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행정부의 사무실.
로드 커맨더 길리먼은 오늘도 자신의 숙적과 격렬한 전투 중이다.
대성전은 위험한 상황이 많았어도 차라리 끝이라도 보였지,
서류작업은 그 끝이 보이지 않기에
길리먼의 초인적인 정신력을 갉아먹어가고 있었다.
옆에서 카토 시카리우스가 ‘주군이시여, 저 카토 시카리우스가 휴식을 취하시길 제안합니다’라고
이상한 말투로 염려하는걸 보니 자신의 몰골이 그정도로 못볼꼴인가 보다.
마침 점심시간이 가깝기도 했기에,
길리먼은 식사를 빌미로 휴식하기로 했다.

“그대의 조언을 내 기쁘게 받아들이겠네. 식사로는 중국집에 주문할 생각이다만.”
“저, 카토 시카리우스는 삼선짬.....”
“달달한게 땡기니 난 짜장면을 먹을 생각이다만, 그대는 어떤가?”
“.....주군이시여. 저, 카토 시카리우스는 주군의 식사하는 모습만으로도 배부릅니다.”

시무룩해진 카토는 뭔가 원하는 메뉴가 있던 눈치였지만,
아무튼 길리먼은 굶길 수야 없다며 짜장면을 두그릇 시킨다.



20분 후, 짜장면 배달이 왔다.
길리먼은 제국의 배달체계가 이 정도로 발전함에 놀라웠다.
가장 가까운 중국집도 1시간 거리인 것을
이토록 빨리 배달오다니.
거대한 몸집의 배달원에게 비결을 물어보고 싶어졌다.

“주문 감사합니다. 쿠폰이랑 서비스로 군만두도 드립니다. 결제는 카드로 하시나요?”
“현금으로 하겠네. 혹 그대가 이토록 신속히 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헉?!”

길리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배달원의 얼굴이, 기록에 따르면 드루카리를 쫓아 웹웨이로 들어갔다는
자가타이 칸과 완전히 똑같은 것이 아닌가.
길리먼은 자기 눈을 의심했지만,
프라이마크끼리는 서로를 알아보는 특성으로 인해
그가 자신의 형제가 맞단걸 깨달았다.

“그, 그대는.... 자가타이, 자가타이! 돌아온건가?”
“......”
“어찌 소식없이 여기서 이렇게 배달일을....”
“사, 사람 잘못 보셨다해. 나 연변서 와서 여기는 친구나 가족 없다요.”
“연변이 어디인가? 게다가 자네는 쵸고리스 출신이잖나!”
“오, 오늘 짜장면은 개업 2주년 기념으로 서비스로 드림다요. 그럼!”

도망치듯 행정실을 탈출하는 자가타이.
길리먼이 애타게 그의 이름을 부르며 쫓으려 했지만
화이트 스카의 유전 아비인 그를 잡기엔 속도가 모자라다.
망연자실한 길리먼이 짜장면이 불어터지도록 멍하니 서있는 동안,
카토 시카리우스는 주군이 다음엔 볶음밥을 시켜드시도록 유도해야겠다고 잔머리를 굴린다.




제트바이크를 타고 달리던 자가타이는
통신기를 켜 중국집으로 연락을 한다.

[주군, 왠일이심까? 거스름돈 모자라심까?]
“아그야, 이 바닥도 텃다. 정리하고 뜨자.”
[들키신검까?]
“주문할때 주소 확인 제대로할걸 씁....”

오랜만에 본 길리먼의 얼굴은,
자가타이의 귀환의지를 꺾기에 충분했다.
거기서 잡혔다면
대지를 달리며 바람을 느끼기는 커녕
서류 먼지로 범벅이 되리라.
자가타이 칸은 단톡방을 열어 메세지를 쓴다.
진작 잠에서 깨 더 락 하층부에서 히키코모리가 된 라이언,
도마뱀마냥 팔 한짝을 잘라두고 아핸인척 숨어있는 로갈 돈,
팬리스 개장수로 위장 중인 리만 러스에게도 미리 충고해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