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요새의 성루에서, 퍼스트 마스터 아우구스톤이 우주항의 착륙장 너머를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그의 곁에는 주요 부관 몇 명과 도시의 관리들이 동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방금 보고를 마치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아우구스톤은 격동의 하늘 속 단 하나의 별, 파로스의 빛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우구스톤의 슈트 시스템은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했고, 그는 몸을 돌려 성루를 따라 걸어오는 알렉시스 폴룩스를 바라보았다. 아우구스톤은 복수하는 아들을 제외하면 언제나 어떤 장소에서든 가장 거대한 존재 중 하나였지만, 지금 그의 눈앞의 임페리얼 피스트 캡틴은 그조차 당황하게 할 만큼 거대했다.
“아우구스톤 경,” 폴룩스가 고개를 공손히 숙이며 인사했다. “좀 더 일찍 합류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아우구스톤은 그의 인사를 받아들였다.
“자네의 전문성이 도움이 될 거라는 제안이 있었지, 캡틴. 자네는 사흘 치 보안 점검과 절차 검토를 따라잡아야 할걸세.”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폴룩스가 말했다. 그의 전투 장비는 정비와 수선을 마친 상태였고, 손상된 팔은 재생 붕대에 감겨 가슴 앞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울트라마의 주인께서 제게 회복하여 목전의 전쟁을 준비하라 명하셨습니다. 이틀간 이식 시술실에 있었습니다.”
아우구스톤은 폴룩스의 팔의 회복 상태를 흘끗 살펴보았다. 아포세카리들은 단순한 기계식 보철 대신 배양 유기 조직에서 자라난 생체 이식으로 수복을 결정했다. 반투명 붕대 안, 영양 포장층과 성장 호르몬 젤 아래에는 폴룩스 본인의 생체 코드에 맞춰 설계된 새로운 손과 팔이 있었다. 그것은 아직 성장 중이었고, 형태를 잡아가는 중이었다. 아직 형성되는 중인 뼈와 산소가 풍부한 혈액으로 채워진 그 손은 거의 선홍색에 가까웠다.
“이식이 성공할 것 같나?” 아우구스톤이 물었다.
“예후는 좋습니다,” 폴룩스가 대답했다. “이틀만 더 지나면 거부 반응 가능성은 사라집니다. 일주일 내로 실전 배치도 가능할 것입니다.”
아우구스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부관 중 한 명에게 손짓했다.
“말했듯이, 우리는 사흘간 검토를 계속해왔네. 요약 보고서를 준비해두었지.”
부관이 폴룩스에게 데이터 슬레이트를 건넸다.
“프라이마크께서는 어떠신가요?” 폴룩스가 물었다.
“그분은—” 아우구스톤이 말을 시작했다. “괜찮으신 듯하네. 고작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놀라울 정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네.”
폴룩스는 슬레이트를 대충 훑었을 뿐이었다. 그는 몸을 돌려 항구 너머 평야를 바라보다가, 상공에 정박해 있는 함선들의 그림자와 궤도상 구조물들의 구름 같은 윤곽들을 응시했다.
“이건 단순히 절차 검토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가 말했다.
“슬레이트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잖나—” 아우구스톤이 말하려 했다.
“세부는 나중에 검토하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퍼스트 마스터. 아포세카리들이 제 팔을 수리하는 동안 저는 줄곧 마크라그의 방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 항구 시설은 장엄하나, 안전하진 않습니다.”
“뭐라고?”
폴룩스는 아우구스톤을 바라보았다.
“안전하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를 화나게 하려는 건가, 폴룩스?” 아우구스톤이 앞으로 걸어나오며 물었다. 폴룩스는 아우구스톤을 따르던 부관들과 참모들이 슬그머니 한 발 물러서는 것을 눈치챘다. 퍼스트 마스터의 분노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닙니다, 각하,” 폴룩스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귀하의 프라이마크께서 제게 내리신 부탁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면 말을 하기 전에 확인부터 하게!” 아우구스톤이 내뱉듯 말했다. “칼스에서 벌어진 그 끔찍한 사태 이후로 우리는 이 항성계를 요새화했고, 행성 접근 항로를 방비했으며, 경비와 방어 체계를 갖추었고, 신규 방어 플랫폼들을 띄웠고, 도시를 요새화했네—특히 우주항 지역은 철저히—”
“그 모든 것을 하셨지요,” 폴룩스가 동의했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을 하시는 동안, 이 세계와 이 항구의 본래 성격은 유지하셨습니다. 마크라그는 수도 행성이며, 이 항구는 그 수도의 관문입니다. 마크라그는 오백 개의 세계를 다스립니다—울트라마의 영역이지요. 아니, 어쩌면 제국 전체를 다스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항구는 그 역할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무역과 상업을 위한 항구, 평화로운 교역을 위해 설계된 항구입니다. 물론 요새화는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공격을 막아낼 수는 있겠지만, 적의 무력 침투를 차단할 수 있을까요? 귀하의 프라이마크를 암살하려 했던 자들이, 지금 이 마크라그에 숨어 있는 유일한 침입자라고 보장할 수 있습니까?”
