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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말은 계속되었으나, 세바스티브는 그의 어조에서 자신감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 ‘우리는 이제 이 재판을 결정짓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이에 선고하고자 한다. 황제폐하의 이름으로 그리고 그분의 이름을 받드는 보스트로얀 퍼스트본의 명예로운 전통의 이름으로. 나 보고르 블라스탄 장군은 제68보병연대 5중대의 대위, 그리고리우스 세바스티브에게 선고한다.’


  세바스티브는 격식에 맞추어 12군 사령관에게 경례를 올려붙였다.


  ‘대위 세바스티브.’ 장군이 말했다. ‘그동안 12군의 많은 훌륭한 장교들은 그대의 야전임관을 알렉소스 듀브린 소령이 저지른 통탄할만한 실수라 평해왔다. 물론 많은 상급 지휘관들 또한 이를 사적인 친분에 힘입은 잘못된 처사라 평해왔지. 이러한 잘못된 행위는 퍼스트본 내에 있어서는 안 되는 실태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듀브린 소령을 우리가 심판할 수는 없으나, 그대는 다르다.’


  세바스티브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피고인석의 난간을 짚었다. 난간을 붙든 두 손은 새하얘질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토록 거슬려하던 나를 처리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겠지.


  ‘물론, 자네의 잘못된 임관문제는 본 법정의 판결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지휘관의 자리에 앉은 자는 명령계통에 따라 상부의 지시를 따르고, 아래의 하급자들을 올바르게 통솔해야할 책임을 지고 있다. 이러한 책임은 특히 상급자들을 대할 때 더욱 중히 여겨져야만 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 나는 대위가 저지른 모든 위반행위가 잘못된 임관에서부터 유래했다고 판단한다.’


  ‘장교단의 일원으로 복무하면서, 그대는 내내 잘못된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마치 그대의 직위가 휘하의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 주어진 것이라는 듯이 행동했지. 이 자리를 빌어 나는 확실히 말한다. 그것은 실로 잘못된 환상이었다. 장교의 임무란 단순하고도 확고한 것이다. : 설령 그 어떤 손실이 따른다하여도 상급자의 명령을 확고히 이행하는 것. 이에 따르는 모든 희생과 고통, 손실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부하들의 목숨을 그 어떤 것보다 중히 여기는 그대의 태도는 의심할 바 없이 자신의 직위에 주어진 책임과 명예, 무엇보다도 그대보다 훨씬 뛰어난 혈통과 지성, 판단력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의무를 방기한 행위였다.'


  날카로운 소리가 대전당을 울렸다. 세바스티브의 눈동자가 재빨리 소리의 진원지로 향했다. 석고상과도 같은 거인이 블라스탄 장군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장군의 연설을 방해한 것은 그 옆에 자리한 늙은 노파였다. 노파는 지고 있는 지팡이의 쇠굽으로 바닥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다.




  긴 침묵의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세바스티브는 노파의 시선 아래 장군이 고통 받는 것을 지켜보았다. 노파는 마침내 시선을 세바스티브에게 돌렸다. 장군이 늘상 취하고 있던 오만한 태도는 이제 완전히 시들어있었다.


  ‘언급했듯이,’ 불편하게 몸을 비틀던 장군이 입을 열었다. ‘이는 군사 평의회의 의견이기도 하다. 그리고리우스 세바스티브 대위, 그대는 지속적으로 휘하 가드맨들의 안위를 12군 전체의 이득보다 중히 여기는 잘못을 반복해왔다.’



  다시 한 번 날카로운 쇳소리가 법정을 울리고, 장군의 연설이 끊어졌다. 블라스탄 장군의 눈동자가 자그마한 노파를 향했다.


  ‘옥좌시여,’ 간신히 입을 뗀 장군은 무슨 일인지 다음 말을 꺼내는 데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명예로운 부인, 내리신 칙령은 잊지 않았으니 부디 선고를 계속할 수 있도록 양해해주십시오.’


  이에 대한 답변으로 노파는 어린아이와 같은 작은 손을 들며 후드 아래 깊숙이 감춰진 고개를 끄덕였다. 세바스티브는 왠지 그녀가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평의회의 일부 의원들은 그대의 잘못된 행위가 퍼스트본 모두의 깊은 존경심을 사고 있던 막심 카바노프 대령의 죽음에도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평하고 있다. 분명 그대는 평생 동안 진급권한을 박탈당해야 마땅하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다 평하는 이들도 있다. 실로 모든 계급을 박탈당하고 수감되어야 마땅한 중죄이다.’



