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모든 것은 조각나버리면서 시작된 것이다.
우리가 믿었던 모든 것들이 조각나버리면서, 그것들이 형체를 구성하지 못하고 그저 파괴된 잔재의 흔적으로만 남게 되면서 말이다. 그것들은 흩어져버렸고 다시 찾기란 요원하기 그지 없다. 통합을 꿈꾸던 바람은 은하계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는 흩어진 파편이자 잔재이며, 이제는 기록실의 가장 깊은 잊혀진 어둠 속의 기억을 되살려야만 찾아볼 수 있는 한 때의 흔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망가져버린 신체를 기계로 갈아끼워 다시금 움직이게 만드는 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황제 폐하의 불꽃이 닿지 않는 은하계 끝자락은 암흑천지는 향상된 초인조차 견디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곳은 폭력과 상처로 도배된 흉터로 그려진 세계였다. 어떻게든 일어나야 한다.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 멈추는 순간 죽으리라, 사냥과 추적이 지속되는 꼬리잡기의 연속극에서 멈춘다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함선은 우주를 관통했다. 워프 항해를 할 수 없기에 그대로 추진체를 믿고 나아가는 것은 지루한 항행이었다. 검을 손질하며 한 때는 광명이 넘치던 검이 이제는 선명한 흉터들을 끌어안고 낡은 장식에 옛 과거를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우리 같았다. 우리는 조각나버린 명예를 한 줌이나마 끌어안고 그것이라도 지키기 위해서 영원한 성전을 떠난 것이었다.
새로이 만들어졌음에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 정녕 존재했던 것일까? 길리먼 섭정의 의지로서 안배된 우리조차 타락과 오염과 배신의 굴레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일까? 우리의 완성은 미약했으며 우리의 의지는 하찮은 것이었던 걸까? 우리가 짊어진 이것은 우리의 운명이 아니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틀리고 말았다. 우리는 틀렸다.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우리를 속박하고 말았다.
성전은 우리의 생명을 연료로 불태워 이어가는 것이기에, 우리가 죽지 않는다면 영원히 되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었다. 떠나간 길을 되짚을 일 따위는 다시는 없으리라. 그것이 맹세였고 그것이 약속이었으니, 구원을 찾아 떠나는 죽음의 순례길이란 오롯이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서 완성되는 것이었다. 참혹한 어둠과 증오가 아득한 은하계를 덮어가는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불변이라는 것이 있었다.
희망은 낡았고 이제 우리는 늙어가 주저앉은 노인이었으니 운명은 다가오리라.
"챕터 마스터,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은 저 곳에 있을 겁니다."
그들은 배신자였다. 그들은 형제들을 저버리고 황제 폐하를 저버렸다. 우리는 불명예를 얻었으며, 챕터 휘장은 꺾이고, 이단 의혹과 추궁에 시달렸다. 무장해제 당하고 굴복당해 오롯이 재판만을 기다리기를 수개월, 우리는 참회의 성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참회가 아니었다. 이것은 복수였다.
"강하를 준비하라."
이것은 우리를 저버린 배신자들에 대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복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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