“그게 자네들 족속의 방식인가? 테라를 지키겠다고 원래 목적이 무엇이든 다 내다버리고 가시철조망으로 뒤덮는 것이?” 아우구스톤은 비웃듯 말했다.
폴룩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프라이마크께서는 테라를 전면 장갑으로 둘러쌌을 겁니다. 황제의 궁정은 더 이상 궁전이 아니라 은하계 최대의 요새가 되었겠지요. 이번 전쟁은 우리가 겪어본 그 어떤 전쟁과도 다릅니다, 각하. 그 사실을 유념하지 않거나,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지나치게 보호하려 한다면, 모두가 희생자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우리가 가진 것을 방어하고 보존하는 걸 멈추고, 전부 갈아엎고 다시 지으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이런 시대에는, 창문을 잠그거나 판자로 막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각하. 그 창문 자체를 벽돌로 메워서 없애버려야 합니다. 도시, 특히 항구에 필요한 재건 작업은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셔야 합니다. 군사용 요새 항구 건설을 착수해야 합니다. 설계와 실행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취할 수 있는 응급 조치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우구스톤이 물었다.
폴룩스는 상공에 정박 중인 함선들을 가리켰다.
“그 무엇도, 다시 말하지만 그 어떤 것도, 점검을 거치지 않은 것은 마크라그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됩니다. 전함이든, 수송선이든. 감시를 위해 항성계 외곽에 있는 성채들 중 일부를 중계 기지로 활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어떤 함선도 착륙해서는 안 되고, 어떤 착륙정도 지표면에 보낼 수 없으며, 함선과 탑승자 모두가 육안과 유전자 식별로 확인되지 않는 한 절대 접근을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모든 무역과 수입이 기어가듯 느려질 겁니다!” 도시 관리 중 한 명이 외쳤다.
“그럴 겁니다,” 폴룩스가 동의했다. “하지만 그만큼, 종말의 시계도 느려질 것입니다.”
“칼스와 다른 전장에서 돌아오는 우리의 베테랑들은 어떻게 하지요?” 아우구스톤 옆에 서 있던 울트라마린 캡틴이 물었다. “그들도 이런 모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단 말입니까?”
“관저에서 벌어진 일을 떠올려보면,” 아우구스톤이 투덜대며 말했다. “그 질문의 답은 이미 알고 있겠지. 계속 말해보게, 폴룩스.”
“저것 말입니다,” 폴룩스가 말했다. 그는 이제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낸 궤도 잔해, 퓨리어스 어비스 호를 가리켰다.
“죽은 함선이야,” 아우구스톤이 말했다. “잔해는 회수팀이 해체 중이지. 그게 무슨 문제인가?”
“항로에 위협이 됩니다,” 폴룩스가 대답했다. “게다가, 군사적 위협이기도 합니다. 효과적인 사보타주가 이뤄진다면 궤도에서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수백 톤의 금속 덩어리가 이 도시에 그대로 쏟아질 겁니다. 적은 그런 수법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퍼스트 마스터. 저 시체 같은 함선은 외곽 위성 궤도 너머로 예인해서, 거기서 해체해야 합니다.”
“그 외엔?”
“궤도에서 행성 표면으로의 텔레포트는 제한해야 합니다. 또한 어떤 선박이든, 어떤 방식이든, 이 항구의 허가된 구역을 거치지 않고는 행성에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항구 지역과 하부 궤도 항로 전체를 덮는 업그레이드된 보이드 실드 설치를 제안합니다. 필요시, 이를 통해 완전히 봉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궤도 감지 시스템과 오스펙스 모듈 일부를 재설정해, 행성 표면 전체를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건 또 왜?”
