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네크론 기록 보관소

이성적인 흉물

다람쥐



네크론 기록 보관소라기보단 고물상이 더 적합한 이름일 것 같았다. 히악스는 제노 기술 더미를 걸었다. 어떤 종파를 따르는지에 따라 값을 따질 수 없는 것일 수도, 혹은 이단적인 것이 될 수도 있는 것들이었다.


유물들은 대략적으로만 분류되어 있었다. 입구 근처에는 정지장 캡슐이 모여 있었는데, 일부는 깨졌지만, 일부는 멀쩡했고, 심지어 일부에는 네크론 보병의 잔해가 담겨 있었다. 질서 없이 무질서하게 널린 캡슐 위로 먼지가 자욱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기념비들, 그리고 그 너머에 플라스틸 팔레트 위에 대략 서른 개 단위로 차곡차곡 쌓인 녹틸리스 기계들이 있었다. 그 너머에는 불활성화 상태의 네크론이 뒤엉켜 있었다. 형태도, 문양도, 히악스가 헤아릴 수 있는 어떤 기준으로도 분류되지 않은 모양새였다. 건물 조각, 차량, 무기, 전체 작동 기제, 부품, 기계 조각들이 온통 뒤엉켜 있었다. 인간과 네크론, 그리고 다른 제노들의 기술들까지도 한데 모여 있었다.


히악스는 이 풍부한 정보이자 신성모독의 광경에 눈을 부릅떴다. 이곳에는 기술사 한 명을 몇 세대에 걸쳐 바쁘게 만들거나, 혹은 그로 인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게 할 정도로 막대한 양의 외계 물질들이 있었다. 솔직히 어디로 가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거의 완벽한 상태의 위상 생성기에 시선이 돌아갔다. 그가 아는 기술사 중에 몇은 이걸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막대한 값을 기꺼이 치를 것이다. 다음 순간, 히악스가 뭔가 단단한 것에 부딪혔다. 고개를 들자, 중무장한 전투형 네크론의 무시무시한 얼굴이 보였다. 순간 히악스는 비명을 억눌러야 했다. 다음 순간, 히악스는 그것이 비활성화 상태임을 알고 안도했다. 바퀴 달린 받침대에 고정되어 있었고, 각기 다른 손상 상태의 비활성화 전투형 네크론 일곱 기가 널려 있었다. 그 후로는 조금 더 길에 집중하며 걸음을 옮겼다.


카울은 방 안쪽의 넓은 공간에 있었다. 얼마나 깊이 들어간 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벽은 너무 멀리 있는 데다 무질서하게 쌓인 것들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유물들이 대-기술사의 주변에 위태로이 쌓인 채였다. 그가 웅크린 곳 위로 커다란 아크 조명이 빛을 뿜어냈고, 작업대 위에는 기계술사(Technomancer) 카스트에 속하는 네크론의 기계 육신이 널려 있었다.


기계술사의 두개골은 깔끔하게 톱질되어 내용물을 드러낸 채였다. 내부에서 쏟아져 나온 케이블들은 마치 우스꽝스럽게 뻗친 머리카락처럼 보였다. 케이블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숙고기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카울은 열린 두개골 위로 몸을 기울인 채 주작업용 손 두 개에 쥐어진 섬세한 도구들을 움직여 조작하는 중이었다. 서보 스컬의 무리가 윙윙대며 날아다녔다. 주품 대-기술사는 히악스보다 훨씬 거대했지만, 무장을 갖추지 않은 터라 원래의 육신이 다소 드러나 있었다. 히악스 보기에 지금의 카울은 거대한 생체공학 장비에 의지해 간신히 살아 있는 연약한 살덩어리처럼 보일 뿐이었다. 마치 구부정한 노인과 같은 형상이었고, 어지러이 쌓인 금속 뭉치들 때문에 거의 구별이 안 될 지경이었다.


음악이 재생되었다. 카울은 다소 기묘한 방식으로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증강물 송출기는 다양한 악기들의 소리를 완벽하게 복사해 냈고, 녹음된 음악에 그 소리들을 섞어 넣어 복잡성을 더했다. 하지만 카울은 그와 동시에 육성으로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거칠고 음정이 어긋난 덕분에 조화가 깨져 있었다. 곧 카울은 노래를 멈췄고, 오직 음악이 재생되도록 내버려 두었다. 히악스로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현악기들의 미묘한 협주곡이었다. 카울의 운송 장치가 덜컹거렸다. 그가 몇 피트 정도 위로 올라왔다. 그의 낡은 인간 상체가 반쯤 회전했다.


