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k 충성파 나이트 로드if


나이트 로드는 인류 제국의 외각에서 암약하는 타락한 배신자들을 처단하는 집행자들이었다. 그들은 제국의 신체를 파먹는 기생충들을 솎아내고, 그것들을 말살하는데 특화된 챕터였다. 수십 척의 배틀 바지를 이끌고 다니며 유랑하듯 제국을 떠도는 이들은 황제와 인류를 배신한 해러시 당시의 생존자들을 척결하는 데 일생을 바치기로 맹세했다.


벌써 몇 달에 거친 추적 끝에 배신자 아스타르테스들을 한 위성 안으로 몰아넣는데 성공한 나이트 로드는 실로 오랜만에 찾아온 숙청의 밤이 도래했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그들은 각자 정밀하고 섬세하게 정비한 무구를 챙겨 배틀 바지에서 출격을 준비하는 드랍 포드에 올라탔다. 지표면 상으로의 공중 강하를 통한 급습은 나이트 로드의 장기이자, 뛰어난 강점이었다.


개벽하는 세상 위로 떨어지는 한 줄기 유성우들이 그대로 지면과 충돌했다. 강철과 기계 장치들로 이루어진 달걀을 닮은 형상은 그대로 깨지듯 열려 그 안에서 수 명의 나이트 로드 초인들을 바깥으로 꺼내었다. 그들은 박쥐 날개 장식을 단 강철로 온 몸을 덮은 탈로스의 거신상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나이트 로드들은 위성의 빈약한 대기와 저중력 상황에서도 어떠한 무리 없이 발걸음을 내딛였다. 반역자들은 위성에 위치한 레이더 기지 안으로 내몰린 상황이었고, 그들은 도망칠 함선마저 잃은 채 이미 정해진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선발대 격으로 출진한 나이트 로드 5중대장 아자토스는 그들의 장기이자 신성한 전통인 복스 스피커를 킬 수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레이더 기지의 벽면을 박살 내버린 드랍 포드의 낙하 덕분에 나이트 로드들은 바로 안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건물 안에서도 조금의 무리도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그들의 유전적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암안은 이런 환경일수록 빛을 바랬다. 볼터와 파워 소드로 무장한 병력이 선두를 잡았다.


철컥, 철컥, 규칙적인 갑옷 울림이 희미한 대기질을 통하여 울렸다. 아스타르테스의 헬멧에 부착된 청각 센서는 어떤 소음도 놓치지 않고 전달했다. 그들이 그리 크진 않은 레이더 기지의 안쪽으로 끊임없이 들어가는 와중에도 어딘가 어색할 만큼의 침묵만이 맴돌았다. 어떤 경계도 놓치지 않은 아스타르테스들의 행군은 이어졌다.

초인들의 덩치로는 아슬아슬할 복도를 지나자 레이더 기지 중심에 위치한 발전 장치와 거대한 대역 레이더 컨트롤 센터가 보였다. 5중대장 아자토스는 시커멓게 물든 어둠 속에서도 배반자 마린들이 준비한 치명적인 함정을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다.


한 줄기 광선이 정확히 복도를 나와 중앙 센터로 들어서려는 나이트 로드 마린들에게 직격했다. 초고온의 출력을 담은 라스 캐논의 일격은 라이브러리안이 불러 일으킨 사이킥 방어막과 충돌하게 플라즈마를 터뜨리며 사라졌다. 곧장 센터의 옆으로 흩어져 산개 대형으로 엄폐한 나이트 로드들은 배반자들의 공격에 노출되었다.


“2분대 3분대는 왼쪽! 1분대와 4분대는 오른쪽을 맡는다! 칸톤 형제는 배반자 사이커를 경계하시오!”


