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로패스 합창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들 20명은 별들이 흩어진 천국의 숨 막히는 장관이 보이는 거대한 강화 투명 돔 밑에서 완벽한 화음을 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그곳은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그리고 종교적 장식이 새겨진 20개의 폐쇄된 지노시스 포드 안에서 모두들 평화로이 있었다. 그들은 외부의 공기와 더불어 갑판을 경고의 붉은 색으로 물들이는 사이렌으로부터도 격리되어 있었다. 그들의 육신은 잠들었고, 그들의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그들의 절대 군주가 바라는 대로 행할 끓어오르는 폭풍 밖으로 그들의 기운을 보내 저 멀리 떨어진 테라로 전갈을 보내려는 또 다른 무의미한 시도를 - 준비를 갖추었다.


잠든 이들 가운데 소녀 단 한 명만이 움직였다. 깨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소녀의 의식은 여전히 합창의 완벽한 사이킥 오케스트라에 놓여 있었고, 소녀는 그들의 목소리가 자신을 씻어내게 하면서, 스스로의 화음을 보탰다.


벽에 설치된 지노시스 포드 밖에서는 한 침입자가 합창실 안으로 난입했다.


수십 명 가량의 시종들이 울부짖는 사이렌 속에서 필사적으로 엎드렸다. 그들은 합창실의 비밀스러운 장비를 손질하면서 수용자들의 노래가 급격히 끝나더라도 안전하게 마무리 짓고 고통을 덜어낼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부의 성소를 폐쇄하려 들었다. 한 명이 복스 콘솔로 몸을 날려 1군단의 전사들이 즉시 와야 한다고, 필요하다면 문을 부숴서라도 들어와야 한다고 외쳤다. 홀 내부는 스페이스 마린들의 출입 금지 구역이었기에, 평생 처음으로 그런 요청을 하고 있었다.


세바타는 달아나는 노예들 사이를 무시무시하게 질주했으나 그들에게 체인소드를 내리치지는 않았다. 그들은 자신에게 있어 벌레들이었고, 존재하지도 않는 마냥 무의미했다.


세바타는 소녀의 포드 앞에서 멈추었다.


그는 남은 시간이 길어 봐야 몇 초 뿐이고, 심장이 한 번 뛸 동안 소녀와 함께 하는 것도 시간낭비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은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소녀는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상처 입은 피부의 태아가 쿠션을 댄 포드 안에 묶여 있었다. 한 순간의 응시만으로도 헤아리기에 너무나 많은 생체 정보 케이블, 근육주사의 바늘, 생명유지장치의 케이블 따위가 소녀의 관자놀이와 척추, 사지의 곳곳에 박혀 있었다. 누더기같은 머리칼이 텅 빈 눈구멍을 가렸다.


비록 소녀가 공기 정화를 거친 요람 속에서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지만, 세바타는 소녀의 손끝이 움찔 하는 모습을 볼 때까지는 남아 있었다. 부드럽고 가녀린 손가락은 평생 무기를 잡는 방법을 모르리라.


그는 지노시스 포드의 창에 손을 거의 압박하듯 대었다. 그러나 피에 물든 반역자의 손바닥은 소녀에게 자신의 죄를 더욱 강렬하게 나타낼 따름이었다.


소녀가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다.


이렇게 생기셨군요.” 지노시스 관 안에서 잠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자신의 마음속으로 말을 걸 수 있었다. 소녀는 자신의 창백한 피부에 난 무수한 상흔도, 비정상적으로 검은 빛을 띤 눈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제이고, 피곤해보여요.”


세바타의 대답은 피로 물든 미소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의무를 행하기 위해.


체인소드가 합창단의 메인 지노시스 포드를 물어뜯으면서 압축된 가스가 새어 나오듯 산소가 빠져나왔고, 투명한 물이 튀듯 냉각제가 흘렀다. 안에 있던 머리에 백발이 섞인 시든 남자의 망령은 므네목으로, 테라 기준으로 30세였다. 그러나 겉보기로는 50대 같았고, 건강 상태는 70대였다.


