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에 황운 있으시길, 마카리우스.'
이것은 수 시간 동안, 폐하의 성스러운 함선 "로드 솔라 마카리우스"의 함교에서 처음 울려 퍼진 음성이었다.
제국 해군의 군함에서 완전한 침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갑판은 거대한 플라즈마 기관의 진동으로 끊임없이 떨리고, 만 단위를 넘는 승조원이 흘리는 땀과 노동의 기척이 복도와 작업실, 선실마다 메아리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테이터급 순양함 내부의 분위기는 기묘하리만치 가라앉아 있었고, 심지어 지휘의 심장부인 함교에서도 명령과 보고는 내밀한 속삭임처럼 조심스럽게 오갔다. 수백 개 지점과 연결된 내부 통신망조차 숨죽인 듯 정숙했다.
함교의 중심에 선 레오텐 셈퍼 함장은 뒤편에서 들리는 정중한 헛기침과 군화의 발걸음 소리에 주의를 돌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절도 있고 감정 없는 억양. 젊은 장교, 그의 기함부장이었다.
"‘인더패터거블’ 호에서 송신이 도착했습니다, 함장님. 회신하시겠습니까?"
셈퍼는 조용히 몸을 돌려 그를 마주 보았다.
세련된 이목구비.
히토 울란티.
네크로문다 귀족 가문의 이름이다.
이런 인물이 해군 복무라니, 흔치 않은 일이지.
귀족은 언제나 야망을 품고 산다.
잠시 그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과거 ‘배교의 시대’엔, 장교가 출세하려면 암살이 통용되던 때도 있었지
그 기억은 셈퍼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을 머금게 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황제의 군함을 지휘하는 자다. 사적인 회상을 허락할 시간은 없다.
"회신하라, 울란티 대위.
인더패터거블 호 함장과 장교들에게 우리의 인사를 전하라.
그리고, 다시금 스트라니바르로 돌아오는 날—그들과 조우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하게."
기함부장은 발뒤꿈치를 정규 해군식으로 단단히 맞부딪친 뒤, 예식에 따라 경례하고는 호위함에게 회신 신호를 전송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셈퍼 함장은 조용히 지휘 갑판의 관측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리창 너머로 별들이 수놓인 우주가 펼쳐져 있었지만, 그 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 얼굴은, 고향 시프라 문디의 대저택에 걸린 셈퍼 가문의 조상 초상화들과 하등 다르지 않았다.
매서운 매의 눈매,
엘리트 장교 특유의 단정하면서도 냉혹한 인상,
오크 함선을 습격하던 젊은 시절 얻은, 자랑스럽게 남겨진 상흔,
그리고 옵스쿠루스 구역 제국 해군의 고위 장교만이 입을 수 있는, 번쩍이는 제복.
그러나 그의 눈길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제복의 깃에 달린 반짝이는 함장의 계급성이었다.
배교의 시대 이전부터, 셈퍼 가문은 제국 해군에서 끊이지 않고 복무해왔다.
하지만 이 가문의 후계자인 그는, 조상들과는 달리 자신의 초상화가 고향 대저택에 걸릴 날이 과연 오기나 할지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정신을 다잡았다.
시선을 별무리 너머로 옮긴 그의 노련한 눈은 곧, 저 멀리 움직이는 한 점의 빛—인더패터거블 호를 포착했다.
그 빛은 점점 밝아지더니, 소드급 호위함이 기관을 점화하고 마카리우스 호에서 방향을 틀어 정찰함대와 방어 감시선들이 교차 순찰을 벌이는 스트라니바르 항성계 외곽 경계선으로 복귀해가는 모습이 되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속으로 저주를 뱉었다.
‘저런 경계망은 대체, 카오스 함대가 워프에서 튀어나올 땐 어디 있었단 말인가?’
그 급습은 참담했다.
스트라니바르 전대의 3분의 2가 파괴되거나 무력화되었고, 그 피해의 진정한 규모는 사건 직후에야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딕 전역 곳곳에서—거의 동시에—비슷한 기습 공격 보고가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공포의 눈(Eye of Terror)이 열렸고, 침공 함대가 쏟아져 나왔다.
고딕 방위함대 전체가 전시에 돌입했다.
전역을 송두리째 잃지 않으려면, 제국 해군은 지금 즉시, 전면 반격에 나서야 했다.
라벤스부르크 대제독은 휘하의 모든 항행 가능한 함선들에게 즉시 집결 명령을 내렸다.
마카리우스는 전대에서 유일하게 온전히 살아남은 함선이었고,
우선으로 독에서 빠져나와 무인계 돌로로사 성계에서 코브라급 구축함 전대와 합류한 뒤,
현재 집결 중인 베인 모르 함대군으로 진입하라는 명령을 부여받았다.
그곳에서 마카리우스는 노후화된 인터셉터와 마로더 전투기를 대신할 퓨리(Fury)와 스타호크(Starhawk) 우주공격기 편대를 인수하게 될 예정이었다.
마치 도둑처럼 정박지를 빠져나온 마카리우스는,
카오스의 습격으로 떠다니는 잔해가 되어버린 전우들의 함선을 스쳐 지나며,
부서진 전대의 망령들을 뒤로 남긴 채, 묵묵히 항로를 따라 나아가고 있었다.
시작부터 대차게 쳐맞고 집 떠나는거야...??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