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가득한 궁전, 육체와 영혼을 동시에 찢어발길 수 있는 온갖 기괴한 장치들이 빛나는 가운데, 슬라네쉬 카오스 로드는 피투성이가 된 작은 존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 줌도 안 되는 몸집의 그롯. 흔히 짓밟아도 신경 쓸 가치가 없는 하찮은 미물. 하지만 지금, 이 한 마리의 그롯은 그의 심장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어디에 있느냐?" 카오스 로드의 목소리는 달콤하고도 섬뜩한 공포를 자아냈다. 그의 손길 하나로 무수한 영혼이 고통 속에 몸부림쳤으며, 그는 그 절규 속에서 쾌락을 느꼈다.
그러나, 그의 앞에 묶인 이 하찮은 존재는 그 어떤 고문에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녀석은 피범벅이 된 얼굴로 씩 웃더니 광소했다.
"크히히히히! 너, 너 진짜...! 이, 이거 최고야! 크크크!"
카오스 로드의 안광이 날카롭게 빛났다. 고문실에 울려 퍼지는 것은 비통한 절규여야 했다. 그 어떤 영혼도 이곳에서 미소 지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놈은?
그는 가혹하게 고통을 가하며 속삭였다. "네놈들의 우두머리가 무슨 속셈을 꾸미고 있는지 알고 있다. 네놈들이 뭘 준비하는지, 어디에서 기어나오는지... 말해라."
그롯은 그의 말을 듣고는 더욱 크게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 진짜 너무 웃겨! 니가... 우덜을 안다고? 문클랜이 어떤 존재인지, 우덜의 왕이 어떤 분인지? 크흐흐! 너... 암것도 몰라!"
카오스 로드는 짜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무시해도 될 존재라고 생각했던 그롯 무리들이 서서히 그의 영토를 갉아먹고 있었다. 단순한 날뛰는 야만족이라 여겼건만, 그들은 교묘하고도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하나둘씩 그의 요새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는 깊은 인내심을 발휘하며 다시 물었다. "그 분이라니...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그롯의 피범벅이 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미소는 사악하면서도 승리를 확신한 자의 것이었다.
"배드문의 선택을 받으신 분. 문클랜의 왕. 우덜을 인도하실 분..."
상처로 가득한 얼굴로, 광기가 스며든 표정으로 말했다.
"스크라그롯 더 룬킹!"
카오스 로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스크라그롯... 이 어둠 속 기만자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광대가 아니었나? 문클랜 따위가 그의 궁전을 위협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는 더욱 강한 고문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롯의 비틀린 팔다리가 더욱 부자연스럽게 꺾였다. 그러나 녀석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크하하하! 니가... 크흐흐... 날 협박할 꺼시 뭐가 있다고? 고문? 더 해 봐! 죽음? 그럼 배드문 곁에서 깔깔거리면서 느그덜이 박살나는 꼴을 구경하면 되지! 크하하하!"
카오스 로드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이 자그마한 미물이, 자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죽음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일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이 광기를 처음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명령을 내리려던 순간, 궁전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카오스 로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하 악마를 불렀다. "무슨 일이냐!"
데모넷 한 마리가 급히 뛰어들며 비명을 질렀다. "군주님! 그들이—!"
카오스 로드는 곧장 궁전의 발코니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배드문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광기어린 빛을 뿜어내면서, 지평선에서 서서히 그 형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지평선을 가득 채운 군단.
달빛에 반사되어 하늘을 뒤덮은 무수한 그롯 무리들. 단순한 오합지졸이 아니라, 혼돈 속에서도 꾸준히 다가오는 공포스러운 무리. 끝을 보이지 않는 수의 그롯들이 소리지르고, 기괴한 스퀴그와 트로고스들이 포효하며,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는 그롯 주술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모두 눈치챘다는 듯이, 그롯 포로는 피투성이가 된 상태에서, 소리질렀다.
"가장 교활하신 분!! 가장 간악하신 분!!! 그 분이 돌아오셨다!!!"
그 모든 군세를 이끄는 존재.
스크라그롯 더 룬킹. 배드문의 선택을 받은 자.
그의 붉은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뾰족변태 놈새끼들. 니덜이야말로 인제 끝이다."
그리고, 그의 명령이 떨어졌다.
"박살 내부러라!"
그 순간, 글룸스파이트 깃츠의 광기 어린 군세가 함성을 지르며 궁전을 향해 쇄도했다. 배드문의 축복을 받은 자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슬라네쉬 카오스 로드는 칼을 뽑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 한구석에 퍼지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한 감각이었다.
하찮은 미물들이, 그의 세상을 뒤엎으려 하고 있었다.
걍 그롯(고블린)같은 잡몹아미 뽕이 좋아서 넣고 돌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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