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리엘은 서클 체임버 중앙의 주춧돌 가장자리에 네미엘과 함께 선 채, 불안하게 발을 옮겨 딛었다. 두 사람이 아마디스 형제의 뒤를 따라 서클 체임버 안으로 걸어 들어온 것이 바로 몇 분 전이었다. 아마디스 형제를 따라 서쪽 회랑 문을 통해 들어올 수 있도록 허가를 받는다는 것은, 흥분되면서도 무척 영예로운 경험이었다.


 기사단의 하급 단원들은 보다 높은 위치의 입구를 통해서만 서클 체임버로 들어올 수 있었고, 회랑 문들을 통해 서클 체임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허가를 받은 것은 오직 기사단의 상급 기사들뿐이었다.


 일반적으로, 수습 기사들을 포함하며 정식 기사보다 낮은 계급에 있는 단원들은 저 위쪽의 벤치들에 앉도록 강제되곤 했지만, 기사단의 상급 단원들은 이러한 경우에서 특별히 면제를 받았다.


 알두루크의 복도들과 방들은 퍽 분주한 상태에 있었다. 작은 무리를 이루고 지나가는 기사들과 종자들, 그리고 수습생들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서둘러 이동하고 있었는데, 사르타나 공의 도착을 맞이할 준비를 위해 중요한 심부름을 수행하고 있음이 분명하였다.


 서클 체임버의 지붕 위에서는 예식용 깃발들이 먼지를 털고 늘어트려지고 있었으며, 적색과 진홍색으로 칠해진 전쟁용 깃발들은 전설적인 과거와 형제애, 그리고 화합(confraternity)의 이미지를 상기시키는 깃발들로 대체되어 있었다.


 서클 체임버 중앙을 둘러싸고 설치된 석재 벤치들 위로 로브 차림에 후드를 뒤집어 쓴 기사단원들이 빼곡히 둘러앉았지만, 기사단의 상급 형제들과 동행한 일부의 수습생들 외에는 그 어떤 수습생들도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 사르타나란 작자가 정말로 그렇게 중요한 인물인가?” 네미엘이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려 조심하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서클 체임버는 놀라우리만치 소리가 잘 울리곤 했다.


 자하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걸. 루푸스 기사단에서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잖아.”


 “루푸스 기사단은 거의 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야.” 자하리엘이 말했다. “이전의 영광으로부터 많이 멀어진 건 사실이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자하리엘은 자신이 기사단에 처음 가입하고 몇 년이 지났을 즈음, 기사단의 청지기들이 고위 기사들의 방들과 홀 아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었던 일을 떠올렸다.


 “루푸스 기사단은 위대한 짐승들에 대한 라이온 님의 원정에 대해 반대했어. 그리고 기사단과 그 동맹군이 숲을 정화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산성으로 물러났지. 내가 듣기로, 루푸스 기사단의 기사들과 수습 기사들 중의 상당수는 원정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보고도 기사단에 합류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들었어.”


 “그럼 자기 형제들을 저버리고 떠났단 말이야?” 네미엘이 놀라서 물었다.


 “내가 듣기론 그렇다더라.” 자하리엘이 말했다. “내 상상이지만, 아마 요 몇 년간은 힘들고도 음울했을 거야. 절기마다 모집되는 새 수습생들이 겨우 한 줌 밖에는 안 되는 수로 줄어들었으니까. 몇 년, 아무리 길어도 십 년 안이면 루푸스 기사단은 기사 조직으로서 성립 가능한 수준 이하로 떨어질 전망을 맞이하게 될 지도 몰라.”


 “슬픈 일이군.” 네미엘이 말했다. “영광스럽고도 영웅적인 죽음도, 위대한 전투도 아닌 쇠퇴로 인해 사라지게 된다니 말이야.”


 “그렇게 과소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아마디스 형제가 두 사람의 곁에 나타나서는 말했다. “궁지에 몰린 짐승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으니까.”


 “아마디스 형제님, 질문이 있습니다.” 네미엘이 말했다.


 “무엇이냐? 묻는 것은 좋다만, 서두르거라. 사르타나가 조금 있으면 도착할 것이다.”


 “자하리엘의 말로는, 루푸스 기사단에는 이제 거의 수습 기사들이 남아 있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단원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건 질문이 아닌데.” 자하리엘이 지적하였다.


 “나도 알아, 금방 질문하려고 했다고.” 네미엘이 말했다. “제가 하고자 했던 말은, 그것이…. 뭐라고 할까요. 이렇게 사르타나 공 앞에서 기사단의 수습 기사들을 과시해 보이는 것이 조금 거만해보이지는 않겠습니까?”