“새로운 방위 철학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퍼스트 마스터. 귀하는 또 다른 칼스사태를 대비해 이 항성계, 이 행성, 이 도시를 요새화했지요. 마크라그에 노골적인 적대 세력이 접근한다면, 막아낼 충분한 함선과 배터리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러나 관저에서의 사건은, 적이 반드시 정면으로 공격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배신은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각하. 오스펙스 모듈 중 일부만 재설정하면, 조기경보 체계나 스캔 체계를 크게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이 세계의 전 표면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 제한된 항구 구역 외부에 착륙선이나 강하 포드, 혹은 텔레포트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이 ‘못 들어오게 막겠다’는 생각은 버리십시오. 행성은 너무 넓습니다. 그들이 ‘들어올 것이다’라고 가정하고, 들어왔을 때 그 발자국을 반드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아우구스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는 기본적인 방위 분석을 늘어놓는 임페리얼 피스트의 방식에 짜증을 느꼈지만, 폴룩스의 제안 대부분을 자신의 보고서에 포함시키면 아주 철저한 검토를 수행한 듯 보일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들어볼 가치는 있군, 폴룩스.” 아우구스톤이 마지못해 말했다.
“그 말씀, 감사히 받겠습니다, 각하.”
폴룩스는 파로스의 빛을 올려다보았다.
“마크라그는 폭풍 속에서 길 잃은 자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등불을 걸었습니다, 각하. 그것은 옳고 정당한 일이며, 고귀한 문명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길입니다. 하지만, 그 빛이 무엇을, 누구를 불러들이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그들이 숨기고 있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도요. 저는 이 ‘새로운 아스트로노미칸’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그 기능과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마크라그의 방비에 유익한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것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도, 어떤 기술로 작동하는지도 모릅니다.”
“그건 기밀입니다,” 한 부관이 말했다, “하지만 프라이마크께서 워스미스와 기본적인 사항은 논의하도록 허락하실 겁니다.”
“워스미스라고 했습니까?” 폴룩스가 되물었다.
부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워스미스 단티오크가 파로스의 가동 작전을 주도했다.” 아우구스톤이 말했다.
“아이언 워리어가요?” 폴룩스가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문제라도 있나, 폴룩스?”
길리먼은 약간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지만, 그것은 곧 나을 것이었다. 그의 목과 얼굴 한쪽은 마치 시미터 제트바이크에 매달려 콘크리트 바닥을 끌린 듯한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몸통을 감싼 두터운 붕대를 가리기 위해 헐렁한 튜닉과 로브를 입었다. 기동성과 편안함의 문제로 방어용 바디글러브는 거부했다. 보좌관들에게 그는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완전한 워플레이트를 착용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되기 전까지는, 리프랙터 필드 발생기가 달린 중량 벨트를 로브 안에 착용하기로 했다. 그 벨트에는 개인 소장품 중에서도 강력한 고대기술의 산물인 마에테리안 광선 권총이 장착되어 있었다.
타이투스 프레이토와 인빅투스 소속인 드라쿠스 고로드는 그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동행했다. 라이브러리안과 중장갑 전사—그들은 위험을 감지하고 폭력을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한 호위를 받으며 그는 다시 관저에 발을 들였다. 공격 이후 처음이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현장을 검토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손대거나 수리하지 말라고 명령했었다. 타이투스 프레이토는 그 심리적 의도를 명확히 읽어냈다. 길리먼은 내면의 악마들과 마주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거의 죽을 뻔한 그 상황을 직시하고 싶어 했다. 프레이토는 프라이마크 안에서 공기처럼 떨리는 긴장을 느꼈다. 그것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우주의 가장 위대한 존재가 긴장을 표출할 때,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몸을 숨길 때가 온 것이다.
그들은 복도를 따라 올라갔다. 카펫에는 어두운 얼룩이 흩어져 있었고, 그것은 고로드와 그의 병사들이 길리먼을 호송해 나왔던 피의 흔적이었다. 그들 앞에는 인빅투스 경비대가 절단해낸 문이 있었다.
그 문 앞에는 남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의 무리였다.
