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먼지로부터


폭풍이 이오누스 고원을 가로질러 불어왔다. 여름의 더위와 건조한 바람이 먼지를 공중으로 끌어올려 이제는 지평선 위에 구름 층이 생성되었다. 번개가 번쩍이고,황토색으로 얼룩진 멍든 어둠. 평원은 한때 바다였다고 한다. 물은 오래전에 말라버렸고, 파도치던 바다 밑 바위와 메사는 이제 먼지에 뒤덮였다. 오래전에 죽은 왕들의 무덤이 산 위에서 발치에 있는 표류 캠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조차 그곳을 캠프라고 불렀다. 그곳은 통일을 위한, 그리고 통일에 맞선 대전쟁으로 남북으로 도시와 하이브에서 쫓겨난 수백만 사람들의 터전이었다. 골목길은 고철과 천으로 만든 벽 사이로 얽혀 있었다. 불을 피우는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죽어가는 자들의 울부짖음과 산 자들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것들은 끝없이 이어졌고, 세상 끝자락을 향해 시야를 넘어 굴러갔다.


이곳은 잃어버린 자들이 차지한 땅이었다. 지배권을 갈망하는 폭군들에게조차 이곳은 외면당하는 곳이었다. 산속에 궁전과 무덤을 파묻은 군주들은 마법사 왕들의 이야기와 버려진 궁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유령의 웃음소리라는 이야기로 이 땅에 흔적을 남겼다. 수천 년 동안 텅 빈 땅이었지만, 새로운 군대가 전 세계를 누볐다. 금속 가죽을 두른 유전자 조작 군대였다. 새롭고 오래된 군벌들이 새로운 영역을 만들거나 자신들이 가진 것을 지키려 애쓰면서 도시는 불길에 휩싸였다. 난민들이 이오누스로 몰려들었다. 처음에는 소수였지만, 그 후 수만 명에 달했다. 그들은 집을 짓고 아이를 낳았으며, 세상이 불길에 휩싸이는 와중에도 인류가 하는 일을 했다. 바로 살아남은 것이다. 이제 전쟁은 끝났어야 했다. 수많은 군벌들 가운데서 스스로를 '황제'라 칭하는 자가 나타났고, 그는 자신이 정복한 영토가 여러 개가 아니라 단 하나, 즉 단 하나의 제국이라고 선포했다.


이오누스의 표류 캠프에 있던 사람들에게 이 새로운 통일은 재앙도 승리도 아니었다. 지난 세월 동안 벌어진 다른 모든 전쟁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평화는 먼 과거의 무의미한 현실에 불과했다. 삶은 예리한 칼날 위에 균형을 이루고 잔혹함에 무뎌지지 않은 채, 예전 그대로 였다. 산의 옛 왕들에 대한 이야기는 밤이면 날카로운 칼과 칼날 왕관을 쓴 살인 갱단의 건국 신화가 되었다. 봄 바람은 때때로 북쪽에서 독을 가져왔다. 가을 바람은 산비탈에 남은 시체 냄새를 썩은 고기를 먹는 새들에게 맡겼다. 겨울에는 얼음이 이슬을 얼리고, 여름에는 솔이 용광로 같은 열기를 내뿜으며 갈증을 불러일으켜 사람들의 입에서 침을 훔쳤다. 변화도, 희망도 없었다. 오직 투쟁의 확신만이 남았다.


지기스문드는 구리를 씹는 것처럼 이빨에 느껴지는 폭풍의 맛을 느꼈다. 그는 두 오두막 사이의 골목길을 비틀며 내려가며 숨을 거칠게 쉬었다. 그의 뒤에서 비명 소리가 커져 폭풍우 속으로 울려 퍼졌다. 그들은 가까이 있었다.


골목길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뒤를 돌아보니, 모퉁이를 돌아 달려오는 형체가 보였다. 뻣뻣한 근육과 하얀 재가 묻은 흉터 투성이 피부, 뾰족한 금속으로 만든 가면과 왕관, 그리고 끈에 매달린 뼈와 살갗. 형체의 손에 들린 칼날은 플라스틸로 만든 갈고리 였었다. 바로 시체 왕이었다. 이 지역에서 사냥과 수확을 하는 갱단 중 하나였다.


