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gall.dcinside.com/m/blacklibrary/44154



티리온은 몰랐지만 다크 엘프도 카오스에게 침공당해 본진 다 털린 처지였다.


울쑤안 침공의 주범이 느카리였다면 나가로스 침공의 주범은 코른계였다.


울쑤안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악마들과 달리 나가로스 침공군은 정직하게 북에서 내려왔다.


초기의 혼란은 울쑤안이나 나가로스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높귀가 왕과 여왕의 칩거(왕은 사실 죽었지만) 때문에 본격적인 대응이 늦어진 것처럼


깜귀 또한 말레키스가 자리를 비우고 모라시가 침묵한 상황에서 방어전을 치러야 했다.


크리 제대로 터졌다.


통수권자의 부재는 다크 엘프가 전력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모라시의 침묵은 그들을 무방비로 만들었다.


다크 엘프는 외적의 침입에 대한 경계를 모라시 세력의 예언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깜귀놈들 게으른거봐라 군사정보를 점쟁이한테 다 맡겼네 ㅉㅉ 하고 비웃을 일은 아니었다.


다크엘프 거의 모든 인구가 밀집된 여섯 도시의 위치는 이렇다.



여섯 도시 중 최북단에 위치한 그론드가 모라시의 영토다.


나가론드가 서울이라면 그론드는 의정부나 화천쯤 되는 것이며 북에서 카오스가 내려오면 가장 먼저 맞게 되는 곳이었다.


그론드보다 위쪽에 있는 지역은 전부 폐허 아니면 최전방 감시초소다.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북방에 대한 감시와 대비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위치인 셈이다.


그리고 모라시의 세력은 다크 엘프 최고의 마법사 집단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카오스 군세가 내려오기 전에 사전예고를 하지 않았고


감시탑이 무너지는 동안 아무 지원도 하지 않았으며


카오스 군세가 당도한 순간에도 마법으로 자신의 탑을 보호할 뿐 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론드는 침공군이 그저 자신들을 지나쳐 가도록 놔두었다.


결과는 파멸적이었다.


케인교단의 본진 하르 가네스에서 케인의 신전이 무너졌다.


여섯 도시 중 최남단에 자리한 클라 카론드가 폐허가 되었다.


항구도시 카론드 카는 웬일로 깜귀 라이벌 제독들이 힘을 합쳐 카오스 함대를 상대하는 모범을 보였으나


갑작스레 도시 외벽이 무너지며 지하 납골당에서 스케이븐이 튀어나와 망해버렸다.


수도 나가론드는 WS9따리 데몬 프린세스 발키아 더 블러디의 공격을 받았다.



말레키스가 돌아올 때까지 나가론드가 무너지지 않은 것은 역시 WS9인 코우란 다크핸드가 발키아와 무승부를 내며 버틴 덕이다.


나가론드 공성전 묘사는 너무 짧은 단편에 수록돼서 직번하긴 거시기하고 블라 판매페이지 링크를 담


https://www.blacklibrary.com/all-products/the-siege-of-naggarond-ebook.html


돌아온 말레키스는 발키아를 맞다이로 처리하고 엄마 찾아 그론드로 북진한다.


물론 효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은 아니고 대체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묻기 위함이었음.




한편 무슨 난리가 벌어져도 이득보는 놈은 있다고 말루스 다크블레이드는 이때까지 큰 피해 없이 팝콘이나 씹고 있었는데


그론드 원정대에 최우선으로 차출당하게 생기자 잽싸게 병력 뽑아 그론드 반대 방향 클라 카론드를 지원하러 나섰다.


해그 소서리스의 분노를 사느니 차라리 피에 미친 북부인 무리를 맨손으로 상대하는 편이 나았으니까.(케인 북 15쪽)


모라시의 보복가능성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 코우란마저 자신이 같은 명령을 받는다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지 못했다.


말루스는 클라 카론드의 생존자들에게 보호를 제공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게 됨.




말레키스는 엄마 보러 가는 길에 스카브란드와 마주친다.


