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주민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제국군의 행렬은 도시 관문을 지나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병사들을 향해 환호하거나 축복하지 않았다. 눈앞에 드러난 엄숙한 분위기의 군대는 자신들이 바래오던 구원의 천사와는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병사들은 단 한명도 시민들을 향해 눈길을 주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으며, 마치 살아 있지 않은 것들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자신들을 구원하려 온 것이 천사가 아니라, 걸어다니는 시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민들의 얼굴이 병사들의 마스크처럼 음울하게 변했다.


허나 모여든 군중의 침울하고 어두운 얼굴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어보이는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왜 모두들 저 사람들을 두려워 하는걸까?'


소녀는 곰곰히 생각했다.


'우리들을 구해주려고 온 거잖아? 그러면 더 고마워 해야지.'


소녀는 행렬을 향해 몸을 기울여 가장 가까이 있던 병사에게 손을 뻗었다. 소녀의 손에는 방금 그녀가 따두었던 여름 꽃이 들려있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모아둔 거지만, 그래도 하나 가지셔도 돼요."


소녀는 활기가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병사는 잠시 망설였다. 잠시동안 들이밀어진 꽃을 바라보던 병사는 대형으로 돌아갔다. 비록 병사가 꽃을 가지고 가지 않았더라도, 소녀는 그가 꽃을 가지고 싶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소녀의 할머니가 소녀의 어깨를 끌어당기더니 한바탕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소녀는 잔소리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들었다. 손에 든 꽃 한송이를 다시 원래 자리에 놓아둔 소녀는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소녀의 입가에 피어난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병사는 죽어가고 있었다.


매캐한 화약 연기와 비릿한 혈향이 병사의 코를 찔러대었다. 한때나마 푸르렀던 하늘은 시커먼 폭연으로 가득 찼으며, 사방에서 날아드는 총탄의 궤적과 붉은 광선들이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전장을 뒤덮은 희뿌연 연기 속에서 수없이 많은 불꽃이 피어오를 때마다, 이름모를 영혼들이 황제 폐하의 품으로 떠났다.


전쟁터 위로 어우러지는 폭음과 비명소리. 전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점차 고조되고 있었다
시야가 붉게 물들어가고, 숨결이 점차 희미해졌다. 맥박의 걸음이 희미해지는 짧은 순간 동안, 마치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 것만 같았다.

핏줄기가 전장 위로 느릿하게 호를 그렸고, 볼터 탄환이 허공에서 궤적을 따라 천천히 나아갔으며, 흔들리던 총구의 연기가 서서히 흩어졌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찰나의 순간에, 황제 폐하의 충실한 종의 뇌리에 소녀의 한 마디가 스쳐 지나갔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모아둔 거지만, 그래도 하나 가지셔도 돼요."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병사는 마지막 숨결을 내뱉었다.


(두번째 사진 윗부분은 번역이고, 아랫부분은 내가 조금 더 살을 붙여봤습니다. 워해머 갤러리가 망해버렸길래 여기로 이사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