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니우스는 여기에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 그녀가 말하였다.

"아마도." 그가 말하였다.

"언제나 희망은 있죠. 뭐, 언제나 희망은 있었죠. 내 생각엔 이 우주엔 희망밖에 안 남아있는 것 같군요."

"그를 기다릴 건가? 만약 그가 여기로 올 거라면 당신은 기다릴 수 있어."

"고맙습니다. 좀더 기다려보죠 그가 오지 않는다면 전.."

"뭘? 무엇을 할 건가 존?" 에르다가 말하였다.

"모르겠네요. 그냥 감수할 밖에요. 혼자서라도 ‘그’에게 가려고 노력해야하겠죠. 당신이 도와줄 수도 있어요."

"어떻게 말이지?" 에르다가 물었다.

"들어갈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황궁으로 들어갈 방법을 말입니다."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없는 문제야."

"당신은 당신의 종족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자입니다." 그가 말하였다. "뭐 ‘그’를 제외하고는 말이죠."

"우리들 중 누구도 그처럼 강력했던 적은 없었어." 그녀가 말하였다.

"그 점이 항상 문제였었지. 그는 단순히 더 강한 정도가 아니야. 그는 다른 자릿수에 있는 자야. 괴물이지."

“정말이요?" 에르다의 말은 존으로하여금 웃음짓게 만들었다.

"영속자들 중에서도 일탈 그 자체이지. 당신은 우리가 왜 다같이 그를 막거나 억제하지 않았냐고 물었었지. 거기엔 많은 이유가 있어. 대부분은 사소하거나 사적인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함께 무리를 이루더라도 영속자들은 그의 힘에 대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 우리들은 많은 재능, 능력들을 가지고 있어. 우리들은 초월자이자 인류의 삶에 개입하여 그 흐름을 바꾸고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던 존재지. 우리들은 국가나 인간 개개인에게 있어서 가이드, 노잡이, 조종사 그리고 가르침을 주는 자들였었어. 하지만 그는 뭔가 달라. 변화의 엔진이자 역사를 써내려가는 힘이었지."


"신?" 그가 물었다.

"전혀 그렇지 않아. 가슴 깊이 그는 인간이야. 그는 개성을 가지고 있지. 그는 특성과 결함들을 가지고 있어. 당연하겠지만, 그 모든 것들이 증폭되어있지. 그는 정말이지 놀라운 존재야. 친절하고, 재밌어."

“정말이요?"

"그래. 재밌고, 재치가 있고,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열성적이고, 기민하고, 천재 그 이상의 영리함을 가졌고. 카리스마적이고, 헌신적이고 단호하지. 인생의 초반에는 그도 우리 모두가 하던 일들을 했었지. 그는 자신의 힘을 보았고 그것을 사용하려고 했지. 그는 인류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어. 그는 인류를 잠재된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왔어. 그리고 그의 힘 덕분에 당연하겠지만, 우리들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이었지."

"그것이 영속자들이 하는 일인 건가요?" 존이 물었다.

"그것이 그들의 정체인 건가요?"

에르다는 그를 바라보았다.

"존, 당신에게 솔직히 말하겠어. 난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영속자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나도 그중 하나지만, 난 모르겠어. 여기엔 여러 가설들이 있고 몇몇은 설득력이 있어. 내가 좋아하는 가설은 우리들이 인류의 다음 버전이라는 가설이야."

"그게 무슨 뜻이죠?" 그가 물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류라는 종은 일정한 모습으로 세대를 이어나갔지." 그녀가 말하였다.

"표준적인 필멸자들은 결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 하지만 개중엔 줄기를 벗어난 자들도 있었지. 매 세대마다 변칙적인 존재들이 나타나. 돌연변이들. 희귀한 재능이나 특성들, 스킬들을 가진 자들이었지. 그 중에는 사이커도 포함되지. 당신도 마찬가지야. 존. 외계인들이 당신에게 조작을 가하기 전부터 희귀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었지."