앙그라스의 라이벌이자 게더링 스톰에서 길리먼마저 이성 잃기 직전으로 만들었던 분노오라를 내뿜는 자


스카브란드도 40k나 판타지나 거의 똑같이 나오는 놈이라 여기서도 다크 엘프 군대에게 분노를 전염시켰다.


규율과 진형이 무너지며 팔 닿는 거리에 악마가 없는 병사들이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누기 시작하는데


오직 말레키스만은 전과 다름없는 이성을 유지하며 스카브란드의 왼눈에 검을 자루까지 박아넣었다.


그걸로 전투는 끝났다.


어떻게 말레키스가 기지를 잃지 않을 수 있었는지 오직 부관인 코우란만이 이해했다.


말레키스의 영혼은 이미 증오로 넘쳐흐르고 있어서 분노오라 받아도 더 분노할 수가 없었던거임




모라시와 말레키스의 대화는 전에 올라온 게 있더라. https://gall.dcinside.com/m/ttwar/97759




말레키스는 모라시를 탑에 버려둔 채 그론드의 군대를 회수해 귀환하고


기세가 등등해진 말루스는 위치 킹을 암살해서 지가 대신 해먹으려 시도하나 역으로 낚여버린다.


요 사건은 케인 북도 아니고 커스 오브 케인도 아닌 말루스 다크블레이드 개인시리즈 막권에 실려있음.



암살기도 장면도 올라온 게 있더라. https://gall.dcinside.com/m/blacklibrary/20221




이렇게 말레키스는 일단 발키아를 격퇴했고 기어오르는 놈도 손봐주긴 했지만 개판은 아직 현재진행형이었다.


섬나라인 울쑤안과 달리 나가로스는 카오스 황무지와 그냥 이어져 있다.


말레키스가 발키아를 처리한 이후에도 발키아의 부하들은 코른의 이름 아래 계속 싸웠다.


끝난 게 끝난 게 아니었다.


심지어 발키아마저.


케인 북은 발키아가 말레키스에게 당하고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재공격 준비를 마쳤노라는 소문을 언급한다.


코우란은 다른 때였다면 왕이 발키아 사냥 명령을 내려 그녀의 시체를 나가론드에 내걸었을 테지만


지금 왕의 관심사는 복수보다는 생존에 쏠려 있었기에 그러지 않으리라 눈치챈다(케인 북 14쪽)


데스블레이드 소설에선 말루스와 함께 말레키스 암살을 모의하던 귀족 중 한 명이


위치 킹은 약하다 디스하며 그는 발키아를 파괴하지도 못했고 어머니를 처형할 배짱도 없었다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데스블레이드 1장)


발키아는 정말로 엔탐 캠페인북 마지막 권에 멀쩡한 모습으로 재등장해서 다시 휘젓고 돌아다님.




말레키스는 주요 인사들을 소집해 다 망한 땅 버리고 울쑤안을 정복하겠다 선언한다. https://gall.dcinside.com/m/ttwar/98574


노예와 약자들, 모라시와 케인교단을 제외한 다크 엘프의 모든 전력이 울쑤안으로 향한다.


케인교단은 왜 남았냐면 그냥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코른종자들 몰려와서 끝없는 살육을 벌일텐데 뭐하러 바다를 건너냐는 거였음.




다크 엘프 군세는 울쑤안 서부 티라녹에 당도한다.


이 타이밍이 티리온 테클리스가 문스파이어에서 느카리 퇴치하던 시기와 겹친다.


다크 엘프 함대가 집적거리던 순간 테클리스가 일으킨 릴레아스 파워가 울쑤안을 휩쓸어 몇몇 배들이 주춤하기도 했지만


악마만 조지는 불꽃이 해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아무 피해도 입히지 않고 사그라들자 움찔한 자들만 놀림받았다.


말레키스는 이글 게이트를 점령하라며 말루스 다크블레이드를 밀어넣었다.


