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블라갤에 투척하는 번역글!
그나저나 요즘 블라갤에 번역러들이 줄어든 것 같은대 기분탓인가요.
나르보 퀸은 팔을 낮추어, 파워 엑스의 무게를 이용하여 휘둘렀다. 파워 아머를 입은 그는 그 덩치에도 불구하고, 재빠르게 움직여 연속해서 동작을 이어나갔다. 불사조께서 자신의 대답이 미흡하다고 여기신 후에, 이렇게 무언가라도 하니 기분이 좋았다. 파워 엑스의 날이 휙소리와 함께 공기를 가르자, 그는 만족스럽게 음음 소리를 내었다.
'또 다시 그림자랑 싸우고 있나?'
퀸이 멈추고, 도끼를 늘어트려놓았다. '그러고 있었지.' 그가 짧게 대답했다. 그는 가볍게 무기를 휘둘러, 방금처럼 주변을 배어내고, 뒤돌아섰다. '이제 그림자와 싸우는 대신 자네랑 말싸움이라도 해야할 것 같은대.' 이 층의 훈련 케이지는 현 근무시간동안 사람이 거의 없었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항상 사람이 없었다. 퀸은 사람이 없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퀸은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평온한 시간을 바랬다. 프라이마크께 직접 지목을 당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면서도 동시에 무서운 일이었다. 아직도 퀸은 프라이마크 펄그림의 눈길이 자신의 영혼에 닿은 것이 느끼고 있었으며, 그 기분이 최대한 오래가기를 바라였다.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군.' 플라비우스 알케넥스가 말하였다. 그는 팔짱을 낀채 훈련 케이지 입구에 몸을 기대었다. 귀족적이고도 오만한, 알케넥스는 딱 사람이 참을 수 있는 오만함의 경계선 바로 위에 있는 녀석이었다. 퀸은 그럼에도 그를 싫어했다. 다행이도, 그들은 전장 밖에서 그리 만날일이 없었다. 이전까지는. 어째서 펄그림께서 녀석을 택하신건지는 알 수 없었다. 알케넥스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얼굴에 반쯤 미소를 걸치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무엇에 대해서 말이지?'
알케넥스가 몸을 으쓱였다. '진심으로 몰라서 "무엇"이라고 되물은 건가? 이 모든 일들. 우리. 그리고 불사조에 대해서 말일세.'
'이건 기회야.' 퀸이 말했다. 그것들에 대해서라면 물어볼만한 질문이었다. 테라 출신과 케모스 출신 모두에게 자리가 평등하게 나누어졌고, 퀸도 - 인정하기는 싫지만 - 합리적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거미같은 녀석을 기용하신 것은 그냥 문제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포세카리 그 작자가 자신의 외과기의 금속팔들을 짤깍거리는 채로 자신의 거미줄 위에 앉아있는 꼬라지를 상상하자니, 몸이 가볍께 떨렸다. 파비우스는 기존 200명의 살아남은 군단원 중 하나이자, 그것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한 자였다. 하지만 퀸은 과거의 상처투성이 영광의 베테랑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그 누구의 목소리에도 거미에 대한 존중이 보이지 않았다.
오직 증오만이 담겨있었다.
퀸은 어찌하여 펄그림께서 파비우스를 선택하였는지 의문이 들수밖에 없었다. 알케넥스같은 거만한 머저리가 선택받은 것보다도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퀸은 동료 전사를 바라보았다. '그러는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생각하는 것은 장교들에게 맡겼다네.' 알케넥스는 의미심장하게 자신의 손을 검에 가져다 대었다. '한 판 붙어보겠나?'
'너랑? 싫어.' 퀸은 파워 엑스를 자신의 어깨 위로 올려놓았다. '넌 사기치잖아.'
'그냥 내가 이긴걸세.'
'항상 이긴거는 아니야.' 퀸의 입꼬리가 찢어질 지경이었다.
'그래, 항상 이기지는 못하였지.' 알케넥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좋아. 그러면 하고싶은게 무언가?'
'그저 하던 운동이나 마치고 싶군.'
'저자가 자네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만, 플라비우스.'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높은, 거의 뮤지컬같은 목소리였다. 퀸은 쓴 웃음을 지으며 돌아서서, 새로온 이들을 바라보았다. 카스페로스 텔마르(Kasperos Telmar)와 기르탄 숀(Grythan Thorn)이었다. 둘은 케모스 출신이었고, 형제보다 가까운 사이였다. 퀸의 생각에는, 케모스인들 중 전사로서 대부분 어울리지 않았다. 케모스인들은 단순하고, 지저분한 일이나 하는, 멍청한 자들이었다. 불사조께서 저런 자들을 총애하신다는 사실은 항상 그를 괴롭게 만들었다. 퀸만이 아니라, 텔마르도 활짝 웃었다. '그렇다면, 나르보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대. 안그런가, 나르보?'