  이번엔 블라스탄 장군이 발코니 위에서 내려꽂히는 시선을 피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허나,’ 장군은 선고를 계속했다. ‘바란과 오슬리어를 잃은 이후로 분리주의자들과 반역자들을 상대로 하는 다닉스 행성의 싸움은 극적인 전환을 맞았다. 12군은 이제 양면전선을 맞이하여 강한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번 전역은 12군 사령부보다도 더욱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는 상급기관들의 주의를 사고 말았다. 이로 인하여, 본 법정은 중요한 전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포로와 장치를 성공적으로 확보하고, 장구히 이어져 내려온 명예로운 연대의 생존을 지켜낸 그대의 성과를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


  깊은 실망감을 나타내듯 장군의 인상은 단단히 구겨져있었다. ‘또한 정치장교 카리프의 증언 또한 묵과할 수 없다. 정치장교는 본 법정에서 그대의 용기와 신실함, 전장에서의 활약을 증언하였다. 이 모든 사항에 보스트로얀 군정 바깥에 위치한 상급기관의 권고사항까지 종합하여, 본 법정은 그대에게 대위의 계급을 유지할 것을 선고한다.’


  ‘이에 더하여, 그대에겐 현재 주어진 책임에 맞는 직위 또한 필요하다. 이에 본 법정은 그대에게 제68보병연대 잔존병력의 지휘권을 내린다. 이 결정은 보다 적법하고 뛰어난 장교가 그 자리를 대체할 때까지 유효할 것이며, 교체 지휘관이 선발될 시 그대는 본래의 직위인 5중대장으로 즉시 강등될 것이다.’



  평의회의 판결에 참관인들이 일시에 소란스러워졌다. 그를 위해 증언해주었다는 사실에 충격 받은 세바스티브는 정치장교의 모습을 찾았으나, 그는 이미 자리를 뜬 뒤였다.


  세바스티브는 발코니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발코니 위의 두 사람도 이미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목청을 가다듬은 블라스탄 장군이 입을 열었다. ‘세바스티브 대위, 집중하라.’


  세바스티브의 시선이 장군의 시선에 맞닿았다.


  ‘그대 휘하의 병력은 현재 도시의 남동지구, 11가에 임시 주둔하고 있다. 참모부에서 필요한 지리정보와 운송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현재 68보병연대의 잔존병력은 총 29명으로 파악되었다.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곧 배치를 앞두고 있으니 당분간 보충 병력은 없을 것이다.'


  수 시간 만에 처음으로 세바스티브가 입을 열었다. ‘배치라니요?’


  재판정에 판사로 자리하고 있던 장교들이 다급히 장군에게 무언가 신호를 보냈다. 그들 또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장군의 의자가 바람 빠지는 듯한 큰 소리와 함께 거미와도 같은 사지를 뻗었다. 완전히 일어선 기계의자 위에 얹힌 블라스탄 장군의 시든 살덩이들이 흔들렸다.


  조소를 가득 머금은 장군의 입술이 삐딱하게 치켜 올라가 있었다. ‘자네는 언제나 장교에 걸맞지 않게 짤뚱맞았지, 세바스티브. 자네도 알고 있다시피, 지휘관이란 부하들이 우러러볼 수 있는 자여야 마땅하단 말이야.’


  답변대신 세바스티브는 블라스탄의 시선을 마주 받았다.


  장군의 입가에서 조소가 사라져갔다. ‘그래, 배치라네. 뭐, 그 꼴로 연대라고 부를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68연대는 일시적으로 상급기관 휘하로 배속되었다. 자네도 곧 알게 될 게야. 적어도 한동안 자네는 내 골칫거리가 아닌 셈이지.’


  의자를 조작하기 위해 숨을 삼킨 장군은 미끄러지듯 전당을 빠져나갔다. 세바스티브는 할 말을 잃은 채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참모 장교 중 한 명이 그가 피고인석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안내했다.


  상급기관이라고? 뒤틀린 황천에 빌어먹을 이게 다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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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어는 바로 영창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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