지기스문드는 벌떡 일어나 지붕 가장자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달리기 시작했고, 걸음걸이에 널판지가 흔들렸다. 그의 앞쪽에서는 금속 철탑이 지붕에서 어두워지는 하늘로 솟아 올랐다. 폭풍은 마치 검은 벽처럼 땅에서 하늘로 휘어져 올라갔다. 그의 뒤에서는 시체 왕이 골목길 옆으로 뛰어올라 웅크린 채 착지 했다. 멀리서 폭풍이 말했다. 천둥이 공중을 가르며 울부짖었다. 폭풍의 심연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그것은 분노한 폭풍의 신이었다.


지기스문드의 눈에 번쩍이는 번개가 번쩍였고, 그의 걸음걸이가 더듬거렸다. 구름 속에 무언가가 있었고, 그 에너지의 섬광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또 한 번 번쩍였고, 그것이 다시 나타났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소용돌이치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먼지였다…


"왕국으로 내려와!" 시체 왕이 소리쳤다. "죽은 자들이 널 원한다!" 무리가 그에게 거의 다가왔다. 지기스문드는 달리기를 멈추고 전력 질주했다. 두 번째 시체 왕이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녀의 손에는 칼이, 머리카락에는 손가락 뼈가 꽂혀 있었다.


지기스문드는 철탑에 도착해 그 뒤로 몸을 숙였다. 잠시 동안 갱단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는 철탑에 기대어 두었던 금속 막대를 집어 들었다. 첫 번째 시체 왕이 전력 질주하며 시야에 들어왔다. 금속 막대는 가면 바로 아래, 그의 목에 적중했다. 지기스문드는 금속 막대 끝을 청년의 가슴에 꽂고는 다시 그의 얼굴에 휘둘렀다. 조잡한 가면이 피부와 뼈에 으깨졌고, 갱단은 쓰러졌다. 뼈 부적들이 부딪히고, 부러진 이 사이로 피와 공기가 헐떡였다. 지기스문드는 두 번째 시체 왕이 지붕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시체 왕은 손에 칼을 쥔 채 몸을 일으켰다. 지기스문드는 금속 막대를 세게 한 번 내리쳤다가 다시 들어 올려 철탑 옆면을 돌아 들어오는 두 번째 살인 갱단과 마주쳤다. 칼날이 지기스문트를 향해 번쩍였다. 갈고리처럼 꺾인, 윤이 나는 고철 조각처럼 생긴 칼자루에는 녹청색 플라스텍과 사람 머리카락이 얽혀 있었다. 칼자루는 빠르게 베었지만, 지기스문드는 이미 금속 막대를 휘두르고 있었고, 시체 왕은 칼이 그녀의 팔뚝에 박히기 전에 몸을 숙일 틈도 없었다. 그녀는 팔을 축 늘어뜨린 채 비틀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갱단원의 다른 칼이 베어져 나갔다. 그는 쏜살같이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욕설을 퍼붓고, 찌르고, 베었다.


지기스문드는 다른 고아들 중 한 명에게서 싸움에는 기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머나먼 전쟁터에서 전사들은 칼과 총, 손과 발을 이용해 적을 죽이고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곳, 표류 캠프에서 유일한 기술은 살아남는 것 뿐이었다.


칼날 끝이 그의 왼쪽 팔뚝을 꿰뚫었다. 날카로운 감각과 함께, 충격이 온몸을 강타하며 다리와 배에 갑자기 부드러운 가벼움이 느껴졌다.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칼날들이 다시 앞으로 날아들었다. 지기스문드는 가면을 쓴 그의 얼굴에 막대기를 휘둘렀다. 시체 왕이 쓰러졌고, 가면 뒤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지기스문드는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더 많은 발소리가 지붕을 쾅쾅 두드리며 달려왔다. 비명 소리가 커졌다. 움직여야 했다. 그들의 수는 많았다. 적어도 스무 명은 되었고,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너무 많았다. 마치 다가오는 폭풍에 깨어난 듯 다시 사냥을 하러 온 것이었다. 한꺼번에 맞서기에는 너무 많았다. 그는 처음 싸웠을 때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싸움에서 그는 어떻게든 이겨냈고, 몇몇은 피투성이가 되어 먼지 속으로 쓰러뜨렸다. 나머지는 도망쳤고, 고아 몇 명의 가죽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갑자기 너무 커졌다. 그 이후로 무리들이 그들을 계속해서 찾아왔다. 시체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가진 하데스의 여왕들, 붉은 페인트를 칠한 조잡한 갑옷을 입은 블러드 스펙터들, 혀 없는 입에서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는 브레스 스틸러들. 대부분은 지기스문드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젊은이들이었다. 겨울이 지날수록 더 많은 이들이 나타나는 듯했고, 그들은 항상 돌아왔다. 그는 깨달았다. 그들을 함께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씩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지붕 가장자리로 달려가서 뛰어올라 먼지를 툭툭 치고 웅크리고 구르다가 다시 달려 올라왔다. 왼팔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오른팔은 금속 막대의 무게에 끌렸다. 가슴이 터질 듯 아팠다. 그는 두 오두막 사이의 반쯤 무너진 틈으로 몸을 숙였다. 달리는 발소리가 그의 위쪽과 뒤쪽 지붕 패널을 흔들었다.