말루스는 티라녹과 엘리리온의 증원군이 모여들기 전에 조속히 관문을 떨어뜨리기로 결심한다.


울쑤안의 거대 관문들은 상당히 견고하기에 원래대로라면 오랜 시간 까다로운 공성전을 각오해야 했으나


바로 얼마 전 악마에게 공격당해 모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고 이글 게이트는 특히 정도가 심했다.


말루스는 채 수리되지 못한 성벽의 틈새로 콜드원 나이트를 돌진시킨다.


일은 그리 만만하지 않아 해그 그래프의 군대는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두 차례 파상공격이 실패하고 세 번째 돌격을 진두지휘하는 말루스


이번에야말로 관문을 따낼 수 있을 듯 싶었는데


귀신같은 타이밍에 저편에서 엘리리온의 군대가 도착해 성벽에 올라 활을 쏘아대고


티라녹의 지원군도 도달했는지 서쪽에서 나팔소리가 들려왔다.


꼼짝없이 둘러싸여 죽게 생긴 말루스는 다른 수가 없어지자 자르칸에게 몸을 넘긴다.


(말루스 소설에선 코른을 부르짖지만 케인 북에서는 키퍼 오브 시크릿처럼 묘사되는 자르칸의 삽화)


강력한 악마가 나타나 깽판을 놓았지만 전세를 진정으로 뒤집은 이는 엉뚱하게도 임릭이었다.


임릭과 테클리스 그리고 말레키스가 연결된 시작을 케인 북은 이렇게 적고 있다.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요, 임릭?’ 테클리스는 다른 이가 그의 목소리에서 고통을 감지하지 못하기를 바라며 물었다. 릴레아스의 달 지팡이는 샤페리의 가장 뛰어난 장인들에 의해 수리되었지만 거기에 담겨 있던 마법은 떠나가 버렸다. 오래된 고통이 제자리로 돌아왔고 가장 강력한 포션도 그것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 토르 칼레다의 왕실에서 내려오는 5백단의 설화석고 계단은 고통스러웠지만 테클리스는 임릭이 반드시 그가 참석할 것을 요청할 만한 이유가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근의 불화 이전에도 그 드래곤 프린스는 절대 티리온이나 테클리스를 좋아한 적이 없었다.


'사과하지, 로어마스터.' 임릭은 전혀 미안하게 들리지 않는 소리로 답했다. '난 네가 그 정도로 불편한 줄은 몰랐다.' 그는 성문을 지키고 있던 두 드래곤 프린스에게 퉁명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말없이 옆으로 비켜섰다.


그 너머로, 토르 칼레다의 다듬어진 돌들이 종유석 우거진 동굴의 서늘한 어둠에 자리를 내주었다. 테클리스는 프린스가 페이스를 조금만 늦췄음 싶었지만 임릭은 어둠을 헤치고 성큼성큼 걸었다.


'여기에 너를 부른 이유는 네가 보았으면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임릭은 거만하게 말을 이었다. '너만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하더군.'


'누가 그런 말을 했소?' 테클리스는 보조를 맞추느라 비틀거리며 물었다.


'나의 가장 위대한 선조' 임릭은 부드럽게 말했다.'칼레도르 드래곤테이머.'


그는 다시 한번 침묵에 빠져들어, 테클리스가 그 불가능한 진술에 반대하며 논박하도록 유도했다. 테클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최근 몇 주 동안 그레이트 볼텍스의 벽을 통해 고대 마법사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말할 때가 아니었다. 임릭은 자존심에 지배당했고, 그 어떤 도전이든 좋지 않으리라. 테클리스는 그가 칼레도르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위험을 감수하고 있었다. 티리온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많은 꿈을 꾸었다.' 임릭은 계속했고, 그의 발소리는 어둠 속에서 메아리쳤다. '나는 울쑤안이 예전으로 돌아가고, 우리의 별이 다시 한 번 우세해지고, 우리의 권세가 회복되는 꿈을 꾸었다.' 그의 목소리는 점차 아득하고 애통해졌다. '한 달 전, 내가 잠자고 있는 동안 릴레아스가 내게로 왔다. 그녀는 내 선조의 전령으로서 나를 그레이트 볼텍스의 심장부로 인도해 내가 그의 지혜를 들을 수 있도록 하였다. 칼레도르가 다시 위대해질 것임에 여신이 우리의 가장 위대한 조상에게 봉사하는 것보다 더 진실된 표식이 있을 수 있겠나?'


