더더욱 치료되고, 나아지며, 나아가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커즈는 점차 많은 피가 제 육신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지체되면 불리한 것은 그였다.
그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 할 때, 두꺼운 격벽으로 막혀 있던 함선 방이 폭음과 함께 날아갔다. 펄그림은 날아간 격벽에 맞아 비틀거렸다. 콘라드 커즈가 뚫려버린 포위망을 바라보자, 빛이 세어들어오는 그 곳에는 세바타가 서 있었다. 그는 촉수가 돋아난 병사의 잘려나간 머리통을 들고 있었다. 콘라드 커즈를 발견한 세바타의 얼굴은 잃어버린 아버지를 되찾은 아들과도 같았다.
"어서 가셔야 합니다! 워드 베어러가 따라 붙었습니다! 당신의 아들들이 이미 퇴로를 찾았습니다. 당신께서 계셔야 우리에게 다음이 있습니다."
세바타는 간절하게 커즈에게 말했다. 콘라드 커즈는 이미 그의 운명을 받아들였고, 그의 자식들이 그의 운명에 휘말리기를 바라지 않았다. 결국 커즈의 계획대로, 자식들은 아버지에게서 멀어졌고, 커즈는 제 운명을 마주해야 했다. 함선은 불안정한 워프 세계의 균열로부터 영향 받아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이트 로드 함대는 필사적인 저항을 벌이며 엠퍼러스 칠드런과 워드 베어러 두 군단의 사이에 끼어있었다.
"네까짓것이 날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네놈들의 나약해빠진 녹슨 검이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나!"
펄그림이 포효하며 외치자 세바타는 그가 이끌고 온 아트라멘타르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검 대신 트윈 링크 볼터와 헤비 볼터로 무장한 상태였다.
"쏴!"
터미네이터 아머로 무장한 커즈의 친위대가 펄그림을 막는동안 세바타가 그에게로 다가갔다. 아들에게 부축받으며 콘라드 커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을 느꼈다. 세바타는 필사적으로 콘라드 커즈를 이끌고 가려고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수천의 아들들이 오롯이 그들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죽음조차 무릎쓰며 나아가고 있었다. 너무 많은 피를 흘리고 있음에도, 커즈의 예지는 끝나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시선을 향한 곳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곧 세상이 느려지는 것 처럼, 집중된 그의 초감각은 초고속 카메라처럼 세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벽이 뚫리고, 보딩용 함선이 격벽을 뚫으며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우주 공간으로의 사출 이전에 스스로 뚫은 구멍을 틀어막은 보딩용 함선의 사출면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로가 아우렐리안, 지독한 인연이 커즈의 운명을 결정짓기 위해 찾아왔다. 로가 아우렐리안은 미소 지었다. 그는 자애롭고, 평화로워 보였으나, 어느 누구보다도 콘라드 커즈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세바타, 두 프라이마크가 나타났구나. 내가 너에게 말했던 것을 잊지 말라."
콘라드 커즈는 피 흘리는 자신의 육체를 일으켜 세우며 부드럽게 자신을 부축하던 세바타를 밀어냈다. 세바타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당장이라도 제 나약한 감정의 편린을 흘릴 것 처럼 보였다. 어떤 군세도, 어떤 파워 아머도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없었다. 세바타는 커즈의 예지 속에서 그가 들었던 모든 미래의 편린들이 현재에 이를러 짜맞추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거라."
커즈는 힘 없이 말했다. 세바타는 물러나야만 했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이를 악물어 움직여야만 했다. 차라리 아버지와 죽겠노라 울부짖는 아트라멘타르들은 콘라드 커즈의 단호한 명령과 마주친 눈빛에 그들의 의지를 꺾어야만 했다. 콘라드 커즈의 운명이 지금 이 순간에 멈출지 언정, 나이트 로드가 해야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언가 즐거운 연극을 본 것처럼, 로가 아우렐리안은 박수를 쳤다. 그는 어차피 도망치는 나이트 로드들까지 모두 죽게 될 것이라고 콘라드 커즈를 조롱했다. 펄그림은 잘려나간 제 팔 중 하나를 다시 되붙이며 신명나게 웃음을 흘렸다. 그들은 운명의 매듭을 맺는 자들이었다. 콘라드 커즈는 비틀거리며 제 라이트닝 클로를 다시 불붙였다.
설령 죽을지라도, 운명이 정해졌다 할 지라도 도망친다는 것은 존재할 수 없었다. 콘라드 커즈는 그 자신을 드리운 운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귀즈맨이 자가타이 급으로 버프 받았네. 귀즈맨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글은 잘 봤어 원판 소설 보는 줄
조회수 어그로용으로 제목에 '귀즈맨 로열리스트 AU' 이런 거 달면 어떰?
필력 ㅋㅋ - dc App
개추 또 개추 - dc App
커커가 아니라 커트맨이라서 개추
옳게된 밤의 유령추
커트맨 - dc App
갓갓갓
크... 명작이다. 당장 세바타가 나오는 다음 에피소드를 써오라
로가 묘사가 아주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