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황량한 행성, 끝없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수 많은 제국의 병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탄식도, 비명도 이제 더는 남지 않았다. 그 잿더미 속에서 단 네 명, 서로 다른 이유로 살아남은 병사들이 잔해를 뚫고 몸을 일으켰다.


"살아 남은 사람이… 나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한 명이 헬멧을 벗으며 중얼거렸다. 이들은 서로 다른 소속이었으나, 정작 서로를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생존자란 이름 아래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신-황제 폐하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군."


최초로 말을 꺼낸 이는 황제교를 믿는 충실한 제국 근위대 병사였다. 그는 성호를 그으며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그 모습을 보며 또 다른 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위대한 신들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어."


그의 눈빛은 알 수 없는 희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자신을 감싸는 신들의 존재를 강하게 믿고 있었다.


"맞네, 위대한 존재께서 우리를 지켜보시고 계시지."


또 다른 병사가 나직이 말했다. 그는 주름진 대머리였다. 그의 황홀한 미소는 구원의 날을 기다리는 신도의 얼굴 그 자체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를 보탰다.


'신학적인 관점에서, 대의를 분석하는 자아성찰이군. 아주 훌륭해.'


이들은 서로가 같은 신앙을 신봉.하는 이들라고 굳게 믿었다. 서로를 오해한 채 격려하고, 힘을 나누며 유대를 키워나갔다.

이들은 캠프파이어를 둘러싸고 서로의 신앙을 이야기하며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네 사람은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신실한 동료들이야…’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신앙을 인정하며 폐허 속에서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