테클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추정에 의하면 둘의 관계에 대한 임릭의 이해는 정확히 정반대였지만, 테클리스는 다시 한 번 혓바닥을 단속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질문은 수사적이었던 것 같았다. '조상께선 거대한 변화가 우리에게 덮쳐올 것이며 오래된 세상의 우정과 증오는 더 이상 우리의 운명을 지배하지 못하리라 말하셨다. 그분은 내가 우리 민족이 살아남기를 원하거든 반드시 과거를 놓아주고 미래를 포용해야 한다고 하셨다.'


'칼레도르의 프린스에게는 너무 값비싼 대가로군.' 테클리스는 건조하게 말했다. 임릭은 노려봤지만 말을 계속했다. '다음 날 서쪽에서 배 한 척이 나타났는데 돛에는 릴레아스의 표식이, 뱃머리에는 칼레도르의 드래곤의 표식이 있더군. 선원은 나가로티 한 명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놈은 지금도 내 던전 안에서 시들어가고 있지. 선창 안에는... 자, 직접 보아라.'


임릭은 테클리스를 거대한 방으로 안내했다. 마법사는 잠자는 용들의 장엄한 형상을 알아보았지만 그의 관심은 그가 볼 수 있는 한계까지 뻗어 있는 드래곤 알들에게로 빠르게 쏠렸다.


'수백이나 있어.' 임릭은 숨을 내쉬었다. '수없이 많은 세대의 약탈이 무사히 돌아왔다.' 알들로부터 시선을 떼어내며, 테클리스는 고개를 들어 프린스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방울을 보았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나?' 임릭은 조용히 요구했다.


'난 당신이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생각하오.' 테클리스는 말했다. '분열(the Sundering)을 돌이킬 시간이오. 우리의 고대 전쟁은 반드시 마침내 끝나야만 하오.'(케인 북 14쪽)




테클리스의 상태를 보아하니 이들의 협력은 느카리 퇴치 이후가 되며


악마를 추방하는 불빛을 보고 놀랐던 다크 엘프 함대의 울쑤안 접근보다도 늦었으리라 생각된다.


임릭은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이 손잡을 다크 엘프가 설마 말레키스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듯하다.


소설에선 테클리스의 주선으로 말레키스와 첫 회담을 가졌을 때 대경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너는 우리 모두를 배신했다.’ 테클리스가 그의 동행인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비켜서자 임릭은 낮게 말했다. 비록 말레키스의 아바타가 그의 본래의 훼손되지 않은 모습을 취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용모는 칼레도르 드래곤테이머의 후손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다. '너는... 그걸(that thing) 내 도시의 심장으로 초대한 거냐?'


‘무기를 내려놓아라.’ 말레키스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는 개인 알현실의 돔 지붕을 받치고 있는 설화석고 기둥에 무형의 손을 통과해 흔들었다. '네 마법걸린 칼날이라 할지라도 이 투영(projection)에 해를 입히지는 못할 것이니.'


임릭이 몸을 돌려 그의 검끝이 테클리스를 향했다. '이 반역자는 피를 뽑아내기에 충분한 진짜야.'


‘너는 내 선물을 받지 못했는가?’ 말레키스가 계속 다가가며 말했다. '나는 내 대사의 간청이 설득력 있었으리라 믿는다.'


'드래곤 알?' 검을 든 임릭의 팔이 흔들렸다. '난 그것들을 돌려놓은 것이 네 손이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이건 나보다 네게 더 어려운 일일 테지.’ 말레키스는 회유적인 어조로 인정했다. '내가 너와 이름이 같은 칼레도르의 임릭 1세부터 시작해 네 조상들과 많은 갈등을 겪어왔음은 알지만, 그러나 나는 네 왕국이나 네 백성들에게 어떤 증오도 품고 있지 않다.'