 아마디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통찰력이 뛰어나구나, 네미엘 소년.”


 “그렇다면, 왜 이렇게 과시를 해 보이는 겁니까?”


 “좋은 질문이구나. 그러니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마.” 아마디스가 말했다. “십중팔구, 사르타나 공의 머릿속에 화해할 생각 따위는 없을 것이다. 내 생각에 라이온과 루서는 장차 우리 기사단의 힘이 얼마나 강력해질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암묵적인 과시를 하고자 하는 것 같구나.”


 “그리고 만일 사르타나 공이 우리와 맞설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우리의 전사들이 북녘 야생지에서 원정을 벌이는 데에 좀 더 순순히 동의하게 되겠지요.” 자하리엘이 아마디스의 말을 끝맺으며 말했다.


 “대충 그런 것이다.” 아마디스가 자하리엘의 결론에 동의하며 말했다. “이제 입을 다물거라. 이제 곧 시작될 것이다.”


 자하리엘은 시선을 동쪽 회랑 문을 향해 돌렸다. 후드를 뒤집어 쓴 기수(旗手)들이 두 줄을 이루고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기수들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고, 그들의 걸음은 묵직하였다. 음울하도록 엄숙하게 기수들은 양쪽으로 갈라졌고, 서클 체임버의 중심을 따라 주위를 빙 돈 기수들은 중앙의 주춧돌 주위로 깃발들의 고리를 형성하였다.


 각각의 깃발들은 바닥에 난 홈들에 고정되었고, 기수들은 바닥에 세워진 깃발들 아래에서 무릎을 꿇은 채, 기사단의 군주들이 들어오는 순간 고개를 조아렸다.


 라이온과 루서가 서클 체임버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검은 갑주를 눈부시게 차려 입은 두 사람의 어깨에서, 청동 핀으로 고정된 하얀 망토가 휘날리고 있었다. 라이온의 거구는 여전히 루서를 압도하고 있었으나, 자하리엘의 눈에 그 두 사람은 마치 같은 천으로 재단하여 만든 장엄하고도 아름다웠다. 라이온의 표정이 엄숙하게 굳어져 있는 데에 반해, 루서의 표정은 환하게 트여 있었다. 그러나 자하리엘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는 루서의 두 눈과 턱선에서 그가 느끼고 있는 긴장감을 엿볼 수 있었다.


 벤치 위에 둘러 앉아 있던 기사단의 기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흉갑 위를 주먹으로 세게 때리는 것으로 자신들의 가장 영웅적인 형제들에게 경례를 보내었다. 모든 기사들이 자신들의 상급자들에게 마땅한 존중을 보내고, 귀가 멀어버릴 듯 큰 소리가 울렸다.


 로드 사이퍼와 최고위의 전투 기사들 여럿을 포함한 기사단의 상급 기사들이 라이온과 루서의 뒤를 따랐다. 그들 모두가 군대를 이끌고 수많은 부대들을 지휘하는 데에 능숙한 그런 기사들이었다. 자하리엘이 보기에, 이것은 이미 단순히 힘을 과시하는 암묵적 표현을 넘어서 있었다. 이것은, 실제 무력 시위 그 자체였다.


 루서의 곁에는 번쩍이는 청동 판갑 위에 기다란 늑대 가죽 망토를 걸친 전사가 서있었다. 그 전사의 투구 꼭대기에는 늑대과 짐승의 해골과 위턱이 장식처럼 매달려 있었고, 전사의 양쪽 견갑 위에는 짐승의 앞발이 늘어뜨려져 있었다.


 그가 바로 사르타나 공이었다. 사르타나는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얼굴에 축 늘어진 은색 콧수염을 지닌 강력한 사내였다. 두 눈의 눈꺼풀은 묵직했으며 눈동자는 회색이었고, 이목구비에서는 호전성이 흐르고 있었다. 틀림없이, 기사단이 선보인 거의 노골적이다시피 한 힘의 과시를 분명하게 인지한 듯한 모습이었다. 사르타나의 곁에는 늑대 가죽 망토를 걸친 세 명의 전사가 동행하고 있었는데, 그들 역시 사르타나와 마찬가지로 덥수룩한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으며, 그 용모는 기사단의 상급 기사 대부분보다 더 늙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전사들이 원의 중심에까지 도달하자 라이온은 양손을 들어 올려 침묵할 것을 손짓하였다. 라이온의 지시는 빠르게 이행되었다. 이리도 많은 상급 기사들을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흥분감에, 자하리엘은 네미엘에게 힐긋, 흥분 섞인 시선을 보내었다.


 라이온이 사르타나 공에게로 몸을 돌려 손을 내밀었다. “서클 체임버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이곳은 형제와 형제가 계급이나 위치의 구애되지 않고, 모두가 평등한 위치에서 마주하는 곳. 어서오시오, 형제여.”


