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tf-sLzzPiAU






어두운 밤이였다 공해가 있는 도심이였지만 그래도 별은 보였으며 달도 보였다 중간중간 차디찬 서슬바람과 함께 나무의 나뭇잎은 춤추듯 흔들렸고 적막하고 고요한 음을 이어나갔다 그 또한 음이라면 음이였다 마치 아무 소리도 없는 곳에서 귀를 막으면 들리는듯한 그 음 말이다 헌데 그곳의 조금 벗어난 곳에서는 그 음이 깨졌다 너무나 큰 소리다 음악을 듣는 사람이나 소음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미쳐버릴듯한 소음말이다 그 소리가 멈췄으면 하고 바랄정도였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계속되었다 그러한 곳 에서 그 고요한 적막과 시끄러운 소리의 경계에는 어두운 산이 있었고 어두운 산에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잘 정리된 산길이 아닌, 절벽과도 같은 위험한 곳이였다 개미가 자신들의 페로몬으로 길을 만들고 그 동료들은 안전하고 보장된 길을 따라가듯 사람들이라면 산에서 정해진 길로만 가는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남자는 그러지 아니하였다 위험했지만 평온했다 그 남자는 그 조용하고 적막한 곳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소음의 진원지를 쳐다보며 말없이 그저 처다만 보았다 어느덧 소리가 사그라 드는듯 하였다 하지만 이내 소리는 다시 커졌다 시끄러운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점점 사그라드는 것과 다시 커지는것을 반복하며 중간중간 크나큰 함성들이 터져나오면서 불협화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마치 음악같지만서도 음악같지않은 울부짖는 발악이었으며 그 소리의 곁에는 빛이 있었다 수없이 조그만 빛들이 모여서 너무나 큰 불빛을 이루었고 그 불빛들이 움직일때마다 검은색의 조그만 점들도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것들은 확실히 살아있었다 마치 한 마음 한뜻으로 같이 움직이는 살점과 같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사내의 모습은 너무나 의연했고 마치 너무나 당연한 아니,너무나 익숙해서 그것을 초월한 무언가의 감정을 가진 채 무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러던 중 그 사내가 서 있는곳 밑에서 어떤 형체가 올라오고 있었다 제법 가파른 길이였지만 형체는 무리없이 그곳을 올라왔다 다른 이들이 보면 전문 산악꾼이라고 생각했을것이다 빠르며 조용하며 신속하고 결점이 없는 걸음걸이였다 그 형체는 남자같아 보였고 어두운 계열의 두꺼운 코트와 무겁고 둔탁한 신발을 신고있었다 이윽고 다 올라온 그 형체는 사내의 뒤에 섰고 그리고는 말없이 조용이 기다렸다 잠시 후 처음부터 그곳에 있는 사내는 방금 전 막 올라온 그 다른 남자에게 입을 열었다 


"늦었구나"


"죄송합니다 주인님 너무나 많은 인파로 인해 오는것이 늦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수십년만에 다시 만나는구나 이런곳에서 말이다"


"주인님을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기쁜 감정이 들었습니다 다시 떠나갈 공허함도 들었지만요"


두 남자는 아주 오랜만에 만난 사이인듯하였다 허나 일반적인 모습과 다른점이 있다면 서로가 반가워하는 모습이 아닌 한쪽만 반가운 마음이 드는것 같았다 그리고 이상한점이 있었다 올라온 사내는 처음부터 그곳에 있던 사내에게 주인님이라고 말하였다 지금은 노예제도가 없는 사회였다 헌데도 그 상황이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하다는듯이 두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주고받았다 


"헌데 어찌하여 저를 부르신건지요? 더군다나 이런 곳에서 저를 부르시다니 옛부터 저는 주인님의 의중이 짐작조차 가지가 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이곳의 외침이 계속 들리기에 와본것이다 ......보이느냐 저 소리가...저 모습들이...인간들의 끝없이 반복되는 혼돈과 질서라는 이름의 저 역사가 말이다..."




사내는 자신의 시선을 고정한채 계속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검은점들과 수없이 많은 조그만 빛들이 꿈틀거리며 그들의 시야를 아른거렸다


"제 질문에는 답해주시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의 질문에 감히 답하면 이 나라는 국가 자체가 흔들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렇게 날마다 아우성이라고 들었습니다 마치 예전에 주인님과 같이 보았던 프랑스의 혁명과도 비슷한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보다는 시간이 지난만큼 그때의 그 폭력성보다는 한참 더 낮은 수위의 모습을 보여주고있습니다만..."


