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확실하게 밝혀진 내용과 추측해볼 수 있는 내용이 있음. 전자부터 쓸 거고, 후자는 알아서 걸러 들으셈.
확실한 내용
1. 길리먼의 도착
길리먼만 오면 테라 공성전의 전세가 역전될 거라는 건 충성파나 반역파나 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음. 그 동안 겪어온 피해로 반역파 측도 상당한 손실을 입었는데, 20만에 달하는 막대한 병력이 테라 공성전에 참전해 버리면? 닼엔도 트라마스 성전+반역파 모성 E를 거치면서 1만도 안 남은 상황 속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너무나도 강력한 카드였음.
그래서 언제 오는데요? 몰라.
문제는 루인스톰 때문에 언제 오는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음. 더군다나 후방에 아이언 워리어 병력들이 배치되어 발목을 잡을 예정이었고, 그렇다고 우회하자니 태양계로 진입할 수 있는 루트는 두 개뿐인 상황. 제우권도 완전히 반역파가 쥐고 있어서 테라로 순탄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임.
그렇지만 이런 조건 속에서도 길리먼이 일단 태양계에 뜨면 전세가 크게 역전될 것이었음. 충성파가 그랬던 것처럼 호루스도 시간을 넉넉하게 잡을 수 없었음. 황궁 정문까지 뚫렸다고는 하나 본인도 시한부고, 길리먼은 언제 당도할지 모르는 상황. 결국 벤지풀 스피릿의 보호막을 해제해서 황제가 보딩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었음.
그렇다면 여기서 나올 수 있는 질문. 호루스는 무슨 자신감으로 황제가 보딩해올 거라고 믿은 건가요? 걔네들이 함선에 라스캐논 갈기면 어떡함?
2. 황제와 호루스의 위치
테라 공성전 시점에서 반역파 프라이마크의 상태는 가관이었음.
커즈는 있지도 않았고, 앙그론 펄그림은 말할 것도 없음. 로가는 통수치려다가 걸려서 쫓겨났고, 그나마 페투라보, 마그누스, 모타리온이 정상인이었는데
문제는 마그누스와 모타리온은 각각 불칸과 자가타이와의 일기토가 예정되어 있음. 즉 스토리 진행상, 얘네 추방될 수 있음. 페투라보는 반역파를 통솔할 위인이 아니고
즉 호루스가 죽으면 반역파는 구심점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와해될 수밖에 없음.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고
결국 반역파를 와해시키려면 호루스를 완전히 죽여야 한다는 건데, 무조건 죽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포격으로 벤지풀 스피릿 부수기가 괜찮은 방법일까? 자칫하면 호루스만 딱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리는 건데?
이건 황제도 비슷함. 디에스 이레가 황궁 정문을 뚫긴 했지만, 황제를 죽이는 건 아무래도 다른 문제임. 황제의 사이킥 파워를 생각해보면 타이탄이 달려들어도 이길 거라는 보장이 없음. 그렇다면 최소한 프마가 와야 한다는 건데, 일단 데프마는 무조건 제외임. 황제의 힘에 잠깐이라도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치명적임. 그럼 남는 건 페투라보와 호루스뿐인데, 그러면 에버초즌 버프 빵빵하게 받고 있는 호루스가 하는 게 맞음. 또한 황제가 죽으면 길리먼의 태양계 도착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테라 공성전은 남은 프라이마크와 관계없이 사실상 이기는 전쟁이었음. 그 남은 프라이마크도 황제와 생귀가 죽는다면 돈도 죽을 테니 자가타이와 길리먼뿐이고, 그 정도면 호루스가 죽이고도 남음.
여기서부터는 내 추측임.
1. 황제의 예지
개인적으로는 황제가 호루스와 일기토를 벌여서 어떻게 되는지 다 예지했기 때문에 일기토에 응한 거라고 생각함. 생귀니우스나 말카도르는 이미 황제가 호루스와 일기토를 벌일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죽을 거라는 것까지 봤음. 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사이킥 능력을 가진 황제가 그걸 예지 못했을까?
황제는 확신을 경계하라고 말하면서도, 확신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계획을 추진해왔음. 확신은 동기 부여이기도 하거든. 황제는 이번만큼은 확신을 갖고 일기토에 응하지 않았을까...하는 게 내 추측임.
2. 황제 vs 호루스의 상징성
또한 여기서 상징성이 하나 있음. 호루스 vs 황제는, 단순히 반역파의 수장 vs 충성파의 수장이 아님. 카오스 vs 인류라는, 인류를 파멸시키려는 힘과 인류를 구원하려는 힘의 현실에서의 격돌임. 이미 테라 공성전부터 황제는 황금 옥좌에 앉아서 카오스 신들과 그러한 영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호루스와의 일기토는 이것을 현실에서 하는 것임.
그건 작품 외적으로나 중요하지 내적으로는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카오스는 인간이 만드는 의미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음. 닼엔이 반역파 모성에 E를 때리고 다닌 것도 같은 맥락임. 정신적으로 안정을 주는 모성이 날아가는 건 그 자체로 심리적 압박이고, 그 심리적 압박은 카오스의 힘을 약화시키니까. 즉, 저 상징성을 가진 싸움은, 만약 승리한다면 카오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싸움이었음. 4대신들이 호루스에게 막대한 힘을 주고 있었으니, 호루스가 죽으면 그 힘이 흐지부지되기도 하고
호루스가 죽으면 군단이 와해되는데, 카오스의 힘도 약해진다?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었을 거라고 생각함.
흠터레스팅