'난 너가 싫어. 말하고 싶은게 그런거라면 말이지.' 퀸은 파워 엑스를 팔꿈치 안쪽에 기대었다. '너희 둘 다.' 저들은 야심만만한 자들로서, 승진을 향해 달려가고 싶어하였다. 퀸 또한 비슷한 야망을 가지고 있기에, 그들이 그러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휘 서열에 비어있는 자리가 있고, 불사조께서는 그 빈 구멍을 될 수 있는한 빠르게 매우고 싶어하셨다. 비어있는 윗자리로 올라가는 자들은 대부분 케모스 출신이었다. 퀸에게는 이러한 이점이 없었다. 퀸의 혈통은 옛 유로파 지방에서 가장 순수하고 확실한 혈통이었으나, 더 이상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았다. 퀸은 혈통보다 더 나은 것을 보여주어야했다. 저들보다 더 나은 것들을.
'내가 뭘 했다고?' 숀이 항의했다.
'넌 재랑 친구잖아.'
'숀이 거기서 너를 한번 이겼지.' 알케넥스가 말했다.
'나는 너도 싫어.' 퀸이 분명하게 말했다.
알케넥스가 다른 이들을 처다보았다. '자네들하고는 나는 문제 없을 것 같다만.'
텔마르가 웃었다. '우리 모두 그렇지. 불사조께서 우리를 택하셨어. 우리 모두를 손수 고르셨다고.' 그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심지어 나르보도. 물론, 아무리 생각해도 왜 그러신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이리로 올라와보시지, 케모스인. 왜 내가 선택받았는지 내가 친절히 보여주도록하지.' 퀸이 한 걸음 물러서서 팔을 활짝 펴보였다. '나는 너희들이 짆흙탕 위에서 기고있을 때부터 군단을 위해 싸워왔다.'
텔마르의 얼굴이 붉어졌으나, 그가 퀸의 도전을 받아들이기 전에 숀이 그를 멈추어 세웠다. '그러지말게, 형제여. 얼마안가 싸울 일은 차고 넘치게 있을태고, 가치있는 도전들도 있을태니깐.' 숀은 침착하게 퀸의 시선을 마주보았다. '자네도 마찬가지일세.'
'나에게 명령할 생각 마시지, 숀.' 퀸이 말하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도 넌 나를 지휘할 권한따위는 없어.'
'그렇지. 하지만 나는 가지고 있다.'
퀸은 아데몬의 목소리가 훈련장에 울려퍼지자 움찔거렸다. 포록시마의 영웅은 새가 먹잇감를 낚아채듯 빠르게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너희 모두가 알다시피, 내 말이 곧 펄그림 전하의 명 그 자체와도 같다. 내가 너희들에게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했으니, 그러지 않은 이들에게는 징벌을 내리겠다. 조금이라도 완벽하지 못하다면, 곧 우리 군단과 유전-아버지께 수치를 가져다 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로드 커맨더는 그의 손을 검의 손잡이 위에 의도적으로 올려놓았다. '내 말을 이해하였는가?'
퀸은 머리를 숙였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데몬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리우스는 어디있지?'
'제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그는 노파랑 같이 있었습니다.' 숀이 말하였다. 그의 말에 비웃음이 들렸다.
아데몬은 숀을 노려보았다. '너가 노파라고 부른 그 여성분은, 존경받는 외교관이자 고대 테라의 가장 오래된 귀족가의 일원이신 분이다. 그분의 혈통은 이곳에 있는 모든 전사들만큼이나 순수하다. 그 점을 명심하고, 그분을 존중하라.'
'저는 아직도 왜 우리에게 그런 사람이 필요한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텔마르가 경멸을 담아 말하였다. '우리는 불꽃입니다. 석학(Iterator)들과 그런 무리들은 저희 다음에 와도 될 것들이지 않습니까.' 퀸은 파워 엑스의 자루를 더욱 세게 잡았다. 그는 아데몬이나 거미처럼 기존의 200명에 속하지는 않았으나, 그는 인간들 곁에서 수십년과 함께 피흘리며 싸워왔다.
지금도, 군단은 루나 울프들 처럼 대규모 병력 배치를 하기에는 수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대신, 그들은 황제폐하를 섬기는 다양한 군세들과 함께 싸우고, 때때로 그들을 이끌기도 하였다. 한때 퀸은 고대 군사과두정의 사병들을 이끌기도 하였으며, 문명이 발달되지 못한 세계에서 도태당한 소리지르는 야만인들과 함께 싸워왔다. 그들은 군단의 다른 모든 전사들만큼이나 존경받을 자격이 있었다. 퀸이 이를 말하려고 했으나, 아데몬이 먼저 말하였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아무것도 재건되는 것이 없다면 불꽃이 무슨 소용인가?' 아데몬은 텔마르의 흉갑을 손가락으로 툭툭치며, 그를 살짝 흔들었다. '군대는 수 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기계와도 같다. 모든 부품은 전체를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 필요하다.'
적당히 꾸중을 들은 텔마르는 머리를 숙였다. 아데몬은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너희 넷은 은하계에서 팔라틴 아퀼라를 지닌 이들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뛰어난 자들이다. 그러나 그 전에 오만에 취하여 펄그림 전하께서 말씀하신 바를 잊지말라. 펄그림 전하의 말씀이 옳다 - 이것은 우리의 아나바시스다. 허나 내가 지금까지 배운 바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대양으로 향하기 전 육지에서의 여정이 더 고되다는 것이다.'