"돌아와라 꼬맹아!"


계속, 계속 가야 했다. 골목 끝에 도착했다. 그 너머는 하늘을 향해 넓게 펼쳐진 직사각형 공간이었다. 기름때가 묻은 땅 한가운데에는 충전소가 놓여 있었다. 기계에서 뻗어 나온 케이블망이 하늘 위로 솟아 오른 전기 연까지 뻗어 있었다. 이미 전선 사이로 불꽃이 튀고 있었다. 지기스문드는 충전소와 오두막 벽 사이의 좁은 틈을 향해 달려갔다. 그가 그 틈에 도착했을 때, 첫 번째 시체 왕이 반대편 지붕 가장자리에 다다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뛰어내려 그를 쫓아오는 동안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속도를 늦췄다. 겨우 몇 걸음 뒤에 시체 왕 중 한 명이 두 손에 뾰족한 곤봉을 들고 있었다. 녹슨 금속판 두 장이 제대로 맞닿지 않아 벽에 틈새가 생겼다.


"이제 넌 우리거야!" 갱단원이 으르렁거렸다.


지기스문드는 오두막 벽의 틈새로 숙여 몸을 돌리며 금속 막대를 휘둘렀다. 막대는 시체 왕의 배를 강타하여 그를 두 동강 냈다. 지기스문드의 무릎이 내려오면서 가면 쓴 얼굴에 부딪혔다. 그는 갱단원 만큼 강하지는 않았지만, 시체 왕의 머리가 아래로 떨어지고 무릎이 위로 치켜 올라가는 충격으로 가면이 얼굴에 부딪혀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나기에 충분했다.


황토색과 철색 하늘에서 천둥이 울려 퍼졌다. 번개가 전기 연 하나를 강타했다. 섬광이 지기스문드의 눈앞에서 폭발했다. 그는 비틀거렸고 막대가 그의 손에서 떨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은 네온 유령들이 춤을 추듯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근처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 그를 향해 돌진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거의 반응을 못할 뻔 했다. 날카로운 칼날이 그의 왼쪽 어깨 살을 꿰뚫었다. 고통이 온몸을 꿰뚫었다.


"죽음의 신들이 온다!" 가까이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선택하러 왔다!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하려고 왔다!"


그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발을 내딛자, 무언가가 맞닿는 것이 느껴졌고, 끙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열린 오른손을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쳐 올렸고, 머리카락과 마구 끈 같은 무언가에 닿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것을 잡아당겼다. 인체의 무게가 그를 덮쳤다. 팔들이 마구 휘둘렀다. 그는 다시 잡아당겼고, 시체 왕이 그들 옆에 있는 금속 탄약 저장고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무릎을 치켜들었다. 무언가 부드러운 것에 부딪히는 것이 느껴졌고, 다시 부딪히고 또 부딪히며 시체 왕이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좁은 공간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고, 맑아진 안개 속에서 흐릿한 이미지들이 더 많이 움직였다. 그는 한 쪽 무릎을 더 꿇고 시체를 밀어내고 달리기 시작했다.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천둥이 울려 퍼지며 뒤에서 들려오던 비명 소리와 발소리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는 오두막 벽에 다다라 문을 발견하고 힘껏 열었다.


