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에라 아스타리아 보르테라 헬모어 부인(Lady Haera Astaria Vorterra Helmawr)는 손님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긴 식탁의 상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 20미터가 넘는 길이의 윤이 나는 대리석 식탁은 그녀의 첨탑 고급 응접실의 웅장한 회랑을 압도했습니다.
그녀는 하인들이 이 거대한 가구를 설치했던 날을 그리워하며, 근처에 기대앉아 그들에게 가구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조금씩 옮겨 달라고 끊임없이 말하며 부려먹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탈진으로 죽은 하인은 세 명뿐이었다는것에 그녀는 실망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가족을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사건들을 떠올렸습니다. 아버지는 암살자에게 치명상을 입고, 오빠 에그리엇은 스스로를 새로운 헬모어 군주라 선언했지만… 결국 골리앗 가문과의 어리석은 동맹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제 제론티우스 헬모어의 살아남은 자식들은 세상이 불타는 와중에도 서로 다투고 있었습니다.
허나, 오늘 모든 게 바뀔 것이다...
하에라의 첫 번째 손님이 도착해 방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중무장하고 갑옷을 입은 경비병들을 은밀히 흘끗 쳐다보았습니다.
제론티우스 헬모어의 17번째 친육 아들 길반(Gilbarn)이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오다, 조심하는 시늉도 포기한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진홍색 와인을 한 잔 따랐습니다.
두 사람은 적통의 후계자에게 걸맞은 정중한 인사를 나누었지만, 하에라는 그동안 제론티우스의 막내 적자가 대부분의 외딴 정착지보다도 더 비싼 와인을 들이키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길반은 마르고 창백한 소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초대를 받아들인다면 그다지 똑똑할 리 없을겁니다. 그녀는 경비병 중 한 명에게 그를 쏘라고 명령할까 잠시 고민했었습니다...헬모어 가문의 경호원은 적자 한 명이 다른 적자를 죽이라고 명령하면 어떻게 반응 할지 궁금했었습니다.
아마 아무 일도 없을 테지만, 분명 전에도 그런 상황이 있었을 것입니다. 뭐가 어떤 경우든 그녀는 직접 그 일을 하는 즐거움을 거부하진 않을 것입니다.
헬모어 가문의 나머지 친자들이 하나씩 도착했습니다. 먼저 5번째 딸인 키리 헬모어 (Kyree Helmawr)가 식당 입구만큼이나 큰 옷을 이끌고 방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습니다.
뻔뻔한 자기애주의자, 사악한 사교계 명사인 그녀는 여러 귀족 가문을 그녀의 날카로운 말투와 무심한 지루함으로 몰아 붙였습니다.
하에라는 그녀가 언제나처럼 숨 막힐 듯 아름다워 보였고, 키리의 향수에 정신 매료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느끼는 찬사를 꺾지 못했습니다.
키리 뒤를 이어 그녀의 형제자매 세 명이 방으로 들어와 거대한 테이블 주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11번째 아들인 '비만의' 홀룬(Horlun the 'Obese')이 있었고, 아버지의 배둘레를 그대로 닮았습니다.
뻔뻔스러운 대식가 홀룬은 아버지와 가장 닮았지만, 아마도 무리 중 가장 야심이 없는 자였을 것입니다. 권력 다툼보다는 아버지의 식욕을 채우는 데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 7남, 카타르(Kartar)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스파이어 사냥꾼으로 활동했던 시절 팔과 얼굴에 자랑스럽게 남은 흉터를 가진, 마른 전사였습니다.
전사인 카타르는 우수한 통치자가 되기에는 살육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싸움의 스릴과 훌륭한 살인의 만족감만을 좋아하는 하에라는 카타르가 전투를 위해 그렇게 자주 목숨 거는걸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 뒤를 이어 제론티우스의 둘째 딸이자 형제 중 장녀인 나이 든 이베타(Yvetta)가 들어왔습니다. 그녀의 도끼 같은 얼굴과 늘 찌푸린 얼굴은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모든 사람을 경계했습니다.
아마도 다음 헬모어 군주에게 가장 타당한 선택지이었을 이베타는 첨탑의 정치적 야만성을 경험한 노련한 이었고, 수년 동안 아버지 곁에서 네크로문다에서 제국 가문의 뜻을 집행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마침내 하에라의 마지막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13번째이자 여러 면에서 하에라의 어두운 쌍둥이인 니코(Nyco)였습니다. 하에라와 니코는 너무나 닮아서 친구같다 할 수 없었고, 둘이 같은 방에 있을 때면 키메릭스 두 마리가 같은 철장을 공유하는 것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니코는 하에라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탁에 앉았습니다. 일곱 형제는 식탁 주위에서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고,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형제 에그리엇이 죽었고 비교적 평화로운 권력 이양에 대한 희망이 그와 함께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간 길반, 홀룬, 카타르는 스스로 통치할 야망이 없었지만, 이베타의 지위를 지지해왔습니다. 하지만 둘째 딸은 아버지의 회복을 기다려야 한다며 스스로를 고려하지 않았죠.
