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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모데스 전당(The Hall of Pleimodes)은 올림피아인들로 가득 메워졌다. 계급에 따라 배열된 낮은 소파에 기대에 최고의 진미에 둘러싸여 신처럼 식사를 했다. 무용수들은 긴 리본을 머리와 잔치 접시 위로 능숙하게 휘날리며 소파 안팎을 오갔고, 그 위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연회에 참석한 이들은 기쁨에 겨워 박수를 쳤다. 넓은 비단 가닥을 두른 여인의 몸에 손이 닿을 때, 그 중에서도 특별히 음욕이 짙은 이들이 애무하듯 어루만질 때 폭소가 터졌다. 돌처럼 무거움을 다루는 이들이 주를 이루는 사회에서 이런 가벼움은 드문 일이었다. 성벽의 무게는 모든 것을 누르고 짓눌러 그 안에 감싸인 이들을 조형물처럼 조정했으니 말이다.
”페투라보가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버지.“
담메코스의 아들 헤라콘이 말했다. 그는 자신의 거대한 수양 형제를 향해 고개를 까닥해 보였다. 참주의 가족들은 낮은 단상 위에 올라 있었고, 가장 풍성한 수확물이 오른 단상 중앙의 거대한 테이블을 두른 채였다. 모두가 그들의 부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노예가 아닌 임금을 받는 자유인의 섬김을 받았고, 엄청나게 비싼 구리, 금, 백금으로 된 잔으로 마시고 있었다.
”나도 페투라보가 이 모든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알겠지만, 네가 그러했듯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단다.“
담메코스는 미소를 지으며 로코스의 열두 석학(Logi) 중 하나인 에난 툴크(Aenan Thulk)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마치 농담이라도 하는 듯한 말투였지만, 아블로스(Avlos) 피리와 프로믹스(Phromix) 현이 자아내는 선율 바로 아래 숨은 그의 말에는 진지한 의중이 담겨 있었다.
”우리 사이에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 소원함이 내비치는 순간 암살자의 칼이 들어올 수 있지. 헤라콘, 너는 장남임에도 참주정을 휘두를 교활함이 부족하다. 혀를 더 현명하게 놀리도록 해라.“
헤라콘은 제 가식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의 미소를 따라하려 애썼지만, 그의 표정은 마치 습지 말벌에게 쏘인 강아지 같았다.
담메코스는 세 번째 석학인 몬닥 유메노스(Mondak Eumenos)와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렉스(Irex) 출신의 그는 동료들에게 무례한 사람이자 외부인으로 취급받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담메코스는 다른 열한 명의 석학들의 지위가 그의 의지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유메노스를 자신의 자리 가까이에 배치했다. 그런 일은 헤라콘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안도스는 그보다는 나았지만, 왕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인정이 많았다. 그의 찬자 셋 중 칼리포네만이 진정한 통솔력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일이었다. 올림피아에 여성 참주가 존재치 않는 것은 아니지만, 로코스는 그런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페투라보에 대해서는 헤라콘이 옳았다. 담메코스는 두 사람 사이에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물 너머에 있는 페투라보를 곁눈질로 지켜보았다. 다른 소년들은 제 이름의 날에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다. 무례하고 외설적인 행동이라 해도 용서받았다. 사실, 예상된 일이다. 인생의 첫 단계와 두 번째 단계를 가르는 경계선, 즉 젊음의 어리석음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표현될 수 있는 자리이기에 그러했다. 시적인 표현, 만취, 호색, 힘자랑이 장려되는 시간이었다.
페투라보는 그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특별히 만들어진 연회용 소파에 기대 누운 채, 경박함에 눈살을 찌푸릴 뿐이었다. 마치, 파산한 왕이 벌인 성대한 연회에 참석한 회계사의 표정이랄까. 모든 과일과 고기 한 점마다 그는 가격을 매기고 있었다. 이런 잔치로 가난한 백성을 얼마나 먹일 수 있을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생각을 멈추지 않는 채였다. 참주는 제 수양아들이 하루라도 음울한 본성을 버리기를 바랐지만, 동시에 그것이 헛된 희망임을 알고 있었다.
이제 끝내야 할 때로군, 담메코스가 생각했다.
페투라보는 올림피아인의 전형에 단 한 번도 들어맞은 바 없었다. 그리고 담메코스는 자신의 아들을 올림피아인의 형상에 맞추기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음을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해온 어떤 연설보다도 지금의 짧은 연설이 두려워짐은 어쩔 수 없었다.
로코스의 참주가 일어섰다. 화려한 마무리와 함께 음악이 멈추고, 성난 신성의 얼굴을 주조해낸 악기의 입에서 강철의 팡파르가 힘차게 울려펴졌다.
”오늘은 내 양자의 이름의 날이로다!“
담메코스가 외쳤다. 모여든 귀족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비록 호감이 가는 상은 아니었지만, 페투라보는 존중받는 존재였다. 그리고 술과 두려움은 사람의 환호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는 여기 로코스에 10년을 거했고, 그의 생일은 그에 대한 많은 것들만큼이나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우리에게 온 기념일인 오늘을 그의 16번째 생일로 여기노라. 그는 결국 한 사람의 성인이 되었도다!“
또 한 번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누구도 그것이 진실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페투라보는 올림피아의 역사상 그 어떤 이보다도 거인이었으며, 30대 장군의 용모와 수염을 갖췄기에 그ㅓ했다.
”이제 그는 신께서 우리에게 베푼 선물, 나이를 채웠은즉. 이제 그가 영원히 기억될 이름을 고를 시간이로다.“
페투라보는 연설 내내 깜박임조차 없이 그를 응시했다. 담메코스는 고개를 돌려 그 차가운 응시를 받아내며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느끼려 애썼다.