안은 그가 이 길을 정찰했을 때처럼 텅 비어 있었다. 구석에는 접혀 쌓여 있는 헝겊 조각들, 버려진 탄약통으로 만든 냄비들, 열린 문에서 번쩍이는 번개를 받도록 끈에 꿰어진 방폭 유리 덩어리들이 있었다. 그곳은 집이었다.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사는 길보다 표류 속으로 사라지는 길이 더 많았다. 그는 문을 쾅 닫고 준비해 둔 빗장을 그 위로 던졌다. 그는 비틀거리며 돌아서서 왼팔을 내려다보았다. 응고된 피와 먼지가 손가락까지 팔을 뒤덮고 있었다. 그는 기다리던 다른 금속 빗장을 집어 들고 비틀거리며 오두막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때 그가 방금 닫은 문에 무거운 무언가가 부딪혔다. 시야 가장자리에 하얀 안개가 끼어 있었다. 지붕 위의 녀석이 그를 붙잡았다, 더 깊은 상처가 났다. 그의 속도가 늦춰지고 있었다. 속도를 늦출 수 없었다. 그저 계속 움직여야 했다. 그들이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그는 오두막 벽에 느슨하게 놓아두었던 판자를 쭉 끌어올렸다. 그가 준비해 온 모든 세부 사항들, 달려온 경로, 싸우러 돌아선 시점, 문을 닫는 막대, 남겨둔 예비 무기들, 이 모든 것은 그가 살인 갱단과 한 명씩, 자신의 방식대로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몇 번 찾아왔던 갱단들은 먼지 위에 피투성이로 쓰러진 몇몇 갱단원들만 남겨둔 채 포기했지만, 오늘 밤 만큼은 아니었다. 아마도 폭풍 때문일지도 몰랐고, 시체 왕들이 그와 다른 사람들을 몰아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기로 결심했을지도 몰랐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막 걸어 잠갔던 문이 열리자마자 오두막에서 몸을 숙여 나왔다.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시야 옆으로 하얀 안개가 퍼져 나갔다. 머리 위로는 폭풍 구름이 번개와 함께 끓어올랐다. 땅이 비탈로 내려앉았다. 그는 반쯤 달리고, 반쯤은 굴러떨어졌다. 그의 뒤에서 시체 왕들의 울부짖음이 빗소리와 천둥소리에 섞여 솟아 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는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지붕 위에 하나, 그리고 둘, 셋, 더, 사냥터에서 본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보였다. 이번 일은 예전처럼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하늘에서 쏟아지는 밝은 빛이 그를 에워쌌다. 그는 몸을 숙여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위 공중에서 어떤 형체가 빙글빙글 돌았다. 그는 전에도 비행체를 본 적이 있었다. 때로는 날개에서 하얀 흔적을 남기며 하늘을 가로질러 미끄러지듯 날아갔다. 때로는 낮게 날면서 공기를 씹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것은 회색 다트처럼 보였고, 어떤 것은 새에 대해 들어봤지만 본 적은 없는 사람들이 만든 것 같았다. 그것들은 항상 멀리 떨어져 있었고, 먼지에 닿지 않는 다른 세계의 존재였다. 하지만 이 존재는 그가 전에 본 어떤 것보다 가까이 있었다. 뭉툭한 몸통과 날개에서 비가 쏟아졌다. 옆구리에서는 청백색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그 소리에 살갗이 뼈속까지 파고들었다. 비 위로 타는 연료 냄새가 진동했다. 날개 끝과 주둥이에 달린 포대가 움찔거렸다. 폭풍우의 빛 속에서 그 피부는 검게 보였다. 배에서 빛나는 빛은 잠시 지기스문드에게 비친 후 지붕 위로 번쩍였고, 시체 왕들은 고개를 들고 울부짖었다.


지기스문드는 기다리지 않고 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먼지가 진흙으로 변하면서 발이 미끄러졌다. 위에서는 비행선이 하늘을 가로질러 움직이며, 그 빛줄기가 오두막 지붕들을 훑고 지나갔다. 지기스문드는 골목길에 도착해 시체 왕들의 울음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듣고 몸을 숙였다. 그들이 오고 있었고, 그는 그들이 오기 전에 알고 지냈던 유일한 가족에게 다가가야 했다.




그가 바위에 다다르자 네 번의 천둥이 하늘을 뒤흔들었다. 지붕들이 바다처럼 펼쳐진 바위 위로 엄지발가락처럼 솟아 있는 오래된 돌덩이가 있었다. 바위 옆면은 갈라져 있었는데, 사람이 겨우 기어 들어갈 만큼의 틈이었다. 서늘하고 어두운 그곳은 열두명 정도가 겨우 눕거나 웅크릴 만한 공간이 있었다, 물론 키가 작으면 더 많은 공간이 생길 수도 있었다. 지기스문드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자 사람들의 얼굴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젊은 사람도 있었고, 나이 든 사람도 있었지만, 배고픔과 잔혹함이 뼈에서 살을 발라내지 못했다.


