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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리얼 아운'트는 야심찬 사내였다.

젊은 나이에 능력을 인정받아 에테리얼 사회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지위까지 오른 그는, 타고난 언변과 리더쉽으로 민중을 휘어잡았고, 뛰어난 정치 능력으로 권세를 불렸고, 또한 선천적인 지휘능력으로 원정군에 앞장서서 더 넓은 영토를 타우 제국에게 안겨주었다.

동족들뿐만 아니라 궤베사를 비롯해 수많은 종족들이 그에 감화되어 기꺼이 그를 따랐고, 그것은 그가 이루고자 하는 다른 대업으로 이어졌다.

에테리얼 의회에서 그에게 내린 지령,
인류제국이 지배하고 있는 어느 성계에서 인류제국의 지배권을 밀어내고 그곳을 대의의 품으로 안기는 것.

병력도, 자본도, 충분히 모였다.

의회에서 지원받은 파이어 카스트 병력과 함대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았고,
그에게 감화되어 모인 궤베사의 수는 그 성계의 제국의 지배권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히 많았다.

남은 것은 이제 실행하는 것 뿐.

젊은 에테리얼은 그렇게 거사를 치룰 날만을 기다리며 유유자적하게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평소처럼 별 생각없이 발걸음을 내딛고 있던 중 무언가 눈에 띄인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뒷걸음치며 옆을 보았다.

방이다. 예배실의 문이다.

이성을 숭상하는 타우 제국에겐 어울리지 않는 장소라고 할 수 있지만,

타우 제국에 귀화한 궤베사들에게도 인류의 황제에 대한 숭배와 제국 교단에 대한 믿음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기 위해 만든 장소.

아운'트는 자신이 속한 제국이 가진 아량을 살짝 자랑스러워하면서도 과연 그게 맞는 결정인가도 살짝 의심하기도 했다.

이유모를 호기심에 그는 예배실에 들어갔다.

안쪽에는 인류의 황제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궤베사들이 귀화할 때 성당에 있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을 것이다.

돌로 된 그 거대한 거인의 동상과 눈을 바라보며 아운'트는 예배실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줄지어 있는 의자의 맨 앞줄에 앉았다.

아운'트는 종교인도 아닌 스스로가 왜 이곳에 들어와서 앉은 것인지 약간 의문이 들었다. 종교따윈 우매한 자들이 믿는 미신이거늘.

그럼에도 황제의 동상의 눈과 계속 마주하면서, 그는 그가 마치 자신을 응시하며 내려다보는 것만 같은 느낌에 살짝 자리가 어색해졌다.

"...솔직히 이곳에 이런 예배당을 짓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른 늙은이들의 결정이었어요. 타우 제국이 가진 대의의 아량을 당신의 백성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아무도 없는 예배실에서 아운'트는 독백했다. 고해성사하듯이 말이다.

"저흰 친구가 아닙니다. 당신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기는 피차 마찬가지일거 아닙니까. 소위 당신이 '제노'라고 부르는 놈들 기지에 당신 사당이 떡하니 놓여있으니. 더군다나 당신의 제국을 등지고 우리한테 붙었으면서, 말로는 아직 당신을 섬긴답시고 앉아있으니, 누가 좋아하겠어요?"

의자 팔걸이 위에 팔을 얹어놓은채 그는 독백했다.

"전 당신한테 뭐라 말할 자격은 없죠. 부탁을 할 자격은 더욱이요. 애초에 당신은 인류의 지배자고, 그들이 섬기는 '신'이라는 존재니까. 불명예스럽게 당신에게 뭐라고 부탁하고 싶진 않습니다."

아운'트는 말을 살짝 끊고 침묵을 유지하다,

"...하지만, 저희가 당신에게 뭔가를 해줄 수는 있을 겁니다."

다시 동상의 눈을 마주보여 말했다. 살짝 미소지은 채로.

"지금 당신이 세운 제국의 꼴을 보세요. 온사방에서 적이 몰아치죠. 녹색의 물결이 행성을 휩쓸고, 혼돈의 그림자는 끊임없이 퍼지는데다가, 이제는 굶주린 벌레떼에 리빙 메탈 군세까지 당신의 영토를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있잖아요. 더군다나 그러는 와중에도 다들 하나같이 순교니 배신자니 그러면서 서로를 물어뜯고, 외부내부 모두 비이성과 광기로 무너져가는 신세죠. 당신의 제국은 이제 쇠락했습니다. 그래도 당신께 참 다행인 것은, 그 중 모두가 그렇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는 자기 말이 맞지 않냐는 듯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당신의 제국도 한때는 찬란하고 이성적이고 번영했던때가 있었겠죠. 하지만 영원한 건 없습니다. 모든 건 언젠간 몰락하기 마련이고, 누군가가 스러지면 누군가는 일어섭니다. 그리고 이젠 저희 차례입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다음에 있을 확장전쟁에서, 저는 그 성계의 총독을 제거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대의가 추구하는 이상에 맞게 그 성계를 재구성할 겁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저희의 모든 이들이, 똑같은 것을 할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신들의 백성이 점점 더 많은 수가, 저희와 함께할 겁니다. 필연이죠."

그리고는 살짝 딴청피우듯 시선을 돌렸다.

"옛날이라면 당신이 그 결과에 노발대발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잖아요. 백성들이 있는 곳이 곧 나라죠. 당신들의 백성들이 계속 우리와 함께하니, 그것이야말로 곧... 당신의 뜻이 아닌가요?"

그리고는 동상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야심 찬 얼굴로 미소지었다.

"그러니 이건 말씀드리죠. 이번 일이 제 뜻대로 잘 풀리면, 당신도 저희의 등과 대의를 밀어준다는 징조로 받아들이고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건 곧, 당신 또한 쇠락해가는 인류제국이 아닌, 저희로 갈아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당신이 한때 품고 있었을 이성과 이상을 저희의 '대의'의 이름으로 다시 온건히 정립하겠다고 약속드리죠. 당신이 백성들을 위해 이전에 이루지 못했던 진정한 뜻을, 저희가 대신 이루어드리죠... 솔깃해하신다면 감사하겠네요."

젊은 에테리얼은 동상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자신의 뜻을 드러내었다.

"...그러면... 부디 잘 생각해주시고 저희에게도 은총을 일부나마 베풀어주시기를. 당신의 지금 사도들에게 그러시는 것처럼 말이죠."

아운'트는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당을 떴다.

동상은 아무말이 없었다. 그저 항상 그러했듯 그 자리에 세워져 있을 뿐.

예배당은 언제 누가 방문이라도 했냐는 것처럼 침묵만이 가득했다.








아래 영상보고 떠올라서 그냥 한번 끄적여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