아데몬은 수 많은 별들이 보내는 차가운 빛 아래에서 홀로 관측 구역을 거닐었다. 외교관의 요구에 따라 이곳에 등은 어둡게 설정되었고, 그리하여 둥근 관측창 너머로 보이는 우주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데몬은 이곳에 먼저 와있는 승무원들에게는 관심을 거의 가지지 않은채 앞으로 나아갔고, 승무원들은 그에게 존중을 보내며 서둘러 길을 비켜주었다.
퀸과 다른 이들은 서로 싸우기 직전까지 갔었다. 저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향하지 않는 이상, 저들은 또 비슷한 짓을 벌일 것이었다. 고귀함은 자만으로 떨어지기 쉽다. 엠퍼러스 칠드런은 항상 자신의 능력을 시험에 임하도록 장려되었으나, 능력을 시험할만한 상대라고는 같은 군단의 전사들 뿐이었다. 형제의 성공이란 곧 도전과도 같았다. 이룩한 업적은 오래가지 않았고, 그들의 프라이마크께서 내재하신 완벽에 대한 추구로 얼마안가 잊혀져 사라져갔다.
아데몬은 아직도 펄그림을 처음 봤을 때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유리와 철로된 요새 위에 서서, 희미한 등에 빛나는 총독의 로브를 입은 그의 모습은, 고대 태양신이 테라에서 수광년 떨어진 그곳에서 새로이 태어난 것만 같았다. 케모스는 조용하고, 칙칙한 행성이었으나, 불사조께서 거니시는 모든 곳에 음악과 색체가 피어나는 것만 같았다. 그분은 케모스인들과 남아있는 유전-아들들 모두에게 있어 희망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아데몬은, 그분을 찾은 것이 희망보다는 실용적인 면에서 더 다가왔다. 펄그림은 군단의 거대한 변화를 의미하였으며, 군단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채워졌다. 아데몬은 얼굴을 찡그렸다. 유로파 지방의 혈-십일세를 새로 갱신한 것과 케모스 출신 신병들이 유입된 것은 군단이 몰락하는 것을 막아주었다.
펄그림은 군단의 구원이었다. 역병으로부터, 그리고 그들이 아퀼라를 지닐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고 싶은 욕망에 있어서도. 프라이마크께서는 군단의 불완벽함이라는 짐을 자신의 짐마냥 짊어지셨다. 그분의 인도아래, 군단은 구원받거나, 다가오는 도전에 산산히 조각날 것이다.
아데몬은 외교관과 그녀의 수행원을 보자 그 생각을 한 켠으로 치웠다. 그녀의 수행원은 다양각색이었다. 수습 석학, 서기, 새롭게 순종한 행성 출신의 하급 귀족들. 이들은 이 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아데몬은 시끄러운 이들 무리들 사이 그녀의 경호원들이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데몬은 그에 보답하여 그들을 은밀히 살펴보았다.
관측 구역에 12명의 경호원이 퍼져있었다. 화려한 옷차림을 입은 귀족처럼 생긴 킬러들, 허나 몹시 실용적인 무기를 숨기고 있었다. 귀족적인 외양을 하고 있으나 그 밑에는 야만성이 숨겨져 있었다. 그 남녀들은 죽음과 기만의 게임에 익숙하였으며, 예의바르게 대화를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상대를 상대를 죽이고 무력화 시킬 힘을 계산하는 자들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들은 유로파의 귀족 혈통들의 서자들 중 숙청된 자들로서, 가문을 물려받지도, 혈-십일조로 선택받지도 못한 자들이었다. 풍문에 의하면 루나 어딘가에서, 이들에게 살인기술을 교육시키고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자에게 팔아치우는 시설이 있다고 한다.
외교관 그녀는 고대 귀족 혈통을 지닌 자로서, 그녀의 가문은 옛 밤의 시대 직전 황혼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는 마지막 남은 가장 오래된 석학들 중 하나였으며, 용납되지 못했던 대담한 그녀의 성격은 지금은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대성전의 규모가 더욱 커지자, 대성전을 수행한 기관들 역시 그에 맞추어 크기가 늘어났다. 아데몬은 멋부린 무리들 한가운데 있는 그녀가, 아데몬의 부하 주위를 돌고있는 그녀의 킬러를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저 멍청한 녀석이.' 아데몬은 중얼거렸다. 시리우스의 피부는 창백하여 거의 대리석과도 같았고, 그의 파워 아머는 장인의 손길이 닿은 물건이었다. 세라마이트 갑주의 판들 위로 케모스의 역사적인 장면을 그린 정교한 스크롤들이 달려있었다. 시리우스의 머리는 두피가 보일정도로 아주 짧았고, 그의 얼굴은 아데몬의 얼굴과 거울처럼 닯았다. 시리우스와 아데몬 둘 모두 펄그림과 닮은 무언가가, 희미하게 모습에 녹아있었다. 그 점이 그 둘이 펄그림의 유전-아들임을 나타내었다. 어쩌면 그것이 펄그림이 시리우스를 그렇게 총애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시리우스는 검을 낮추어, 공격을 유도하였다. 검사로서 그는 일류였으나, 지나치게 화려했다. 다른 케모스인들 처럼 그는 타고난 결투사였다. 케모스인들은 개인의 전투 스타일에서 그들의 문화적인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는 검술뿐만 아니라, 모든 다른 활동들, 심지어는 시와 음악에서도 드러나는 성향이었다.