 자하리엘의 귀에 그 목소리는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하게만 들렸다. 마치, 라이온이 쓰디 쓴 재를 삼킨 것 마냥 그 말을 하기 무척이나 저어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르타나 공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생각하였음이 분명하였다. 그는 라이온이 내민 손을 무시하였다. “나는 분명 개인적인 면담을 요청하였을 터이오, 존슨 공…. 이런 자리가 아니라!”


 “기사단은 정직함을 덕목으로 하는 곳이라오, 사르타나 공.” 루서가 말했다. 루서의 목소리는 사르타나를 달래듯 부드러웠다. “우리는 비밀이라는 것을 가지지 않소. 그러니만큼, 귀공과 우리 사이의 계약에 있어서도 투명하게 하기를 바라오.”


 “그렇다면 이 뻔한 연출은 다 무엇이오?” 사르타나가 거칠게 물었다. “내가 그대들이 신입생들과 고위 기사들을 데리고 이렇게 한바탕 무대를 벌이고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할 바보로 보이시오?”


 “이것은 연출 같은 것이 아니오.” 라이온이 말했다. “그저 이 칼리반에서 그대들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상기시켜주고자 했을 뿐.”


 “우리의 위치라고?” 사르타나 공이 말했다. “허면, 이 회견이 그저 우리를 모욕하기 위하였을 뿐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로군. 안 그렇소?”


 루서가 사르타나와 라이온 사이에 끼어 들었다. 양측에서 무기가 뽑힐 정도로 분위기가 악화되기 전에 이 적대적인 분위기를 진정시키기를 원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르타나 공.” 루서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한 번 듣는 사람을 달래는 분별 있는 어조로 조절되어 있었다. “이러한 대화는 우리의 품격에 걸맞지 않은 것이오.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모든 이들로 하여금 우리의 대화가 공정하고 정당함을 보게끔 하기 위한 것이오. 우리 사이에 정직하지 못함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오.”


 “허면, 그대들의 전사들이 어떻게 우리 사이에 맺어졌던 조약을 위반하였는지를 우리가 말해보아도 되겠소?” 사르타나가 말했다.


 “조약을 위반하였다?” 라이온이 사르타나의 말을 끊고 말했다. “무슨 조약 말이오? 우리 사이에 조약 같은 것은 없었을 터인데.”


 “이미 수 년 전에 그대들은 우리에게 확언을 하였었소.” 사르타나가 말했다. “바로 귀공이 말이오, 루서 공. 귀공이 우리의 요새에까지 찾아왔을 때, 귀공은 분명 존슨 공이 자신의 전사들을 북녘 야생지에 접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철통같이 약조하였노라고 주장하였었소. 그리고 우리 양측 모두가 아는 바대로, 그 약조는 지켜지지 않았지.”


 “그렇소.” 라이온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분노의 경계에까지 도달해 있었다. “지켜지지 않았지.” 자하리엘은 그 누구라도 라이온의 저 위협 앞에 버티고 서있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귀공의 부하들은 내 휘하에 있는 일단(一團)의 사냥꾼들을 학살하였소. 가족도 있는 사내들이, 완전 무장한 기사들에게 살육을 당하였지. 오직 홀로 살아남은 생존자 한 명만이 도살당한 동료들의 시체를 끌고 돌아왔고 말이오.”


 “그 사냥꾼들은 북녘 야생지 경계에 있는 골짜기들의 지도를 만들러 온 자들이었소.”


 “그대들의 영토의 경계는 짐승들의 안식처요!” 라이온이 말했다. “여전히 우리의 땅을 유린하고 이는 바로 그 짐승들! 엔드리아고 마을 만도 벌써 2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짐승 한 마리의 손에 살육을 당하였소! 이제 이 일들에 종지부를 내고, 마지막 남은 위대한 짐승들을 토벌할 때가 되었소.”


 엔드리아고 마을에 대한 언급에 자하리엘은 아마디스 형제의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마디스의 양손이 꽉 쥐어지며 주먹을 쥐는 것이 보였다.


 “그대가 칼리반의 나머지 지역들에서 위대한 짐승들을 일소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사르타나가 말했다. “그러나 이 북녘 야생지는, 그리고 루푸스 기사단의 영지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오. 우리는 우리의 땅이 안식처가 될 것을 맹세하였으며, 그곳에서 짐승들은 평온히 남겨질 것이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동의한 조약의 효력이오. 그대들의 전사를 우리의 땅으로 들여보낸 것은 그 맹세를 파기하는 것이고!”