"난 저들의 행동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인간들의 모습에 대입해보면 쓸데없는 아둔한 짓이라는걸 다시금 깨달을 뿐이다"


"...저들의 시위는 더 이상 참지못한 국민들의 분노입니다 주인님도 이미 잘 아시지않습니까? 이번에 저 시위는 평화적이고 그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시위라고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민주주의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다른 국가들도 연일 뉴스에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느냐?"


"오랜 시간을 살며 저 나름대로의 답은 현재에 맞는 가치관과 사고를 가지고 그것을 바라본다... 물론 아직까지 명확한 진리는 찾지 못하였습니다 허나 지금의 세상에 맞는 모습이 저러한것이라면 그 또한 인정하고 나아가야하는것이 아닐런지요?"


주인이라는 사내는 발치에 있던 돌멩이를 들며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올리며 자신의 눈앞에 저 멀리 빛나는 시위현장과 나란히 옆에 두면서 입을열었다


"태양에서 나오는 따스한 빛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빛과 비교하면 한없이 밝고 눈부시다 온 세상을 밝히고 모든 만물들이 그 혜택을 받는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태양에서 나오는 빛도 자신들이 만들어낸 빛도 눈이 부시다고 하지 왜 그렇다고 생각하느냐?"


"생물학적으로 시각의 빛을 조절하는 홍채가 반응하여 인간의 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냥 아무 생각없이 눈이 부시기때문이지요 혹은 자신들의 영광이 눈부신다거나...너무나 당연한 질문인지라 이해가 가지않습니다"


"그렇다 단순히 얘기하자면 그렇겠지 하지만 다르게 얘기하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인간들의 한계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내가 집어든 이 돌멩이옆에 저 거대한 무리가 지금 같은 크기처럼 보이는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모방을 좋아한다 태양과 별빛 달빛을 보며 자신들도 빛을 만들었지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결국 태양빛과 별빛 달빛을 넘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만든 빛을 밝다고 얘기하는건 그들이 그만큼 자신들의 발전과 노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 발전과는 다르게 인간들은 자신들의 본질 감정을 통제하지를 못한다 생물체인 이상 너무나 당연하지만 자신들의 내적 수준은 인간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지 저런 모습들 말이다"


"하지만 주인님 인류의 도덕적인 의식이나 가치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고등해지고 있고 나날히 앞서가고있습니다 그 모습들이 쌓이고 쌓여 현재와 미래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불과 수백년전만해도 인간들의 의식은 미개했습니다 아즈텍인들은 식인을 즐겨했으며 수많은 나라들의 군주들은 아무 죄 없는 민간인들을 학살해도 웃으며 자신들의 업적을 칭송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류는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어보겠다 나의 종이여 과거와 비교해서 인류의 도덕적 관념같은 의식이 발전한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류가 지금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있느냐? 전 지구적으로 단 한순간이라도 살인이 일어나지 않은적이 있었더냐?"


"...... 그건 그렇지만..."


"수없이 많은 자연현상들과 하다못해 곁에 있던 돌멩이들도 차갑고 거칠게 인류를 내몰았었다 차갑고 어두운 세상 그것이 맨 처음 인류들의 세상이였지 하지만 인류는 굴복하지 않았다 무지개와 같은 아름다운것들을 모방하고 자신들의 꿈을 위해 세상을 발전시켰지 차디찬 돌멩이에서 콘크리나 시멘트, 무거운 쇳덩어리에서 강철과 같은 금속들을 뽑아내고 추하디 추한 모습을 가리려 가면과 성형을 하며 자신의 몸에서 나는 악취를 가려 향수를 만들고 방향제를 만들었지 그것을 부정하는것이 아니다 인간들의 발전을 나도 바라고 실제로 그렇게 해왔다 하지만 인간 자체의 본질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것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저런 모습 또한 너가 인정해야된다고 말했었지?"


