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두 눈은 감겨 있었지만, 자하리엘은 어른거리며 빛나는 사자의 윤곽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어떤 괴이하고도 투명한 태양에 의해 몸속에서부터 비추어지고 있는 것처럼, 그것의 모든 뼈와 내장이 그의 시야에 드러났다. 자하리엘은 사자의 피가 그것의 전신에 맥동하는 것과, 그것의 심장이 박동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존재케 하는 사악한 에너지를 볼 수 있었다.
그 모든 광경들은 움직이고 있었으나, 마치 얼어붙은 듯 느릿하였다. 쿵쿵거리는 사자의 심장 박동은 고대의 추(錘)가 움직이는 것처럼 둔하였다. 사자의 송곳니는 여전히 그를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은 마치 무한과도 같이 느렸다. 그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조차도 시간이 걸렸을 정도였다.
전신의 뼈와 근육이 욱신거렸다. 자하리엘의 가슴은 불이 붙어 있었고, 이 새로운 미지의 힘이 자신에게로 흘러 들어오며 욱신거리는 한기가 뼈 속에 스며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하리엘은 자신의 육신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살갗 아래에 놓인 혈관들과 뼈를 바라보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짐승은 그의 늑골 여러 대를 부러뜨려 놓은 상태였다. 자하리엘은 부러진 갈비뼈들의 끝이 투명한 흉갑 아래에서 서로를 긁어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하리엘은 짐승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의 손은 짐승의 투명한 몸의 윤곽선을 마치 연기처럼 뚫고 들어갔다. 자신이 여전히 아마디스 형제의 권총을 쥐고 있는 것을 본 자하리엘은 꿈결에 취한 사람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의 새로운 시야에는 권총의 외장과 내부의 장치들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있었다.
자하리엘은 권총을 짐승의 몸을 그리는 흐릿한 윤곽선 안쪽, 괴물의 심장에 가져다 대었다.
자하리엘은 눈을 뜨고, 방아쇠를 당겼다.
현실로의 끔찍한 전환이 다시 엄습해오고, 짐승은 극적인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자하리엘의 손은 사자의 몸 속에 파묻혀 있었고, 갑옷의 완갑은 짐승의 가슴을 뿌리내린 것처럼 꿰뚫고 있었다. 사자의 턱은 그의 견갑을 물고 있었고, 날카로운 송곳니는 갑옷을 뚫고 그의 몸에까지 파묻혀 있었다.
짐승의 턱이 닫히기 무섭게, 사자의 몸 속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사자의 눈동자 뒤로 화염이 타오르고, 폭약이 괴물의 몸 속에서 폭발하며 사자의 옆구리가 바깥쪽으로 터져 나갔다.
사자의 아랫배 거죽이 터져 나가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내장이 쏟아져 나오고, 사자의 몸뚱아리는 자하리엘을 밑에 깐 채 그대로 지면에 쓰러졌다.
자하리엘은 고통으로 신음하였다. 짐승의 무게는 엄청났고, 근육과 뼈가 망가진 어깨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마치 용광로가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전신의 근육이 욱신거렸다. 흉곽 전체에서도 타는 듯한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짐승의 시체로부터 빠져나와 몸을 옆으로 굴리며, 자하리엘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아랫입술을 앙 다물었다. 폐로부터 가쁜 숨이 빠져나오고, 부러진 갈비뼈들이 서로를 갈아대자 자하리엘은 울부짖었다.
어깨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엄청났다. 사자의 송곳니는 아직도 그의 몸과 갑옷을 꿰뚫고 있었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자하리엘은 권총을 떨어트린 뒤 양손을 사자의 커다란 머리 양편에 가져다 대었다. 사자의 눈에서는 생기가 빠져나가 있었지만, 그 무시무시한 얼굴은 여전히 가공할 힘을 지니고 있었다. 자하리엘은 짐승이 분명히 죽었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것의 턱이 다시 한 번 열려 자신을 완전히 끝장내려 들지는 않을까 반쯤 의심하고 있었다.
일은 빠를수록 좋았다. 괴물의 머리를 뒤로 비틀어 빼내며, 자하리엘은 격통에 비명을 질렀다. 피로 뒤덮인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의 몸으로부터 스르륵 빠져나가고, 짐승의 주둥이로부터 자유로워진 자하리엘은 그것의 시체로부터 빠져나왔다.
어깨에 난 관통상으로부터 피가 흘러나왔다. 다음 몇 분 동안, 자하리엘은 갑옷을 벗고 소름 끼치는 상처를 돌보는 데에 시간을 보내었다. 피투성이 넝마주이가 된 군마의 안장에 달린 가방에서 보급 물품들을 챙겨 가능한 한 상처를 씻어낸 뒤, 단단하고 두껍게 붕대를 몸에 묶었다.