“카말린 히악스 기술사, 맞는가?”


카울이 말했다.


“오, 위대하고 가장 지식이 풍성하신 핵심 도관이시여, 당신을 뵙게 되어 한없는 겸손으로서-”

“그래, 그래.”


카울이 말하며 피지처럼 창백하고 가느다란, 하나뿐인 인간의 손을 어깨 너머로 흔들어 보였다. 그의 육신에서 손과 얼굴은 유일하게 겉으로 드러난 유기체 부분이었다.


“그럴 필요 없네.”


카울은 다시 제 작업으로 돌아갔다.


“어디까지였더라, 어디까지였더라, 어디까지였더라? 방해는 정말 딱 질색이란 말이지. 흠.”


카울이 다시 실험대로 고개를 숙였다.


“히악스, 조금만 기다려 주면 이 작은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 같네. 자네가 도착하기 전까지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걸릴 시간을 과소평가했어. 사과하네. 금방 끝내지.”

“괜찮나이다.”


히악스가 말했다.


“실험하시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

“쉬이이이.”


카울이 주름진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말했다.


“집중하고 있잖은가. 자, 시작해 볼까. 이건 여기. 저건 저기.”


그의 기계 촉수가 두개골 안팎을 오갔다. 촉수에 붙은 섬세한 조작기가 손에 들린 도구와 함께 윙윙거리며 네크론의 의식 회로망 곳곳에 선을 연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것을 여기에 넣으면. 그렇지?”


카울은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그리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두개골에서 손을 뺀 카울이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굽었던 등이 쭉 펴졌고, 연약해 보이는 인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카울의 수많은 기계 촉수들이 선을 제 위치에 고정했다.


“전능하신 기계 신이시여, 물질계에 현현하신 그분의 화신 옴니시아시여, 그리고 영속하며 존재할 동력의 힘이시여, 제가 이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소서, 간청하나이다. 청하오니…”


갑자기 카울이 멈췄다.


“근데 이런 귀찮은 것을 할 필요가 있나? 그냥 계속해도 되지 않겠나? 사실 난 기도의 효능을 좀 의심스럽게 보거든.”


카울이 자신의 두 손을 모두 들어 보였다. 하나는 금속으로 된 기계의 손, 하나는 살점으로 된 인간의 손이었다. 과장스럽게 손가락을 교차해 보인 카울이 어깨 너머의 히악스에게 윙크를 했다.


“이게 더 잘 통하겠지. 기계를 작동시켜라!”


어딘가에서 기술승들이 읊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울보다 더 의식에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히악스는 제대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강렬하게 기계 장치들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기계술사의 두개골에 연결된 숙고기가 격렬하고 분주한 작동음과 함께 생명을 찾았다. 어둠 속에서 서로 연결된 한 쌍의 네크론 장비들이 서로에게 벼락을 쏟아내며 수 야드에 걸친 공간을 환상적인 녹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 빛에 비친 부서진 네크론들에게 불안한 생명의 외양이 드리웠다.


“볼지어다, 살아 계신 동력의 힘이 발하는 힘을!”


카울은 그러면서 낄낄거렸다. 그런 모습을 본 히악스는 카울이 진지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데이터 추출을 시작한다.”


다음 순간, 네크론 기계술사의 눈이 녹색으로 타오르며 알 수 없는 야성적인 울부짖음을 내뱉었다. 금속이 금속을 긁어대고, 발톱이 돋은 손이 움켜쥐며 플라스틸을 비틀었다.


“이런, 이건 예상 못했는데.”


카울이 말했다.


“묶어놓을걸 그랬나보군.”


카울이 한 걸음 물러서고, 서보 스컬들도 그의 뒤에서 물러났다.


네크론은 히악스를 정면으로 노려보며 알 수 없는 언어로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흠, 이것도 예상 밖인데.”


카울이 말했다.


“무기를 좀 가져올 걸 그랬나?”


네크론은 더 이상 움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열린 두개골에서 형광 녹색의 빛을 내뿜으며 그들을 향해 알 수 없는 노호를 거듭 쏟아냈다. 카울이 숙고기 쪽으로 돌아섰다. 다이얼 위의 바늘들이 정신없이 춤췄다. 화면에는 아래쪽부터 서서히 채워지는 데이터 배열이 드러났다.


“데이터가 추출된다!”


카울이 흥분한 어조로 외쳤다.


“마침내 작동했어!”