"제가 돌연변이라고요?" 존이 물었다.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당신은 유전적으로 이례적인 존재야. 모든 사이커들이 다 그렇지. 정상적인 기준치에서 튀어나온 무작위적인 다양성. 그것이 바로 종족이 진화하는 방식이야. 존. 종족은 그런 식으로 앞으로 나아가. 변이 유전자들, 때로는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도 해. 돌연변이들 중에서는 실패작이 존재하고 그런 존재들은 죽어나가. 몇몇은 우월하기도 해. 긴 부리. 강한 턱, 마주볼 수 있는 엄지손가락. 그런 우월적인 특성을 가진 돌연변이들은 살아남게 돼. 그리고 긴 부리와 강한 턱은 새로운 기준치가 되는 거야. 변이 유전자들이 살아남아 기준치의 일부분이 되는 거지."

"그리고 결국 종족이 변화하게 되면 더 이상 초기의 모습과 닮게 되지 않는다는 거죠?" 존이 말하였다.

"그래." 그녀가 말하였다. "진화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려. 영속자들도 참기 힘들 정도로 오래 걸리지."

"그렇다면 당신은 영속자들도 변칙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에르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최소 지난 4만 5천년의 세월 동안 나타난 영속자들은 비정상적인 우월성을 지닌 돌연변이들이라고 믿어. 가설은 우리들을 호모 슈페리어라고 불러야한다고 보고 있어. 그 전까지 매우 성공적이었던 호모 사피엔스의 다음 단계. 우리들은 인류라는 종이 선택한 다음 진화 형태 자체야."

"선택했다고요?" 존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들고 사과하는 듯이 말하였다. "방금 전 그 말은 잘못 말했군. 난 진화가 신의 계획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난 종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말하고 싶었어. 난 영속자들이 인류의 다음 세대의 초기 모습이라고 믿고 있어. 진화의 곡선 앞에서 나타난 극소수의 변칙적인 존재들. 그리고 난 그것이 자연이 따로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완전한 지성체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목적은 인류를 준비시키고 이끄는 것이라고 믿어. 인류 앞에 놓인 길을 살피고 노를 젓는거지. 우리들의 재능과 긴 수명을 활용해 인류를 미래, 즉 우리가 새로운 기준이 되는 시점으로 이끄는 거야. 호로 사피엔스가 결국 호모 슈페리어가 되는 시점으로 말이야."

"그리고 그게 당신의 종족들이 하는 것이라는 거죠?" 존이 물었다.

"보통은 그렇지. 대부분 개개인의 노력에 의해서 행해졌어. 극소수의 우리들 중 일부는 인류를 이끄는 일에 참여했고, 어떤 자들은 그렇지 않았지. 그런 자들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사용하고, 자신만의 삶을 위해 그 재능들을 쓰고, 자신의 변덕스러운 성격에 굴복하기도 했지. 우리들은 여전히 인간일 뿐이야. 우리들 중 몇몇은 이기적이고 몇몇은 소심하고, 어떤 자들은 배타적이고, 동정심이 부족해서 나머지 인류의 운명에 전혀 신경쓰지 않기도 해. 예를 들어 난 사이코패스였던 자도 알고 있어."

"그 이야기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존이 말하였다.

"아주 오래전 일이었지만, 시간 날 때 말해보도록 하지." 그녀는 생각에 잠긴 듯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자신의 역할을 아예 거부한 자들도 있어. 올라니우스가 대표적인 예지. 그는 내 생각엔 우리들 중 가장 오래된 존재일 거야. 그는 신들이 진짜로 보였던 시대에 태어난 탓에 신앙심이 매우 깊은 사람이었어. 그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했던 어린 시절로부터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였지. 올라니우스는 영속자들이 인간의 일에 끼어들어서는 안된다고 믿었어. 그는 인류를 이끄는 건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그는 옆으로 비켜선 채 자신의 삶을 계속 반복하며 살아왔어. 그런 삶을 택한 영속자는 그 남자만이 있는 게 아니야."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