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라 행성 – 토렌스
무리는 용암의 흐름이었다. 그것은 근육과 기계로 구성되었으나 녹아내린 암석의 모든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지면을 메웠다. 무리가 지나간 곳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막을 수 없었다.
턱이 벌어졌다. 그들은 행성 전체를 휩쓸 만큼 거대했다. 그리고 놈들의 허기는 그의 가족을 탐식하려 들었다.
에밀 베커는 토렌스의 방벽에서 망원경으로 무리의 앞뒤를 살폈다. 그는 턱들을 볼 수 있었다. 힘줄이 불거진 팔과 으르렁대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거대한 기계의 궤도도 볼 수 있었다. 거대하고 야만적인 힘의 이동을 볼 수 있었다. 최대한으로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렌즈에는 적의 덩치와 무기의 파편만이 보일 따름이었다. 폭력의 총합에 대한 흐릿한 단서였다.
옼스들은 이미 그만큼 접근했다.
베커는 망원경을 내려놓고 세부 사항이 아닌, 정글을 짓뭉개는 거대한 융기인 공포의 크기를 바라보았다. 파도가 방벽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마을과 가족을 향해서.
공포는 그의 목에 걸린 가시였다. 그것을 어떻게든 가라앉히려 시도했다.
그의 오른편에서 딸이 말했다.
“너무나 많네요.”
“그렇구나.”
베커는 카를라를 바라보았다. 딸의 얼굴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탄광에서의 먼지에 덮여 있었다. 밤에는 그 어떤 것보다도 훌륭한 위장 같았다.
카를라가 미소를 짓자 어둠 속에서 치아가 하얗게 비쳤다.
“아버지, 칼데라가 우리를 다시 시험하고 있군요.”
베커는 울부짖음과 괴성이 가득한 밤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니야, 칼데라가 아니다. 이번에는 아니야.”
그는 대지의 경련을 이해하고 있었다. 칼데라인 모두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었다. 지진과 화산 폭발은 행성의 언어였고, 설교이자, 분노였다. 삶은 영원한 주의인 동시에 언제라도 닥칠 불과 바위, 재에 대한 영원한 준비였다. 생존에서 나오는 자부심은 이 행성의 시민으로서 받는 보상이었다.
칼데라는 자신의 아이를 파괴하지만 적의는 없었다. 행성은 거칠게 살아있었으며, 그 와중에 죽는 것은 비극이 아니었다. 단지 이곳의 기본적인 현실이었다.
토렌스의 거주지를 향해 다가오는 것들 역시 폭력적으로 살아있었다. 베커가 들은 바람에 실린 소리에는 즐거움도 섞여 있었다. 칼데라와 인간에게는 낯선 즐거움이었다. 파괴의 즐거움이었다. 그것에는 적의가 있었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토렌스는 바살트 고원의 거친 서쪽 사면에 자리한 광산촌이었다. 산기슭의 정글은 행성 수도 락콜리스까지 뻗어 있었다. 칼데라 행성의 대부분은 부서진 바위로 덮였으나, 이곳은 천 년 전 제국의 정착민들이 도착하며 바위를 파괴한 후, 북쪽의 아시카 리프트 계곡을 나타내는 상징인 쌍둥이 화산이 뿜어낸 화산재로 비옥해진 토양에 정글이 다시 생겼다.
토렌스에는 방벽이 가옥보다도 단단했다. 방벽은 거친 야생동물이 해를 끼치지 못하게 막아주었다. 그러나 괴성을 지르며 토렌스로 다가오는 것들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옼스들이 전진하며 정글이 짓뭉개졌다. 거대한 전차와 탑 같은 워커들이 나무룰 으깨며 나아갔고, 그 뒤로 보병들이 뒤따랐다. 짐승들이 너무나 광대하게 퍼져있는 만큼 몇 만은 되는 게 분명했다. 놈들의 기계 배기구에서 뿜어지는 화염이 거대한 무리의 파동을 밝혔다. 파괴적인 근육의 물결이 살육과 방화를 위해 오고 있었다.
락코리스에도 여전히 빛이 있었다. 베커는 지평선의 도시가 불타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기로 더럽혀졌다. 행성 수도에서 드문드문 수신되는 음성 통신에는 공포가 가득했으나, 그나마 생존의 신호는 있었다. 그린스킨들은 도시를 난도질하고 모든 이들을 죽이지는 않았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베커는 이해하지 못했다. 무엇이 옼스들을 자기들의 상에서 끌어당긴 걸까? 토렌스의 보잘 것 없는 존재는 아니었다.
베커는 의문을 가졌다. 지루함일까? 락코리스의 인구는 수백만에 달했다. 그들을 모조리 살육하려다가는 옼스들의 정복을 지연 시킬지도 몰랐다.
그러나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그렇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옼스들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토렌스는 그들을 잠시도 늦추지 못할 터였다. 우연히 무리의 시선을 끈 것이겠지. 여흥거리로서.