‘그리도 쉽게 네 입술에서 거짓이 쏟아지는구나, 친족 살해자.’ 임릭은 으르렁거렸다. 그의 관심은 다시 말레키스로 옮겨갔고, 테클리스가 몇 걸음 후퇴하여 그 순간을 두 엘프가 방해 없이 계속할 수 있게 하는 데 만족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너는 다른 영역들만큼이나 칼레도르와 전쟁을 벌였다.'


‘나는 그 혐의에 분개하노라.’ 말레키스는 이 주장에 진심으로 불쾌한 듯 말했다. '나는 내 군대를 남쪽의 산으로 보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 대리인 호텍은 당신의 조상이나 그들의 왕국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말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받았다.'


‘네가 질 것을 알았으니 침락하지 않은 것이다.’ 임릭은 대담하게 말했다. 그는 검을 집어넣고 팔짱을 꼈지만, 말레키스는 프린스의 분노가 이제 깊이 느껴진다기보다는 습관에 의한 것임을 이미 감지할 수 있었다.


'나는 승리를 얻으려면 칼레도르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침공하지 않은 것이다.' 말레키스의 유령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우리 백성의 통치자로서 정당한 지위를 얻게 되면 드래곤 로드들은 내 군대의 선봉이 될 것이다. 오직 작은 왕(lesser kings)들만이 칼레도르의 드래곤 프린스를 가질 수 있음에도 크레이스의 무식한 나무꾼들을 개인 경호원으로 원할 것이다.'


임릭의 반항이 흔들리고 그의 시선은 테클리스에게로 미끄러졌다.


'너는 우리가 전에 논의한 것을 그에게 말해주었는가? 내 조상의 방문에 관한 것을?'


‘나는 하지 않았소.’ 테클리스가 말했다. '나는 말레키스가 당신과 협상하길 원했소. 그래서 그가 여기에 있는 거요.'


임릭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고, 건틀릿을 낀 손이 한동안 그의 이마에 얹혀졌다. 그가 위를 올려다보았을때 마법사를 향한 그의 표정은 고통스러웠다.


'다른 방법은 없나?'


테클리스가 대응하기 전에 말레키스가 답했다. '전쟁을 하려면 위대한 지도자가 필요하지만 평화를 이룩하려면 더 위대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임릭. 나보다 더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 주장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으리라. 6천 년 동안 나는 내 행위의 무게를 후회 없이 견뎌왔다.' 말레키스는 문득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는 말로서 임릭의 자존심을 달래고자 했던 것이었지만, 위치 킹이 말하면서 그의 주장에 깃든 진실성이 그의 연설을 목졸랐다. '수백만이 죽었지만 우리에겐 지금 그것을 끝낼 기회가 있다. 역사에 집착하기는 쉽고, 인기가 있다. 올바르기는 훨씬 어렵지.'(커스 오브 케인 11장)




임릭은 결국 둘에게 설득당해 딜에 응하고 말았다.


칼레도르의 지배자는 드래곤을 동원해 말레키스를 도와 이글 게이트를 함락시켰다.


티라녹의 증원군은 살아서 도망쳤다.


말에 마갑 씌운 드래곤 프린스가 아닌 진짜배기 드래곤 라이더를 상대로 티라녹의 전차 따위는 쓸모가 없었음이요


이를 잘 아는 지휘관이 즉시 퇴각을 명령하고 동족상잔이 싫었던 칼레도르의 용기수들은 추격전을 벌이지 않았던 덕분이다.


임릭과 칼레도르는 말레키스 편에 붙고 나서 오래도록 죄책감과 찝찝함을 떨치지 못한다.


테클리스는 다시 티리온 모르게 다크 엘프 진지를 방문해 둘과 회동을 가진다.


