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타는 자신을 잡은 이들에게 녹슨 칼날만큼이나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벌써 식사 시간인가? 참으로 호화스러운 대접이군.”
다크 엔젤들이 답하지 않은 건 오래 전부터였다. 침묵 속에서 문가에 선 그들의 파워 아머가 진동하면서 매 움직임마다 접합부와 신경계가 진동했다. 세바타는 눈을 뜨지 않아도 두 명이 자신의 머리로 볼터를 겨누고, 둘 사이의 다른 한 명이 바닥에 영양죽이 담긴 그릇을 내려놓으려는 참임을 알 수 있었다. 무기를 손질할 때 쓴 기름 냄새와 더불어 기사도적 의식에 쓰인 향내도 풍겼다.
세바타는 그들에게 말했다.
“요리사에게 내 불만을 전해주게나. 저번 식사가 가장 나았군.”
볼터 두 정이 주인의 어깨에 밀착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상황에서도 미소 짓는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다.
“흠, 이건 새로운걸. 날 겨누는 이유라도 있나?”
“들어서기 전에 이야기 하는 소리를 들었다. 뛰어난 고문술사가 갇혀 있는 동안에도 웃을 만큼 네 광기가 이토록 빠르게 진행되었나?”
“그럼 그런가 보군.”
“누구와 이야기 했나, 세바타?”
“나와 같은 방을 쓰는 유령들이네. 자네도 홀로 이렇게 오래 있다면 동료를 불러내게 마련이지.”
“다시 피가 흐르는걸 알고는 있는가?”
“그랬나? 걱정해 줘서 고맙네, 사촌이여.”
“걱정이 아니다.”
“알고 있네. 프라이마크 라이온께서 예의를 물려주신 군단에서 나온 이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지. 이제 먹어도 되겠나, 고귀하신 기사여? 아주 출출하니 말일세.”
세바타는 조명이 은빛 베일처럼 느껴질만큼만 눈을 살짝 떴다. 예상대로 앞에 흐릿한 인영 셋이 서 있었다. 1군단의 검은 갑주를 입은 다크 엔젤 세 명이었다. 관대하면서도 사려깊은 자들이었다.
그러나 눈을 다시 감아야 했다. 빛은 그에게 있어 산성 물질이나 마찬가지였다.
세바타는 첫 번째 이에게 말했다.
“난 자넬 처음 보는군. 다른 이들은 알아보겠는데 그쪽은 그렇지가 않아. 어쩌다 여기까지 납셨나, 사촌이여?”
“이제 스스로 여흥거리를 찾은 건가, 반역자?”
“계속 그렇게 부르는군. 어느 정도는 존중해주게, 천사여. 알다시피 난 자네보다 계급이 높지.”
상대는 혐오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 세바타.”
“내가 마치 상품으로 걸린 우리 안의 짐승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겠지. 그게 흥미로운 구경거리 같지는 않군. 밖으로 나가 너희들의 하잘 것 없는 전쟁에서 싸워야 하지 않겠나?”
이미 예상했지만 그들은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다크 엔젤들은 바닥에 에너지바가 담긴 상자를 두고 문 밖으로 나갔다. 세바타는 포스 필드가 윙윙대며 충전되기를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야 움직여 손으로 뜬 영양죽을 짐승처럼 먹었다. 미각을 고려하지 않은 차가운 것에 풍미란 없었다.
“제이고?” 소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부드러운 어조의 구원은 즉각적이면서도 절대적이어서 화상에 닿는 얼음물이었다.
“저녁 식사를 받았지. 배고픈가? 꼬마?”
세바타는 단백질 진액을 손에 담아 어둠 속으로 내밀었다.
“원한다면 이 훌륭한 진수성찬을 먹을 수 있다.”
“아뇨. 제이고, 제 말을 들어요. 1군단의 기사들은 어리석지 않아요. 그들은 당신 마음속의 뭔가 잘못된 것을 우려하고 있어요.”
세바타가 쓴웃음을 짓자 죽이 묻은 이가 드러났다.
“내 마음 속에 잘못된 게 많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들었다. 네가 특별한 존재가 아닐까 걱정되는군.”
“당신의 피와 고통스러운 모습 때문에 의심하고 있어요. 그들 가운데 한 명은 재능이 있었어요. 그 사람은 당신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아챘어요.”
갑작스러운 한기를 느끼며 차분해진 세바타는 입술에 묻은 단백질 죽을 느긋하게 핥았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이 사이커였다고? 어떻게… 네가 그걸 알 수 있지?”
“지금 그가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 있는 게 느껴져요. 저처럼 자기의 마음으로 접촉하고 있는 거죠.”
그렇다, 1군단은 라이브러리안을 동원해 지금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 문제는 예상치 못한 위협이었다. 그러나 그의 피를 얼어붙게 만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세바타는 8군단의 일원으로 빚어지고 난 이후 거의 처음으로 공포에 가까을 만큼 차분하게 말했다.
“알타니.”
“뭐라도 말해 봐라, 꼬마 유령. 넌 어떻게 죽은 거지?”
충격이 소녀의 목소리에 색채를 더했다.
“뭐라고요? 제이고, 전 안 죽었어요.”
그 어떤 항성의 빛도 닿지 않는 깊은 진공을 떠도는 폐선의 파편처럼 피가 얼어붙었다. 숨이 치아에 걸렸고, 무력감에 손이 떨렸으며, 무기가 없는 불편함에 휩싸였다. 소녀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었다. 소녀, 아니 그것은 자신의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넌. 대체. 누구냐?”
“알타니에요. 알타니 셰두. 합창의 두 번째 목소리에요.”
합창이라. 상황을 깨닫자 검은 얼음의 발톱에서 빠져나왔다. 소녀는 잘못된 무덤에 얽매인 망령 같은 게 아니었다. 소녀는 다크 엔젤의 기함에서 죽은 유령이 아니었다. 소녀는…
“아스트로패스였군.”
“이미 알고 있는 줄 알았어요. 제가 그런 재능이 없다면 달리 어떻게 접촉할 수 있나요?”
그는 어느새 이 고문 같은 일상에서 처음으로 웃고 있었다. 열성적인 운명이 하도록 밀어붙이는 게임의 저열한 고통 속에서 웃고 있었다.
자기가 죽인 수많은 유령 중에 하나인 줄 알았다니 아스트로패스라. ㄷㄷ 잘 보고 갑니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