"예 주인님"   


"맞다 답은 없지 하지만 다른 의미로서는 너의 말은 아니다 저 모습은 인간들의 이해관계와 이익관계같은 복잡한 사회성이 얽히고 얽혀 나온 수많은 모습들중의 하나일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수없이 많은 시간을 살아온 나에게는 그저 쓸모없고 아무런 해답도 없었던 바닥의 쓰레기에 불과하지 인간이란 존재는 늘 그러하였다 내가 살던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인간들은 늘 서로가 저렇게 살아왔다 전쟁,종교,혁명...그러한 것들은 결국 인간들이 어떠한 굳건한 의지를 가진들 시간이라는 것에 희미해지고 뿌옇게 흐려지며 사라져왔다 그들은 과거를 보며 배우고 앞서 나간다고 하였지만 그 누구도 그 과거를 제대로 극복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


"역사는 늘 같은 모습을 반복한다 과거의 인물들을 보며 그러지 않겠다라고 배우지만 정작 그 과거의 살던 존재들의 오점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에 사는 인간들은 똑같은 실수와 오점을 반복한다 지금 저 모습도 이 순간순간에는 저들 모두의 기억에 각인되고 기억되겠지만 결국 오랜 시간이 흐르면 그들은 다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겠지 다시 저런 모습을 보일것이다 인간들의 기술과 의식같은 시대에 반영되는 것들은 발전되고 개량되고 새롭게 쓰여지며 왔지만 결국 그들은 그들 자신의 근본적인 부분은 절대 극복하지 못하였다 그게 한계지 그 옛날 내가 나의 가족의 심장을 멎게하였을때 나는 그에게 인간들의 감정의 원초적인 부분을 보아왔고 나는 그 때문에 이 인간들이라는 존재들은 근본적으로 바뀌지않는 존재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들에게 난 선물을,은혜를,지배를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엇나가고 불완전한 인류에게는 관리해줄 주인이 필요하다 그들을 이끌 인류의 주인말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주인님 왜 나서지 않으시는겁니까 왜 나서지 않으셨던겁니까? 주인님이라면 그들에게 꿈을, 행복을, 삶을 선사해주실 수 있지않으십니까"


"내가 나서는것이 그들에게 더 불행하다면 어떡할것이냐?"


"예?... 어찌하여 주인님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시어 이끄시는것이 더 불행해진다는겁니까 이해가 가지않습니다"


"여태껏 나는 그들의 뒤에서 도움을 주며 암암리에 그들을 이끌었다 다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늘 긍정적인 모습으로 다가갔던 것은 아니였다 누군가는 나를 부정하며 증오해왔지 확실하게 그들을 통제하고 지배하는것이 아니라면...인간들의 본능...벗어나고 싶은 자유욕망은 나조차도 통제할 수 있는것이 아니다 물론 대부분은 나에게 매혹되어 나를 따랐지만 나를 직접적으로 보지못한 존재들은 내 말과 가르침에 모두 동의하는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허나 제일 큰 문제는 내가 도움을 주고 이끌었던 것들이 다른 방식으로 변질된것이였다"


"나의 종아 내가 앞서 얘기했던것을 단순히 듣자면 인류를 부정하는것처럼 들릴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실을 말했을뿐이다 나는 인류의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모습을 전부 다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믿는다 난 인류를 사랑한다 나 자신조차 바칠 수 있지 헌데 인류는 그런 선물들을 자신들의 방식대로 해석하며 엇나가게 되는것이 문제였다 제일 큰 문제 중 하나는 나의 가르침이 움직이는 그림자처럼 어두운 흔척을 남기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적인것으로 받아들여져 이성과 합리를 바탕으로 하는것이 아닌 광기와 폭압으로 변질되어 퍼져나가 고통과 증오로 바뀌였다는것이다 그들 사이에 그것을 깨달은 몇몇은 도망치거나 또는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했지 나는 생각했다 언제고 확실한 순간이 오지않는다면 내가 나서는것은 그들에게 잘못된 힘을 준다는것을..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나는 인류를 믿었다 그리고 지금도 믿는다 진취적이고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믿는다 그들 스스로가 자립할 수 있게 만드는것이 내가 바라는것이고 가장 큰 기쁨이다 허나... ...제일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주인님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저에게 진실을 말씀해주십시오 오래전부터 말씀해주시지않은 진실이 무엇입니까 주인님의 말씀은 오랜 시간을 살아온 저에게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않습니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저의 눈을 뜨이게 해주실 수 있습니다"


그의 눈은 맑은 호수와 같이 지식과 기술을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그것이였다 하지만 그 열망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내가 너에게 언젠가 말하겠다고 했었지 시원의 진실을 말이다 허나 만약 그 진실을 너가 감당할 수 없다면 어떡하겠느냐?"