경호원은 거의 시리우스만큼이나 키가 컸으나, 호리호리했다. 체스판마냥 새겨진 전투의 상흔들 아래 그의 얼굴에는 양성적인 면모가 드러나있었다. 그는 화려한 재질로 만들어진 프록 코트를 입고있었으며, 예식 흉갑에는 흉악한 고르곤의 얼굴이 새겨져있었다. 그의 검은 훌륭한 물건이었으며,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아데몬은 그의 팔다리에 긴장이 서려있음을 보았으나, 그의 움직임은 그렇지 않았다. 빠르고, 확실하고, 정확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하였다. 시리우스는 손쉽게 그의 검을 중간에 쳐내, 평범한 인간이라면 일격에 가르고 스페이스 마린도 심각한 부상을 입힐 공격을 막아냈다.
경호원은 한바퀴 돌아서, 시리우스의 반격의 힘을 이용하여 거리를 벌릴려했다. 시리우스는 웃으며 그를 뒤쫒자, 주위의 멋부린 무리들은 박수치며 즐거워했다. 아데몬은 수석 석학은 그러지 않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단순히 지켜보고 분석하기만 했다.
'시리우스, 해야할 일이 있지 않았나?' 아데몬이 그를 불렀다. 시리우스는 얼어붙고, 딱딱하게 그의 상대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돌아섰다.
'로드 커맨더 아데몬이시며, 사죄드립니다. 저는 그저-'
'저희를 즐겁게 하고 있었지요.' 수석 석학이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하였다. 골콘다 피케(Golconda Pyke)는 외관보다 늙어보였고, 정말 나이들어보였다. 그녀의 은색 머리카락은 한 쪽은 짧게 깍았으며, 다른 한쪽은 길게 늘어트려 파도처럼 일렁였다. 그녀는 자신의 메부리코에 딱 맞는 황금 코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시간의 흔적이 옅보였으나, 쓸데없는 부분이 점차 깍여나가는 조각상처럼, 그녀의 모습에는 진솔된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그녀의 화려한 검은 로브는 유행을 앞서있었으나 천박하다는 느낌은 전혀 주지않았으며, 그녀 스스로 내지는 못했을 정숙한 인상을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석학들의 로브는 그들에게 있어 3 군단의 전사들이 입는 세라마이트 갑주만큼이나 갑옷과도 같은 물건인 것이었다.
아데몬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존경이 아닌, 존중의 의미로서 였다. '수석 석학이시여.' 그가 말하였다. 그는 자세를 잡고 시리우스를 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좀 더 쓸모있는 일을 찾아보도록, 시리우스. 자네가 해야할 일들이 확실히 있을태니.'
시리우스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주먹으로 갑주를 두들겨 경례하였다. 그는 돌아서서 몸을 곧게 편채로 빠르게 나갔다. 피케가 웃었다. '그에게 좀 엄하게 대하는 군요. 안그런가요?'
'당신의 수행원을 죽일 수도 있었습니다.' 아데몬이 직설적으로 말하였으나, 경호원은 전혀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다. '유흥일지라도, 저희는 치명적인 존재입니다. 그런 일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저희 모두에게 좋을 겁니다.'
'당신의 말이 옳겠지요, 로드 커맨더. 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어리석고 늙은 여인이 재미 좀 볼려는 것을 용서해주시겠지요. 지금까지 긴 여정이었고, 다소 지루했거든요.'
아데몬은 끙 앓는 소리를 내었고, 피케는 대수롭지 않게 손짓했다. 그녀의 멋부린 무리들은 웃음소리와 함께 화려한 옷들을 나부끼며 이곳저곳 빠르게 흩어졌다. 경호원들은 남아있었으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채 그들로부터 몸을 뒤돌렸다. 피케는 대리석 의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앉으세요. 당신의 몸무게에도 괜찮겠지요.'
아데몬은 자리에 앉았다. 그는 그녀 옆에 작은 테이블과, 그 위에 유리로된 긴 와인 디켄터를 보았다. 과일향이 풍겨왔다. 나쁘지 않은 냄세였다. 일종의 알코올 음료이겠지,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요?' 피케가 말하였다.
아데몬은 옅게 미소지었다. '옛 테라의 격언에는 호랑이를 길들이는 것과 그에 따른 어려움에 관한 말이 있습니다.' 그가 웃었다. '차라리 호랑이를 길들이는 것이 더 쉽겠군요.' 그는 떠나가는 시리우스를 처다보았다. '특히 저놈은 더욱더.'
'제가 방금 본 바에 따르면, 맞는 말이겠지요.' 그녀는 잔을 흔들었다. '자, 여기. 한번 맛 보시고 어떠신지 말씀해주시지요.'
아데몬은 잔을 부서트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유리잔을 받아들였다. 와인을 한 번 들이키었다. 피케는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어떠신지요?' 그녀가 물었다.
'와인이군요.'