아스트로패스의 능력은 불친절한 소질이었다. 마음이 밝게 타오를수록 육신의 명을 더욱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이 망가진 사내는 쿠션이 대어진 요람에서 끌려나오자 보이지 않는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질러댔다. 화음을 이룬 합창 속에서 끌려나오며 근육 주사기와 생명유지장치에서 벗어나자 더욱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의 마음 표면을 불길이 할퀴었고, 뇌로 이어지는 혈관에 불타는 기름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혼란에 빠지고 고통에 충격을 받았을지라도 본능이 그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무시무시한 괴력의 손에 밖으로 끌려나오는 와중에도 허리춤의 채찍을 찾아 더듬었으나, 없다는 사실만 깨달았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아스트로패스와는 달리 감독관의 눈구멍은 비어있지 않았다. 거친 바이오닉 의안이 초점을 맞추려 윙윙대며 누구인지 모르는 거한이 알아볼 수 없는 검은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며 처음 듣는 목소리로 속삭이는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네놈을 위해 내가 왔다.”


정신을 차린 감독관 므네목의 첫 말은 한 마디였다.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은 수많은 이들이 물었을 질문을 했다.


어째서?”


그리고 첫 마디가 마지막이 되었다. 세바타는 합창단의 가장 어린 아이의 척추가 부서질 정도로 감독관이 후려쳤던 바로 그 무기로 목을 졸랐다.


제이고 세바타리온은 숙달된 살인자였고, 필멸자들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방법을 쓰건 간에 사람을 죽이려면 얼마만큼의 힘을 주어야 할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감독관의 목을 잡은 초인적인 근육에 살짝 긴장감만 줄만큼 천천히, 세심하게 조르면서 사이커의 목뼈가 부러지지 않을 만큼의 힘만 써서 처형했다.


감독관의 사이킥 감각이 광기에 빠지고 야만적으로 변하며 나이트 로드의 마음에 애처롭게 저항했으나, 그의 빈약한 손톱이 세바타의 초인 신체를 긁어대는 만큼이나 무의미했다.


눈이 부풀었다. 검은 빛을 띤 얼굴 피부가 붉게 변했다가 보랏빛을 띠더니 마침내 파랗게 질렸다. 몸부림이 약해지며 경련으로 변했다가 마침내 멎었다.


세바타는 떠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었다.


세바타는 모든 결함에도 불구하고 의무를 행해야 할 때는 완전무결한 영혼이었다.


침입에 대비해 봉인되었던 거대하고 화려한 문이 마침내 열리면서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들의 무리가 들어섰다. 다크 엔젤들이 그를 에워싸고 볼터를 조준하며 투항하라고 지시했다.


세바타는 마지막으로 거칠게 비틀어 시체의 목을 부러뜨리고 바닥에 내던지며 그들에게 외쳤다.


나는 정의요! 심판이자! 응징이다!”


그리고 항복하겠네, 사촌들이여.”


그는 칠흑의 고요 속에서 자신의 숨소리가 만들어내는 느린 리듬을 들으며 앉아 있었다. 고요함이 그를 감쌌고, 차가운, 지난 수십 년 동안 회피했던 차가운 근원을 느꼈다.


이제 꿈을 꾸면 죽은 자들이 아닌, 행성들 사이에 펼쳐진 끝없는 밤에 대한 것이었다. 충성스러운 태양의 빛에서 떨어지고 천 개의 위협이 떠도는 깊은 공허에 대해서. 여전히 단번에, 확실히 멸종시켜야 한다고 외치는, 대성전으로 쫓겨난 괴물과 외계인들의 영역에 대해서. 인류의 진정한 위협에 대해서.


마침내 소녀의 목소리가 그에게 왔다.


제이고, 아직 살아 있나요?”


그리고 세바타는 어두운 감옥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