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행성.

붉은빛으로 물든 갑주를 입은 거인이 언덕 위에 서 있었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라면 들지 못하는 거대한 도끼를 어깨에 기대어 서서,


수평선 저 넘어 떠오르는 아침의 태양을 바라 보며 잠시 자신을 옥죄고 있었던 고통의 저주에 벗어나고 있었다.


그 잠시라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던 거인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내려앉았다.


거인은 생각했다.


자신과 함께 동거동락했던 형제 자매들의 그리움.

자신이 한때, 진정한 아버지라 느꼈던 존재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소멸시켜버린 많은 생명들.

그 생명 속에는 아버지라는 존재와 형제 자매들이 속하여 있던 것이 당연하였다.


그리 생각하니 고통에 가득차 있던 거인의 분노어린 눈빛은 어느새 슬픈과 그리움, 그리고 사색으로 가득 차여진 눈빛이 되어 있었다.


-준비되었습니다, 주군.


거인은 자신에게 말하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 바로 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자신보다는 작지만 보통 사람보다는 훨씬 큰 자들이 자신을 주군이라 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거인은 잠시동안 그들에게도 작은 연민을 느끼며 생각하였다.


이들이 내 형제자매와 같은 존재인가. 아니다. 이들은 그저 살육과 파괴에 미친 자들이다.

나와 같은 존재에 열광하는 광신도 들이다.

내가 평생 짊어져야할 고통을 이들은 단순히 나를 따라한다는 생각에 모두 나와 같아 졌다.

그들 스스로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지만, 그들은 내 자식들이 아니다.

난 그들을 원하지 않았으며, 그들 스스로가 나를 따르는 것이다.

압제자들에게 맞섰던 자들이 아니다.

스스로 압제자의 개가 된 자들이다.

이들에게는 죽음과 폭력만이 그들을 평온케 하리니...


라며 생각하던 그 순간.

잠시 사라졌던 고통은 다시금 그를 집어삼킬 기세로 덮쳐왔고,

그는 다시금 고통과 분노 서린 눈빛을 하며 으르렁거리며 자신의 앞에 있는 자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 하였다. 


- 전부 죽여라. 그것이 테라에 앉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그 개새끼가 우리에게서 가장 원하는 것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