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번째 천년기 전쟁과 멸종의 공포는 과거의 유산으로 돌아갔고 인류는 분쟁의 시대를 마치며 통합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TV에서는 연일 승전보가 들려왔고 시가행진과 개선식을 보며 제국민들은 벅찬 감격을 느꼈다.

블라니우스도 그중 하나였다. 블라니우스는 어린 시절을 비열한 제노의 지배하에서 보냈는데 그의 행성 블개리아-7은 블러드 엔젤이라는 스페이스 마린 전사들에 의해 해방되었다. 그 아름다운 천사와 같은 전사들이 황제폐하의 뜻에 따라 블개리아-7에 강림하며 탄압받는 인류를 해방했던 순간을 그는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도 그분들처럼 사악한 제노로부터 인류를 지키겠노라 생각하며 스페이스 마린을 보고 입대를 결심하였다.


[제국은 당신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마린 모병 사무소에 문의하십시오.]


"그래 어쩌다가 스페이스 마린을 지원하게 되었지?"


면접관으로 앉아있는 세명의 마린중 한명이 물었다.


"저의 어린시절은 제노의 핍박으로 가득차있었습니다. 형제, 이웃, 수많은 행성민들이 질병과 굶주림으로 죽어갔고 인간은 제노의 장난감으로 다뤄지며 저항하는 이들은 끔찍하게 죽어갔습니다..."


블라니우스는 감정이 격해져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이 행성을 해방시켜준 제국에 목숨을 바칠 생각입니다. 그것이 제가 받은 여분은 삶을 세상에 갚을 방법입니다."


"훌륭한 마음가짐이군"


"..."


"..."


여러 차례 사소한 질문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지"


"강력한 전투력, 냉정한 판단력, 전술적인 지식.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이 세가지 중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그 근거는?"


블라니우스는 긴장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야말로 나에 대한 진정한 평가일 것이다.


"..."


한참을 고민하던 블라니우스가 답을 내놓았다.


"전술적인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투력과 판단력도 역시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쟁은 큰 국면을 보고 결정한 전략적 목표를 두고..."


[쾅]


갑자기 마린 한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럴 듯한 소리를 하고 싶어하지만 조잡하군... 국면? 전략? 자네가 허영심 가득한 소리나 하면 뽑아줄거라 생각했나? 우리가 뭘 하는 자들이라고 생각하는거지?"


마린 특유의 중압감이 블라니우스를 압박했다. 허나 그는 눈을 피하지 않고 그 마린의 눈동자를 마주쳤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마린이 갑자기 기세를 거두어들였다.


"하아... 하아..."


"합격"


"예?"


"우리와 함께하게 된 것을 환영하네 블라니우스 형제"


블라니우스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머리에 피가 돌아오면서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했고 벅찬 희열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형제.... 어..."


"아! 우리의 소개가 필요하겠군!"


세명의 마린이 헬멧을 벗었다.


[큽....]


블라니우스는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틀어막았다.

세명의 마린은 대머리였다. 기억속의 스페이스 마린과 너무나도 다른 이미지였다. 그가 보았던 마린은 아름다운 외모에 찬란한 금발을 지닌 이들이었고 이들처럼 대머리 세명이 나올것이라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기에......


"아... 음... 어..."


블라니우스는 웃음을 참기위해 얼굴을 찡그리며 자신의 실수를 어떻게 수습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자신이 얼굴을 찡그린 이유를 저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이 아까의 압박면접보다도 힘들다. 면접관으로 나올 짬의 선임을 비웃었으니 앞으로의 군생활은 죶된 것이다. 제노와 싸우라고 명하면 지금 당장 맨몸으로라도 달려들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은 대처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하지...


"허허... 괜찮네 형제"


최선임으로 보이는 대머리... 아니 마린이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우리는 형제라네. 형제는 서로 즐거이 웃으며 고통도 즐거움도 함께 나누지. 아스타르테스로서의 의무로 묶인 형제인 것이 아니라 피를 나눈 형제보다도 더 진한 형제애로 우리는 결속되어 있다네."


이런 친절한 분들을 머리로 비웃었다니... 블라니우스의 마음이 죄책감에 휩싸였다. 더이상 이들의 머리는 우습지 않았다.


"다시 우리의 소개를 하지"


"..."


"나는 알파리우스라고 하네. 이 친구는 알파리우스. 이 친구도 알파리우스지."


"??????"


블라니우스가 당황했다.


"의문이 가득한 표정이군. 우리 리전은 일체감을 상징하는 리전이라네 사실 이 친구의 본명은 잭슨 브루보, 이 친구는 안드레아스라고 하네. 하지만 일체감을 알파리우스라는 이름으로 통일해서 부르지. 그리고 나는..."


"..."


"... 알파 리전의 프라이마크 알파리우스. 이 이름의 원래 주인이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리전의 최상급자인 프라이마크라는 분이 이런 면접자리까지 참여하고, 일체감을 위해 대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나누어주며, 일개 필멸자의 실수를 용서하는 훌륭한 인품까지 지녔을 줄이야. 아직 정식으로 마린이 되진 않았지만 그에 대한 충성심이 가득해진 블라니우스였다.


"......자네를 비롯한 새 형제들에 대한 환영식을 할 걸세 일단 그 전에..."


알파리우스는 블라니우스를 흉악해보이는 수술대로 안내했다. 이곳에서 스페이스 마린 수술을 하는 것인가?


"스페이스 마린 수술은 혹시 알파리우스 형제님께서 직접 집도하시는 겁니까?"


수술대에서 몸이 결박된 블라니우스가 물었다.


"아닐세 마린 수술은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체력이 붙은 이후 실시한다네. 이건 우리 리전의 의식이지"


그 말에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 블라니우스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의식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이걸로 자네의 모!근!을 제거할 거라네. 우리 리전의 일!체!감!을 위한거라네"


알파리우스의 눈이 광기로 빛났다.


"네?"


[위잉~~~]


순간 모근 제거기가 블라니우스의 두피로 파고들었다.


"으아!! 으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