"...감히 말씀드리옵니다 주인님 저 또한 아주 오랜 생활을 살아왔고 나름대로 현자라고 자부합니다 헌데 그런 저에게도 주인님은 언제나 놀랍고 현명하셨습니다 제가 미물로 보일정도의 현자이셨습니다 그런 제가 그 진실이 어떠한지 얼마나 무거운지 감히 짐작도 못하겠나이다 하지만 저는 주인님의 충실한 종입니다 어떤 진실이든 간에...저는 주인님을 따를것이옵니다 그럴것입니다"


어떠한 말이라도 듣고싶었다 그 심정은 외딴 섬에 표류된 작은 선박의 녹슬어 휘어져가는 쇠붙이처럼 점점 버티지못했다 종자 또한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수없이 많은 세월동안 조그마했던 풀이 어느덧 거대한 나무가 되어가는 시간동안 배우고 익혔다 그것이 인생이든 지식이든 간에 말이다 하지만 그는 만족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그의 주인이 그를 목마르게 했다 흔한 인간들은 자신들이 현자이자 왕이듯 행세하는것에 익숙했다 어떠한 지식 어떠한 권력 어떠한 재력 그 중 어느 하나라도 손에 넣으면 인간들은 그들의 본능이 으레 그렇듯 자만심과 허영심을 보였다 악취를 가리려 향수가 발전했듯이 인간들의 추한 본능과 욕심을 가리려 가면을 쓰고 행동하는 인간들을 보며 그는 실망했고 그것이 오래되자 잠시 인간들의 속세를 떠나갔지만 그는 인간들의 긍정적인 것 또한 보면서 인류가 그렇다는것을 인정했다 최소한 그는 그러고싶었다 


하지만 그의 주인은 달랐다 어떠한 인간들과도 달랐다 어떠한 욕심도 보인적이 없었다 추한 본능을 보인적도 없었다 처음부터 그런 존재인것마냥 그는 늘 아름답고 눈부셨으며 따뜻한 햇살과 피부를 적셔주는 물과도 같았다 최소한 그에게 있어서 주인은 진리였다 그 어떤말로도 그의 주인을 형용할 수 없었다 그저 완벽하고 궁극이며 아름다운 존재 신이자 진리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주 작은 원자에서부터 커다란 별에 이르기까지 그의 주인은 그가 생각하기에 모든것이였다 그랬었다 그래야만 했고 또 실제로도 그랬다 어떠한 인간과도 다른 주인을 보며 그는 주인이야말로 우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주인의 입에서 나온 생각지 못한 말이였다


"너의 동족들이 기억나느냐? 한때 풍요롭게 받으면 베풀었던...신이라고 불렸던 너의 동족들이 말이다"


갑자기 나온 말에 주인의 말의 의중을 몰랐지만 그럼에도 종자는 답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기억이 나는것은 숲을 뛰어다녔던...제가 이름조차 기억나지않는 한 여자를 사랑했다는것..안개속에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나무처럼 그것만이 기억납니다"


"그렇다면 되었다"


주인님이라고 불렸던 사내는 이윽고 몸을 돌리며 자신의 종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길엔 일말의 감정이라는 이름의 우물이 메말라 버린듯했고 마치 깊은 심우주의 그것처럼 아득하게 멀어져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도시의 빛을 배경으로 하여 그의 주인에겐 후광처럼 보였다 


"나중에 다시 만날것이다 그때가 언제가 되었든 말이다"


"그때가 언제이옵니까? 수십년 후 아니면 수백년 후? 한때 저를 떠나가셨을땐 제 마음은 아무것도 없는 텅빈 공허였습니다 저는 깨달았지요 저 또한 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진정한 현자이자 저에게 신이나 마찬가지였던 아버지 주인님께서 없으시자 전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것을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제 그 마음은 많이 희미해졌지만 아직까지도 당신이 없으신 저의 인생은 무의미합니다 저도 따라가게 해주십시오 진정한 주인 인류의 주인을 말입니다"