"불을 끄세요." 그가 말했다.


"무슨 일이야?" 옐이 일어서며 물었다. 그녀의 손에는 칼날이 달린 막대기가 들려 있었다.


"시체 왕들이 오고 있어." 그가 대답했다. "엄청나게 많아. 우리는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해."


"천천히," 옐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녀의 눈은 흔들림 없이 고정되어 있었다. 지기스문드는 갑자기 자신이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통과 피로, 두려움이 마치 곧 터질 충전 코일을 통과하는 힘처럼 온몸을 휘감았다. 옐은 눈을 깜빡이지 않고 차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헝겊 램프에서 솟아 오르는 불꽃에 옐은 동굴 속 작은 아이들의 눈이 그들을 향해 크게 떠 있었다. 그는 그들의 긴장감, 외롭고 길 잃은 자들을 집어삼키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그들을 살아있게 해 온 긴장된 본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그를, 그리고 옐과 코로반, 가장 나이 많은 세 아이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옐은 숨을 억지로 느리게 쉬며 소리 지르고 도망치라고 외치는 본능을 억눌렀다.


"피 나잖아." 코로반이 그들 옆으로 다가가며 지기스문드의 왼팔에 머리를 홱 돌렸다.


"그들중 한명이 날 그었어." 그가 말했다.


"내가 너와 함께 갔어야 하는건데." 코로반이 대답했다.


"넌 그만큼 빠르지 않잖아?" 지기스문드가 말했다.


"너도 마찬가지였지." 코로반이 말했다. 지기스문트는 미소를 지었다. 코로반은 그보다 덩치가 컸고 키는 비슷했지만 팔다리는 더 굵었다. 그는 남쪽 기술 영역 중 하나에서 나왔고, 척추와 두개골에는 족쇄 플러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그는 혼자 탈출하여 이오누스에 도착했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강했다. 그는 그의 뼈에서 살을 빼려고 한 세 무리의 두개골을 부수었지만, 지기스문드가 벌인 도주 전투에는 너무 느렸다. 둘 다 거의 죽을 뻔한 후에 그들은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지기스문드는 사냥꾼들을 이끌고 춤을 추었고, 다른 사냥꾼들은 전선을 지켰다. 실패할 경우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 방법도 효과가 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북쪽으로 가는 길은 열렸어?" 옐이 물었다.


지기스문드는 고개를 저으며 눈을 깜빡였다. 고통과 메스꺼움이 두개골 속에서 망치로 쿵쾅거리며 울려 퍼졌다.


"몰라. 비행선도 있었어. 폭풍과 함께 온 거지."


"비행선?"


"낮게 떠다녀, 빛으로 땅을 훑으며 마치 감시하는 것처럼 행동했어. 총을 들고 있었지."


"전쟁이군" 코로반이 말했다.


"우리 서쪽으로 가자." 옐이 말했다


"저건 산 쪽이야." 지기스문드가 말했다. 모두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산 속 무덤과 폐허가 된 궁전은 갱단의 소굴이었다. 만약 그들이 그쪽으로 간다면…


"숫자가 줄었을 거야." 옐이 말했다. "사냥을 한다면 자기 텃밭을 지키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전쟁이 발발했다면 여기 아래보다는 유령 동굴에서 모험을 하는 게 낫겠어."


지기스문드는 답하지 않았다.


"넌 내가 옳다는 걸 알잖아?" 옐이 말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그들에게 눈을 고정했다.


"어디로 가는 거야?" 시브가 물었다. 소년은 새로 온 사람이었다. 그들은 그가 남쪽으로 난 먼지 투성이 길 중 하나를 혼자 걷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양피지 한 장을 꽉 쥐고 있었는데, 그것을 놓지 않으려 애썼고, 그도 다른 누구도 읽을 수 없었다. 그때도, 지금도 눈물은 없었다. 그저 지금 여기 있는 것이 다음 순간에는 다시 나타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기에 고요할 뿐이었다. 지기스문드는 그의 표정을 알고 있었다. 바로 그 표정이었다.


"여기보다 더 안전한 곳으로 가는 거야." 그는 시브의 시선을 마주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옐과 코로반을 다시 바라보았다.


"이제 가야해." 그가 말했다. "그들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주의를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는 출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와 함께 가자." 코로반이 말하며 지기스문드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를 막았다. "그들이 널 죽일 거야."