아주 만약에 키리가 헬모어 영주라는 칭호에 대한 자신만의 야망을 품고 있지 않았거나, 니코가 형제자매들 사이의 경쟁심을 부추겨 서로 목을 조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즐기지 않았더라면, 그럴 가능성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에라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형제자매들이 서로 다투고 논쟁하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헬모어라는 이름을 가진 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허황된 무적감을 주는지, 하에라는 경이로와 했죠. 그녀는 그들에게서 그런 허황된 생각을 바로잡아줘야 했습니다.
형제자매들이 모욕에서 위협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들이 무기 자루로 옮겨갔습니다.
이베타는 키리가 그녀를 오래전에 제거했어야 할 아버지 목의 종양덩어리같다고 말하자, 옷 주름에서 긴 총신의 결투용 권총을 반쯤 뽑았습니다. 이에 키리는 풍성한 소매에서 악명 높은 가시가 있는 플라벨럼, 즉 화려한 결투 부채를 꺼내 펼쳐 보였습니다. 그부채 가장자리에선 작은 가시가 빛에 반짝였구요.
카타르는 허리에 찬 위상 검 자루를 손으로 감싸 쥐고 키리에게 으르렁거리며 경고했다. 카타르를 지켜보던 니코는 허리띠에서 칼날을 조심스럽게 뽑았습니다.
그리곤 흉악해 보이는 혈식검(haemophagic blade)을 탁자 위에 놓고 길고 날카로운 손톱 하나로 손바닥을 베었고, 그후 주먹을 꽉 쥐어 피 한 방울을 무기 위로 떨어뜨렸습니다. 형제자매들은 칼날이 핏 방울을 흡수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기억형 강철은 그의 헬모어 유전자 코드를 등록한뒤 그것을 공유하는 모든 사람에게 치명적인 신경독을 분비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이베타, 니코, 카타르, 키리는 모두 증오에 찬 시선을 교환했으며, 홀룬은 테이블 아래로 사라지고 싶어하는 듯 의자에서 몸을 숙였고 길반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습니다.
유일하게 하에라는 피비린내 나는 싸움으로 바뀌기를 기다리며 걱정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잠시 후, 상황이 진정된거 같았을 때, 하에라는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 키리의 뺨에 뼈를 발라내는 포크를 예리하고 정확하게 던졌습니다. 이베타는 총을 돌려 하에라에게 쏘았으나, 13번째 딸은 더 이상 자리에 없었고, 총알은 대신 그녀의 화려한 의자 등받이에 구멍을 냈습니다.
홀룬은 테이블 밑으로 뛰어들었고, 길반은 광학위장 변환 영약 한병을 서둘러 열어 쓴맛이 나는 혼합물을 한 모금만에 들이켰습니다. 그리고 니코와 카타르는 둘 다 탁자 위로 뛰어올라 칼을 겨누고 여동생을 찾았습니다.
피를 뱉어낸 키리는 망가진 뺨에서 작은 포크를 빼내고 부채를 든 채 치마를 휘두르며 돌아섰습니다. 저녁 식탁 끝 어둠 속에서 하에라가 나타나 한 손에는 위상 검, 다른 한 손에는 파워 스피어를 든 채 형제자매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에 그들은 돌아서서 무기를 든 채 하에라에게 돌진했습니다. 이베타의 권총이 다시 한 번 소리를 냈지만, 총알은 빗나가 경비병 한 명을 쓰러뜨렸죠.
경비병은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지만, 그 외에는 그다지 눈에 안띄게 숨을 거뒀습니다. 카타르가 선두로 나섰고, 니코는 그를 지나가도록 허락했지만, 그직 전에 피를 빨아들이는 칼로 그를 찔렀습니다.
그러자 카타르는 베이며 저주를 퍼붓었으며, 위상 검으로 동생을 향해 휘둘렀습니다. 칼날은 니코의 분절 갑옷 망토를 꿰뚫었지만, 에너지가 충전된 굴절 코팅이 깃든 피부 비늘에 불꽃만 튀겼습니다.
니코는 카르타르를 피해 탁자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카르타르는 이를 쫓으려 했지만, 독이 퍼지면서 발을 휘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에라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키리는 비명을 지르며 언니의 얼굴을 향해 부채질을 해 작은 독 침을 비처럼 흩뿌렸습니다. 키리에겐 좌절스럽게도, 그것들은 하에라의 반사장의 비춘 모습에 부딪혀 떨어졌습니다.
그 모습은 잠시 흔들리고 일그러지더니 이베타의 권총에서 발사된 한 발의 총격에 깜빡이다가 사라졌습니다.
이와중에 테이블 반대편 끝에서 길반은 출구를 향해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피부는 바닥에 일렁이는 상으로 보여서 마치 살아있는 타일과 양탄자로 탈출을 시도하는 괴물처럼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하에라가 헬마우르의 17번째 아들 위에 우뚝 서 있었습니다. 길반은 몸을 뒤집어 외투에서 금도금된 권총을 뽑았으나, 그가 무기를 꺼내기도 전에 해라의 칼날이 그의 두개골을 가르며 피가 쏟아내 바닥을 뒤덮었습니다.