목마름에 노예는 물이라는 것을 갈구했다


"난 너의 신도 아버지도 아니다 난 또 하나의 인간일뿐 지금의 너는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여전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그것이 언젠가는 걸림돌이 될것이다 한때 나의 충실했던 종이여"


"스키아... 제 이름을... 주인님께서는 한번도 제 이름을 불러주셨던 적이 없으셨습니다 그 오랜 세월동안 말입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것이다 언젠가"


거대한 체구를 이끌고 이윽고 사내는 어둠에 묻혔던 산을 떠나갔다 그의 걸음은 육중했지만 마치 깃털이 나뭇잎에 놓이듯 굉장히 가벼웠고 움직임은 컷지만 은밀하고 신속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땅에 개미처럼 누구에게도 자신이 있다는것을 알려주지않는것처럼 걷는것과 같았다 그가 떠나가자 그의 마음속은 공허해졌으며 원망과 슬픔이 화산에서 용암이 폭발하듯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그 자신에게 이 상황이 저주처럼 느껴졌다 만지고 싶어서 만질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런것 그와 같았다 그에겐 고통이였다 아주 오래전 자신의 주인이 말없이 그를 떠나갔을때 그는 자신이 더 이상 주인에게 쓸모없어져 버려졌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을 자신의 인생을 살면서 극복하려고 했지만 그 무엇도 그것을 충족시키지못했다 오랜 시간동안 그는 가족과 친구와 동료들을 만들었고 만나고 떠나보내면서도 늘 하나의 감정만은 어쩌질 못했다 그의 주인에 대한 감정말이다 그는 자신을 떠나간 주인을 한때 저주했지만 그것은 곧 쓸데없는 짓이라는걸 깨달았었고 결국엔 다시 주인에게 얽매여 만나고싶었다 


지금도 그러하였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른채 벅차오르는 환희를 억누른채 다시금 자신의 주인을 영접했지만 짦디 짦은 순간에 그에게 주인이 남기고 떠나간것은 그가 그전에도 느낀 감정 끝없는 기다림이였다 마치 버림받은 어린 자식이 자신의 부모를 끊임없이 기다리는것 사랑하던 연인이 떠나가고나서 그리워 하는것 부모가 먼저 떠나간 자식을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것 그에겐 그랬다 최소한 스키아에겐 자신의 주인은 형이자 아버지이자 신이자 주인님이자 세상이였다 


"언젠가...다시...언젠가...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주인님"



오랜시간을 그는 그 자리에서 서있었고 동이 터오자 마침내 그곳은 아무도 있지않았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거대한 나무들이 죽어갈 정도의 기나긴 시간이였다 더 이상 인간들은 지구에만 머물지않았다 별로 뻗어나갔다 거대하고 반짝이는 바다를 두껍고 육중한 배로 헤엄쳤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것들이 잊혀지고 다시 발전했을지는 그 모든것을 지켜보던 우주만이 알것이다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미생물의 그것처럼 인류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 종착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끝을 언젠가 찾겠다는 마음으로 인류는 계속해서 한걸음씩 나아간다 그래야만 하고 또 그럴 수 밖에 없다 그 기나긴 시간동안 말이다 지금 이 이름없는 행성의 외딴곳에서 그 생각이 도달해 한명의 인간이 오게된것처럼...


"하아..으으..."


고통의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한명의 늙은이가 있었다 거의 다 죽어갈 정도로 안쓰러운 한명의 늙은이 하지만 죽어가는 그 와중에도 그의 눈은 계속해서 빛났다 마치 자신의 일을 끝마치지못한 듯한 눈이였다 주변은 온통 삭막했으며 다 쓰러져가는 나무를 엮어만든 간이 움막과 그 움막의 사이로 들어오는 뜨거운 바람이 계속해서 공간을 맴돌며 누워있는 늙은이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지나갔다 그저 하나의 천쪼가리에 누워있는 그의 주변엔 아무런 물건도 없었다 천장에는 타오르는듯한 햇빛이 내리쬐며 움막의 사이로 들어와 그저 이 시간이 낮이라는것을 알게해주었고 누워있던 늙은이의 눈을 눈부시게 만들었다 늙은이는 지금이 언제인지도 몰랐다 아니 알 수도 없다 그에게 시간 개념은 없었다 그저 살아갔었다는 것 만이 현재 그의 피부에 남았다 더 이상 그는 힘이 없었다 일어설 힘도 움직일 힘도 숨쉴 힘도 말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아주 오래전 기원전 부터 그는 살아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과거는 저 멀리 아지렁이 피어오르는 사막의 땅처럼 흐릿했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않는 아련한 단편영화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기억나는것은 한때의 추억뿐이다 끝없는 황야와 타오르는듯한 태양빛 아래서 바다와 땅을 맴돌며 끊임없이 방황할 때 정확히는 큰 부상을 당하고 회복하고 다시 죽어가고를 반복하고 있을때였다 스키아는 눈앞에서 자신의 주인을 처음 만났었다 다른것들은 몰라도 그 기억만은 마치 방금 전 있었던 일인 마냥 뚜렷하게 기억이 났다 동시에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않는 무언가 공백이 있는것 같은 그 상반된 모순의 기억말이다 그때를 다시 회상했다


