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까마귀의 군주가 누구인가요?”


세바타는 숨을 들이켜 소녀의 목소리가 자신의 몸 주변을 에워싼 어둠을 씻어내게 두었다. 소녀의 목소리는 내면을 태우는 불길을 꺼뜨렸다. 꿈속에서 들리던 죽은 자들의 목소리 가운데 그 무엇도 하지 못했다. 다른 것들은 이렇게 고통을 덜어주지 못했다.


꼬마, 내 머릿속에서 그걸 읽었나?”


아뇨, 정말로 아파할 때 마지막으로 그 말을 하는 걸 들었어요. 크게 신음하면서요. 까마귀의 군주가 누구인가요?”


나다. 내 형제들이 나를 그렇게 불렀지.”


까마귀가 뭔가요?”


가장 이상한 걸 묻는군.”


세바타는 통증이 느껴지는 눈을 감고 피 묻은 엄지로 눈꺼풀을 지그시 눌렀다.


까마귀는아니다, 네 고향 행성이 어디지?”


테라요.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 1군단이 절 데려갔어요.”


, 지구 출신이었나, 이거 영광이로군. 네가 지구에서 나고 자랐다면, 새가 뭔지는 안다고 봐도 되겠지.”


,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까마귀는 새인가요?”


검은 깃털과 눈을 가진 새지. 시체를 먹고 무리를 지어 날면서 깍깍댄다.”


그럼 왜 새들의 군주인가요?”


세바타의 말라버린 목에서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포스 필드에 머리를 기대며 뒤통수를 통해 울리는 성난 윙윙거림을 느꼈다.


칭호다. 나와 형제들이 나누던 농담이었지. 까마귀는 시체를 먹고난 아주 많은 시체를 만들었으니까.”


죽은 소녀가 한동안 침묵했다. 세바타는 말이 없더라도 마음 뒤편의 소녀를 느낄 수 있었다. 소녀의 존재는 보이지 않는 탐조등이 훑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자신은 유령의 보이지 않는 시선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제게 거짓말을 하나요, 제이고?”


아니다, 꼬마. 사실이긴 하지만 전부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세바타는 갈라진 입술을 핥으며 피 맛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충분한 사실이다.”


소녀의 존재가 그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다시 침묵했다. 세바타는 감옥 안의 견고한 어둠 속에서 지켜보는 시선을 느꼈다.


몇 분 후 그가 물었다.


알타니?”


고향이 어디인가요?”


폐로 들이마신 숨에 자신의 시큼한 땀내가 곁들여졌다.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씻도록 허가되지 않았다.


사라졌다. 죽었지. 몇 년 전에 파괴되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노스트라모. 무법천지이자 해가 뜨지 않는 곳. 그 곳이 파괴된 이유는 죄악이 아니라 우리가 무고하게 유지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별들 사이로 나아가자 세워놓았던 법규는 무너졌고, 나의 아버지는 절망적인 당혹감 속에서 자신의 실패를 나타내는 증거를 태워 버렸다.”


당신의 아버지가 행성 전체를 죽였나요?”


그 분 혼자서 한 일이 아니다. 모든 함선들이 우리의 모성에 포격했다. 나는 나이트폴호에서 사격 명령을 내리던 그 분을 보았다. 우리는 내가 태어난 도시에 죽음을 퍼부었다. 알타니, 행성이 죽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아뇨, 전혀요.”


이제 세바타는 기억의 열기 속에서 집중하며 거의 숨을 쉬지 않았다.


아름답지.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아름다워. 내 모성이 불타던 밤만큼 자극적인 모습은 전혀 본적이 없었다. 창조의 역행이었다. 지반을 뜯어내고 불로서 은하 그 자체가 만들려 애썼던 생명을 지워버리며 우주의 근간을 해체했다. 부서진 지각의 틈새로 행성의 불타는 피가 보였지.”


침묵이 그의 반역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는 반역자들 가운데서도 반역자였고, 마침내 스스로 그 점을 인정했다.


마침내 말을 꺼낸 죽은 소녀의 목소리는 훨씬 부드러웠다.


제이고, 전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이 복잡한 은하에서 나는 그저 일개인일 뿐이기 때문이지. 이제 제국은 불타고 있고, 호루스의 야망과 황제의 위선이 빚어낸 참호 속에서 수십억이 죽어간다. . 그들과 함께 심연으로 떨어지는군. 나는 양쪽 모두에게 침을 뱉겠다. 그들은 우리를 밤의 군주라 부르지. 어둠속의 고귀함. 그게 우리가 탄생해야 할 방향이었다. 나는 개인에게 신세를 진 군인이 아니다. 나는 정의이자, 심판이며, 응징이다.”


그건 당신이 아니라 그렇게 되길 원한 것이죠. 그렇게 되었어야 했지만.”


난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럼 이제 누가 당신을 심판하죠? 누가 처벌하나요?”


세바타가 대답하기 전에 소녀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제이고, 당신은 어느 쪽에 있나요?”


세바타는 차가운 돌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무시했다.


난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았다.”


다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둘러대는 데 익숙하군요. 전 왜 멈췄는지 알 것 같아요.”


씩 웃는 세바타의 표정은 칼날과도 같았다.


알고 있나?”


당신은 여기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저지른 모든 행동에 대한 정의로서 말이죠. 그랬기에 머릿속에서 뇌가 썩어가는 와중에도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있어요. 그걸 스스로에 대한 형벌로 받아들이면서.”


그는 한 동안 답할 수 없어 받아들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그저


소녀가 말을 잘랐다.


누군가 와요.”


그리고 그의 머리를 꿰뚫는 창 같은 깜박임과 함께 사라졌다. 귀에서도 조금 전의 코피마냥 진한 피가 흘렀다.


위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조명.”


그는 조명이 깜빡이기 시작하자 눈을 감아야 함을 알고 있었다. 유전적으로 강화된 그의 시각도 암적응 상태에서 갑자기 밝은 빛을 쬐면 마비되었다. 바로 저번에 조명이 켜질 때 눈을 감지 않았을 때는 그로부터 몇 시간을 망막의 허상과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파워필드가 퍽 하며 꺼지고 동력 작동이 멎었다. 감옥의 문이 삐걱대며 열리자 세바타는 눈을 감고 바른 자세로 앉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자신의 약점을 보아서는 아니 되었다. 자신이 얼마나 고통을 겪는지 보아서는 절대 안 되었다.


세바타는 자신을 잡은 이들에게 녹슨 칼날만큼이나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벌써 식사 시간인가? 참으로 호화스러운 대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