'아주 좋은 와인이지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는 잔을 다시 그녀에게 건냈다. 군단에 다른 많은 이들과는 달리, 아데몬은 이런 것들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의 기예는 전쟁이었으며, 그가 가진 기술들은 전부 전쟁과 관련된 것들 뿐이었다.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사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와인이지요. 2801 행성의 이름난 수많은 생산품들 중 하나일 뿐이지요.'
'다른 것들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그렇게 유용한 것들은 알려진게 없지요. 그곳은 주로 예술과 와인의 세계이지요. 어쩌면 그것때문에 당신의 불사조가 이곳을 고른 것일지도요.' 그녀는 유리잔 너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분은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지 않나요?'
아데몬은 갑자기 불편함을 느끼며 망설였다. 펄그림 전하의 뜻은 그분만의 일이지, 의논하기에 적절한 주제가 아니었다. 특히나 군단 외부인과는 더욱더. '그럴지도 모르지요. 허나 저는 그분의 뜻을 잘 알지 못해서 유감입니다.'
피케가 웃었다. '당신은 거짓말을 잘 못하는군요.'
'그런 말을 하시는게 당신이 처음은 아닙니다.' 아데몬이 고개를 저었다. '허나 그럼에도, 제 말은 사실입니다. 저도 그분의 뜻을 추측만 할 뿐이지, 자세히 더는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추측만이라도 알려주세요.' 피케가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그는 얼굴을 찌부리며 그녀를 처다보았다. 피케의 말은 그녀 혼자만의 말이 아닌, 다른 이들의 말을 대변하였다. 그녀는 영향력있고, 그녀가 들은 바는 황궁의 특정 고위 직위자들에게도 전해지었다. 가끔은 그녀에게 말하는 것이 전쟁 의회 전체에 보고를 하는 것만 같았다. 그는 목청을 다듬었다. '그분은 화가 나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야망에 차 있으시지요.'
피케가 끄덕였다. '보통은, 별로 좋은 조합은 아니군요.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꽤 괜찮을지도 몰라요.' 그녀는 다시 잔을 흔들며, 와인이 휘몰아치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데몬은 그녀의 손재주에 감탄하였다; 다른 이들이 했으면 와인을 쏟았을 것이기에. '2801 행성 -비자스 - 는 그저 하나의 정복 기록만으로 남지 않을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만약 다른 이들이 이곳을 점령하려한다면, 그 잠재력은 약해지거나 혹은 최악의 경우 완전히 사라지겠지요.'
'길리먼-' 아데몬이 말하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울트라마의 주인께서는 그분의 문화의 우수성 외에는 그리 고려를 하시지 않는다군요. 그분에게 있어서, 다른 모든 세계가 곧 울트라마와 똑같이 보일 겁니다.' 피케는 손을 흔들어 그의 반대의견을 묵살했다. '저는 제가 하찮은 여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로드 커맨더. 하지만 이 하찮은 여인은 싫증날정도로 당신들로부터 실용적이니, 이론적이니 하는 말들만 실컷 듣는군요. 하지만 적어도 당신의 호랑이는, 사나울지라도 군사 지식 외에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어요.'
아데몬이 웃었다. '펄그림 전하께서는 특정 배움들에 대해서 장려하시고 계십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자기계발에 있어서는 저희들에게 그다지 독려의 말씀을 안하셔도 될겁니다.'
'바로 그점이, 나의 친구여, 제가 28번 원정대에 합류하기를 요구한 이유랍니다.' 피케가 미소지었으나, 빠르게 미소는 사라졌다. '고위 군사령관들 사이에서 몇 가지 걱정거리들이 있답니다. 최근까지는, 3 군단은 내부 협력에 있어서 몹시 믿을만한 존재였지요. 펄그림 전하께서 루퍼칼과 함께 보낸 시간이 더 이상 그렇지 못하게 만든 것 같군요. 그분께서는 다른 프라이마크들 처럼 자신만의 길을 걸으려 하고 계시지요.'
'당신은 우리 전사들이 더 이상 마음대로 배치될 수 없다는 것을 말씀하시고 싶은신거군요.' 아데몬은 자신이 그 말을 하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엠퍼러스 칠드런의 지원은 어떤 종류의 군사적 지원이라도 몹시 귀중한 자신임을 알고 있었다. 남극 정화 작전, 조브-셋(Jove-Sat) 2의 5차 반란, 수 백의 다른 군사작전들 모두 엠퍼러스 칠드런의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끝마쳐졌다. 하지만 그런 노력들은 가장 정밀한 작전 분석 기록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피케는 또 한 모금 들이켰다. '그 점 또한 언급되었지요. 그래요.' 그녀는 검붉은 액체를 살펴보았다. '그럼에도, 3 군단이 다시 자립하는 것이 모두에게 있어 최선의 이익입니다. 문제는 언제 자립하냐입니다. 황제폐하께서 그분의 아드님들로 하여금 대성전을 수행하게 하시려 한다는 것은 점점더 자명해져가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이들로 하여금 헌신적으로 그분들을 따라가게 하시려는 것도요. 그 점이 몇몇 이들에게 마음에 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당신은?'