베커는 좌우를 돌아보았다. 방벽 전체에 광부들이 자리했다. 모든 부족에서 사지 멀쩡한 모든 이들이 모인 수백 명이었다. 라스 라이플은 넉넉했다. 칼데라에서의 위험한 삶은 조심성과 무장을 갖추라는 지시였다. 서쪽 방벽의 양 끝에는 오토캐논 포탑 한 기 씩이 자리했다. 토렌스의 주민들은 레이저와 포탄으로 정글을 바느질 할 수 있으리라. 동료들에게 시선을 둔 동안에는 마을의 힘을 믿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서쪽을 보자, 그들이 보여준 결의가 사라졌다.
카를라가 물었다.
“우리가 저들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까요?”
베커는 어깨를 으쓱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저들이 우릴 죽일 때 까지겠지요.”
“그럴 것 같구나.”
“어쩌면 우릴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지.”
카를라의 곁에서 긴장한 채 서 있던 하인츠 벤라트가 말했다. 그는 카를라와 마찬가지르 마흔을 넘겼으나, 목소리만으로는 20년은 더 젊은 것 같았다. 좋은 방식은 아니었지만.
카를라는 코웃음 쳤다.
“망상가.”
벤라트가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어째서? 우린 놈들의 길목에 있지 않아.”
베커가 말했다.
“놈들은 이쪽으로 오고 있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옼스들은 베커의 말이 옳음을 증명했다. 아직 유효사거리 밖임에도 불구하고 옼스 보병들이 방벽을 향해 총질했다. 그리고 전차와 거대 워커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그들의 포탄이 토렌스에 날아들면서 밤을 불의 흔적으로 찢어발겼다. 어둠 속에서 포탄이 울부짖으며 날아들자 베커의 어깨가 움찔했다. 포탄이 방벽에 명중했다. 다른 포탄들은 마을 너머로 날아가거나 토렌스 내부에 떨어졌다.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에 베커는 고함을 지르며 라스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겼다. 표적은 없었다. 그저 죽기 전에 싸워보겠다는 의지였다. 그 순간 발밑의 플라스틸이 충격에 진동했다. 방벽 중앙부가 폭발하면서 잔해의 폭풍이 거주지 안으로 휘몰아쳤다. 더 많은 포탄들이 잇달아 날아들어 그마나 남은 방벽의 윗부분을 날려버렸다. 옼스들의 포격이 망치가 되어 방벽을 폐허 더미로 바꾸어버렸다.
베커는 매연에 눈과 목이 막혀 기침했다. 거대한 화구로 인해 목에 화상을 입은 느낌이 들었다. 오른편의 난간이 날카롭게 기울었고, 부서진 총안구의 밖으로 뻗은 골재를 잡으며 가까스로 추락을 면했다. 포탄의 충격 속에 부상자들의 절규가 들렸다. 부상자들보다 더 많은 이들이 이미 죽었다. 그러나 남은 이들은 계속 싸우고 있었다. 토렌스의 주민들은 난간에 매달리거나 여전히 기울고 있는 잔해를 넘으며 무너진 방벽으로 달려가 적에게 레이저 사격을 날렸다. 자신의 곁에서 함께 하며 라스 라이플의 파워팩을 소모하는 카를라는 파편이 스치며 관자놀이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몸을 떨며 안색이 창백해진 벤라트의 얼굴은 땀과 공포로 일그러졌으나, 그 역시 계속 쏘고 있었다.
베커는 생각했다. ‘우린 아직 싸우고 있다.’ 겨우 1분도 되지 않는 시간 전만해도 이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들은 몰살당할 때까지 싸우리라. 그는 긍지를 품은 채 죽을 것이다.
옼스들이 정글에서부터 몰려들었다. 놈들의 선두는 바이크와 츄럭으로 구성되었다. 나무에서 벗어난 옼스 차량들이 완만한 경사면에서 속도를 높이며 방벽으로 달려들었다. 그들의 엔진이 굶주림을 외쳤다. 더러운 매연이 밤에 물결쳤다. 돌을 타넘는 옼스 차량들이 들썩이면서 눈이 멀 것 같은 헤드라이트 불빛이 위 아래로 흔들렸다. 눈이 부신 나머지 베커는 놈들의 숫자를 가늠할 수 없었으나, 괴성에 귀가 멀 것 같았다. 옼스 보병들이 차량 뒤를 바싹 따라오며 달리는 가운데 중기갑차량들은 포격을 계속했다.
초록 물결이 토렌스에 거의 닿았다. 베커는 쏘면서 이제 빗나갈 수가 없음을, 그리고 그의 용기가 아무 의미가 없을을 직감했다. 최소한 싸우는 동안에는 우울함을 느낄 여유가 없으리라.