지기스문드는 코로반과 옐을 돌아본 후, 다시 표류하는 다른 고아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귀를 기울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 고아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테라를 떠올렸다. 그는 테라가 무기라고 부르는 금속 조각에 이마를 대고, 누더기 왕관을 쓴 살인자들을 마주하기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떠올렸다. 테라는 일어서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와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았다. 


"난 남을거야." 그가 말했다.


코로반은 고개를 저었지만, 지기스문드는 이미 바위 틈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고, 튼튼한 손에 금속 막대를 쥐고 있었다.




그는 바위 은신처에서 겨우 200보쯤 떨어진 곳에서 첫 번째 시체 왕을 발견했다. 갱단은 늪으로 변해가는 넓은 땅을 가로질러 움직이며 고개를 돌렸다. 팔이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그는 지기스문드를 보지 못했다. 시체 왕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금속 막대가 그의 어깨에, 그리고 다리를 강타했다. 시체 왕이 쓰러졌다. 오두막 지붕 널빤지에서 물보라가 쏟아졌다. 지기스문드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갱단은 부러진 뼈로 움직이려 애쓰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지기스문드는 그의 위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멀리서 비행선 중 하나의 불빛이 보였다. 그때 번개가 구름의 배를 가르며 세상을 눈부신 은빛으로 물들였다.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의 발치에 있는 진흙 바다에서 물방울이 터져 나왔다.


"내가 여기 있다!" 천둥소리가 잦아들자 그가 소리쳤다. "죽은 왕들이 나를 원한다면, 와서 잡아가라!" 그의 발치에 있던 무리가 비명을 질렀다. 어쩌면 경고였을지도, 고통의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기스문드는 가면을 쓴 인물이 탁 트인 땅 옆 지붕 가장자리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또 다른 사람이,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러자 그들 중 무리가 뛰어올라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그들은 그에게 다가오지 않고, 경계하는 듯 초승달 모양으로 삐죽삐죽하게 퍼져 있었다.


지기스문드는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의 혈관 속 피가 천둥처럼 울려 퍼지며 귓가를 가득 채웠다. 금속 맛과 담즙 맛이 느껴졌다. 그는 그 감각이 신경을 뚫고 들어와 손에 쥔 금속 막대를 손가락으로 움켜쥐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 감각을 억누르려 애썼다.


시체 왕 무리가 지켜보았다. 빗방울이 쏟아지며 그들의 피부에서 하얀 먼지가 떨어져 나갔다. 가면과 왕관이 번개에 번쩍였다. 어떤 이들은 칼을, 어떤 이들은 갈고리와 가시 박힌 곤봉을 번갈아 쥐었다.


"죽음의 군주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꼬맹아." 반원형에서 걸어 나온 키가 더 큰 인물이 외쳤다. 목에 걸린 끈에 이빨이 번뜩였다. 푸른 플라스텍과 낡은 금속 가면이 얼굴을 가렸다. 가슴은 드러났고 수척했지만, 팽팽한 피부 아래로 근육이 움직였다. 그는 검은 금속 공이 꽂힌 곤봉을 들고 있었는데, 산 속 무덤들을 가득 메운 죽은 군주들의 조각상을 흉측하게 흉내 내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도자였다. 지기스문드는 다른 이들이 뒤로 물러나 기다리며 귀를 기울이는 모습에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폭풍 속에서 천사들이 지켜보고 있다. 영원히 살 자들을 고르러 왔다. 네 피와 뼈는 내가 유령의 땅으로 건너가는 대가를 치르게 해줄 것이다."


지기스문드는 대답하지 않고 금속 막대를 들어 올려 이마에 대고 흔들림 없이 붙잡으려 애썼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옐, 코로반, 시브, 그리고 안전한 곳을 향해 달려가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했다.


"너를 봐." 시체 왕이 소리쳤다. "넌 우리를 많이 다치게 했지만, 우리는 죽을 수 없어. 우리는 죽음을 지배했다, 이제 너는 우리의 것이다, 꼬마야." 지도자는 어깨에 곤봉을 얹고, 옆구리에는 긴 칼을 느슨하게 차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네 친구들도 찾을 거야. 그들이 도망쳤다는 걸 알고 있어. 반드시 찾을 거야. 몇몇은 우리에게서 왕관을 뺏어가고 싶어 할지도 모르지, 그렇지? 왕처럼 사는 느낌...."