피케가 우아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저는 외교관이지, 군인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7 피트(역주: 대략 212cm)가 넘는 살인 기계들로 이루어진 군대가 제 뒤에 있으면 일이 몹시 쉬워지지요. 그녀가 잔을 비우고 한 켠으로 치웠다. '비자스는 중요한 행성입니다. 당신의 군단의 구원이 될 수도 있지요. 허나 동시에 파멸이 될 수도 있어요. 어느쪽이 되냐는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파비우스는 눈을 감은채 자신의 아포세카리움에 서있었다. 테라의 협주곡의 조용한 리듬에 황홀경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협주곡이 아포세카리움의 둥근 방안을 가득 채웠다. 펄그림은 문 앞에서 멈추어 음악을 들었다. 협주곡은 편곡이 우아하지 못했으나, 거친 품격이 있었다. 파비우스 얼굴에 서려있는 평온감을 보니 그를 방해하기가 꺼려질 정도였다. '아포세카리 파비우스.' 펄그림 잠시후 그를 불렀다.
음악이 꺼지고, 파비우스가 돌아섰다. 그는 수척하고, 아파보였다. 눈에는 다크 서클이 번져있었고 그의 하얀 머리카락은 산발이었다. 그에게서 화학 물질 냄새가 났고, 더 깊숙히 오래된 피 냄새가 풍겨왔다. 그의 의료장비에 달린 얇은 기계팔들은 파비우스가 펄그림에게 머리를 숙이고 가슴을 두드리며 경례하는 와중에도, 그의 주위에서 철커덕 위잉거리며 지정된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의 경례는 경의를 담은 것이 아니라, 형식적인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한 것이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은 아니었다. '주군이시여.' 그의 목소리는 얇고 갈라져있었다. 마치 뼈톱이 돌아가는 소리만도 같았다.
'그대가 이곳에 있을 줄을 몰랐다. 파비우스. 그대의 근무 시간이 아닐탠대.'
'저는... 더 오랫동안 근무하는 것에 익숙하나이다, 주군이시여.'
펄그림이 미소지었다. 그의 말은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고, 몹시 조심스러웠다. 파비우스는, 모든 보고에 따르면, 전혀 쉬지를 않았다. 파비우스는 끝없이 일하는 기계와도 같았다. 상황이 좀 달랐다면, 그런 헌신적인 자세로 그는 아포세카리온의 고위직에 올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파비우스는 승진이나 계급에 별 다른 관심이 없었고, 그렇기에 지금의 직위에 계속 머물렀다. 오직 그에게는 일만이 중요했다. 펄그림은 케모스에서 그런 성향의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이런이들은 죽을 때까지 일할 것이다.
파비우스는 펄그림을 향해 다가갔다. 아직은 군단의 아포세카리온은 치프 아포세카리가 없었다. 파비우스는 기존 지휘 체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지만, 현재 그의 계급은 그대로였다. 펄그림이 왕림하기 이전까지 누구도 그를 추천하고자 하지 않았고, 파비우스도 그 명예를 거절했다. 겸양의 의미로 거절한 것은 아닐태고, 어쩌면 어떤 앙심때문일지도 모른다. 펄그림이 본 파비우스는, 어쩌면 둘 다의 이유로 거절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포세카리온은 현재 파비우스의 건성인 가르침 아래 새롭게 번성하고 있었다. 파비우스는 숨쉬는 것 마냥 쉽게 후학을 가르쳤다. 그에게는 둘 다 귀찮았을 일이였을탠도 불구하고. 군단의 베테랑들이 역병이 군단의 목숨들을 앗아갈 때, 파비우스가 강제로 했어야만 했던 일들에 대해 부정적인 말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신병들은 파비우스를 우러러보았다.
펄그림은 파비우스에 관한 풍문들에 주의깊게 주목하였다. 기존의 200명의 군단원은 지휘 체계 내에서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펄그림이 군대의 통합을 위하여 엄격한 권위 체게를 새로 만들고 유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비공식적인 위계가 있었다. 아직 완전히 이를 없애지는 않았으나 - 때때로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되기도 하였다. - 이 비공식적인 위계가 군단의 미래까지 위험에 빠지게 하는 것을 용납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펄그림은 파비우스의 모든 비행은 일말의 소문이라도 전부 묻어버렸다. 이 아포세카리는 필요악이었다. 펄그림을 제외하고, 오직 파비우스만이 군단이 겨우 피한 몰락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났다는 것과, 아직도 얼마나 쉽게 다시 빠져버릴 수 있는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만일 역병이 치유된다면, 그것을 치료할 이는 파비우스일터이다. 펄그림은 케모스에서 모든 일은 거기에 걸맞는 사람에게 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배웠다. 파비우스는 이 의무를 선택하였고, 펄그림은 그가 해내는 것을 지켜볼 것이었다.
펄그림은 그를 내려보았다. '그대는 내가 내린 영예에도 그리 기뻐하지 않는 것 같군, 파비우스.'
파비우스는 망설였다. '해야할 과업이 아직도 많나이다. 지켜봐야할 것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나이다.' 그가 얼굴을 찌부렸다. '정식으로 제 자리를 다른 이로 대체할 것으로 건의드려도 되나이까?'
