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대원 중 꿈을 꾸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왕의 궁정에 머무는 몽학자들은 꿈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마음의 안정을 이론적으로 다루지만, 그 문제에 대한 생물학과 심리학적 진실은 내가 알 수 없다. 만인대의 생존자들이 믿는 사실은 모든 존재가 그러하듯 우리도 꿈을 꾸지만, 우리 생명 기제의 어느 부분이 기계 분석에 나타나는 시냅스 발화의 발생을 막고 그 기억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꾸었던 꿈을 기억한다. 콘스탄틴은 황제 폐하의 유전적 대업에 의도적인 조정이 있었노라는 대담한 주장을 한 적이 있다. 즉, 우리 왕께서 커스토디안 각각의 유전자 프로세스의 용처를 미묘한 방식으로 조작하여 우리를 개인으로서 정의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인지 알 길은 없다. 콘은 우리 왕에 대해 그 어떤 존재보다도 잘 알겠지만, 나는 황제 폐하께서 왜 나에게 꿈을 꿀 수 있는 능력을 남겨두었는지-혹은 심어두었는지-알 수 없다.


나의 왕께서는 내가 본 꿈속의 환상을 헤게몬의 탑에 있는 기록 보관소에 남겨 달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다. 그분께서 아직 우리 사이를 거닐던 시절 그 기록을 읽으셨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폐하께서 옥좌에 착좌하신 이래 그 일을 포기할 것인지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지루한 일이라 그것 없이도 잘해 나갈 수 있었기에 그러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그분께서 나에게 요청하신 일이기에 했다. 이미 필멸의 기억에서 불멸의 신화로 변해가고 있는 시대의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것을 계속했다. 그것은 만인대에 내린 명령도 아니요, 직무상의 명령도 아니었다. 나의 왕께서 개인적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요청한 극히 드문 일이었다. 어느 날, 그분께서 나를 찾아 그것을 부탁하셨기에 계속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조차 멀쩡한 정신 상태로 그분의 청을 절대 거부할 수 없음을 안다.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 지금조차도 말이다.


내 인생의 대부분 동안, 서기들은 내 꿈을 하나씩 정성껏 보존했고, 이제는 거의 성스러운 기록처럼 나의 구술을 기록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때 과학적 호기심이었던 꿈의 기록은 종교적 무게를 더하고 있으며, 나는 더욱 신실하고 더욱 무지한 서기들이 당황스러운 열정으로 피지 뭉치를 움켜쥐는 것을 보게 된다.


내 꿈의 본질은 이미 수천의 필사 두루마리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 기록에는, 내 꿈이 기억과 상상력의 조각을 부르는 시냅스의 무작위적 발화로부터, 무언가 더 집중되어 있고 씁쓸한 기억으로 바뀌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 서신에서는 그 중 무엇도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서기들이 내 꿈이 악몽으로 바뀐 과정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떠오르지 않는다고 밝혔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종종, 내 꿈이 변화한 그 날을 떠올리곤 한다.


- 서신 10장 3절, 인류의 주인

디오클레티안 코로스



디오클레티안은 황제의 꿈이 죽은 순간 지하감옥에 있다. 그는 과할 지경으로 조정된 초인의 감각이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 전체가 갑작스러운 고통으로 뒤흔들리는 순간을 알아차린다.


제국 지하감옥의 방들 사이로 디오클레티안이 벼락처럼 쏘아진다. 혼란과 당황 속에 빠진 기술자들과 과학자들의 무리를 뚫고, 비명을 향해, 총성과 천둥을 향해. 제국의 무지가 제국의 목을 조르는 소리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달려본 적 없는 방식으로, 모든 신체를 오로지 움직임에만 바쳐 달린다. 그는 기계다. 그리고 다가올 전투를 위해 뽑힌 무기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그가 중앙 공간에 들어선 순간 불타는 진홍의 마그누스의 형상은 만인대의 맹공과 그 자신이 거둔 재앙적인 성공에 밀려 사라진 뒤다. 마그누스가 추방된 후 무질서가 지배한다. 웹웨이 관문은 이제 넓게 찢긴 상처가 되어 옥좌실로 인외의 것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간을 조롱의 기준으로 삼는 존재들이, 오만하게도 마그누스가 저지른 짓, 찢어버린 길을 뚫고 현실로 쏟아져 나온다.


“황제 폐하께로!”


콘스탄ㅌ니이 회전하고 쪼개고 일격을 새겨 죽이면서 소란 위로 노호한다.


“황제 폐하의 곁으로!”


황제는 이미 그의 금빛 정예 15인에 둘러싸인 채였고, 콘 역시 그 중 하나였다. 디오클레티안은 황제의 곁에 선 순간 그의 손가락을 마치 발톱처럼 들어 웹웨이 통로를 찢어내려는 듯 가리키는 것을 본다. 디오는 황제의 외침이 입술을 떠나기 전, 그 흥분한 눈빛에서 비명을 알아본다.