번개가 번쩍이고 시체 왕이 무기를 앞으로 휘둘렀다. 곤봉이 빙빙 돌았다. 지기스문드는 간신히 범위에서 벗어나 뛰어올랐다. 키 큰 리더는 지기스문드가 땅에 묻어둔 진흙탕에 여전히 누워 있던 동료에게 반쯤 걸려 넘어졌다. 지기스문드는 금속 막대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휘둘렀다. 리더는 몸을 숙여 검을 휘둘렀고, 그 검의 호는 허공을 가르며 휘몰아쳤다. 빗속 너머로 군중은 얼룩덜룩한 왕관과 가면으로 뒤덮여 있었다.


시체 왕은 뒤로 물러나 휘둘렀다. 지기스문드는 막대 끝을 앞으로 들이받았다. 강한 타격은 아니었지만, 빠른 타격이었고, 그것은 리더의 가면에 박혔다. 푸른 플라스텍이 산산이 조각났다. 갱단원이 비틀거렸다. 지기스문드는 막대를 뒤로 비틀어 내리쳐 내리쳤다. 리더는 팔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막대가 그의 머리 옆에 부딪히며 휘파람 소리를 냈다. 투박한 왕관이 조각났고 갱단원은 쓰러졌다. 피가 진흙탕과 떨어지는 빗속으로 흩뿌려졌다.


지기스문드는 그 충격의 무게에 휩쓸려 거의 쓰러질 뻔했다. 그의 귓가에는 높은 울림이 들렸다. 시체 왕들의 초승달은 고요하고, 과거에서 미래로 순간이 흘러가는 듯 얼어붙은 듯했다. 지기스문드는 숨이 폐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은 빗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폭발하듯 뭉쳐져 고였다.


시체 왕들이 돌진했다. 그들의 입에서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지기스문드는 구리 가면을 쓴 갱단원과 마주치기 직전에 휘둘렀다. 그러자 또 다른 갱단원이 그에게 달려들었고, 그는 반쯤 눈이 먼 채로 다시 휘둘렀다. 그는 아무것도 맞지 않았지만, 가면을 쓴 갱단원들이 뒤로 튕겨 나가자 그는 재빨리 막대기를 머리 위로 휘둘렀다. 그들이 몰려들었다. 그는 막대기를 빙글빙글 돌렸다. 막대기 끝이 한 놈의 머리 옆면을 강타하자, 그들은 부서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그는 힘을 대신한 막대기의 무게를 이용해 빙글빙글 돌며 다른 갱단원에게 쾅 하고 부딪혔다. 뼈가 부러지고, 왕관을 쓴 갱단원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는 승산이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는 재빠르고 자신의 체중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고 있었다. 전에도 이런 싸움을 겪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보다 적이 훨씬 더 많았다. 훨씬 더. 그리고 이 잔혹한 거짓 왕들은 피를 흘리기 시작하자 도망치지 않았다. 그들은 신이나 죽은 자의 천사들이 자신들을 잡아가려 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많은 자들을 진흙탕에 내던져도. 그는 끝장날 것이다. 난도질당하고,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두들겨 맞을 것이다.


왼쪽 다리에 통증이 폭발하며 그는 쓰러지고 있었다. 시체 왕 중 한 명이 그의 뒤로 다가와 그의 무릎에 곤봉을 휘둘렀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비명을 질렀다. 시체 왕들은 울부짖으며 들이닥쳤다. 다리를 다치게한 자는 곤봉을 다시 꺼내 그의 머리에 휘둘렀다.


누군가 빗속에서 나타나 시체 왕에게 포격을 가해 갱단원을 쓰러뜨렸다. 그 형체는 갱단원의 손에서 빼앗아 온 곤봉을 움켜쥐고 위아래로 휘둘렀다. 번개가 번쩍였고, 지기스문드는 코로반이 방금 죽인 청년의 곤봉을 휘둘러 가장 가까운 가면 중앙에 꽂아 넣는 것을 보았다. 시체 왕들은 충격에 움찔했다. 지기스문드는 마치 죽은 손이 자신을 진흙탕으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고통과 나약함이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지기스문드가 헐떡이며 물었다.


"널 찾으러 왔지." 코로반이 말했다. "혼자 하게 냅둘순 없었어."