다음으로 니코가 그림자 속에서 하에라에게 달려들며 도전적인 외침을 지르며 독 묻은 칼을 그녀의 목에 겨누었습니다. 허나 하에라는 몸을 돌려 드레스 자락으로 치명적인 칼날을 맞이했습니다. 그녀는 니코의 용 비늘 갑옷을 보았습니다.
희귀하고,: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이 갑옷은 그런 방어력을 뚫을 수 있는 무기가 거의 없었죠. 해라가 들고 있던 마찬가지로 난해한 기술의 위상검조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었습니다. 니코가 자신을 찌르려 애쓰는 동안, 하에라는 니코 주위를 빙빙 돌며 휘날리는 치마로 묶었습니다.
거미줄에 걸린 파리 같으니라고....
그녀는 비꼬는 듯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코르셋에서 긴 철사를 꺼내 니코의 목에 감고 비틀었습니다. 그렇게 니코가 죽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이베타와 키리는 테이블 끝에 다다라 동생의 마지막 비참한 발버둥을 지켜보았습니다.
하에라는 니코를 방패막이 삼아 이베타의 권총과 키리의 부채를 막아내려고 애썼지만, 동생에게서 마지막 생명의 찌꺼기를 짜내면서 자매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베타와 키리는 하에라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눈에 증오를 담았었죠.
두 자매가 여동생을 제대로 쏘기도 전에, 어눌한 비명 소리가 그들의 주의를 끌었습니다. 세 자매가 뒤돌아보자 카타르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몸을 똑바로 세우려 애쓰고 있었구요. 어느순간에 카타르는 검을 잃어버렸지만, 그 대신 볼텍스 수류탄을 손에 높이 쥐고 있었습니다. 하에라조차 그 파괴력 넘치는 무기를 보자마자 움찔했고, 경비병들이 불안하게 몸을 뒤척이는 모습을 한 명 이상 보았습니다.
이베타는 죽어가는 헬모어를 무장 해제할 준비를 하며 그를 향해 두 걸음 크게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카타르는 잠시 자리를 지켰고, 누나의 발치에 쓰러졌습니다.
그렇게 수류탄은 그의 손에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이윽고 눈부신 푸른 빛의 구체가 수류탄 반경 3미터 안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게 되어 카타르, 이베타, 그리고 식탁의 상당 부분이 순식간에 모두 삼켜졌습니다.
하에라와 키리는 공포에 질린 채 그 소용돌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13번째 딸은 끓어오르는 소용돌이 속에서 피를 갈구하는 얼굴들이 눈에 선하게 보였습니다.
이 푸른 구체에서 덩굴손이 뻗어 나와 자라기 시작하며 현실을 빨아들였구요.
공포에 질린 두 자매는 소용돌이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용돌이의 끝이 그들을 덮치기 직전, 방의 천정을 가로질러 제국의 부조가 활활 타올랐습니다.
설계자들이 상부 첨탑 구조물에 새겨 넣은, 신비로운 상징으로 이루어진 이 거미줄은 육십괘의 수호문으로 이루어진 미로이자 워프의 에너지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켰죠.
이렇게 워프의 보호 아래 소용돌이는 깜빡거리다가 갑자기 꺼지면서, 말라붙은 피와 오래된 뼈 냄새가 공기 중에 진동했습니다. 마침내 하에라와 키리는 잠시 숨을 고르며 공포가 가라앉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공포는 이내 가셨습니다. 그렇게 키리는 치명적인 8자형 부채를 휘두르며 언니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독침이 다시 한번 발사되었고, 어떤 건 하에라의 드레스 주름에 걸렸고, 어떤 다트는 갑옷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다만 몇몇 다트는 살점을 맞았고, 하에라는 독이 온몸을 태우는 것을 보며 저주를 퍼부었죠. 하지만 옷안에 내장된 반작용제가 가득 든 주사기가 재빨리 작동하며 그녀의 피에서 독을 씻어냈습니다.
사실 독보다 더 골칫거리는 키리가 뿌린 정신성 향수였습니다. 하에라는 그녀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었지만, 그녀를 보거나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애정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고 스스로를 의심했죠.
그러나 키리는 그런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았고, 13번째 딸을 조금씩 짓밟아 나갔습니다. 그러나 키리는 갑자기 몸이 굳었고, 고기 타는 냄새가 하에라의 코를 찔렀습니다.
줄이 끊어진 꼭두각시마냥, 키리는 치마와 늘어진 드레스 더미 속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녀가 쓰러지자, 그녀 뒤에 홀룬이 서 있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의 둥근 얼굴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고, 손에서는 디지털 레이저가 뻗어 있었습니다.
그런 홀룬 표정은 그가 원래 하에라를 쏘려 했다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마침내 하에라는 미소를 지으며 창을 들어 올렸습발다. 홀룬은 발을 헛디뎌 가며 돌아서서 문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구요.
마침내 하에라는 그가 문지방에 거의 다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창을 던졌습니다. 창은 그의 등을 정확히 가격했고, 그는 비틀거리며 몇 걸음 더 나아가 땅에 쓰러졌죠.
그녀는 탁자 상석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아 주변의 혼란의 결과를 감상하며 평화와 고요함을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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