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느새 이 고문 같은 일상에서 처음으로 웃고 있었다. 열성적인 운명이 하도록 밀어붙이는 게임의 저열한 고통 속에서 웃고 있었다.
“제가 죽은 줄 알았나요?” 머릿속에 나타는 소녀는 얼굴 없는 형체였지만, 순진한 얼굴이 깜짝 놀라 입을 벌린 모습을 그려낼 수는 있었다.
“제가 꿈속에 나온 죽은 자들 가운데 한 명인 줄 알았나요?”
“그게 문제가 아니다, 알타니. 그건 아무 상관도 없어. 이 일으로 처벌받지 않겠나?”
“들킨다면 그렇겠죠. 하지만 전 합창의 가장 강한 목소리이자 차석이에요. 아마 나이가 차면 첫 번째 목소리가 될 거에요.”
어린아이가 두 번째 목소리에 올랐다는 자체로도 소녀의 사이킥 능력이 거의 측정 불가능한 수준임은 확실했다. 그로 인해 주인들이 귀중하게 여기겠지만, 세바타는 수감된 적 포로와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했는데 과연 말처럼 별 일 없을지 의문이었다.
“어째서냐, 꼬마. 왜 나와 이야기 하려고 목숨을 건거지?”
“전 당신의 꿈을 보았어요. 우리들 모두가 일 하는 도중에 그것들이 심상에 침입하는 걸 느꼈어요. 당신의 꿈이 우리의 합창에 필요한 리듬을 박살내고 있어요. 다른 이들은 무시하고 당신 마음속의 고통에 맞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어요. 저만 빼고요.”
“왜지?”
“전 당신이 꾸는 악몽의 붉은 기운을 보았어요. 지금 느끼고 있는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제가 재능에 숙달되게 가르쳐 줄 수는 없지만, 죽지는 않게 해 줄 수 있어요.”
세바타의 대답은 분노로 벼려지고 어둠속으로 내지른 칼날이었다.
“이건 네가 1군단의 포로들에게 치는 장난질인가?”
자신의 혀에서 나온 투척용 칼 같은 말이 어딘가에 있을 소녀에게 상처를 주었음을 느꼈다. 그러나 분노는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사소한 죄책감을 앗아갔다.
“날 잡은 이들의 패거리에게 대하는 태도를 다져놓으려는 신파극인가보군? 궁핍함 대신 친절로 내 태도를 꺾으려는 수작이더냐?”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런 이유하곤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럼 왜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소녀는 세바타의 분노에 꺾이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여보세요, 제이고. 의심 없이 고마움을 느끼지도 못하는군요. 누군가 고통에 찬 다른 이를 도울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당신의 모성이 이렇게 만들었군요.”
“그딴 건 전혀 대답이 되지 않는다.”
“그래요. 당신에게는 그렇겠지요. 제이고, 당신은 망가진 영혼이에요. 항상 자신을 생각하고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지요. 당신은 다른 누군가를 심판할 자격을 잃었어요.”
소녀의 말이 머리에 당한 일격처럼 세바타를 강타했다. 어둠 속 어딘가에 소녀가 있기라도 한 마냥 어둠속을 공허하게 응시했지만, 마음속에서 사라졌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자신이 쓰지 않겠다고 맹세한 익숙하지 않은 감각을 통해 소녀의 존재를 쫓았다.
그러나 소녀는 사라졌다. 그리고 자신의 보이지 않는 손아귀는 공허한 침묵만을 가를 따름이었다.
촌철살인.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