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가운데 여러 날이 지났다. 고통이 너무나 심해진 나머지 침을 질질 흘리며 정신 나간 헛소리를 중얼거릴 지경이었다. 머리 내부의 압력으로 인해 정신이 멍해지고 구역질이 났다. 세바타는 감옥의 바닥 가운데에 널브러졌다. 왼손의 손가락이 근육의 경련에 맞춰 덜덜 떨렸다.


고통은 감각의 한계를 초월했다. 머릿속에서 밖으로 뚫고 나오려는 압력이 들을 수 있을 만큼 격렬했고, 손톱에 올린 자석처럼 끌고 당기는 느낌인가 하면 뜨겁고 축축했다.


보이는 건 오직 붉음이었다. 느낄 수 있는 것은 피의 맛뿐이었다.


가끔은 고통스러운 꿈속에서 소녀의 비명이 들렸다. 소녀는 자신의 부름에 아무런 답이 없었다.


문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얼마나 그랬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간수들을 도발하지도 않았고, 그들이 두고 간 음식 바구니를 잡을 수도 없었다.


제이고, 아직 살아 있나요?”


세바타는 일어나지 않았다. 기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손가락이라도 까닥했다간 머릿속의 격통을 자극했다. 입술에서 대답이 흘러나왔다.


아직 살아 있다. 좀 나빠지긴 했지만.”


통증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세바타는 소녀가 의도적으로 통증을 줄여준 것인지, 혹은 목소리만으로도 이런 효과가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 당장은 신경 쓰지 않았다.


고맙다.”


그의 한 마디는 너무나 오랜만에 나온 말이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 것이었다.


네가 다시 올 줄은 확신하지 못했다.”


제이고, 그가 절 잡았어요.”


세바타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소녀의 목소리에 이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긴장을 알 수 있었다. 뭔가 새로운 불쾌감이 들었다. 그로 인해 집중할 수 있었고, 칼날같은 집중력 속에서 사고를 정리했다. 고통 속에서도 천천히, 부드럽게 일어났다.


누가 널 잡았지?”


제 감독관이에요. 첫 번째 목소리자 합창의 주인. 그가 우리의 접촉을 눈치챘어요. 충분히 주의했다고 생각했는데.”


세바타는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 조용.”


나태함이 그의 말에서 사라졌다. 어조가 그의 집중만큼이나 차가워졌다.


그들이 네게 처벌을 가했군. 그렇지 않나?”


. 그리고 처음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젠 끝났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말해라.”


시간이 없어요. 그들이 와요. 1군단은 당신과 살아남은 형제들을 포로 수송선으로 옮기려 하고 있어요.”


안 돼.”


세바타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강건한 살인자의 손이 움켜지며 손톱이 살로 파고들었다. 자신의 체인 글레이브가 그리웠지만, 그것 없이도 무수한 이들을 죽였다.


알타니, 네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하지 않는 이상 여길 떠나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시간이 없어요! 그들이 와요!”


세바타의 목소리가 잔혹한 포식자처럼 변했고, 노스트라모의 가장 어두운 심해에 사는 눈 없는 백상어 마냥 굶주린 것 같았다. 그의 말이 소녀의 마음 에 닿았다. 악취 속에 숨을 쉬거나 기억을 돌이키는 것과 전혀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한 동작이었다. 그는 자신의 사고를 소녀의 먼 의식에 끼워 넣었다.


말해라.”


세바타는 어딘가에 있는 소녀의 육신을 느낄 수 있었다. 망가진 살점과 박살난 뼈의 덩어리로서.


그 순간, 그들이 소녀에게 한 짓을 알 수 있었다.


무력하고 눈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날아오는 일격을 손으로 가릴 수도 없이 얻어맞는 사람이 겪는 극도의 패닉을 느꼈다. 채찍이 맨몸을 때리며 전기 충격을 내뿜는 고통을 겪었다. 척추가 우두둑 거리며 제자리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들더니 둔감해졌다.


이제 모든 것을 알았다. 그들은 소녀를 7일 밤낮동안 처벌했다. 이제 소녀는 걸을 수 없었지만 장애를 입었어도 쓸모는 있었다. 아스트로패스가 워프의 노래를 부르는데 다리는 필요치 않았으니까. 세바타는 입술을 말았다. 소녀가 겪은 형벌은 화성 메카니쿰의 미친놈들이 복종하지 않는 노예에게나 할 짓이었다.


세바타는 소녀의 마음을 풀어주고 문을 응시했다. 밖에서 그들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전투화가 금속 갑판에 진동을 만들면서 바닥에 작은 진동을 일으켰다.


오게 두어라.”


그들 모두와 맞서 싸울 순 없어요.”


난 그들과 싸울 의도가 없다. 꼬마, 네가 말했지. 이 벌은 내가 자초한 일이다.”


세바타의 말에 자조는 없었다. 우울함도, 고통도 없었다. 오직 해명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