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음이 울렸다. 적들의 기습은 신속했고, 가장 격렬했으며, 효과적이었다. 레드 드래곤 챕터는 그들의 기함이 공격당할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실수는 치명적이었고 적들은 갈빗대 사이로 깊이 들어온 칼날처럼 챕터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1중대는 파멸했고 수백의 스페이스 마린들이 심각한 상처를 입고 기함의 탈출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황제의 뜻 아래에 인류의 검으로 활약한 초인들은 공포를 모르리란 황제의 공표와는 다르게 그들의 심장 깊숙한 곳에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도망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으나, 동시에 초인의 이성은 이미 승기가 기울었음을 냉정하게 평가하도록 만들었다. 수치심을 가리고 어떻게든 단 한 명의 챕터 형제라도 빼내기 위해서 희생이 요구되었다. 1중대는 그것을 위해서 가장 최전선에서 싸우다가 전멸하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챕터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스카웃 마린들은 진즉에 탈출한 이후였다. 이제 배틀 브라더들의 차례였다.
물에 젖은 쥐처럼, 상처입고 겁 먹은 짐승처럼 도망치는 배틀 브라더들의 뒤로 챕터 기함의 숭조원들이 뒤따랐다. 그들은 챕터 마스터의 고귀한 결정 이래 카라페이스 아머와 핫샷 라스건으로 무장한 보딩팀과 플랙 아머 차림의 일반 승조원들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굳어 있었고, 어떤 결의를 품고 있는 표정이었다. 챕터 승조원들은 단말기를 조작하여 차례로 복도를 차단하는 격벽을 차단하였다.
이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미지수이나, 적어도 시간벌이에는 충분할 것이었다. 격벽이 내려와 앞서 가던 배틀 브라더들과 기함 승무원들을 갈랐다. 가장 뒤에 있던 배틀 브라더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이름은 아리엘이었고, 챕터의 배틀 브라더로서 언제나 챕터를 위해 봉사하던 영예로운 시종들에게 관심을 기우린 선한 전사이자, 자랑스러운 증표를 짊어진 군인이었다.
"파비엘?"
그는 제 바로 뒤에 있던 형제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레드 드래곤 챕터의 스페이스 마린이 될 수 있었으나, 제 형제는 가문을 잇기 위해 도전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었다. 함께 챕터의 기함에서 복무하며 제국을 위한 충정을 되새겼었다. 격벽의 작은 유리창 너머로 두 형제는 서로 눈빛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어째서..."
"가셔야 합니다. 주군."
파비엘의 눈빛은 단호했다. 아리엘은 초인의 자제심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당혹감을 느꼈다. 어째서? 그가 물었으나 형제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형제의 너머에서 승조원들은 모두 그들의 무장을 점검하며 굳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리엘은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이들이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그들은 챕터의 형제들과 함께 기함에서 탈출해야 했다.
이미 챕터 마스터의 후퇴 명령을 배틀 브라더와 시종을 가리지 않고 내려진 상황이었다. 1중대와 아너 가드가 전멸한 지금, 챕터는 존망의 기로 위에 있었다. 아리엘은 격벽을 만지려 했으나, 제 오른팔이 뜯겨져 떨어진 이후임을 새삼 깨닫았다. 아리엘은 처음으로 제 턱이 경련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부끄러움, 두려움, 그리고 수치심이 아리엘은 떨게 만들었다.
"챕터는 다시 부활할 것입니다. 주군. 위대한 황제 폐하의 천사들은 오늘의 고난을 이겨내고 다시금 날개를 필 것입니다."
파비엘은 순교자였다. 아리엘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깨닫을 수 있었다. 순교자는 조금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초인조차 쉬이 이겨낼 수 없는 극한의 환경에서 필멸자가 선택한 것은 죽음이었다. 죽음으로서 맞닿을 충정. 아리엘은 아직 멀쩡한 왼손으로 격벽을 쳤다. 이럴 수는 없었다. 이렇게 형제나 다름없는 챕터의 전우들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것은 챕터의 깃발에 마저 기록될 영원불멸의 속죄가 될 것이었다.
"그대들을 버리고 우리 챕터가 다시금 도약하리라 믿는가! 형제, 형제! 이것은 잘못된 것이네! 그대들을 버리고 달아나는 우리는 이 순간을 씻을 수 없는 과오로서 짊어질 것이야."
아리엘은 애원하기 시작했다. 수천년을 제국을 위해 봉사한 기함은 죽어가고 있었다. 수백년을 챕터를 위해 헌신한 시종들은 죽음을 각오했다. 정작 황제와 제국을 위해 헌신을 맹세하고 서약한 초인들은 도망치고 있었다. 이것은 의무의 방기이며, 황제를 저버리고 제국을 저버리고 챕터의 내실을 닦아왔던 이들을 저버리는 가장 파렴치한 행동이었다.
스페이스 마린은 필멸자들을 이끌고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었지 그들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비겁자가 되어선 안됐다.
"아스타르테스."
파비엘이 그 이름을 담자 아리엘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파비엘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의무를 입에 담았다. 그것은 수십, 수백 세대에 걸쳐서 제국의 모두가 짊어진 의무였다.
"그대들은 그대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십시오. 이것은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수십 세대가 걸쳐 챕터를 위해 봉사해온 목적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입니다. 형제여, 챕터는 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죽음은 챕터가 쌓아온 영광을 위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아리엘은 더 이상 말을 덧붙일 수 없었다. 그의 냉철한 이성조차 감정의 범람을 버티기 버거워했다.
"오롯이 황제 폐하와 챕터를 위해서."
"황제 폐하와 챕터를 위해서."
아리엘은 파비엘과 눈짓하고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이것은 죄책감과 수치심이 맞물려 두 심장을 하나씩 거세게 때리는 것 같았다. 챕터의 생존을 위해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버리고야 말았다고 아리엘은 생각했다. 챕터가 잃은 것은 단순히 자산이 아니었다. 챕터가 잃은 것은 은 알량한 초인의 목숨을 제외한 모든 것이었다.
아리엘이 사라지자, 파비엘은 제 라스건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이미 격벽과 격벽 사이의 공간에서 엄폐물을 배치한 승조원들은 담담히 찾아올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챕터를 위해 시간을 벌 것이었다. 설령 단 1초뿐에 불과하다 할 지라도, 그것이 훗날의 희망을 잉태할수만 있다면야, 얼마든지 지불하고 감당할만한 것이었다.
"우리는 서서 버틴다!"
파비엘이 소리쳤다. 승조원들이 따라 외쳤다.
"마지막까지 싸우다 죽으리라! 용의 포효를 들으라!"
거대한 화염의 물결이 거세게 격벽을 녹여내리고 있었다. 합금으로 지어진 격벽조차 한순간처럼 사라지고 그들은 증오스러운 불꽃을 받아내야만 할 것이었다.
"용의 포효를 들으라!"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었다.
크 스마보다도 더 강한의지를 가진 필멸자라니
캬
개 멋 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