펄그림을 그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나는 방금 이를 영예라고 말하였느니라.'
파비우스가 머리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허나 저는-'
펄그림은 손을 들어서 파비우스의 거절을 묵살했다. '그들이 그대가 없을 때, 그대를 무어라고 부르는지 아느냐?'
'거미입니다.'
펄그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케모스에도, 거미 비슷한 생물이 있다. 그것들은 근면한 생물들이지, 결코 늦추지 않고, 쉬지 않은채 항상 거미줄을 치지. 그것들은 화학 슬러지들로 그 누구도 못할정도로 완벽한 크리스탈 격자를 뽑아낸다. 어쩌면 거미라는 말은 칭찬일 수도 있다.' 파비우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으나, 그 얼굴을 보니 파비우스는 그다지 그리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파비우스처럼 늘 혼자있는 이 조차도, 형제들이 자신을 혐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별 다른일이 없으면 시간이 이를 바꿔줄지도 모른다.
'칭찬이든 아니든, 그들의 말이 옳다. 그대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대는 거미다. 허나 그대가 되었어야 할 바는 아니다. 파비우스. 너무 오랫동안 그대는 자신만의 거미줄을 짜로 홀로 있었다. 나는 한번더 그대가 그대의 형제들 사이에서 지내는 것을 보고싶다.'
'제 형제들은 죽었나이다. 그렇지 않은 이들도 곧 그리될 것입니다.'
그의 말은 순간 펄그림을 몹시 화나게 하였고, 파비우스를 거의 한 대 칠뻔했다. 아데몬이 옳았다: 파비우스는 군단의 권위에서 벗어나 자신의 거미줄에 너무 익숙해졌다. 파비우스는 이 거대한 계획에서 자신의 위치를 빠르게 다시 인지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대의 형제들은 살아있다. 내 그리 단언하니, 이 문제에 있어서는 우주 그 자체도 나를 방해할 수 없느니라. 나는 선택을 내렸다, 파비우스. 그대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그대는 비자스로 따라와야한다. 이게 내 마지막 말이다.'
파비우스가 다시 고개를 숙였고, 그의 얼굴은 초췌하고 창백하였다. '당신이 명하신대로, 주군이시여.'
펄그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포세카리움은 어지럽혀졌으나, 특정 부분만이 그러하였다. 또 다시, 아포세카리움이 그만의 공간으로 변하였다. 파비우스 특유의 방식이었다. 파비우스는 이곳에서 혼자 있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다. 얼마안가, 그의 잡동사니들은 사라질 것이고, 이곳을 매운 침묵은 다른 이들의 목소리로 채워질 것이써다. 파비우스의 주된 연구 장비들은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좀 더 개인적인 공간으로. 펄그림은 그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었다. 지금은, 더 중요한 이야기를 논의해야했다.
'결과를 말해보거라.' 펄그림이 말하였다.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파비우스는 망설이며 말했다. '아직 연구는 가야할 길이 멀었습니다만. 역병은 외부의 요인에서 온 것이 아닙니다. 역병은... 내부의 결함 때문에 온 것입니다.' 그가 조용해졌다. 파비우스는 그를 바라보았다.
'후보생들 내면의 결함을 말하는 것이냐?' 그가 마침내 물었다.
파비우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펄그림은 등을 돌렸다. 아포세카리의 침묵이 곧 대답이 되었다. 그들의 진-시드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성 역병은 아직도 위험하였다. 그의 아들들의 세포들에 자리잡은 시간 폭탄이었다. 케모스 태생의 아들들 조차도 그 사악한 불완전함에 면역인 것은 아니었다. 진-시드는 펄그림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결함이 펄그림의 결함이란 말인가?
또 다시 그런 생각이들었으나, 그런 것은 상상해서도 안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모든 것이 가능성있어 보였다. 펄그림의 손이 파이어블레이드의 자루를 꽉 잡았다. 그는 칼을 휘둘러, 아포세카리움과 내부의 모든 것을 베어버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 사실을 부정하고자, 그의 불완전함을 부정하고자, 그의 아들들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모든 증거들을 없애버리고 싶었다. 펄그림은 파비우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포세카리는 그의 프라이마크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지키고자 그의 장비 곁으로 숨으려했다. 펄그림은 자신이 칼을 뽑으면 파비우스가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했다. 이 아포세카리는 자신을 막을려 할까? 아니면 펄그림이 분노를 다 표할 때 까지 피해있을까?
한 번 알아볼까 하는 충동이 점차 커졌다. 갑자기, 펄그림은 눈을 감았다. 케모스를 떠난 이후 그의 인내심이 점차 심하게 짧아지고 있었다. 수십년간의 실망이 자신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의 어깨 위에 진 모든 짐들이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고, 가끔은 그가 어렸을 적의 공장-요새들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그곳에서 그는 행복했고, 그의 고민은 단순하였다. 요즘에 모든 것들이 크게만 보였다. 그가 깨어있는 매 시간들은 모두 그의 새로운 프라이마크로서의 어려움들을 해결하느라 사용되어졌다.