5중대 인원 중 내부 돌입을 맡은 4개 분대는 즉시 좌우로 흩어져 적의 화력을 양분하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볼터와 수류탄, 가끔 플라즈마가 터지는 불빛만이 잠깐의 시야를 밝히는 전부였다. 나이트 로드는 어둠 속에서 태어난 존재들 마냥 빛이 없는 것에 어떤 구애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신속하게 전진하며 어떤 배반자보다도 먼저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폭탄 하나가 터지자, 5중대장 아자토스는 진격을 멈춰야 했다. 헬멧에서 한 차례 걸러져 들어오는 섬광에 대한 반응 때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배반자들의 헤비 볼터가 강렬하게 불을 뿜으며 엄폐물들을 모조리 파괴하고 있었다. 함부로 모습을 내보였다간 설령 죽음의 천사라고 할 지라도 그 시신조차 수습할 수 없을 것이었다.


나이트 로드의 진격이 멈추자, 그들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적의 화력에 대한 파쇄보다는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 모색했다. 적의 요새화된 거점에 대한 공략은 나이트 로드의 주특기가 아니었다. 서전트 모랄레스가 환풍구를 제시했다. 레이더 기지는 위성에 부착되어 따로 공기 여과기와 공급 체계가 각각의 환풍구를 통해 연결되어 있었다.


스페이스 마린이 들어갈 만한 크기던가? 서전트 모랄레스?”


갑옷 입은 마린 하나 정도는 어떻게 들어갈 법합니다.”


한 명으로는 위험합니다. 캡틴. 적 사이커의 위치도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자칫하다 기습 대신 불필요한 피해만을 감당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전투 상황에서 벌어지는 현장 지휘는 신속해야 했다. 중대장 아자토스는 곧장 서전트 모랄레스에게 환풍구로의 진입을 명령했다. 그가 적의 거치된 헤비 볼터를 제거한다면, 뒤이어진 공격으로 배반자들을 소탕할 계획이었다. 나이트 로드는 언제나 준비된 습격자들이었다. 그들은 제트팩을 이용하여 모든 전장에서 활약했고, 심지어 비좁은 시가지와 건물 안에서도 효과적인 공습을 실행할 수 있었다.


서전트 모랄레스가 턱걸이를 하는 신병처럼 환풍구 위로 올라타 겨우 제 우람한 몸집을 구겨 넣었다. 그 자리에 있던 나이트 로드 중대원들은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며 찰나의 순간을 이용해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미소와 가벼운 언어로 가려진 그들의 이면에는 앞으로 들이닥칠 살인과 징벌에 대한 숨겨진 욕구가 내재되어 있었다.


헤비 볼터를 쏘아 대던 배반자들은 나이트 로드 측에서 반응이 없자 사격을 멈추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긴장하며 나이트 로드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어둠을 응시해야만 했다. 중대장 아자토스는 환풍구와 연결된 천장 부분에서 서전트 모랄레스의 플라즈마 피스톨이 번쩍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산소와 기타 화합물로 가득 찬 건물 안에서 복스 스피커가 우렁찬 소음을 자랑하며 울리기 시작했다. 플라즈마 피스톨에서 발사된 푸른 광채가 번뜩이며 헤리 볼터를 쥐고 있던 배반자 마린의 머리를 정확히 날려버렸다. 시커멓게 태워진 불꽃이 마린의 위에서 번쩍이고, 동시에 나이트 로드 마린들의 제트팩이 일제히 켜지며 양측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정의를 위하여! 질서를 위하여!”


거짓 황제에게 죽음을!”


배반자 마린 중 하나는 날개 달린 칼의 문장이 견갑에 그려져 있었다. 뛰어든 중대장 아자토스는 그 문양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그는 다크엔젤에게서도 나타나게 된 반역자의 운명에 쓰라린 미소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끝없이 전쟁과 혼란이 이어지는 작금의 시기에, 언제나 반역의 불꽃은 꺼지지 않은 채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너의 판결을 받아들여라 배반자! 너는 제국 법의 지엄함 아래 죽을 것이다!”


아자토스가 자신의 파워 소드를 휘두르며 다크엔젤 배반자에게 달려가자 검은색 도색으로 온몸을 칠한 검은 천사는 밤의 군주를 노려보았다. 그 역시 푸른 역장이 번쩍이는 파워 소드를 쥐고 달려오는 나이트 로드의 전사에게 맞섰다. 두 초인은 총알이 오가는 전장의 틈바구니에서 서로의 목을 노리고 검격을 주고받으며 역장끼리 맞부딪쳤을 때 터져 나오는 플라즈마 불꽃을 보았다.


