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귀에 익은 목소리가 지시했다. 세바타는 면도날같은 빛에 맞서 눈을 감았다. 파워 필드가 작동을 맞었다. 잠시 후, 격벽이 문틀을 갈아대며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세바타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발소리가 그의 감옥 안으로 들어섰다. 파워아머의 관절부에 발라진 윤활유의 금속성 냄새가 났다. 혀에는 전투로 닳은 세라마이트의 향이 느껴졌다.
“사촌들이여.”
“우리와 가야겠소, 캡틴 세바타.”
“물론이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겠나.”
“포로 수송선 ‘형제애의 잔재’.”
“참으로 인상적이면서도 너무나 적절한 이름이군.”
“눈이 보이나? 아니면 부축이 필요한가?”
세바타는 미소를 지으며 망막에 가해질 통증에 대비하고 눈을 살짝 떴다. 열 명이었다. 아니, 열두 명이었다. 모두 검과 볼터로 무장했다.
“빛에 적응하려면 좀 시간이 걸리겠군. 인내해주게, 사촌이여.”
1군단의 기함 ‘불괴의 이성’은 글로리아나급 전함으로, 우주 속의 도시였다. 그리고 그들은 복도를 따라 거의 한 시간을 걸었다. 터널과 통로를 지나는 가운데 파워 아머의 전투화 소리 말고는 정적만 흘렀다. 세바타는 자신 말고는 이렇게 호송되는 형제들을 전혀 본 적이 없었다. 다크 엔젤들이 자신에게 매우 주의하고 있는 모양이다.
노예와 인간 수행원들 모두 그를 무시했고, 시선을 마주하지도, 후드 달린 로브 너머로 고개를 들지조차 않았다. 세바타는 1군단이 그들을 아주 철저하게 훈련시켰음을 인정해야 했다. 비록 저들이 농부가 바치는 존중의 태도마냥 시선을 땅에 못 박은 채 자기들의 일을 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세바타는 꼬마 아스트로패스가 다시 가까이 왔음을 느겼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이상이었다.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다크 엔젤이 말했다.
“제이고.”
한 순간에 다크 엔젤 열 두 명이 붉은 조명이 켜진 복도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세바타는 그 가운데에서 시선을 돌리며 그들 하나 하나를 살폈다.
다른 군단원이 말했다.
“포로 수송선에 들어가면 당신은 죽어요. 제가 도울…”
또 다른 군단원이 말했다.
“하지만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는 없어요.”
세바타는 경악하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네가 이런 일을? 꼬마, 네 능력은 얼마나 강한 거냐?”
“저들 가운데 한 명은 라이브러리안이에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저와 싸우고 있어요. 그의 능력은 막강해요.”
세바타는 행렬의 선두를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갑주는 칼리반의 룬 문자가 적힌 우아한 두루마리가 붙어 있었고, 헬멧을 쓰지 않은 머리는 아이보리색 후드의 그림자에 묻혀 있었다.
나이트 로드의 캡틴이 다가가자, 애쓰는 라이브러리안의 얼굴에서 경악이 보였다.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사력을 다하는 그의 좁혀진 눈매가 흔들렸고, 눈썹에 땀이 맺혔다.
세바타는 부드럽게 숨을 쉬며 말했다.
“안녕하신가, 사촌이여. 헛힘쓰지 말게. 잠깐이면 되니까.”
라이브러리안의 눈이 격하게 뒤집히다가 다른 형제들을 바라보기 위해 서서히 떨렸다.
“안 돼…넌…”
세바타는 다크 엔젤의 허리춤에서 볼트 피스톨을 꺼내고 라이브러리안의 미간에 볼트 한 발을 박아 넣었다. 머리가 사라진 시체가 계속 서 있었지만, 권총을 바닥에 내던지는 순간 마음 속의 알타니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다크 엔젤이 입을 열었다.
“제이고, 그 사람을 굳이 죽일 이유는 없었어요,”
“그렇겠지. 하지만 난 그래야만 했다.”
다른 전사가 그에게 몸을 돌렸다.
“지금 보조 격납고 근처에 있어요. 제가 마크라지 궤도상의 함선들 사이를 오가는 화물선이나 예인선에 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요. 그 방법을 통해 출항 준비를 갖춘 함선들 중 하나에 숨을…”
“꼬마, 충분하다. 내가 알아야 할 건 딱 하나 뿐이야.”
세바타는 말하는 도중에 가장 가까이 있는 다크 엔젤이 등에 멘 체인 소드를 챙겼다.
전사가 그에게 몸을 돌리며 물었다.
“그게 뭐죠?”
전장의 흔적이 배인 체인소드의 손잡이를 세바타의 손가락이 굳게 움켰다. 그는 함선의 정비용 덕트가 근처에 있고, 그곳을 통해 길고 갑갑한 여정을 거쳐야 함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소녀는 할 수 있는 한 자신을 도와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해야 할 일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정의. 심판. 응징.
“알타니, 네가 어디 있는지만 말해라. 네 노래를 듣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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