셋은 까맣게 몰랐지만 누군가 그들의 말을 엿듣고 있었다.




섀도우블레이드는 창턱의 아래쪽에 매달려 있었다. 탑의 외벽을 가로질러 바람이 울부짖었지만 그의 숙달된 손끝은 돌 위에서 잡을 곳을 쉽게 찾아내었다. 진정한 암살자에게는 밧줄도 스파이크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 안에 있는 방에는 말레키스와 그의 두 손님뿐이었다 - 그 중 한 사람은 땅거미가 질 무렵 탑으로 왔다. 섀도우블레이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그의 날카로운 귀는 모든 것을 들었다.


'네가 말을 하면 할수록,' 섀도우블레이드는 위치 킹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네가 내 어머니와 회의를 하고 왔다고 확신하게 되는구나. 그녀는 자신이 다시 태어난 헤카티라고 생각하지.'


'아마 그녀가 맞을 거요.' 테클리스가 답했다. '아마도 항상 그랬을 거요. 그렇게 믿기 어렵소? 우리는 이샤와 쿠르노스가 아델 로렌에 거하고 있음을 알고 있소.'


'너는 우리의 신들이 우리 사이를 거닌다 믿는가?'


'그들 모두는 아니지만, 충분히. 역사의 순환은 왕들조차 압도하는 모멘텀을 가지고 있소. 자발적이든 아니든 우리는 전에 왔던 이들을 흉내내어 그 순환을 반복할 것이오. 우리 신들의 마지막 전투의 메아리가 라나 단드라가 아니라면 무엇이 라나 단드라겠소?'


'나는 네투로군.' 그 목소리는 임릭의 것이었고, 갑작스러운 진실에 말을 속삭였다. '난 닫혀 있어야 했던 문을 열었어.'


'그보다는 당신이 불꽃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해둡시다.' 테클리스가 정정했다. '하지만 그렇소, 그 비유의 나머지는 적절하오. 네투의 행위는 비록 배신이었지만 재난을 막았지. 당신의 행동도 마찬가지요.'


말레키스는 그 다음에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위험했다. '그럼 너는 우리*가 케인의 역할을 담당한다 주장하는 것이냐?'


'아니, 당신의 길은 케인의 것이 아니오. 당신은 그의 페르소나를 오직 그것이 당신에게 어울릴 때만 외투처럼 입었소.'


'그럼 누구인가?' 위치 킹이 요구했다. '달리 누가 파괴자의 망토를 떠맡기에 걸맞다는 것인가?'


'케인은 아직 오지 않았소. 당신은 그 이야기를 알고 있소 - 비록 그가 신들의 전쟁을 시작하긴 했지만 그가 손을 보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 현재 그는 피, 영혼, 그리고 강철의 감옥 안에 삼분되어(trifurcated) 잠자고 있소. 오직 그 셋이 하나가 되었을 때에만 그는 깨어날 것이오. 당신의 길은 다른 곳에 있소.'


그 순간 섀도우블레이드는 하피가 하늘 위로 뛰쳐나와 발톱을 내뻗으며 높게 끼익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소음이 너무 많아! 암살자는 조용히 욕설을 퍼부으며 문틀을 붙잡은 손을 느슨하게 하고 탑의 석재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동시에 그의 손에서 비수가 날아가 하피의 목구멍 깊숙이 박혔다. 하강을 중지하고, 추락하는 시체를 피하며 창문을 향해 도로 기어올라가면서 섀도우블레이드는 저 안에 있는 자들이 소리를 감지하지 못했기를 빌었다.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말레키스의 고함소리가 밤하늘에 선명하게 메아리쳤다.


'아니, 그것은 진실이오.' 테클리스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그래서 그들 거의 모두가 광기에 빠져버렸던 것이오. 그것은 배신의 대가였소.'


'여기를 떠나라, 너희 둘 다!' 말레키스가 으르렁거렸다. '우리가 네놈들이 세운 공을 잊어버리고 블랙 가드들이 네놈들의 뼈를 가지고 놀도록 하기 전에!'