어리석은 토대 위에 쌓은 법전 따위에 목숨을 거는구나! 네놈들의 거짓 황제가 그리 가르치더냐? 너희 황제가 신성으로서 새긴 법전을 경전 떠받드시 하는구나!”

황제가 쓴 법전은 한 구절도 없다 멍청한 반역자야!”


다크엔젤 반역자의 말에 발끈한 아자토스는 제 파워 소드로 건물의 네오콘크리트 합성물을 잘라내어 반역자의 얼굴로 후려쳐 투척했다. 반역자는 제 얼굴로 날라오는 파편에 당황하여 자세가 흩트려 졌으나, 오히려 제국에 충성하는 나이트 로드의 마린이 한 말에 더욱 큰 곤혹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황제의 개가 무어라 하는 것이냐?!”


황제에게 신앙하는 자들을 찾고자 한다면 잘못 찾았다! 반역자! 넌 제국 법의 수호자 콘라드 커즈의 아들들의 칼날 아래에 심판 받을 것이다!”


아자토스의 파워 소드가 정확히 다크엔젤 반역자의 흔들리는 자세를 파고들어 오른쪽 다리 관절을 베어냈다. 출력이 끊겨 들어가는 힘의 크기가 달라진 다크엔젤 반역자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방어 자세를 유지할 수 없었다. 번쩍이는 역장의 푸른 섬광과 함께 목을 베어낸 검은 지글거리며 역장 위에서 타오르는 피로 붉게 물들었다.


범죄자들에게 죽음을! 그럼으로 정의를!”


속수무책으로 나이트 로드의 공포 전략에 휘말린 반역자 마린들은 파괴적이고 치밀한 나이트 로드의 공격 아래에 하나 둘 목이 잘려 죽어가기 시작했다. 포로따위는 잡지 않는다는 철칙 아래에 모조리 효수 당해 목이 잘려 나간 반역자들의 머리가 헬멧에서 벗겨졌다. 살을 녹이는 화학 물질에 담궈진 머리들이 백색 두개골이 된다면 그것들은 엄중한 절차 아래에 포장되어 각자가 배신했던 챕터나 인퀴지터에게로 배송될 것이었다.


그것들은 챕터에서 배반자들의 최후로 알려지는데 사용될 것이며, 인퀴지터에게로 들어간 두개골들은 제국 대법원의 사형장을 장식하는 유골들 중 하나가 될 것이었다. 치열했던 위성에서의 전투가 끝나고 나이트 로드들은 그들의 집행검이 범죄자들의 피를 머금은 것에 만족했다.



나이트 로드에게서 온 것인가?”


그렇습니다. 챕터 마스터. 그들의 인장이 찍힌 배송물로 도착해 있었습니다.”


잘려 나가 인간의 순백색 본질을 상징하는 백색 두개골이 담긴 상자를 보며 다크엔젤 챕터의 챕터 마스터 아즈라엘은 복잡한 심경을 감추기 어려웠다. 나이트 로드의 지독한 반역자 숙청은 퍼스트 파운딩이라면 모를 챕터가 없었으나, 그들이 이렇게 처형한 배반자들을 원래 챕터의 소속으로 보내는 경우가 문제였다.


나이트 로드가 따로 덧붙인 말이 있던가?”


없었습니다. 그저 두개골만이 왔을 뿐이지요.”


그들이 무언가 눈치챈 것 아니겠습니까?”


폴른에 대한 비밀을 숨겨야 하는 다크엔젤의 입장에서 이렇게 도착한 반역자의 증거는 곤란한 문제 그 자체였다. 나이트 로드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이렇게 보내진 두개골의 주인은 누구인가? 숨기고 싶은 폴른인가 아니면 그저 챕터의 의지를 배반한 더러운 협잡꾼인가? 나이트 로드는, 과연, 폴른에 대해서 눈치챘을 것인가?


그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들 중 일원을 붙잡아 비밀을 파헤쳐야만 합니다!”


아즈모다이의 말에 아즈라엘은 침통한 안색을 띄웠다. 지나치다 할 정도로 복잡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