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트렉은 쿠린을 바라보았다.

영혼이 하나 있어대화하고 싶은 유령이 있다.” 그는 방을 걸어다니며 그 누구의 눈도 마주치지 않은채 자신의 손가락으로 도끼를 두드리고 있었다.

시인펠릭스 예거난 그에게 사과해야해나는 예전에 제대로 마무리해야할 일을 하지 못했다.”

쿠린의 눈이 어둠을 향하였다. “펠릭스 예거

그는 자신의 손을 고트렉의 팔에 갖다대었다.

슬레이어는 팔을 빼내려고 하였으나그때 그림자 속의 형체들 중 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는 움직임을 멈추었다그것은 부르르 떨며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나려는 것 같았다.

고트렉은 쿠린이 그의 팔을 잡고 있는 사실을 잊은채 형체를 향해 다가갔다.

방이 갑자기 추워졌다.


말리네스는 뭔가 부자연스러운 존재를 느끼며 주변을 돌아보았다그는 고트렉 옆으로 가 형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하였다연약한 노인처럼 생긴 형체는 아직도 눈을 감은채 죽은 것처럼 보였으나 그의 피부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었다숨죽인 드럼에서의 쿠린의 손바닥처럼 주름들이 생기더니 곧 이리저리 움직이며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생명없는 형체 전체로 위와 같은 움직임이 일고 난뒤형체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하였다일행은 새로운 얼굴상처가 난 잘생긴 얼굴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놀란 채 그것을 지켜보았다. “자네인가?” 고트렉이 마치 수면을 뚫고 나오려는 듯이 피부 아래에서 움직이는 얼굴을 쳐다보며 속삭였다.

펠릭스?”

왜 그렇게 잘 속아넘어가는 거야?” 말리네스가 소리쳤다.

저자는 사기꾼이라고아직도 모르겠어저 녀석은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뿐이라고이건 단순 사기에 불과해..”

그가 말할 수 있나?” 고트렉이 그녀를 무시하며 물었다.

시간을 잠시 주시오.” 쿠린이 말하였다.

그는 여기 오기 위해 먼길을 왔소.”

마침내 노인의 얼굴이 사라지며 젊은이의 얼굴이 나타났다남자는 혼란스러워하며 방을 이리저리 살펴보았고슬레이어와 눈이 마주쳤다.

고트렉!” 그의 목소리는 두꺼운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소리가 크지 않았다.

정말로 너야?” 그 말과 동시에 형체가 앞으로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고트렉은 남자의 팔을 잡았다.


내 말이 들리는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있었구나?” 남자는 혼란에 빠진 목소리로 말하였다.

잠시동안 고트렉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결국 그가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거칠어져있었다.

너와 같이 있었어야만 했어맨링그들이 날 속였어그림니르가 날 속였어신들이 거짓말을 하였어펠릭스모든 것들이 사라졌어.”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만약 네가 살아있다면아직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야.” 그리고 남자는 눈을 찌푸리며 어둠을 바라보았다누군가가 그를 부르는 것 같았다.

난 더 이상 여기 있지 못해” 남자는 고트렉을 다시 보며 말하였다.

날 용서해주게” 고트렉이 팔을 놓지 않은채 물하였다.

말리네스는 슬레이어가 빤히 보이는 기만에 넘어간 것을 믿지 못한채 고개를 저었다.

펠릭스가 다시 웃으며 말하였다.

넌 용서받을 수 없어고트렉항상 그랬지.” 그리고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대가를 치르게 해놈들이 거짓말의 대가를 치르게 해.”

그래!” 고트렉이 숨을 가쁘게 쉬며 말하였다.

난 아주 가까이 있어나가쉬가 가까이에 있어난 놈의 빌어먹을 궁전을 무너뜨려-”

고트렉은 피부 아래 얼굴이 사라지며 다시 노인의 얼굴로 돌아가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어디로 갔지?” 고트렉이 쿠린을 보며 물었다.

쿠린은 찡그린채 말하였다.

당신은 그를 아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소그와 이야기를 하는데 별 문제가 없어야했지뭔가가 그를 막고 있소그의 영혼을 지키는 뭔가가 당신과 그 남자를 떨어뜨려놓고 있소.”

고트렉이 침을 뱉으며 말하였다.

나가쉬겠지누구겠어?”

그는 다시 움직이며 도끼를 힘둘렀다.

상관없다맨링이 분명히 말했다놈들이 대가를 치르게 하라고그리고 난 그렇게 할 거야나가쉬부터 말이야.” 그는 잠시 멈춰 지금은 움직임이 없는 형체를 다시 보았다그는 방금전의 대화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