신기하게도 고통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았지만, 자하리엘은 그것이 그저 쇼크로 인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잠시 후면 고통은 이자까지 붙어서 되돌아오리라. 자신의 망가진 몸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하고 난 뒤, 자하리엘은 녹초가 되어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어떻게 짐승을 쓰러트릴 수 있었는지에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기이한 힘이 자신이 아까처럼 짐승을 꿰뚫어볼 수 있게 해준 것일까? 자신이 이 어두운 숲 속에 들어온 일로 인한 여파는 아닐까? 아니면 감시자들이 그에게 심어준, 어떤 미지의 에너지인 것일까?
아니면, 보다 어두운 무언가는 아닌가?
감시자들은 오염이 이미 그의 안에 존재한다고 말하였다.
혹시 이것이 그 오염의 징후는 아닐까?
그 힘이 대체 무엇이었건 간에, 자하리엘은 그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미지 그 자체인 그 힘의 특성은, 사자의 흉포함보다도 더 자하리엘을 겁먹게 하였다. 이 기이하지만 강력한 힘의 분출의 원인이 무엇이었건 간에, 자하리엘은 그것을 비밀로 간직하기로 맹세하였다. 고대의 칼리반에서 사람들은 이보다 별 것 아닌 일로도 산 채로 화형을 당하곤 하였다. 그리고 자하리엘은 자신의 인생을 타오르는 화형대 위에서 끝낼 생각 따윈 없었다.
불안정하게 몸을 비틀거리며, 자하리엘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자신의 검과 권총을 주워 모았다. 수습 기사들에게 있어 원정에서 사냥한 짐승의 일부를 전리품으로 거두는 것은 일종의 관습이었다. 그러나 사자의 뱃속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사자의 시체는 거의 피투성이 파편들의 수준으로 망가져 있었다.
끔찍한 파편들 사이를 탐색하던 자하리엘은 자신이 엔드리아고로, 그리고 알두루크로 가져갈 수 있을 만한 전리품은 딱 한 가지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하리엘은 검을 뽑아, 사자의 머리를 그 몸뚱아리에서 떼어내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톱날 달린 검은 그 작업을 한결 쉽게 끝낼 수 있게 해주었다. 기이하게도, 짐승의 몸 위에서 움직이던 키틴질 갑옷은 이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마침내 사자의 머리가 몸뚱이에서 떨어지고, 자하리엘은 나무꾼 사내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길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것도 이제는 마치 한참 전의 일인 것만 같이 느껴졌다.
고통과 출혈로 인해 눈앞이 아찔하긴 했지만, 자하리엘은 엔드리아고로 길을 떠나며 미소를 지었다. 등 뒤로는 이빨 달린 묵직한 머리를 질질 끌어가며.
만일 자신이 돌아온다면 도미엘 공이나 나렐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두 사람이 자신에 대해 의심하며 괴물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 생각한 데에 딱히 원한은 없었지만, 그들의 예상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도 자하리엘은 행복하리라. 자하리엘은 그의 원정에서 목적한 모든 바를 이루었다. 그는 짐승을 죽였으며, 엔드리아고의 사람들을 짐승이 주는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주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는 자신을 한계까지 시험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였다. 우수성에 대한 기사단의 신조에 바치는 자신의 헌신과, 자신이 기사가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였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짐승의 머리를 뒤돌아보며, 자하리엘은 깊고도 변함없는 승리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시련을 통과하였다. 자신의 사냥에 성공한 것이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하리엘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과한 높은 기준에 진정으로 걸맞다고 느꼈다. 그는 두 번 다시는 현재에,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에 있어 안주하지 아니하리라. 이것을 원정이라 부르건 뭐라 부르건, 그는 이것을 위해 태어난 것이었다. 그가 죽일 다른 괴물들은 늘 존재할 것이며, 그가 싸울 다른 전투, 그가 승리를 거둘 다른 전쟁들 또한 그러하리라.
그의 심장이 마지막으로 뛰는 그 순간까지, 그는 결코 포기하지도, 스스로가 흔들리도록 허용하지도 않으리라. 하지만 이 순간은, 지금 이 순간만은, 자하리엘은 자신이 스스로의 성취에 짧은 자부심을 느껴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자하리엘은 빈터로부터 떠나, 엔드리아고로 향하는 긴 여로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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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느끼는 거지만 사이킥은 역시 개사기다. 이게 게임이냐.
p.s. 그나저나 확실히 이거 잡고 난 후로 댓추가 확연히 줄어든 게 눈에 보이네. 이제 절반도 안 왔는데 벌써 빨리 다음 권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왜 개노잼이라고 하는지 실감이 된다.
마오맨이 원체 잘뽑혀서 대비가 잘보이는 것도 있는듯
왜 아직까진 흥미진진한데
프롤로그격 소설이라 빵빵 터지는게 없어서 그런듯
커스토디안들 보다가 졸렬엔젤을 보려고 하니 ㅠㅠ
그래도 성심껏 보고 있습니다 - dc App
사이킥 못 끊은 싸썬 심정이 이해가 간다 - dc App
왠지 이번 소설은 청소년 소설 분위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