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파로스
“그리고 신의 명령이 있기를, ‘빛이 있으라’ 하셨도다.”
“그리하여 빛이 있었고, 그것은 선하였도다.”
— 금서로 지정된 ‘창조 신화’, 원(原) 카테릭 교리 [통합 전 기록물]
(성경의 창세기 1장 3절을 변형)
단티오크, 아이언 워리어의 워스미스는 파로스 산 정상의 차가운 방에서 길리먼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신호의 지연도, 왜곡도 없었다. 울트라마의 군주의 모습과 음성은 마치 실제처럼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었다. 마치 같은 방을 공유하고 있는 것만 같았지만, 길리먼의 음성에는 메아리가 섞이지 않았고, 그의 입술에서도 입김이 나오지 않았다. 이는 곧, 그가 있는 공간은 이곳보다 더 좁고 따뜻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용서하십시오, 전하.” 단티오크가 말했다. 그는 장갑을 두른 손을 내밀어 길리먼의 가슴께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순간, 약간의 저항이 느껴졌고, 손끝이 길리먼의 형체를 스치자 미세한 빛의 잔물결이 퍼지듯 그의 형상이 흔들렸다.
단티오크는 손을 거둬들였다.
“죄송합니다.” 그가 말했다.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보이셨습니다.”
“소타에 있다고 했나?” 길리먼이 물었다. “이 거리에서 이렇게 교신이 가능한 것인가?”
단티오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현재 파로스 구조물의 가장 높은 위치인 ‘주요 위치 알파(Primary Location Alpha)’라 불리는 방에 있습니다. 3주 전, 이 시스템을 시험 가동하였고, 2주 전부터 연속 작동 중이었습니다. 이후, 교신 연결을 시도해 왔습니다.”
길리먼은 감탄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오늘 밤 처음으로 자네의 빛을 목도했네.”
“정확히는 구조물의 정렬이 완료된 시점부터 보신겁니다.” 단티오크가 설명했다. “이 덕분에 지금처럼 대화할 수 있는 것이지요.”
“신호가 마치 별과 같군. 새로운 별 말일세.”
“이 연결점을 통해 저희에게 전송 가능한 데이터를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티오크가 말했다. “수신 상태를 보다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면, 연결을 더욱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워스미스, 이건 우리가 감히 꿈도 못 꿀 수준의 기술일세.” 길리먼이 말했다.
“우리의 꿈이 아니긴 하지요.” 단티오크가 대답했다. “이것은 오래전에 존재했다가 사라진 자들이 남긴 꿈입니다. 그러나 전하께서는 그 가치를 간파하고, 그 가능성을 상상하며, 제게 이 비밀을 풀어낼 기회를 주셨습니다. 이 비전(vision), 문자 그대로도, 은유적으로도,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 전하.”
소타는 은하계 동부 변방 끝자락에 자리한 먼 행성이었다. 그것은 그라이아(Graia)나 탄드로스(Thandros)보다도 더 바깥쪽에 위치해 있었으며, 오백 세계의 영토를 넘어서, 제국의 경계조차 위태로울 만큼 끝자락에 가까웠다.
그보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워프 항해 기준으로도 울티마 세그멘툼(Ultima Segmentum)의 가장자리이자 인류 은하의 경계였다. 그곳을 지나면 별과 항성이 점점 줄어들며, 마침내 아무런 빛도, 열도 존재하지 않는 끝없는 우주 공허가 펼쳐지는 것이었다.
소타는 그 자체로 보석과도 같은 세계였다. 은하 동부 변방에서 발견된 몇 안 되는 테라와 유사한 생태계를 가진 행성 중 하나였으며, 생명력 넘치는 바다와 울창한 산악 숲 지대를 품고 있었다. 단순한 수준의 동물군, 조류와 곤충은 존재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더 높은 단계의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또한, 외계 종족의 탐사나 식민화의 흔적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길리먼과 울트라마 탐사 함대는 이 행성을 매우 이례적인 존재로 여겼다. 기술의 황금시대 동안 확장을 거듭하던 인류가 정착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형 중 하나가 바로 희귀하고 소중한 테라 유사 행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타가 당시의 대확장주의자들에게 간과되었거나 발견되지 못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인간의 흔적은커녕, 한때 존재했다가 사라진 폐허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조사단은 소타의 장엄한 산맥 중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인 파로스 산(Mount Pharos)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 소타에 대한 본격적인 식민 계획은 보류되었고, 대신 농업 식민지 하나만이 허가되었다. 이는 파로스 산에 배치된 고고학자들과 제노 문화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와 함께 울트라마린 제199전대가 소타에 주둔하는 영구적인 방위대 역할을 맡게 되었으며, 행성 자체는 제한 구역으로 분류되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것이 127년 전이었다.
단티오크는 저녁 무렵, 절벽 끝에 서 있었다. 그때, 방위대 소속 울트라마린들이 다가와 마침내 교신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보고했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었다. 파로스의 고대 시스템—그 거대하고 불가해한 양자 펄스 엔진들이 가동된 지도 벌써 2주가 지나 있었다. 단티오크는 자신과 동료들이 이 유물의 용도와 목적을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기 시작했던 참이었다.