다음 순간, 엄청난 전력 방전이 일어났다. 기계술사의 육신이 작업대 위에 축 늘어졌다. 기계 장치들이 갑자기 멈췄고, 다이얼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전력을 빚어내던 소음도 완전히 사라졌다. 네크론의 두개골 안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숙고기 중 하나의 뒤쪽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방 안에 타오르는 회로의 냄새가 가득 찼다.


“제기랄.”


카울이 기침하며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될 줄 알았는데.”


카울은 네크론의 머리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실망한 기색으로 바라보았다.


“멀쩡한 크립텍 표본만 하나 날렸군.”


작업대로 돌아선 카울이 선들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안타깝구만.”


카울이 다시 히악스를 향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아마 내가 이곳에서 정확히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겠지? 그래, 난 네크론 기계들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통찰을 어느 정도 얻었다네. 자네도 이 기록 보관소에 보관된 실험 결과들을 보고 이미 눈치챘겠지.”


몇 개의 기계 촉수가 네크론의 두개골에서 빠져나와 변형된 네크론 기술 장치들을 가리켰다.


“꽤 진전이 많았네만, 문제는 내가 거의 전적으로 직접 조작에 매달려야 한다는 거지. 이건 아주 조잡한 방식일세, 자네도 알아차렸겠지만. 그 창조자들은 이런 식으로 다루지 않았을 걸세.”


카울은 대답을 바라는 듯 보였지만, 너무 빠르게 계속 말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히악스가 제대로 답할 틈조차 없었다.


“네크론 장비의 작동 기제는 특정 고차원 과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네. 내가 찾으려는 것은 그들의 매개 시스템을 완전히 활용할 수 있게 해 줄 전체 하위 차원 코딩 패턴 묶음이고. 그걸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내가 더 많은 네크론 시스템을 직접 통제할 수 있겠지. 이미 몇 가지 기술에는 익숙하네만, 조금만 더 익히면 네크론의 기술 전반을 풀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 상상해 보게! 저들의 경이로운 스캐럽을 우리의 의지에 따라 조종하고, 시공간의 법칙을 약간의 노력만으로 조작하는 거지. 어쩌면 우리가 워프를 길들일 수도 있네. 어떻게 생각하나?”


불가능해, 히악스가 생각했다. 하지만 카울이 자기 말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히악스는 이 거북한 의견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이 아쉽게도 번거로운 일이라는 점이지.”


카울은 석판 위에 놓인 기계 거인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 표본에서 필요한 심상 회로를 확보해서 내 목적에 맞게 해독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보안 프로토콜에 또 막히고 말았지.”

“사망 스위치군요.”


히악스는 카울이 다음 말을 하려던 찰나의 마이크로초를 노려 끼어들었다.


“그래! 그렇지.”


카울은 히악스의 짧은 입전에 만족하는 듯 보였다.


“자넨 그들의 방식에 익숙하군. 문제는 네크론들이 너무 안전장치가 많다는 게지. 이번엔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지. 하지만 아니더군. 이 크립텍의 머릿속에는 이제 끓어오른 폐기물만 가득하네. 얻을 수 있는 게 없어.”


카울은 손에 들고 있던 도구를 다른 도구들이 정렬해 있는 금속 쟁반 위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 두 기의 서비터가 활성화되더니 육중하게 움직이며 바퀴를 굴려 나아왔다.


“나머지와 둬라.”


카울이 말했다.


“정말 안타깝군.”


서비터들이 무심하게 기계술사를 작업대에서 끌어내렸다. 기계술사의 긴 사지가 갑판에 털썩 늘어져 바닥을 긁었다. 서비터들은 기계술사를 질질 끌어 부서진 기계 더미에 아무렇지 않게 던져버렸다.


카울의 기계 촉수들이 다시 본래 위치로 돌아갔다. 기름 범벅인 낡은 천으로 외계의 기름을 손에서 닦아내는 중이었다. 그렇게 많은 증강을 거쳤음에도, 카울은 기이하리만큼 인간적이었다. 그를 둘러싼 신화와는 전혀 달랐다. 벨리사리우스 카울의 모습은 실망스러웠고, 히악스가 기대한 거대한 옴니시아의 도관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내가 정말 필요한 건 살아있는 크립텍이라네.”


카울의 웃음소리가 하악 증강물을 거쳐 증폭되어 기록 보관소 전체에 울려 퍼졌다.


“아니, 살아있지 않은 크립텍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군. 그놈들은 진짜 생명체가 아니니까. 활성화 상태라고 하는 게 낫겠어.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작동 중인 실물 말일세.”

“하지만 작동 중인 실물에서 어떻게 정보를 추출합니까?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음, 그렇지. 발생하겠지.”


카울이 동의했다.


