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스 채널의 목소리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단호함은 당혹감으로, 당혹감은 공포로 변해갔습니다.
"명중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데 멈추질 않아!"
"라스캐논 직격! 확인했다! 그런데... 황제시여, 그저 비틀거릴 뿐입니다!"
"그가 온다! 아아악!"
그 다음 들려온 것은 비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비명 너머로, 끊임없이,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굶주린 짐승이 뼈를 가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습니다.
전술 지도의 녹색 빛들이 꺼져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씩, 둘씩, 그러다가는 마치 촛불을 입으로 불어 끄듯, 한 구역 전체가 순식간에 암전되었습니다.
저는 쌍안경으로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는 군대와 싸우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치... 밭을 가는 농부처럼, 참호선을 따라 걸으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수확'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전사가 아니었습니다. 유성우, 또는 폭풍과도 같았습니다. 우리는 지진을 향해 총을 쏘고, 허리케인에게 포탄을 날려대고 있었던 겁니다.
제2 방어선, 제3 방어선이 똑같은 방식으로 사라졌습니다. 키메라 장갑차는 종이 상자처럼 찢겨나갔고, 리만 러스 전차는 육중한 도끼질 한 번에 포탑이 날아갔습니다.
수천 명의 병사들, 그들의 용기와 신앙, 훈련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군인이 아니라, 밀려오는 해일 앞의 모래알에 불과했습니다.
마침내 그가 도시의 성문 앞에 섰을 때, 저는 그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배신자' 칸.
신성 모독적인 문헌에서만 보았던 그 이름. 하지만 실체는 그 어떤 기록보다도 끔찍했습니다.
그는 갑옷을 입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분노와 학살이라는 개념 그 자체가 물질화된 존재였습니다. 그의 모든 움직임에는 목적이나 전략이 없었습니다. 오직 파괴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가장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의 길을 가로막던 광신도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카오스를 숭배하는 자들이었고, 어쩌면 저 도살자를 환영하러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자들과, 자신을 향해 총을 쏘는 가드맨들을 아무런 구분 없이 베어 넘겼습니다.
그 순간, 제 신앙에 처음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악은 선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것은... 저것은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동등하게, 아무런 의미 없이 파괴했습니다. 그것은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우주 자체가 품고 있는, 아무런 목적 없는 잔인함의 화신과도 같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근위병들이 대성당 앞 광장에서 최후의 저항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그들 앞에 서서 신성한 아퀼라를 높이 쳐들고, 황제의 이름으로 축복을 내렸습니다. 제 로자리우스가 희미한 빛을 발하며 저를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왔습니다.
광장을 가로질러, 마지막 저항군을 낙엽처럼 흩어버리며. 그는 피와 내장, 그리고 뼛가루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는 제단으로 향하는 계단을 한 걸음씩 올라왔습니다.
저는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 저는 황제의 종으로서, 이단자 앞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 평생의 모든 신앙을 담아 외쳤습니다.
"황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더러운 악마야, 소멸할지어다!"
그는 제 앞에 섰습니다. 그의 도끼에서는 방금 죽인 병사의 피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부서진 헬멧 너머로, 텅 비어버린 것 같은 핏빛 눈동자가 저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저는 죽음을 기다렸습니다. 영광스러운 순교를.
그러나 그는 저를 베지 않았습니다.
그는... 저를 그냥 지나쳤습니다.
마치 길가의 돌멩이를 지나치듯, 제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저의 신앙, 저의 저항, 저의 존재는 그의 무한한 분노의 폭풍 속에서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먼지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죽음보다 더한 모욕이었습니다. 공포보다 더 깊은 절망이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죽일 가치조차 없는 미물이었습니다.
그는 대성당의 가장 깊은 곳, 신성한 황제의 조각상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리고는 고어차일드를 휘둘러 그것을 산산조각 냈습니다.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반대편 문으로 걸어 나가 다음 학살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저는 부서진 황제의 석상 아래, 시체들 한가운데 홀로 남겨졌습니다. 제 손에 들린 아퀼라는 차갑게 식어 있었고, 로자리우스의 빛은 꺼져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깨달았습니다. 우주는 황제의 빛이나 인간의 신앙으로 다스려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우주 저편에는 우리의 존재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그저 울부짖고, 파괴하고, 피를 흘릴 뿐인,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혼돈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그 혼돈의 길목에 서 있는 가련한 개미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날, 신성 테라스에 내린 것은 붉은 비였습니다. 그리고 제 안의 모든 것이 죽었습니다.
[증언 기록 종료. 증인 발투스는 이 증언 직후 극심한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음. 이 기록은 이단심문소 최고 등급 기밀로 봉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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