물러나는 발소리가 들렸다; 회의가 끝난 듯했다. 섀도우블레이드는 다시 한번 문틀을 잡은 손을 느슨히 하고 탑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암살자는 하피가 공격해온 순간에 지나가버린 부분을 듣지 못했음을 저주하면서도, 그의 여주인은 테클리스가 케인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리라 스스로를 위로했다. 잠시 후 그는 원래 탈출 루트로 확보해 둔 창문으로 몸을 피했다. 이전에 그 방은 비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네 익살을 끝낼 시간이 된 것 같구나.' 드루살라가 속삭였다. 그녀의 눈은 어둠 속에서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섀도우블레이드의 손이 그의 벨트를 향해 움직였다. 그는 심지어 자신일지라도 충분히 빠르지 못할 것임을 이미 알았다.(케인 북 31쪽)


*소설판의 대사는 주어가 'I'지만 당 번역이 선택한 캠페인북의 문장은 주어가 'we'임




이 장면은 케인 북과 커스 오브 케인 소설 11장에서 교차 검증된다.


말레키스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소설에선 섀도우블레이드의 간첩질이 일절 드러나지 않고(밖에서 하피 울음소리만 들림)


대신 섀도우블레이드가 못 들은 테클리스의 대사가 제대로 나오는 차이가 있지만(사실 네가 트루-피닉스 킹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동일하다.


정보밀도가 꽤 높은 장면이다.


모라시가 헤카티의 화신이 맞을 거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인정해버리는 테클리스


라나 단드라 선포


자기가 함락시켜버린 이글 게이트를 닫혀 있어야 했던 문이라 표현하는 임릭의 멘탈


한번 더 구워지면 된다는 테클리스의 폭로를 격렬하게 부정하는 말레키스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케인교단의 간첩 섀도우블레이드의 존재


그 섀도우블레이드를 붙잡아버리는 모라시의 측근 소서리스 드루살라


하지만 이번 글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케인이 피, 영혼, 강철의 감옥 안에 분할되어 갇혀 있다는 대목이다.


칼 하나 뽑는다고 케인의 아바타가 완성되는 게 아니었던거임.


강철이 케인의 검이라면 피는 아에나리온의 혈통임이 분명한데


케인 북 2권(룰 파트)은 티리온을 괴롭혀온 저주에 대해 이렇게 해설한다.




아무도 깨닫지 못한 것은 - 특히 티리온 자신은 - 그의 혈통에 내려오는 저주의 진정한 성질이었다. 그것은 엄밀히 말해 육체와 정신의 병해가 아니라 서서히 발아되는 씨앗에 가까웠다. 케인의 전설적인 위도우메이커를 뽑기도 전부터 아에나리온은 자신도 모르게 파괴자의 은총을 구했다; 그는 케인의 축복 없이는 데몬 무리에 대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피닉스 킹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이는 케인의 조각 하나를 그의 심장 속에 기꺼이 받아들였고, 그것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갈 신적인 장기의 일부(a potion of godly viscera)였다.


티리온의 조상들은 저마다 피 속의 저주와 투쟁했으며, 많은 이들이 분노에 굴복하였다. 수십 년 동안 저주는 티리온의 가슴과 영혼 속에서 끓어올라 프린스를 파괴적인 행동으로 몰아넣었다. 아직 티리온은 자신도 모르게 역시 그의 생득권이었던 의지력을 이용해 저항했고, 따라서 그의 행동은 그 자신의 것으로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린스의 통제는 완벽과 거리가 멀었고, 점점 더 자주 형제인 테클리스조차 그의 곁에 있기 힘들어할 정도로 험악한 기분에 빠져들곤 했다.(케인 북 룰 파트 28쪽)




이놈은 태어날 때부터 케인의 조각을 몸에 품고도 지 정신력으로 억누르면서 정상인 행세하고 살았던거임.


그렇다면 남은 한 가지 영혼의 주인은 누구인가?


다음 편에 밝히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