“그럼 필요한 데이터를 어떻게 얻는단 말입니까?”

“방법론을 바꿔야지.”


카울이 대꾸했다.


“어떤 방법을 말씀하시는지요?”

“물어봐야지!”


카울의 유쾌한 어조는 마치 히악스를 명랑하지만 이해가 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들렸다.


“자네, 저놈들과 대화해 본 적 있나? 그러니까, 활동적이고 생각하며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흉물과 말일세.”

“없습니다.”


히악스가 말했다. 그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놈들의 기술을 사용해 본 적은 있었지만, 놈들의 거짓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절대 없습니다.”


단호하게 히악스가 대꾸했다.


“난 있거든. 분류에서 볼 수 있듯이 저들은 혐오스럽지만, 제노 치고는 제법 매력적인 편일세. 카디아의 파일런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려다 그들의 통치자 중 하나와 마주쳤지. 아쉽게도 안정화에는 실패했네만, 그는… 나름대로 제법 매력적이더군.”


마치 함께 음모를 꾸미기라도 하듯, 카울이 히악스에게 윙크해 보였다.


“우리 사이니까 말하는 거지만, 조금 무섭기도 하더군. 나를 납치해다가 일종의 동물학적 전시관에 가두려고 했다네. 상상이 가나? 내가 뛰어난 협상 실력을 발휘한 덕분에 겨우 빠져나왔지.”

“그렇게 이 모든 것을 모으신 겁니까?”


히악스는 기술이 쌓여 빚어진 언덕을 보며 말했다. 볼 때마다 더 많은 세부적인 기술들과 보물들이 보였다. 너무도 많았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내가 이것들을 모은 것이… 보자, 거의 2천 내지 3천 년은 된 것 같군. 언젠가는 쓸모가 있으리라 생각했지. 나는 다양한 종류의 제노들로부터 이런 것들을 수집해 왔다네. 그러니 나도 사실 그 괴물 트라진과 크게 다를 것이 없겠지. 본격적으로 여기 관심을 쏟게 된 것은 요즘이라네. 프라이머리스 프로젝트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니까. 사실 이것들은 뭐랄까, 부차적인 프로젝트였지. 네크론 유적이 처음 발견됐을 때 주목하기 시작했고, 네크론이 얼마나 멀리 퍼져 있는지 확인된 순간부터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네. 놈들이 활동을 재개하면서 시급한 과제가 되었지. 그래서 나는 이 자료들의 목록화를 진행하고 있다네. 물론 그 반절 정도는 어디서 구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거리네만. 기억만 명료하면 훨씬 더 쉬이 빠르게 작업할 수 있을 텐데.”


카울은 기록 보관소를 둘러보았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과제를 떠안은 사람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만 년은 긴 시간이지. 기억 소거, 치명적인 기억 손실까지… 자네가 알고 있는 데이터 오염을 다 읊어보게. 내가 겪어보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는 쓰지만, 수많은 기억 코어들을 백업해 놓고 정작 그 백업을 엉뚱한 곳에 던져두곤 하지. 꼭 옛 지구의 다람쥐처럼 말일세. 겨울을 나려고 숲 곳곳에 견과류 보물들을 숨겨두고도, 어디 뒀는지 까먹는 꼴이니.”

“다람쥐라고요?”


카말린 히악스는 다람쥐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카울의 엄청나게 증강된 4족보행형 육신을 보며 히악스는 다람쥐도 거대한 덩치의 괴수가 아닐지 생각했다.


“그래, 다람쥐 말일세. 다람쥐과에 속하는 동물들은 끔찍하게 기억력이 나빴다지? 제가 숨겨놓은 먹이를 찾기 위해 후각에 의존했다고 하더군. 나도 어느 정도는 그들과 비슷한 것 같네.”


카울이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어디선가 배운 이야기인데,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군. 걱정 말게, 내가 가진 지식은 모두 확인 과정을 거친 것이니, 이 이야기도 사실일 걸세. 아닌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대-기술사시여.”


히악스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말게. 그러니까 나는 만 살이 넘었고, 망각에 취약하다는 뜻이니까.”


카울은 바쁜 걸음걸이로 움직여 잘려나간 네크론 전사들의 머리 중 하나를 거대한 조작기로 집어 들었다. 잠시 그의 시선이 네크론의 눈구멍을 향했다. 정말 오래된 것이었고, 어딘가 부식된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카울은 그 머리를 던져버렸다.


“가끔은 그 망각을 강제받기도 하지.”


카울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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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식 개좆같은 새끼 글 분량 좀 늘려라 ㅅㅂ 잘려서 올라가고 지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