"허억...허억..."


"많이 힘들어보이는구나"


"누,누구냐? 사람이라면...물 한모금만 다오"


"상처가 심각하다 지금은 물이 문제가 아니다"


"시끄럽다 달라면 주는것이지 무슨 말이 많으냐......"


지쳐쓰러져가는 눈빛으로 상대방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던 그가 겨우겨우 고개를 올려다 보았을때 보았던것은 자신의 얼굴에 들이비치는 저 밝고 자신의 몸을 태우는 태양빛보다도 더 밝은 한 줄기 빛이였다 


"넌...아니 대체...누구...누구십니까?"


그는 여태껏 자신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이런 존재를 본적이 없었다 아니 자신의 아버지조차도 이 존재에게는 그저 한낱 미물에 불과한듯 보였다 그가 지금 자신의 눈앞의 빛을 보았을때 그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무엇인가를 보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마치 태양 그 자체와 마주하는것 같았다 그럼에도 고통은 없었다 아니 그를 바라보자 지금까지 있던 몸의 고통은 사라지는듯 하였고 정신적인 고통조차 치유되는듯 하였다 따스했지만 시원하고 배불렀지만 더부룩하지않은 편안함 그 자체였다 형용할 수 없었다 그 감격은 점점 더 커져만갔고 마침내 그의 눈에서는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너무나 벅찬,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장엄함 웅장함 어떠한 단어로도 표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넌 죽는다"


"당신은 대체..."


그 말을 끝으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 평생동안 처음봤던 그 장엄한 존재는 그를 들쳐엎고 이내 어디론가 사라졌다


"으으음..."


천천히 눈이 뜨여졌다 눈앞에는 하얀색의 천장이 보였고 천천히 시선을 돌리자 처음보는 형식의 조각들과 건축양식이 차차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이런것은 보지 못했었다 벽부터 바닥 가구들까지 훓어본 그는 이윽고 몸을 일으켰다 신기하게도 몸이 아프지 않았다 치유되어있었다 아무리 상처를 싸매고 지혈을 한들 소용이 없었던 상처였다 허나 지금은 흉터조차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어떻게..."


육체에는 고통이 없었다 하지만 정신에는 약간의 고통이 있었다 이상했다 무언가 공허했다 정확히는 고통이 아니라 허전함이였다 기억이였다 기억이 나질 않았다 자신의 모든것이..한때의 추억, 몇몇의 단편적인 기억뿐 그것을 제외한 기억이 나질 않았다 혼란스러웠다 두려웠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어느 민들레의 씨앗처럼 그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일어났구나"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몰랐다 화들짝 놀란 그는 뒤를 쳐다보았다 한명의 장대한 체구의 인간이 서있었고 그에겐 왠지모를 빛이 보였다 사람을 초월한 무엇보다도 강력한 어떤 존재에게 본능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얼른 일어나 무릎을 꿇고말았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너가 보기엔 내가 누구인것 같으냐?"


"당신은..."


"상처는 회복되었구나 이름이 무엇이냐"


"제 이름은...그게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분명히 쓰러질때까지만 해도..무언가 기억이 났던거 같은데..."


"너가 입었던 상처는 단순한 육체적 고통이 아니였다 그것은 물리적인 것만이 아닌 너의 영혼의 상처였지 그것은 기억나느냐?"


"그것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제 몸에 그저 무언가가 몹쓸 고통을 주었다는것만 기억합니다 저는 간신히 죽을 위험을 벗어났지만 그 상처는 낫지않아 고통스러워 하며 방황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신을...당신을 만났지요 허나 제 기억이 무언가 이상합니다 모든 기억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요?"