파비우스도 비슷한 압박감을 느꼇다. 아포세카리는 오랫동안 불가능한 일에 매달려 분투하였으며, 그에게 보이는 것이라고는 투쟁뿐이었다. 파비우스의 매 순간 그 문제에 매달렸으며, 다른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서 밀어내고, 심지어는 군단의 규율보다도 우선시하였다. 펄그림은 눈을 뜨고 한숨을 쉬었다. '잉골슈타트.' 펄그림이 잠시 뒤 말하였다. 그의 눈 밖에서, 파비우스가 얼어붙은 모습이 보였다. 펄그림이 돌아섰다. '그대는 그 곳 출신이지 않은가? 흥미로운 이름이지, 고대의 지명이나, 무언가 힘이 있는 듯하지. 조금이라도 기억나는게 있는가?'
파비우스는 머리를 숙였다. '약간은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이다.'
'한번 말해보게.' 요청처럼 말하였으나, 사실상 명령이었다.
'산맥들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폭풍들도. 불에 타는 숲의 냄새들도. 손가락으로 가죽 표지를 넘겼을 때의 감촉들 - 도서관이 기억납니다. 픽트 이미지나 데이타 슬레이트들이 보관된 도서관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 도서관이 기억납니다. 돌로된 회랑에 울려퍼지는 음악 또한 기억하나이다.' 아포세카리가 눈을 깜빡였다. '그게 전부 입니다.'
'충분하다.' 펄그림은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 기억들을 잘 보관하거라, 파비우스. 그 기억들이 그대를 인도하기를. 이해하였느냐?'
'알겠나이다.' 파비우스가 말하였다.
거짓말이군. 펄그림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윽고, 진실이 될 것이었다. 그는 파비우스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다. '이 일이 끝나고 나면, 내 그대를 진급시키겠다, 파비우스. 평범한 아포세카리가 군단의 미래를 보장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구나.' 펄그림은 돌아서서 거미가 거미줄 위에 조용히 지내도록 나갔다.
그리고 펄그림이 떠나자마자, 다시 음악소리가 켜지는 것이 들렸다.
이번 화의 포인트
1. 가/족같은 형제들:
사실 군단 내에서 테라 출신과 프라이마크 모행성 출신 사이 갈등은 굉장히 흔한 편이다만, 몇 명 되지도 않은 놈들 사이에서 저러는 것 보면 좀 웃기다.
2. 인간적인 프마와 스마:
프마와 스마는 초인이고, 실제로 일반인이라면 포기하고 미처버릴 역경과 고난에도 버티는 터프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것을 비인간전인 면모라고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이놈들도 확실히 인간적인 면은 있다.
문제는, 그게 부정적인 인간으로서의 면모도 포함한다는 것... 일이 안풀릴 때 괜시리 화를 낸다거나, 승진에 대해 욕심을 가지거나, 우리는 우월하다는 자만심 등등
이들에 대한 비유는 그리스 영웅과 신들에 대한 비유가 딱 적절하다. 그리스 영웅과 신들이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일반인이라면 좌절할 고난을 이겨내지만, 동시에 별 같잖은 이유로 사람을 죽이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가?
3. 파비우스와 역병의 정체:
음악애호가 파비우스 옹은 독일 출신. 본인 소설에도 죽어있었을 때 어렸을 적 시절을 생각보다 자세히 꿈꾼다.
사실 파비우스 소설에서 보면 3군단의 진시드 결함은 과학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좀 더... 워프적인 문제에 가깝다.
정말 과학적인 문제였으면 파비우스가 1만년간의 연구했음에도 왜 진전이 전혀 없느냐는 것이 그 주장.
다만 이 말을 한 것이 악마여서 말을 그대로 믿기에는 좀...
그나저나 이름들을 저렇게 읽는 것이 맞나? 번역하면서도 늘 맞는지 궁금하다.
나도 아데몬이라고 번역했는데 맞나 모르겠슴 ㅋㅋ;
다른 군단이면 몰라도 3군단 내에서 갈등은 좀 우스움 ... 진짜 머릿수도 몇 안되는 놈들이... 어설프게 적어서 그런가
현실로 치면 같은 중대에서 논산훈련소 출신과 사단훈련소 출신끼리 싸우는 거잔어... 심지어 펄그림이 비교적 일찍 발견되서 짬차이도 상병과 일병정도 밖에 차이 안나...
아예 싸선급으로 수가 적었으면 친했으려나...
텔마르 걔 나중에 12중대 이끄는 광왕 카스페로스 아니냐...
역시 미친과학자는 그쪽 인물들이 어울리나
아니 길리먼네는 뚝딱 고치는데 펄게이네는 왜 못고치냐고 ㅋㅋ
저거 결국 펄그림이 고친 걸로 아는데(그래서 황제 말카도르가 마가놈 의심 안한 거고) 어떻게 고쳤다고 그랬더라?
딱히 누가 개입했다는 내용은 안나오는데 그게 펄그림의 오만함과 불완전을 완전함으로 바꾸는것에 대한 집착을 강화시킨듯 - dc App
잉골슈타트가 독일에 있는 곳이구나...
펄그림이 오자마자 감쪽같이 고쳐지는 걸 보면 진짜 워프 관련 문제라는게 킹리적 갓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