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서(序)
내가 페큐(PerQ)의 전기를 써야겠다고 작정한 것은 한두 해 전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줄곧 망설였던 것은, 나 자신이 후세에 길이 전해 줄 만한 리멤브란서가 못 되는 까닭도 있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가 문장의 제목이다. 열전(列傳), 자전(自傳), 별전(別傳), 가전(家傳), 본전(本傳) 등 전기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애석하게도 여기에 적합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페큐가 역사에 기록될 만한 위인은 아니었으니 열전이라 할 수는 없다. 또 내가 페큐 자신이 아니니 자전이랄 수도 없다. 또 내가 페큐하고 종씨인지 아닌지도 모를 뿐더러 그의 자손인 군단에게서 부탁받은 일도 없으니 가전도 아니었다. 결국 이 문장은 ‘본전’으로밖에는 분류할 수 없겠지만, 내 문장을 생각해 보면 ‘하이브 시티 신민이나 가드맨 따위'가 쓰는 로우 고딕이어서 감히 ‘본전입네’ 하고 내세울 수도 없다. 그렇다면 리멤브란서들이 흔히 쓰는 ‘잡담은 그만두고 정전(正傳)으로 돌아가서(본론으로 들어가서)’라는 말에서 ‘정전’ 두 자를 빌려다가 제목으로 삼는 것이 어떨까?
둘째는 전기를 쓰자면 대체로 첫머리에 ‘이름은 무엇이며 어느 지방 사람이다.’라고 써야 하는데, 나는 페큐의 진명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셋째로, 나는 페큐의 이름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른다. 그가 살아 있을 적에는 사람들이 그를 페큐라고 불렀지만, 데몬프린스가 된 다음에는 두 번 다시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전에 나는 시길라이트 영감의 요원인 엘루시데이터 선생에게 여쭈어 본 적도 있었지만, 그렇게 박학 다식한 사람조차 그의 진명을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는 페큐의 이름을 쓰기 위해 '하이 고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홀리 테라에서 유행하는 철자법을 따라 페Quei라 하고, 쓸 때는 줄여서 페Q로 하려는 것이다.
제2장 승리의 기록
페큐는 이름이나 본적만 모호한 게 아니라, 대성전에 참여하기 전까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스페이스 마린 군단들은 일손이 필요할 때나 곯려 줄 때만 페큐를 생각할 뿐 다른 때는 관심도 없었다. 페큐는 본성은 관심도 없이 궤도에 있는 아이언 블러드 [아이언 워리어의 기함] 안에서 살았다. 게다가 제대로된 업적도 인정받지 못한 체, 대성전에서 공선전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 나갔다. 그래서 황제 폐하께서는 적의 방어가 두터울 때면 페큐를 생각하지만, 한가해지면 까맣게 잊어버리곤 하였다.
그런데 페큐 또한 자존심이 매우 강해서 다른 스페이스 군단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심지어 스페이스 마린 군단에 딱 한 사람밖에 없는 워마스터[황제의 통수권을 이어받은 사람]게까지도 웃어 줄 가치조차 없다고 여기는 형편이었다. 페큐의 말대로 하면, 옛날에 그는 ‘잘 살았고 학식도 높았으며 못 하는 게 없는’ 거의 완벽한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어쨌든 지금 그에게는 쫀심상으로 약간의 흠이 있었다. 그의 군단이 다른 군단보다 업적이 크게 모자라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뒤쳐진다'라는 말을 몹시 싫어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점점 확대되어 나중에는 '듣보잡이 내 상대다.' 라는 말도, '로갈 돈'이라는 말도 싫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런 소식을 가져오는 자가 있으면, 페큐는 벗겨진 머리가 시뻘개지도록 화를 냈다. 군단원에게 욕을 퍼부으며 때리려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페큐는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로갈 돈을 혼을 내주려고 덤벼들었다가 되레 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페큐는 그에 대한 대응 방법을 바꾸기로 하였다.
로갈 돈은 페큐를 볼 때마다 “야아, 무한한 지성인걸! 이제 보니 대성전 최고의 전과를 가진 지휘관이 여기 있었군." 그의 머리를 쿵쿵 쥐어박곤 했다. 그들은 페큐가 단단히 혼쭐이 났으리라고 생각했지만, 페큐는 십 초도 안 되어서 승리감으로 의기 양양해졌다. 자신을 짐짓 벌레처럼 하찮은 존재로 생각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로갈 돈은 결국 벌레를 곯려 준 꼴이 되는 것이니까.
‘네놈 따위가 뭐야. 나는 버러지야, 버러지라구.’
페큐는 자신을 경멸할 수 있는 첫 번째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에서 자신을 경멸한다는 말을 빼 버린다면 남는 것은 ‘첫 번째 사람’이라는 것뿐이었다. 어디에서든 ‘첫 번째’는 좋은 것이었다. 이렇게 묘한 방법으로 승리를 하고 나면 페큐는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 중략 ~~
리멤브란서 루쉰
그럼 페Q는 나중에 충성파들한태 총살당하는 거임?
페투라보와 아Q의 차이는 아q는 정신승리로 끝났지만 페투라보는 끔찍한 행동을 실현시킬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