그 순간, 선두의 츄럭이 폭발했다. 화구가 바이크들을 집어삼키며 마구 나뒹구는 횃불로 바꾸어버렸다. 불타는 바이크들이 다른 차량과 충돌했다. 가까이에서 다른 츄럭이 폭발했으나, 조금 전의 충돌과는 관계가 없었다. 바이크 한 대가 갑자기 들리더니 허공을 갈랐다. 더 많은 바이크들이 충돌에 휘말렸다.
옼스의 전진이 주춤했다. 불길이 더 크게 치솟았다. 거기에 갑주를 입고 거대한 망치를 든 탑 같은 존재가 비쳤다. 그가 다가오는 츄럭의 엔진 그릴에 망치를 휘두르자, 츄럭이 산기슭에 부딪힌 마냥 으깨졌다. 으깨진 츄럭이 나뒹굴며 바이크와 그것의 주인들을 땅에 뭉개버렸다. 옼스 보병들이 전사에게 달려들으나 몰살당했다. 그의 일격 하나 하나가 포탄의 작렬만큼이나 파괴적이었다. 그 전사보다 거대한 옼스 우두머리들 역시 졸개들만큼이나 빠르게 쓰러졌다.
단 한 번의 강인한 휩쓸기를 통해 전사는 옼스 무리를 깔끔하게 찢어버렸다. 한 순간 시체와 잔해에 둘러싸인 그가 서 있는 모습이 화염에 일렁였다. 베커는 그를 좀 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거대한 파충류의 해골이 견갑에 걸려 있었으며, 흑요석 같은 피부와 더불어 불굴의 고결함이 보였다.
전사가 입을 열자 그린스킨들의 전쟁기계가 내뿜는 굉음을 누르고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칼데라의 자녀들이여! 용기를 가지고 맞서고 있구나! 버텨라! 그리고 그대들이 혼자가 아님을 알라!”
그 다음 순간, 강력한 포격이 토렌스에서 산기슭으로 날아들었다. 전사는 사라졌다. 대지는 하나의 폭발이, 화산 활동이 되었고, 그의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이어졌다. 높이가 20미터는 될 덜컹대는 금속과 무기의 결합체이며, 머리는 뾰족한 잔혹함의 구멍인 옼스 워커 한 대가 폭발의 화구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단 한 명의 수호자를 죽이기 위해 자기들 패거리 수백을 죽이면서도 쉴새 없는 포탄의 물결을 뿜어댔다.
베커의 심장이 굳었다. 희망은 번득인 순간 사라졌다. 그러나 그는 라스 라이플을 놓지 않고 불길 속으로, 그리고 마침내 포격이 멎자 피어나는 연기 속으로 사격했다. 그 전사는 토렌스에 몇 초나마 승리를 안겨주었기에 베커는 거기에 감사했다. 그는 영웅이 남긴 마지막 지시에 따랐다. 그는 계속 싸웠다.
옼스 괴수가 천둥 같은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멈추었다. 무기가 달린 팔이 떨렸다. 오른쪽의 거대한 체인 무기가 작동을 멈추었다. 어깨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몇 초 후, 대포가 달린 왼팔이 마구잡이로 난사하더니 그것 역시 멎었다. 기계가 앞뒤로 흔들리더니 내부의 폭발로 진동했다. 워커의 가슴께가 터지며 거대한 불길이 뿜어지며 파편이 수백미터 밖까지 날아갔다. 워커의 내부는 불지옥이었다. 거대한 전사가 그 구멍을 통해 나타났다. 그는 죽은 기계를 뒤로 한 채 지면에 착지했다. 놈은 움직임을 멎었고, 거대한 아궁이에 지나지 않았다.
전사가 토렌스쪽을 다시 바라보며 경의의 의미로 망치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자갈밭을 지나며 북쪽으로 향했다. 그는 포격의 물결속에서 옼스 전열을 강타하며 뚫고 나갔다. 베커의 손가락은 여전히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으나, 자신이 하는 행동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입을 떡 벌린 채 한 기적이 다음 기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응시했다. 그는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었고, 이제 혼자서 전세를 뒤엎었다. 그린스킨들은 토렌스에 흥미를 잃었다. 중장비와 보병들이 괴성을 지르더니 무리가 방향을 바꾸었다. 놈들은 전사를 에워쌌다. 이제 그들은 자기들에게 타격을 입힌 존재를 추격했다. 옼스 무리의 작은 물결이 여전히 사면을 올라오고 있었으나, 이제 광부들은 전멸이 아닌 전쟁과 마주했다.
“이게 무슨….”
카를라가 말을 꺼냈으나 마치지 못했다.
베커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딸이 품은 의문에 대해 답을 갖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러나 전설이 스쳐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잠깐의 체험만으로도 영원히 이어질 경외감이 들었다.
킹갓 불칸니뮤....
외계인에게도 따뜻하신 그 분 ㅠㅠ
불칸니뮤ㅠㅠ
불칸...
외계인에게 망치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시는 불칸니뮤ㅠㅠ
자기쪽으로 유인하면서 싸우노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