”양자여. 네가 선택하기 전에 알려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나는 너를 정식으로 내 가족에 입적하기로 결정하였다. 네가 위대한 존재임을 표시할 뿐 아니라…“
담메코스가 잠시 입술을 적셨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강해졌고, 강철 같은 단단함을 품었다. 그는 이 억센 소년이 깨닫기를 바랐다.
”너에게 우리 가슴 깊이 품은 위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내 아들아, 너에게 경의를 표하노라!“
담메코스는 잔을 들어 마셨다. 귀족들 또한 산발적으로 응원의 함성을 지르며 그 뒤를 따랐다. 페투라보는 잔을 살짝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러면서도 페투라보의 시선은 담메코스에 고정되어 있었다. 칼리포네는 동생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팔을 쓰다듬었다. 헤라콘은 눈살을 찌푸렸고, 안도스는 예의 바른 박수를 보냈다.
”이제 일어서거라!“
담메코스가 말했다.
”이제 이름을 고를 시간이다!“
군중이 다시 외치기 시작했다.
”이름! 이름! 이름! 이름! 이름!“
귀중한 전도성 금속으로 빚어진 잔이 식탁에 두들겨졌다. 대리석 바닥 위로 샌들 구르는 소리가 울렸다. 우레와 같은 환호를 뚫고, 다섯 여사제가 군중 사이로 걸어 나왔다. 나신 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은 검은 비단이 흩날리며 나풀거렸다. 뿔 달린 생명의 여신 헤포네(Hephone)의 금빛 가면이 그들의 얼굴을 가린 채였다.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는 곳은 눈뿐이었다. 그 우두머리는 은제 칼과 금제 그릇을 들고 있었다.
페투라보의 앞에 그들이 섰다. 거대한 소파에 기대어 있음에도, 그의 머리가 사제들의 어깨에 닿을 지경이었다.
”일어서라!“
여사제가 지시했다. 전당 전체에 침묵이 내렸다.
매우 의도적으로, 페투라보는 잔을 옆에 치우고 당당하게 일어섰다. 비록 신성의 대리인이라지만, 그럼에도 여사제들은 그의 눈 앞에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두 여사제가 페투라보의 손을 선두의 여사제가 든 황금 그릇 위로 들었다. 여사제는 은제 칼을 손바닥에 댄 채, 떡 벌어진 페투라보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성년이 되었도다. 이름을 고를지니, 그 이름이 피로서 봉인될지어다.“
페투라보는 여사제를 응시했다.
”내 아들아, 어떤 이름을 고르겠느냐?“
담메코스가 물었다.
”그 이름이 우리 가문의 신성한 연대기에 기록될 것이니.“
페투라보는 전당을 가로질러 시선을 던졌다.
”모든 사물에는 본성이 있고, 그 본성은 불변합니다. 그것은 열기 속에서 일시적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원소와 합금하여 제3의 원소를 만들 수도 있지요. 힘이나 화학 물질의 작용을 통해 형태가 변화할 수도 있습니다. 돌은 잘려 벽으로 빚어지고, 은과 금은 제련하여 전극이 될 수 있습니다. 철은 단조하여 무기와 쟁기가 됩니다. 물은 열기 속에서 변하여 증기가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돌은 돌입니다. 산을 활용하면 은과 금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철은 다시 빚어질 수도 있고, 설령 녹이 슨다 해도 여전히 철로서 남을 것입니다. 증기는 다시 물로 응축됩니다. 무엇도 그 본성을 바꾸지 못합니다. 고대의 영웅을 기리는 이름을 지으라고 하셨지요. 에이드라코스(Eidrachos) 또는 라카토르(Rakator) 같은 이름들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이 아니기에 그 이름이나 다른 이름을 가질 수 없습니다. 저는 페투라보입니다. 페투라보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 페투라보였으니, 어른이 되어서도 페투라보로 남을 것입니다. 제 이름이 곧 저이고, 저 자신이 제 이름입니다.“
페투라보는 여사제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칼이 떨리고 있었다.
”베어라.“
페투라보가 지시했다.
”그렇게 페투라보의 피를 흘려라, 내 이름은 페투라보가 될 것이니.“
헤라콘이 불쾌한 미소를 지었다. 담메코스의 시선은 칼리포네를 향했다. 그녀의 입 모양이 ‘오, 페투라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여사제는 확신이 없는 표정으로 담메코스를 바라보았다. 지시를 바라는 듯한 모양새였다. 페투라보는 올림피아의 이름이 아니었다. 전당 전체에 긴장된 정적이 흘렀다.
참주는 가벼운 미소로 제 실망을 감췄다.
”그에게는 제 이름을 고를 권리가 있으니. 내 아들은 나머지 우리들과는 다르다. 그가 페투라보라면, 그는 페투라보일 것이다. 내 아들, 페투라보여!“
그가 선언했다.
반응은 조용했다. ‘페투라보라니!’ 귀족들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여사제가 페투라보의 손을 빠르게 베었다. 상처에서 피가 흘렀고, 순식간에 아물었다. 잔에 한 점 얼룩이 떨어졌다.
”그대를 페투라보라 칭하노라.“
여사제가 말했다.
그녀와 부제들이 물러났다.
페투라보의 눈빛은 여전히 형형했지만, 담메코스는 순간 저 거인이 앉기 직전 입술에 살짝 미소를 짓는 것을 보았노라 생각했다. 섬광처럼, 물에서 떠오르는 물고기처럼 순식간에 사라진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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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임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dc App
저는 페투라보입니다. 페투라보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 페투라보였으니, 어른이 되어서도 페투라보로 남을 것입니다. 제 이름이 곧 저이고, 저 자신이 제 이름입니다. 캬
다메코스 갑분싸 잘 넘겼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