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추락하고 있었다. 장막 너머의 조수 속으로, 흐르는 노래 속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선율은 현실보다 훨씬 가혹하고, 지독한 것이었다. 살이 타오르고 끓었으며, 입 안으로 흘러 들어온 곡조가 폐를 채웠다. 그는 이 침입에 대항해 정신을 집중하고 반발력을 형성했으나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오히려 독주처럼 그의 몸을 더 깊이 잠식할 뿐이었다.
(중략.)
스스로가 내뿜는 빛으로 타오르는 무언가가 로가를 쫓아 잠행해왔다. 월드 이터, 아니. 워 하운드였다. 오래된 연청색 갑주 위에 백색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어깨에는 붉은 군견이 그려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기억의 금고 속에 처박혀버린, 오래되고 버려진 상징이리라. 워하운드는 내뿜는 빛의 후광을 제외하고도 프라이마크와 맞먹는 크기였다. 도끼와 철퇴가 맞붙었고, 사이킥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로 비현실의 조수가 흔들렸다.
"너는 메아리다."
로가가 전사의 넋에게 말했다.
"망령이고, 아무것도 아니다."
전사는 소용돌이치는 어둠 속에서 몸을 돌렸다.
"나는 성찬Communion이오."
(중략.)
"너는 유물일 뿐이다."
로가가 전사에게 말했다.
"우리의 군단은 그 누구보다 고통받았다, 로가 아우렐리안."
기사의 낮게 깔린 목소리는 차갑고도 의로운 위협이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충분하다. 너는 우리의 주군을 더럽힐 수 없으리."
"나는 그를 구하는 것이다!"
(중략.)
형상화되었던 크로지우스가 로가의 손에서 미끄러졌다. 로가는 워하운드의 목을 움켜쥐었다. 이 곳에서는 숨을 쉴 필요가 없음에도, 숨을 쉬기 위해 그들은 허덕이고 있었다. 본능은 쉽게 죽지 않는다.
로가는 워하운드의 동공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 깨달았다. 투구 속에 있는 것은 단 하나의 영혼이 아니었다. 이것은 영혼의 집합체였다.
"대담한 시도였도다."
로가가 비웃었다.
"아주 영리하였고."
로가는 손을 놓더니, 워하운드의 흉갑을 찢고 그 안의 사이킥으로 이루어진 육질 속으로 손을 처박았다. 전사는 정지했고, 로가가 주먹을 쥐자 전사의 몸 안에서 무엇인가 터져나갔다.
"누가 죽었느냐?"
로가가 울부짖는 바다 너머로 소리쳤다. 워하운드의 후광이 꺼져나가며, 어둠을 밀어내던 강인함이 사그라들었다.
"네가 죽었더냐, 에스카? 아니면 랄라카스냐? 아니, 너희 둘 모두 아직 그 안에 느껴지는구나."
로가는 전사의 가슴에 반대편 주먹을 꽂아넣었다. 그가 손 안에서 이글거리는 구체를 하나 더 터트리자, 후광은 더욱 희미해졌다.
"로르케..."
워하운드는 무력하게 저항했지만, 손들이 그를 찢어버리기 위해 달려들었다.
"로르케시여...."
로가는 내리치는 빗줄기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불길은 여전히 타올랐다. 시간은 흐르기는 했을까? 불타는 핵 안에서 형제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워프에서 돌아온 그의 육신 깊이 나약함이 스미었고, 그는 생애 그 어느 때보다 지쳐 있었다.
그의 심상을 괴롭히던 성찬은 죽었다. 프라이마크는 그것이 범접할 수 없는 감퇴 속에서 산산조각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볼터의 화망이 대신했다. 강철 구동부가 내지르는 비명과 함께 탄환들이 그의 갑주에 부딪혀 폭발했고, 창백한 태양을 무언가 가렸다.
프라이마크보다 크고, 두 배는 더 넓은 무엇인가가.
"나의 군단은 충분히 고통받았소."
기계적인 무전음이 울려퍼지며, 거대한 클로가 로가의 갑옷을 후려쳐 그를 내동댕이쳤다.
"이젠 타락까지 견뎌야 한단 말이오? 광기만으로는 저주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말이오?"
컨템터 드레드노트는 집요하게 그를 몰아붙였다. 로르케의 뒤로 살아남은 라이브러리안들이 볼터와 포스 웨폰을 치켜들고 다가왔다. 로가는 그들의 나약함과 망설임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다가오고 있었다. 불길과 번개가 그들의 무기에서 뿜어져 나왔고, 로가는 보호막을 펼쳐 이것들을 받아냈으나 집중력인 산산히 조각나며 화망에 노출되었다.
그러나 그 공격은 약했다. 로가만큼이나, 그들도 지쳐 있었다. 화염은 앙그론이 있는 붉은 지옥불 속으로 빨려들어갔고, 번개 역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휘어졌다. 로가의 갑주에 담은 것은, 분노에 찬 찌꺼기들 뿐이었다.
보리아스의 비참한 추종자들은 패배를 거부하며 다시 사격을 개시했다. 탄환 몇 발이 로르케를 맞췄지만 컨템터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한 발은 로가의 허벅지를 뚫고 들어가 뼈를 부러트렸다. 그가 비틀거리자, 드레드노트의 클로가 그의 크로지우스를 저 멀리 날려버렸다.
로가가 금단의 불꽃을 던지기 위해 손을 들어올렸으나, 볼터 탄이 폭발하며 그의 손을 날려버렸다. 고통이 밀려오기도 전에, 로가는 로르케의 장갑 속으로 손을 박아넣어 내부의 조종사를 헤집었다. 드레드노트가 울부짖으며 물러났고, 로가의 손 끝에 강철과 전선 뭉치가 딸려나왔다.