 “이보시오, 제발 이치에 맞는 말을 좀 하시오.” 라이온이 말했다. “북녘 야생지만을 남겨두겠다는 확언 따위는 한 적이 없소. 대체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 따위 확언을 한단 말이오? 온 칼리반의 짐승들을 살해하면서 그 짐승들이 여전히 살아갈 구석을 남겨두겠다니, 거기에 대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이오? 아니. 조약에 위반 따위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루푸스 기사단이 우리 기사단의 전사들을 살육한 일일 것이오. 그 외에 다른 모든 것들, 이 모든 거짓과 기만들은 그저 그대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꾸며낸 조잡한 핑계일 뿐이오.”


 “허면, 이 전쟁은 당신이 불러온 것이오, 존슨 공.” 사르타나가 말했다.


 “만일 그것이 칼리반을 짐승들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그렇게 할 수밖에, 사르타나 공.” 라이온이 말했다. 자하리엘은 라이온의 어조 속에 사나운 기쁨이 담겨 있음을 들었다. 마치, 애초부터 사르타나를 자극하여 전쟁을 유도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는 듯이 말이다.


 “나는 결코 칼리반에서 짐승들을 제거하겠다는 내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라이온이 말했다. “그리고 만일 그대의 전사들이 나를 막으려 든다면, 그것이 바로 그들의 종말이 되겠지. 그대의 기사단은 우리보다 전사의 수도 적고, 몇 년 간 도서관 안에만 쳐박혀 있었지. 그대는 정말로 그대가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불가능하겠지.” 사르타나가 자인하며 말했다.


 “그것을 알면서 어째서 내게 대항하지?”


 “왜냐하면 짐승들을 절멸시키기 위한 그대의 그 편집광적인 원정은, 그대가 온 칼리반을 발꿈치 아래에 두기까지 결코 만족하지 못할 테니까.” 사르타나 공이 말했다. “루푸스 기사단은 그대의 법에 따르기를 원치 않소. 이제, 만약 이 “논의”라는 이름의 광대극이 끝났다면, 나는 이제 물러나 내 형제들에게로 돌아가보겠소.”


 사르타나 공은 허락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뒤돌아 서 서클 체임버로부터 걸어 나갔다. 늑대 가죽 망토를 걸친 그의 시종들 역시 그의 뒤를 따라 나갔다.


 그 방약무인함에 그 자리에 모인 기사단의 기사들 위로 천둥 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든 전사들은 자신들이 사르타나 공과 라이온 사이에 오간 말들에 담긴 의미에 대해 바로 이해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들이 이제 루푸스 기사단과 전쟁을 벌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바로 그 의미 말이다.


 그 침묵을 깨트린 것은 아마디스 형제였다. 아마디스는 원의 가장자리에서부터 걸어 나와, 라이온에게 외쳐 물었다.


 “라이온 공!” 아마디스가 외쳤다. “그것이 사실이오? 엔드리아고가 짐승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말이 사실이오?!”


 처음에 자하리엘은 라이온이 그 질문을 듣기는 한 것인지 의심하였다. 라이온이 아마디스에게로 고개를 돌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라이온의 얼굴은 표정 변화 없이 굳어져 있었고, 자하리엘은 그의 얼굴에 새겨진 호전적인 분노에 자신의 등골을 따라 공포의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 다음 순간, 마치 햇빛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듯 라이온의 얼굴에서 복수심 어린 분노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 깊은 근심의 낯빛이 그 빈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아마디스 형제.” 라이온이 말했다. “이런 말을 하기가 저어되지만, 사실이오. 겨우 어제에야 그에 대한 소식이 우리에게 전해졌소. 짐승 한 마리가 엔드리아고의 주민 여럿을 살해하였으나, 아직까진 그 누구도 그 어두운 숲 속을 거니는 짐승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오.”


 “엔드리아고는 나의 고향이었소, 존슨 공.” 아마디스가 말했다. “나는 놈이 나의 고향 사람들에게 가한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해야만 하겠소.”


 라이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루서가 속삭이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디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존슨 공.” 아마디스가 말했다. “나는 엔드리아고의 짐승에 대한 원정을 선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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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서 새끼, 정황상 아무래도 라이온이나 다른 기사들한테는 암 말도 안 하고 지 혼자 사기 계약 맺고 돌아온 거 같은데.

라이온도 대화 도중 분명히 그걸 눈치 챘을 텐데 쌩까고 계속 도발하는 거 보면 작중에서 나왔듯이 애초부터 전쟁을 유도해서 쟤네들을 쓸어버리는 게 본래 목적이었던 것 같고.

참 더러운 정치판이다. 정직함이니 투명함이니는 다 어디에 팔아먹었노, 이 날강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