그들은 고개를 들었다. 노란 눈이 번뜩이고, 고개가 기울어졌다. 길리먼과 그의 호위대가 시야에 들어오자마자였다. 그들은 문가에 웅크려 쉬거나 칼날을 갈던 중이었다. 누구도 감히 그 문턱을 넘어서 프라이마크의 내실로 들어가지는 못했을것이다.
길리먼이 다가갔다. 파프너 블루드브로더의 무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전을 위함이 아니라, 경의를 표하는 호위대로서였다.
“여긴 궁정 벽난로 자리가 아닌데,” 길리먼이 말하며 무리의 리더를 바라보았다.
“아닙니다, 야를. 여긴 문 앞이지요,” 파프너가 맞장구쳤다. “지금은 그 문 앞이면 충분합니다.”
길리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전하의 명령이라고.” 파프너가 덧붙였다.
“내 명령이 맞네,” 길리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개들은 언제나 문턱에서 기다리는 법,” 고로드가 터미네이터 아머의 깊은 곳에서 웅웅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이 허락할 때까지 말이지. 말 잘듣는 착한 개들은 모닥불빛 근처에서 음식 부스러기를 기다리지. 불가에 가까이 가도 된다는 허락이 있다면 말이야.”
파프너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카타프락티의 가고일 같은 바이저를 노려보았다. 눈은 깜박이지 않았다.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앞으로 숙이며 무언가 귓속말로 전했다. 파프너의 입가에 미소가 스치듯 번지며 송곳니 하나가 드러났다.
“안 돼, 보 소렌,” 그가 말했다. “그렇게 하게 둘 순 없어. 물론 지켜보면 재미는 있겠지만.”
파프너는 길리먼을 올려다보았다.
“귀하의 전사가 그런 식으로 말하게 두실 겁니까, 야를?” 그가 물었다.
“대답은 자네가 생각한 그대로일걸세,” 타이투스 프레이토가 끼어들었다.
파프너는 프레이토를 바라보았다. 그를 한 번 킁킁 냄새 맡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마술사야, 그랬어. 사실이야. 우리 스스로도 좋은 평판이 있다고 여기진 않지만, 충성심과 복종심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파프너가 말하며 눈길은 프레이토에게 고정한 채로 복수하는 아들에게 물었다. “귀하의 복종심은 어떠십니까, 야를 길리먼?”
“의구심 드는가, 늑대여?” 길리먼이 되물었다. “내가 사서관단을 기용하는 것이 칙령을 어기는 것이라서? 그 칙령은 이 전쟁이 시작되기 전의 것이네. 지금은 무의미하지.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사서관단이 필요하니까. 그게 내가 불복종했다는 증거가 되나?”
파프너는 마치 밀림의 야수처럼 깊고 축축한 소리를 내며 으르렁거렸다. 그의 눈은 프레이토의 얼굴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충성심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고 일방적인, 심지어는 지지받지 못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오히려 용기와 결단력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레이토가 길리먼에게 말했다. 여전히 파프너의 시선을 마주한 채였다. “그게 바로 당신께서 위대한 지도자인 이유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길리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머릿속에 들어와있는 동안 나머지 말도 전해라, 마술사,” 파프너가 말했다.
“그럼에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볼거라고 합니다, 전하,” 프레이토가 덧붙였다.
“하루라도 자네의 어설픈 위협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구먼, 파프너,” 길리먼이 말했다. “정말 또 이럴건가? 내가 열 명 분대와 방 안에 혼자 갇혀있는 게 처음도 아닌데? 최근 사건을 놓쳤나 본데, 난 이미 그걸 해봤거든.”
파프너 블루드브로더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들은 알파리전이었지, 늑대들은 아니었죠.”
“나는 비무장이었다네.”
파프너는 마침내 프레이토에게서 시선을 떼고 길리먼을 바라보았다. “형편없었다는 말씀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프레이토는 미소 지었다.
“제 무리가 귀하의 전당을 지켜도 되겠습니까, 야를?” 파프너가 물었다. “황제 폐하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멀리서 왔습니다.”
“그 임무는 이미 충분히 수행되고 있네,” 고로드가 중량탄처럼 복스에서 단단하게 튀어나오는 말투로 대답했다.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군,” 파프너가 대꾸했다.
“충분은커녕, 근처에도 못 갔지,” 보 소렌이 덧붙였다.