"너의 상처를 치료했을 뿐이다 강인하구나"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그 상처를 저는 제대로 치료할 수 없었습니다 전 일반적인 인간을 뛰어넘었습니다 몇몇 기억나는 단편적인 조각들이 그것을 뒷받침하지요 강인한 저조차도 쉽게 다칠 수 없는 부상을 입었으며 또한 그 부상을 치료할 수도 없었습니다 헌데 당신은 그것을 치료하였습니다 심지어 당신은 저의 눈을, 마음을 멀게하였습니다 당신을 처음봤을때 거대한 빛이요 영광이였습니다 당신은 무엇입니까 어떠한 존재인 겁니까?"


질문은 받은 사내는 아무말 없이 바닥에 앉아 화로를 처다보았다 이 신비롭고 강대한 존재에게 매혹되어 천천히 그 대답을 기다렸지만 사내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다시 시선을 돌려 그를 처다봤을때 그는 마침내 입을 열고 답했다


"한명의 인간이다"


"예?..."


이해가 가지않았다 그 어떤 존재들보다 이 남자는 강했다 완벽했으며 아름다웠고 순수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모든 긍정적인 것들은 이 남자에 비하면 발끝조차도 닿지 못하였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는 자신을 인간이라고 하고있다 이보다 더 거짓말 같고 모순은 본적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능욕이였으며 오만과 자만과도 같았다 모든것을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를 무시하고 경멸하는 말 같기도 하였다 떠오르던 의문은 이내 의심으로 바뀌였고 의심은 곧바로 분노로 바뀌었다


"저를 놀리시는 겁니까 인간이라니요 당신은 제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무엇보다...신이지요 사라진 기억속에서 얼핏 기억나는것은 다른 인간들이 저를 신이라고 불렀던거지만 저는 진정으로 당신과 비교하면 제 자신이 부끄러운 수준을 넘어서 한낱 먼지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당신은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한 무시가 있습니까? 이보다 더한 모순이 있습니까? 이보다 더한 차가움이 있습니까?"


"나는 너를 무시한적도 업신여긴적도 없다 산 정상의 얼음처럼 차디차게 대하지도 않았다 난 사실을 말했을뿐이다 나는 한명의 인간이며 내가 하는것은 목적과 길의 방향을 알려줄뿐이다 꿀을 찾아 돌아다니는 작은 벌같은 이여 그대가 방황하며 죽음이라는 어둠으로 걸어가고 있을때 난 그대에게 삶이라는 빛의 길로 다시 인도하였다 너뿐만이 아니지 다른이들에게도 했었고 지금도 하며 또 해야만하지 그들에게 했던것처럼 난 너를 이끌었다 내가 알려준 길로 넌 따라온것이다 그것을 넌 나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오해로 대체했을뿐"


그말을 들은 사내는 더욱 더 경건하고 바른 자세로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를...저를 이끌어주십시오 저를 말씀입니다 기억조차 사라지고 텅빈 나무 속처럼 된 저를 이끌어주십시오 당신을 따르겠나이다 당신을 모시겠나이다 당신의 노예가 되겠나이다 저를 받아주십시오 나의 주인...주인님이시여"


결국 머리를 조아리며 바짝 엎드렸다 그에게 있어 지금 삶의 이유는 눈 앞의 사내였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현재 보이고 기억나는 것이니까

사내는 일어나 걸으며 자신의 손을 이제 노예가 된 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문을 열며 말했다


"따라오거라 나의 그림자여" 


"그림자 저의 이름은 그림자, 당신의 그림자로 하겠나이다 스키아..."


사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키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뒤를 따라가며 생각했다 자신은 이제 노예였다 허나 기억이 사라진 그때보다도 더 큰 자유를 느꼈다 이것은 영광이자 은혜고 축복이였다 뜨거운 햇볕이 얼굴을 때렸지만 고통속에 떠돌아다녔을때 자신을 태우던 그 태양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그에게 더 이상 태양은 아무런 방해도 되지않는 울타리였다 가자 그를 따라가자 나의 주인을 따라가자 저 빛을 따라가자 이윽고 오두막은 아무도 있지 않은채로 조용하게 그 적막을 홀로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