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바지 '불의 군주'. 천왕성 접근 항로의 만(灣)


먼지의 구름이 엘리시안 관문을 채웠다. 약 3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우주 공간이 고운 입자로 인해 붉게 빛났다. 지난 수백, 어쩌면 수천년 동안 이 지점에서 워프로 진입하는 우주선들이 물질계의 틈을 메우며 남긴 부드러운 회색의 물질이 부유하며 씨앗을 남겼다. 목성의 부족과 네비게이터 가문들들은 '사이렌의 재' 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들의 전설에 따르면 이 먼지를 채취하려던 탐사자들은 일단 접촉하는 순간 그 외의 모든것에 흥미를 잃는다고 했다. 사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이 먼지들은 여전히 남아 엘리시안 관문을 거치며 서서히 뭉쳐 유리 구체에 갇힌 연기처럼 보였다.


관문은 언제나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옛 밤의 시대"에 이 곳에서 나왔던 것들, 천왕성 거주민들의 전설로 전해지는 강철 인간, 별의 뱀파이어 같은 존재들. 그리하여 관문 근처에 최초의 요새가 구축되었고 포대와 전사들로 경계했다. 이러한 거점들은 '옛 신의 눈' 이라 불렸고, 태양계 전체가 투쟁의 시대에 접어들었을 때도 유지되었다. 


그리고 옛 지구에서 대성전이 시작되었으며, 천왕성과 그 위성의 거주민들을 새로이 태동한 제국에 합류시켰다. 관문의 요새는 증강되었으며 대대로 경계에 임한 부족의 전사들은 화성의 무기로 보강되었다. 우주선들이 이 곳에서 이마테리움으로 진입하는가 하면, 다른 이들은 이 곳으로 돌아왔다. 네비게이터 가문들은 천왕성의 27개 위성에 그들의 영지를 다시 설립했고, 거대한 가스 행성과 엘리시안 관문 사이의 우주는 수많은 궤도 거주시설과 우주 정거장, 끝없이 오가는 우주선의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호루스의 전쟁이 이 모든 것들을 바꾸었다. 오가는 우주선의 수효가 음침하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오랜 경계를 이어오던 우주 정거장들은 새로운 무기와 장갑으로 부풀어올랐다. 마크로 캐논 한 문이나 전투기 편대 하나를 수용할 수 있는 이상의 규모를 갖춘 모든 거주 구역은 어느새 요새로 개조되었다. 그러한 가운데 엘리시안 관문의 어둠과 마주한 태양계 제 2 방어진의 함선들이 반짝이는 심연 속에서 전투 준비를 갖춘 채 미동도 없이 대기하고 있었다.


관문에서 먼지구름이 움직였다.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나며 먼지구름에서 회오리가 일었다.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구름들이 흐르고 뭉쳤다, 먼지 구름에서 불똥이 튀었다. 회색 티끌들에서 작은 벌레처럼 보이는 번갯불이 일어났다. 빛나기 시작하며 이제 녹색으로, 멍이 들듯 보랏빛으로, 그리고 다시 피가 흐르듯 아이보리 색을 띠었다.


대기하던 함대의 모든 함정이 각자의 추진기를 작동시켰다. 각 함선 내의 성소에서 아스트로패스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우주 정거장과 거주구역에서 낮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태양을 가린 그림자에 대한 악몽을 꾸던 수백만 명을 깨웠다. 터미네이터 갑주를 완전히 착용하고 배틀 바지 "불의 군주" 의 함교에 선 로드 카스텔란 할브렉트는 헬멧의 디스플레이로 전송된 보고 사항을 지켜보았다.


그가 말했다.


"제 2 방어진의 전 부대에 전파한다."


노드르아프릭 컨클레이브 (현재의 북아프리카권) 특유의 풍부한 억양이 그의 말에 무게를 더했다. 할브렉트는 헬멧 디스플레이로 자신의 지휘를 받는 수천의 부대가 준비태세를 갖추었음을 보았다. 백 척의 함선들이 통신망을 통해 수신을 확인하고 경례를 바쳤다.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솔라의 빛과 테라의 대지를 위하여, 우리는 버틴다. 각자 다짐한 맹세를 위하여, 우리는 버틴다. 혈관에 흐르는 피를 위하여, 우리는 버틴다."


기함의 함교에서 수백명의 승조원들이 복창하며 갑주 외부의 공기가 진동함을 느꼈다.


"우리의 선조들이 세운 주춧돌을 위하여, 우리는 버틴다."


그리고 이제 수천 명이 동시에 복창하며 통신망이 진동했다.


"지나간 날과 앞으로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버틴다."


구체 형체로 뭉친 엘리시안 관문의 모래먼지에 일어난 소용돌이가 더욱 빨라지고, 빛도 밝아졌다.


"지금 살아있는 이들과 이미 쓰러진 이들의 명예를 위하여, 우리는 버틴다."


순간적으로 번득인 번갯불의 그림자처럼 환한 섬광 속에서 형체들이 드러났다.  관문 내측 방어진을 이룬 고정 포대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수백 발의 포탄들이 반짝이는 먼지 구름을 향해 날아갔다. 일부는 폭발했고 일부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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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헤 정규 넘버링 소설들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우면 시즈 오브 테라부터 시작해도 나쁘지 않은거 같다. 뽕이 아주 넘쳐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