시체 왕들이 돌진하자 지기스문드는 막대기를 땅에 박고 친구 옆에 섰다. 칼날 하나가 코로반의 어깨에 붉은 선을 그었다. 지기스문드는 덩치 큰 청년의 등에 기대어 가장 가까이 있던 갱단원의 얼굴에 무기를 휘둘렀다. 코로반은 계속해서 공격했고, 두 명이 더 쓰러졌다. 가면을 쓴 얼굴들이 이제 빙빙 돌고 있었다. 그들은 죽음을 원했다. 자신들에게 맞선 이 고아들의 뼈를 원했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그저 기다리며 피로가 그 힘을 발휘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 뿐이었다. 잔혹함은 언제나 그런 법이라는 것을 지기스문드는 알고 있었다. 희생이나 투쟁이 필요 없었다. 그저 인내심만 있으면 됐다.


"그랬어야지..." 지기스문드가 숨을 헐떡이며 말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었어야지."


"아니." 코로반이 대답했다. 지기스문드는 갱단원들의 원 안에서 물결이 일고, 근육이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너는 혼자서 우리를 위해 충분히 많이 싸웠어."


톱니 모양의 칼을 든 갱단원이 앞으로 뛰어올랐다.


천둥과 빛이 공기를 가득 채웠다.


시체 왕이 두동강 났다.


뜨거운 폭풍이 들이닥치자 지기스문드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비틀거렸다. 시야가 네온처럼 산산이 조각났고, 머리가 울렸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코로반이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 시체 왕들이 달려오고 있었고, 진흙 속에 무언가가 누워 있었다. 갈비뼈가 터지고 살덩이가 떨어져 있었다. 이제 코로반의 고함 소리가 들렸고, 친구가 겁에 질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반쯤 기술적인 언어로 외쳤다. 도움을, 보호를,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소외되었던 신이나 정령들이 지금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죽음이 빗속을 헤치고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곡선을 이루는 판으로 뒤덮인 회색 폭풍 구름이었다. 두 눈은 마치 육상 열차에 탄 숫양처럼 붉게 타올랐다. 놈은 거대했다. 너무나 거대했다. 어깨에서 빗물이 터져 나왔다. 허리에는 검이, 오른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다. 그 움직임은 매끄럽고 강력해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위협적이었다. 죽음의 형상이 지기스문트의 눈과 정신을 강타하며 가득 채우고, 달리고 싶은 거의 압도적인 본능을 제외한 모든 것을 짓밟았다. 죽음은 서두르지 않고, 피할 수 없이, 형태를 갖춘 죽음으로 그들에게 다가왔다.


코로반은 여전히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마치 폭풍의 돌풍이 온몸을 관통하는 듯 몸이 떨리고 있었다. 지기스문드는 몸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무언가가. 그는 코로반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


"도망쳐!" 그가 소리쳤다. 코로반의 시선은 폭풍 속 거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지기스문드는 다시 그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 "도망쳐! 다른 사람들을 쫓아가! 계속 달려!"


코로반이 시선을 집중했다.


"너..." 그가 말하기 시작했다.


"난 도망칠 수 없어. 놈은 목숨을 원해. 난 서 있을 거야. 넌 달려. 그리고 나머지 친구들을 살려."


"넌 안돼..."


"가!" 지기스문드가 소리치며 덩치 큰 젊은이를 밀쳤다. 코로반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지기스문드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지기스문드의 피를 진흙탕에 흘리며 달려갔다.


지기스문드는 죽음을 마주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죽음이 거의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죽음의 가슴에 박힌 번개를 보았다. 번개와 갈고리 모양의 부리를 가진 새의 머리.


그는 가만히 있으려 애썼다. 팔다리의 통증은 이제 아득히 멀어져 있었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마치 진흙 속에 버려진 것처럼.


죽음이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고 그의 앞에 멈춰 섰다. 거인에게서 윙윙,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기스문드는 이와 눈에 통증을 느꼈다. 그는 무기인 투박한 금속 막대를 천천히 들어 올리려 애썼다. 죽음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공중을 가득 채웠다. 지기스문드는 그 소리가 웃음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갑자기 지기스문드의 세상이 빛으로 가득 찼다. 소음이 그를 휩쓸었고, 그는 순간 이 유령이 폭풍을 불러들인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때 비행선이 낮게 나타났다. 하얀 빛이 코에서 뿜어져 나왔고, 엔진에서 불어오는 하강 기류에 빗방울이 안개처럼 흩날렸다. 비행선이 그들 위에 매달려 있는 동안, 죽음이 지기스문드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널 데리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