이곳의 늦은 오후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숲과 먼 바다 위의 빛이 점차 기울며, 절벽 뒤편 정상부의 틈새로 희미한 환영의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때가 바로 파로스 구조물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마침내 징후가 나타났다는 말인가?” 그가 물었다.
울트라마린 중 한 명, 아르쿠스(Arkus)라는 서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두 명의 젊은 스카우트 대원과 함께 있었다. 제199 전대는 소타에서의 장기 주둔을 나름의 긍지로 삼고 있었고, 그들만의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
그들은 자신들을 아이기다(Aegida), 즉 '방패'라 칭하며, 군단의 궤도 본부에서 작전을 수행해 왔다. 그들은 또한 자신들만의 부대 상징을 채택했으며, 두 스카우트 대원도 그것을 견갑에 새기고 있었다.
“징후가 있습니다, 단티오크님.” 아르쿠스가 말했다. “음향 공간에서… 이상한 소리가 감지되었습니다.”
“드디어.” 단티오크가 중얼거렸다.
그는 바위 절벽을 천천히 걸어, 산 내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갔다. 그의 거대한 철갑 몸체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엄청난 부담을 견뎌내야 했고, 그로 인해 새어 나오는 거친 숨소리를 더는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는 초인적인 한계조차 뛰어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 존재였으며, 황제께 맹세코, 그는 그 망할 한계를 견뎌내고 있었다.
거대한 눈구멍처럼 산사면에 뚫려 있는 거대한 개구부의 문턱에 서서, 단티오크는 다시 한번 저녁 하늘을 돌아보았다. 높은 구름 너머로 파멸풍의 사악한 교란이 감지되었다. 그것은 보통 밤에 더 뚜렷이 보였지만, 대낮에도 우주를 가로지르며 일렁이는 왜곡된 워프 경련과 파동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파멸풍이 시작된 계기는 28개월 전의 칼스 전투였다. 그 끔찍한 영향은 순식간에 세그멘툼 울티마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울트라마의 오백 세계 전체를 집어삼켰다.
폭풍의 영향이 정확히 어디까지 퍼졌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은하 전체가 그 영향 아래 있다고 주장했다. 확실한 사실이 있다면 이로 인해 오백 세계는 극도로 위험한 시도를 제외하고는 항해가 불가능해졌으며, 교역과 통신이 붕괴되었다는 것이었다. 울트라마는 하나의 독립적이고 이상적인 통치 구역으로서는 완전히 붕괴되었으며, 동부 변방에서 세그멘툼 중심부, 그리고 테라로 향하는 모든 항성 간 항로가 차단되었다. 은하는 사실상 두 개로 갈라져 버린 것이었다.
바라바스 단티오크—제IV 군단 아이언 워리어의 워스미스—는 여러 의미의 반역자였다. 그는 옥좌와 테라에 반역한 자였다. 그의 군단이 그 선을 넘고, 이단자 워마스터 호루스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군단에도 반역한 자였다. 아이언 워리어를 버리고 충성파와 함께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갈라진 제국 속에서 충돌하는 충성심의 포위망에 갇혀 있었다.
물론, 아이언 워리어에게 포위당하는 상황은 어느 편에 속하든 익숙할 터였다. 제VII 군단 임페리얼 피스트를 제외하면, 요새 구축과 공성전에 있어서 아이언 워리어를 능가할 군단은 없었다. 단티오크는 이 내전이 끝나기 전에 IV 군단과 VII 군단의 비교되는 기술적 우수성이 궁극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실, 호루스의 반란으로 인해 제국의 도덕적 가치가 이미 송두리째 뒤집혀 버렸으니, 오랜 경쟁 관계가 전쟁으로 시험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낭비일 터였다.
그의 공성전술(siegecraft)에 대한 탁월한 실력과 황제에 대한 확고한 충성심 덕분에, 단티오크는 울트라마의 군주들에 의해 발탁되었다. 그가 맡은 임무는 제국이 지금껏 맞이한 최고의 비상 대책— 이건 어쩌면 제국이 겪을 두 번째로 큰 이단일 수 있다—을 구축하고 방어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그가 마크라그와 울트라마의 주요 행성들의 물리적 방어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그의 전문 분야였으니까.
그러나 복수하는 아들이 그에게 소타에 감춰져 있던 오랜 비밀을 공개했을 때, 단티오크는 깨달았다. 울트라마와 같은 소규모 제국의 생존은 단순히 물리적 방어를 강화하는 데 있지 않았다.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 제국이 어떻게 기능하고 유지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그는 로부테 길리먼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소타는 단순히 파멸풍의 분노를 피해 숨는 것이 아니라, 그 폭풍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었다.
단티오크는 지난 아홉 달 동안,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진했다. 소타의 비밀을 풀어내고, 이 행성이 간직한 심연의 시간 속 유산을 활성화하는 것이 그의 사명이었다.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타 등대가 개쩌는거였구나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