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결코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바로잡을 수 없는 그것은 끝끝내 우리 뒤를 따라다니리라. 허나 미래는 냉담하면서도 낯선 손님이다. 우리를 향해 등을 돌리고 있는 그것은 침묵에 잠긴 채 감추어둔 비밀을 내어놓지 않을 것이다. 


 허나 미래가 모두에게 그런 것만은 아니다. 노바 두르마 행성의 텔그 지역 동부 깊숙한 숲. 거머리로 가득한 그곳에 작은 동굴 하나가 있다. 38일 주기로 태양이 뜨고 지는 그곳에 어떤 비밀스런 종교집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신성 수도회라 부르는 그들은 결단코 내가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주술과 의식으로 미래를 어르고 달랬다. 그렇게 그들은 은빛 거울 위에 미래의 상을 떠올렸다. 미래는 마지못해 그들을 향해 속삭였다.   


 차라리 그 모든 것이 거짓이고 협잡이라 말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신성 수도회는 그들만의 야만적인 입단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 봉사가 되는 것. 무언가를 보는 행위는 그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곧 수도회 교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었다. 허나 그것은 우리가 이해하는 의미의 ‘보는 것’과는 달랐다. 


 입단자는 그들의 신앙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한쪽 눈을 도려내야만 했다. 도려낸 한쪽 눈은 조잡한 생체공학 시술을 통해 곧 일반적인 기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남은 한쪽 눈은 각종 제의와 종교적 훈련을 통해 ‘보는 능력’을 기르기 시작했다. 거기에 온갖 연금술과 마술이 동원되었음을 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입단자는 곧 생체공학 장비로 대체된 그들의 한쪽 눈으로 쉽게 식별이 가능했고, 동시에 남은 ‘진짜 눈’을 늘 가리고 있는 보라색 천으로도 알아볼 수 있었다. 눈을 가리고 있는 천은 교단의 제의 때에만 치워졌다. 모든 교단의 조직원들은 각자 은거울 하나씩을 지참하고 다녔는데, 이는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자신의 은거울을 완성하지 못한 자들에게는 도려낸 눈을 채워넣을 생체공학 시술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게 눈을 도려낸 신입단원들은 매일 같이 은덩어리 하나를 문지르고 닦아내어 그것이 흠집 하나 없는 .0088 광점에 이를 때까지 작업을 반복했다. 


 거울을 완성하기도 전에 많은 이들이 폐혈증과 2차 감염으로 죽어갔다. 다른 이들은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리는 작업 끝에 이겨낸 병증의 흔적을 평생 이고 살아갔다. 그렇게 교단원들을 식별할 수 있는 흔적 하나가 또 늘어났다. 수포로 뒤덮인 피부와 오랜 기간 치유 받지 못해 괴사한 조직의 흔적들.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교단원들 중에는 제대로 식별할 수 있는 지문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자들도 많았다. 수년에 걸친 작업 끝에 은거울의 흠집과 함께 그들의 지문도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리라. 





 동부 지역 깊숙이에 위치한 동굴. 늘 있는 벌레들을 빼면 김이 뿜어 오르는 그곳의 수림은 고요한 곳이었다. 때로 사람 손가락 길이 만 한 지네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어떤 것들은 사람 다리 길이만 하기도 했다. 거기에 곰팡내로 얼룩진 대기. 38일에 한 번씩 특정한 각도로 떠오른 태양이 하늘을 향해 뚫려있는 동굴 사이로 그 창백한 빛을 뿌릴 때가 있었다. 곧게 뻗어 내려온 빛은 80도 각도로 동굴 바닥에 고여 있는 맑은 연못을 비추고, 그럴 때면 연못의 우윳빛 물결은 속이 비치는 얇은 면직물 뒤로 타오르는 불길마냥 붉게 빛나 올랐다. 


 종교적인 금식과 고행의 하루를 보낸 수도회는 그 연못을 둘러싸고 회합을 가졌다. 은거울을 치켜든 그들은 내리쬐는 빛을 산란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은거울로 별빛을 받아냈다. 지켜본 바에 따르면 그 때가 바로 교단원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 보라색 천이 벗겨지는 때였다. 진짜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을 벗겨낸 교단원들은 반대로 평소에 쓰는 생체공학장비를 가렸다. 


 은거울은 다양한 색상의 빛을 산란하며 반짝였다. 정제되지 않은 이호 씨앗과 자연물에서 추출한 다양한 환각제를 복용한 교단원들은 은거울을 들여다보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동굴 한 켠에는 배터리로 작동하는 충전식 시청각 장비가 설치되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녹화하고 있었다. 빛이 스러지기 시작하면 수도회의 지도자들은 녹화된 기록을 수없이 돌려보며 그들 앞에 펼쳐진 미래의 진실과 거짓말들을 분석해나갔다. 


  

 신성 수도회. 그들의 병든 영혼에 저주가 있기를. 그들은 미래를 기록했다. 미래의 모든 가능성들. 그랬다. 거울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훈련된 그들의 눈을 통해 교단은 다가올 미래의 일들을 예지했다. 그중에서도 교단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암울한 종류의 소식들이었다. 온갖 악재와 재난, 역병, 침략, 정부조직의 붕괴, 이단행위, 기근, 패전까지. 다양한 형태로 정체를 숨기고 있는 종말의 소식들. 


 교단의 지도자들은 그런 소식들을 찬찬히 분석해 하부조직에 상세한 지시사항을 하달했다. 나의 대략적인 추정에 따르면, 교단의 하부조직은 안티마, 헬리칸, 안겔루스 그리고 오피디안 서브 섹터들에 속한 수백 세계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들 식으로 부르는 “가능성”이라는 것이 일단 확실히 식별되면 그때부터 교단 조직에 속한 특정 계층은 그 “가능성”이 실현되도록 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하기 시작했다. 





 “가능성”이 가져올 미래가 가장 최악의 형태로 실현될 수 있도록. 역병이 예측되면 교단은 방제구역의 질서를 어지럽혀 그것이 격리구역 너머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다가올 가능성이 기근이라면 교단은 대상 행성에 위치한 뮤니토룸의 식량창고에 소이탄을 심어두거나 생체독소를 풀었다. 이단행위자가 부상하기 시작한다면? 교단은 모든 자산을 동원해 이단자를 보호하고 그의 간교한 기만행위가 널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힘을 더했다. 침공이 머지않았다? 그들이야말로 안에서부터 행성 방위체계를 무너뜨릴 적의 예비대나 다름없었다. 


 교단은 종말을 추구했다. 제국과 인류의 문명이라는 직물의 날실 하나하나를 풀어헤치고 그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 그들이 바라마지 않는 것은 전 은하적인 규모의 아포칼립스였으니 다가올 것은 곧 어둠과 불길의 시대요, 그들의 사악한 주인인 파멸의 힘들이 모든 존재를 지배하고야 말 시대였다. 

 




는 다 10새기들이야! 10새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