그는 보리아스의 추종자들을 바라보았다. 하스칼은 로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죽었다. 로가는 하스칼의 영혼을 몸통에서 뜯어내며, 그가 자신의 손을 날려버린 범인임을 알았다.
루인스톰. 앙그론. 위대한 노래. 성찬. 드레드노트. 라이브러리안.
로가는 이만 쓰러지고 싶을 정도로 지쳐 있었다.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존재도 이렇게 막대한 사이킥을 쏟아낸 적이 없었다.
또 다른 라이브러리안이 바닥에 떨어진 검에 목이 궤뚫려 죽었다. 로가는 끊어진 팔에서 염동력을 분출해 칼을 들어올려 정확하게 휘둘렀으나, 다시 무릎을 꿇었다. 쏟아지는 에너지를 막아내며 로르케와 라이브러리안들을 동시에 상대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구원은 뜻밖의 장소에서 찾아왔다.
"형제여!"
프라이마크가 전진하며 라이브러리안 하나를 찢어발겼고, 전사의 불꽃을 워하운드에게로 되돌려보냈다. 로가는 웃음을 터트렸다.
칸은 착지한 순간부터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언덕 위는 지옥불이 타오르고 있어 건십이 착륙할 곳이 없었고, 월드 이터들은 피가 범람하는 도시로 뛰쳐나갔다. 그는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지 못했으나, 무언가가 그를 끌어당겼다. 한 걸음 다가갈 때 마다 평온이 잦아들며 고통이 멀어졌다. 이 평온을 위해서, 그는 자기 프라이마크라도 죽였으리라.
카르고스와 다른 군단병들도 이 신성모독적인 언덕을 향해 뛰어왔다. 도시 전역에서 군단병들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몰려들었다. 그들의 프라이마크가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그들은 피 흘리며 쓰러진 로가와, 부상당한 프라이마크를 포위한 로르케와 라이브러리안, 그리고 죽은 자들의 그림자로 가득한 불길을 보았다.
그리고 앙그론이 보였다.
모든 월드 이터가 불 앞에 굳어버렸다. 황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언했던 지옥. 그 자체의 불꽃 속에서 솟아오르는 신의 아들의 형상이 그들의 보호경에 비쳐 보였다. 로르케마저도 그의 유전 아버지를 향해 몸을 돌렸다.
"형제여!"
앙그론이 다시 포효했다.
"배신자들! 내 형제를 해친 배신자들이다!"
"폐하Sire...."
드레드노트가 중얼거렸으나, 앙그론의 변이를 눈에 담은 순간 할 말을 잊었다. 변이는 계속되고 있었다. 붉은 불꽃이 그의 살점에서 타올랐고, 화염이 잦아든 곳에서 더 큰 불이 솟았으며, 움직일 때 마다 피가 흩뿌려졌다.
로르케는 그 변신의 끝을 보지 못했다. 그의 강철 신체를 타격한 발톱이 컨템터의 장갑을 찢어버렸고, 잔해는 지면을 나뒹굴었다.
로르케의 본체였던 위축된 몸뚱이는 생명 유지 장치의 잔해 속에서 우윳빛 양수에 감싸인 채 거친 땅 위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럽게, 크고, 날카롭게. 그리고 벌어진 입 안에서 피가 들끓고 눈을 따라 흐르며,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프라이마크였던 짐승은 라이브러리안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못을 울리고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들던 자들이, 무릎 꿇은 로가를 공격하고 있었다.
"이 배신자들아."
짐승이 숨을 내뱉었다. 입이 찢어지듯 벌어지며, 녹슨 검처럼 길쭉한 치아가 번뜩였다. 도살자의 대못이 거대한 갈기처럼 빗속에서 흩날렸다.
그들은 저마다의 파멸을 맞이했다. 최선임이었던 보리아스는 눈이 터지며 시력을 잃었다. 그는 앙그론의 목소리 대신 로가의 찬가만을 들으며 기괴한 안식을 맞이했다.
어떤 이들은 뇌출혈로 쓰러졌고, 랄라카스의 머리는 볼터를 맞은 것처럼 폭발했다. 케얀은 백부장에게 부딪혔다.
"칸...."
도망치려던 라이브러리안의 목과 손목, 견갑을 손들이 움켜쥐었다. 카르고스와 다른 이들이 그를 불길 속 시체 더미 위로 던져넣었다. 케얀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불길 너머에서 침묵하며 바라보는 칸의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죽은 것은 에스카였다. 그는 부러진 도끼에 몸을 의지해 일어섰다. 그의 앞에서 앙그론은 케얀을 먹고 있었다. 괴물 같은 목구멍 속으로 갑옷이 조각나 삼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앙그론이 포효하자, 에스카는 다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에스카는 무릎을 꿇은 채 로가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로가의 평온한 얼굴을, 피로 뒤덮인 얼굴을.
"너희는 내게 감사해야 한다."
로가가 말했다.
"너희 군단 전체가 내게 감사해야 한다."
에스카는 말을 잃은 채 프라이마크를 노려보았다. 등 뒤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왔다. 앙그론이 다가오고 있었다.
"피의 신께.Blood."
로가가, 크로지우스를 들어올리며 읊조렸다.
"피를.for the Blood God."
로가가 이렇게 보니 또 에레부스 다음으로 개민폐인거 같기도 하고
이거 보고 다음에 아빠사랑 부분도 봐야
두가자~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dc App
칸이 확실히 앙그론을 제일 닮은거 같음. 아주 천성이 노예체질임
아빠가 싫어서 미친 애랑 미친 아빠사랑꾼이 어케 닮아
@ㅇㅇ 그게 아이러니한 점이지
아 이미 승천한 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