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프마린들은 모챕터와의 일면식도 없으며 그간 커가 그리고 시오배와 동행하였음. 때문에 이들은 반역을 저지른 챕터와는 진시드라는 접점 외에는 사실상 연결점이 없음. 따라서 항변에는 그만한 정당성이 있음. 그리고 반역 소식을 듣자마자 프마린들을 사살하는 것이 아니라 구속 정도로 그치려 하는 커가의 행동은 어떤 면에선 이성적이고 합리적임. 다짜고짜 칼춤 안 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접해줬다고 생각함. 그러나 두번째 항변자의 머리통을 날려버림으로서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돌아가는 지점부터 소설 전반에 개연성과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여겨짐.


1. 첫번째 항변에서 모챕터를 변호한 것을 단순히 '스마에게 형제단이 우선이다'라는 주장의 근거로 귀결시키기에는 어폐가 있음. 대균열이 일어난 이후의 사태를 다루는 수많은 소설들에서 공통되게 언급되는 부분은 통신의 단절 또는 부정확성을 들 수 있음. 그 어느 때보다 워프의 간섭이 심한 상황에서 정확한 사태 파악을 하기란 매우 어렵고 때문에 중요한 사안을 전달하기 위해서 아스트로패스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전할 지경임.(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1176&s_type=search_memo&s_keyword=uriel&page=1 길리먼과 벤트리스의 대화 중 언급됨)

때문에 인퀴지터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단 심판을 내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대성전의 일원이자 일환으로서 참여한 이들이 제국 내에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때문에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지 스마나 커가 정도 되는 인물들이 모를 수가 없음. 그런데 너무도 섣부르고, 쉽게 반역 관련 메시지를 수긍한다? 전후사정에 대한 파악도 없이?

인퀴지터의 반역 여부를 파악하는 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글들이 있는데 - 쓰신 분들 저격하려는게 아니에요 - 바로 이 인퀴지터라는 작자들은 자기와 반목하거나 맘에 안 드는 이들이라면 그것이 설령 스마라 해도 지워버리려고 한다면 지워버리려는 놈들임. 대표적인 예가 우리의 셀레스티얼 라이온즈. 막말로 이 시발놈들이 브레이즌 드레이크 챕터에게 앙심이 있어서 대놓고 엿 먹이는게 아니라고는 말 못한다고 봄. (물론 이건 가능성의 문제. 이 단편에서 어찌 끝맺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또는 카오스의 술수가 아니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움. 왜냐면 이것도 젠취의 악마에게 속아서 팀킬 거하게 한 다크엔젤이라는 훌륭한 반면교사가 있기 때문.


2. 그리고 두번째 항변은 심지어 모챕터의 변호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들에 대한 변호임. 모챕터의 반역을 부정하거나 변호하는게 아니라 자신들의 충성심과 억울함의 호소임. 때문에 여기서 보일 - 내가 기대했던 - 커가의 행동은 '그렇다면 챕터가 아닌 황제와 제국을 위한 충성심을 증명하라' 정도가 될 거임. 정확한 사태 파악을 하던지 혹은 정말로 모챕터가 반역을 했다면 반역자들을 정화-숙청하고 바로 잡고 그에 합당한 판결을 받을 것. 왜 이런 생각을 했냐면 커가는 단순히 스마의 상위호환이 아니라 인류의 과학기술과 이성의 정점인 황제의 수족이자 대리인으로 이해했기 때문임. 그런데 처음에 두번 말하지 않겠다고 바로 머리통을 날려버림으로서 머리통과 함께 모든 가능성을 날려버림.


3. 마지막으로 가장 의뭉스럽고 찝찝한 부분이 바로 커가의 대사인 '네 몸 안에 있는 이단적인 진시드 그 자체만으로도 유죄의 근거다'라는 바로 이 부분. 나는 이 부분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리는게 스마의 변절은 진시드만의 문제라기 보단 주어진 환경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임. 제국 행정부의 삽질이나 압력에 의해서 기울어지거나 망한 챕터들의 기록들도 있고 이를 벗어나고자 레니게이드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 반역자를 향한 무자비한 진압은 이해못할 바 아님. 자그마한 불씨 하나만으로도 제국을 집어삼킬 수 있는 위협이 될만큼 현재의 인류제국은 위태롭고 연약하니 유일한 방법은 삭초제근 뿐이니 별 도리가 있나. 그러나 없던 반역자까지 만들면서까지 사태를 확산시킨건 진짜 반역행위 또는 의도에 기인하기 보다는 커가가 가진 스마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 그리고 혐오감에 기인하지 않았나 싶음. 달리 말해 바로 이 지점이 커가의 불완정성이자 불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생각함.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작가진이 자신들이 말하고자하는 바를 위해서 개연성을 말아먹었으며 심지어 그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함.

"마린들은 형제단을 최우선으로 믿고, 그 다음으로 황제를 믿는다. 그들의 충성심은 전체로서의 인류보다는 챕터와 그 임무가 우선이다." 라기 보다는
현재의 워해머 40k 세계는 - 길리먼이 돌아오고 변화의 물결이 일렁임에도 불구하고 - 이성과 대화는 사라지고 철저한 이분법적 사고관만이 남았으며,
특히 제국의 중요한 주축들인 커가와 스마 간의 갈등과 불화의 여지를 여지 없이 드러냄으로서 외부활동을 활발히 시작하게 된 커가와 스마 간의 충돌이 앞으로 언제 어떤 식으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는 존나 암울하고 또 암울한 현실의 일면의 보여주는 것이 주제의식으로 더 적절하지 않았나 싶음. 사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맞고 안 맞고가 어디 있겠음. 그냥 함께 즐기는 주제를 좋고 논하고 의견을 주고받는게 하나의 즐거움이니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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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고 썼는데 여전히 부족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번역해주시는 분들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추신 : 생각 정리한다고 함참 쓰고 보니 떡밥이 식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