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오브 테러의 한 구석,
불경하다 못해 성스러울 지경인 문구가 가득한 방에서
유리즌, 말씀의 전도자들의 수장인 로가 아우렐리안이 앉아있다.
그는 멍하니 워프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화면을 보고있다.

거기엔 물질계의 행성들,
정확히는 자신이 배신한 황제의 제국의 모습이 비춰진다.
장엄한 성당들과 수많은 성직자들이 황제를 찬양하고
황제를 신으로 모시는 광경을 보며
그는 허무함에 비소짓는다.

‘나의 아버지시여, 당신은 그토록 스스로를 신이 아니라 하였지만 결국 필멸자들의 신으로 경배받는군요.’

그들은 로가가 쓴 최초의 성경에 기초하여 예배하고 찬양한다.
배반자의 산물로 충성을 표한다니 이 어찌 아이러니인가.
그 상황이 우습기에 웃음이 나온다.

‘혹여나, 내가 다시금 제국으로 돌아간다면....’

실로 말도 안되는 가정이었지만
로가는 옛 테라의 전설을 생각해본다.
구세주라 일컬어지던 예수란 자를 믿던 제자 중
첫째 제자인 베드로란 인물이 초대 교황으로써 숭배받았다 하는 이야기.
어쩌면,
저들의 신앙을 처음으로 정립한 존재로 자신 또한 가장 충성스러운 신의 사도로 일컬어지리라.
그런 상상이 의외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 놀라던 로가는
곧 화면의 장면들이 급변함을 깨닫고 두 눈을 크게 뜬다.

장엄했던 성당들은 무너져 폐허가 되어가고,
신실했던 성직자들은 불에 타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이게 무슨 상황인 것이지?!’

당황하던 로가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복스채널 소리에 집중한다.

[반복한다, 금일로 제국황제교는 인류의 주인이신 황제의 사악한 배반자 로가의 불경한 저작물을 기초로 한 불온사상으로 지정되었으며, 해당 사상의 관계자들은 전원 말소하도록 한다. 반복한다....]

로가의 눈은 곧 시민들을 불태우는 푸른 빛 갑주의 아스타르테스를 포착한다.
설마하니, 그 새끼가.....

[반복한다, 로드커맨더 로부트 길리먼의 모나키아 칙령에 기초하여 본 작전은 중단 없이 진행된다, 황제교 관련인원 및 시설은 전원 말소한다....]

마치 놀리듯이 붙여진 모나키아의 이름.
명백한 도발.

“길리먼 이 새끼가!!!!”

로가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휘하 군세를 모은다.
저 불경한 스머프새끼를 신앙의 불꽃으로 태워버릴 때가 온 것이다....




“드디어 움직인건가....”
홀리 테라의 집무실에서, 길리먼은 흡족한 표정이다.
그는 곁에 서있는 벨리사리우스 카울에게
준비가 되었냐고 물어보고,
기계촉수가 긍정하듯 꿈틀거림에 더더욱 흡족해한다.
“이 날만을 기다려왔도다.”
길리먼의 시선은 완성된 기계를 바라본다.
연산과 승인을 보조하기 위한 서비터가 잔뜩 장착된,
프라이마크의 사이즈에 맞춰진 거대한 옥좌.

바야흐로
로가를 생포해 행정옥좌에 앉히려는
길리먼의 위대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