“균열로!”


인류의 주인이 외친다. 그의 목소리는 가슴이 찢길 듯이 아프다. 그의 얼굴은 희망이 사라지는 사람의 얼굴이다.


커스토디안들은 왕의 명령에 복종하며 살육을 거듭해 앞으로 나아간다. 살육이 이어질 때마다 악마들이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산더미처럼 시신이 쌓였기에, 그들은 도살당한 테라 과학자들과 화성 기계교단의 고관들의 시신조차 짓이기며 나아갈 수밖에 없다. 본능인지 운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디오클레티안은 라의 곁에, 선두 대열에 서 있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는 통로에 가까워지며 순간 서로를 마주 본다. 시적으로 보면 그 찰나는 0.5초에도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둘의 두려움의 무게를 전달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다.


진홍의 마그누스가 옥좌실에 도달하고, 그 뒤를 따라 지옥이 이르렀다면, 이 통로 너머에 있는 제국의 영혼들은 이미 모두 죽음을 맞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마그누스는 고의로건 무지로건, 순식간에 화성인과 테라인 수천을 죽였다.


라는 비명을 지르는 뿔 달린, 절대 이름을 알 수 없을 무언가의 목에 창을 꽂아 넣는다. 그와 동시에 라는 콘스탄틴의 한 발짝 뒤에서 통로로 뛰어든다. 디오클레티안은 그 관문이 그가 들어옴을 바라고 있음을, 또한 자신은 들어갈 권리가 없다는 그런 기분을 느낀다. 웹웨이 관문에 다가올 때마다 느낀 기분이다. 불가침한 현실이라기보다는, 오래 전에 죽은 종족의 고도의 신비한 예술이요, 워프만큼이나 물리적 우주의 법칙 아래 감춰진 것으로 여겨지는 무언가 아니던가.


디오클레티안은 돌아선다. 아나테마 사이카나의 전사들이 무리를 지어 커스토디안들의 뒤를 따를 준비를 하고 있다. 더 많은 커스토디안들이 방으로 들어서 앞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창의 역장이 악마들의 영액을 털어내는 모습이 보인다. 기계교단의 과학자-사제들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프로토콜을 해제하고 파괴적인 고통을 담은 무기를 최대치로 설정하며 이 성스러운 영혼들이 무장을 어깨나 로브 너머로 끄집어내는 모습을 본다.


그는 카에리아를 본다. 베테랑 군인이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방식으로 그녀는 그의 것이다. 관능 따위가 아닌, 최고의 친밀로 정의되는 유대감으로, 그녀가 그러하듯 그녀의 것이다. 콘스탄틴에게는 제네티아 크롤이 있고, 제네티아에게는 콘이 있다. 셀리아 해로다는 라를 가졌고, 라는 셀리아를 가졌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우리 다수가 그러하듯, 그것은 애정조차 아니다. 그저 그 자체일 뿐이다. 은하의 비밀들을 알도록 신뢰받는 선택된 소수 사이의 유대감일 뿐이다. 왕이 보고, 알고, 행하도록 허락한 그의 귀중한 최정예가 품는 유대감일 뿐이다. 이러한 유대감은 앞으로 10년 동안, 말 그대로 지금 웹웨이에서 시작된 전쟁에서 더욱 커질 것이다. 라와 셀리아의 경우, 그 유대감은 역시 그곳에서 끝나게 될 것이다.


디오는 카에리아가 무장을 갖춘 채 자신의 수하들과 모이는 모습을 본다. 같은 순간에 그를 알아본 카에리아의 손이 저 먼 거리에서 수어를 보낸다. ‘견뎌라’. 구부러진 그녀의 손이 말한다. 혹자는 ‘살아남아라’, 혹은 ‘행운을 빈다’로 읽었으리라.


디오클레티안은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찰나 동안 이 모든 것을 알아보고 처리한다. 그리고 이 광기의 중심에 황제가 있다.


이 순간을 기억하는 다른 사람들은 황제가 운명이 펼친 현실에 분노했다거나, 완벽하게 침묵했다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할 것이다. 디오클레티안은 이 대체품들을 모두 무시한다. 그는 지금 그가 평생에 걸쳐 기억할 모습을 보고 있다. 황제가 혼란에 빠진 채, 자신의 최정예이자 가장 충성스러운 영혼들에게 균열로 나아가라 명하는 모습, 그 자체로 새로운 종류의 고통을 느끼는 모습을 본다. 그는 제 왕이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그는 그런 인간적인 반응을 보일 정도의 인간성을 제 왕이 가지고 계신지 확신하지 못했다.


디오클레티안은 다시 관문으로 돌아선다. 그의 갑주에 비친 외계의 빛이 비명을 지른다.


그는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