“늑대들이여, 내 문턱을 넘어도 좋다,” 길리먼이 말했다. “불가까지 와도 된다. 허락하겠다. 그러나 고로드와 그의 병사들을 방해하지는 마라. 그 점에서 복종할 수 있겠나?”
파프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무리는 흩어져 옆으로 물러섰다.
길리먼은 자신이 거의 죽을 뻔했던 방 안으로 들어섰다.
가구는 산산조각 나 있었다. 거대한 책상은 유성우처럼 파이고 흠집 나 있었다. 벽과 바닥, 천장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림들은 걸이에서 떨어져 부서졌다. 코너의 초상 하나만이 여전히 걸려 있었지만, 얼굴과 어깨 부분 전체가 날아가 버린 상태였다. 캔버스 조각과 천 섬유가 공기 순환의 부드러운 흐름 속에서 미세하게 흔들렸다.
시신은 모두 치워졌지만, 카펫은 여전히 아스타르테스들의 생혈로 물들어 있었고, 벽에는 마른 피가 검은 물감처럼, 혹은 타르가 튄 것처럼 얼룩져 있었다. 벽의 일부와 무거운 가구 조각에는 파편화된 플레이트 아머 조각—터진 상처에서 튀어나온 세라마이트 파편들이 탄환처럼 박혀 있었다. 큰 창문은 거미줄 모양으로 금이 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마치 똬리를 튼 뱀, 그것도 여러 머리를 지닌 뱀처럼 보였다.
길리먼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약간 고조된 상태임을 인지했다. 실상은 아무 의미 없는 것들에 상징과 징조를 읽어내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순식간에, 그 순간의 소음과 분노가 다시 되살아났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그 마지막 순간들 하나하나가 눈부시게, 생생하게—
그는 눈을 떴다.
“전하?” 프레이토가 물었다.
“괜찮다,” 길리먼이 말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마다 흩어진 유리 파편이 카펫 위에서 바삭거렸다. 코너의 코지테이터와 그것을 지탱하던 스탠드는 바닥에서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추락하는 시신이 그 위로 떨어졌던 것이다.
길리먼은 그 잔해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마크라그의 살아 있는 역사, 울트라마의 부흥, 오백 세계의 운명이 모두 그 고댓적 장치에 의해 목격되고 기록되었다. 이상하게도, 의붓아버지의 훼손된 초상을 보는 것보다도 이 손실이 더 깊은 감정적 무게를 안겨주는 것 같았다. 길리먼은 뜻밖의 울적함이 자신 안에서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게 필요할—” 그가 말을 뗐다. 목소리가 약간 갈라졌다.
“대체할 장치말이시죠,” 프레이토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곧바로 메카니쿰 기술사제들과 접촉해 새로운 코지테이터 시스템을 준비하겠습니다. 데이터 처리능력를 향상시킬 수 있는 코그니스-시그눔 장치로요.”
길리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가 프레이토에게 말하려 했다. 하지만 멈췄다. 고로드가 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 뒤로 늑대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길리먼은 방 건너편의 창가로 걸어가 문 쪽에 등을 돌리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프레이토도 그 곁으로 다가왔다.
“전하께서는 고통과 슬픔을 느끼고 계십니다,” 프레이토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이들이 듣지 않기를 바라시는군요.”
길리먼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지연 반응입니다, 전하,” 프레이토가 말했다.
“공격에 대한 반응? 나도 전쟁을 겪어봤네, 프레이토. 데몬들과도 싸워봤고, 친형제들과도 싸웠다네. 이보다 심한 부상도 겪어봤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폐하.”
“그럼 무엇에? 고작 오래된 코지테이터 하나가 박살나서?”
“그건 단지 트리거일 뿐입니다, 폐하. 그 코지테이터는 가족의 유산이었습니다. 전하께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죠.”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반응이란 말인가?”
“호루스에 대한 것입니다,” 프레이토가 말했다.
길리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이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하게,” 그가 프레이토에게 말했다.
프레이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으로 그가 미처 다 하지 못한 말을 대신 마무리하며.
'왜냐하면 나는 저 늑대들에게 내 눈에 맺힌 이 빌어먹을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dc App
정말 잼있네요 잘봤습니다.
아빠가 준 첫선물이 개박살난거에서 울면서 호루스 개새끼를 외치고 싶은데 미운 조카들한테 그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고
아... 아빠 선물이...
번역해주셔서ㅡ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